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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클래식 가구 그랑지가 전하는 가치 "당신 내면의 평화를 찾으세요"
최근 프랑스의 생활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전시와 기회가 부쩍 눈에 띈다. 모던 스타일에 지친 이들이 고상한 클래식 감성에 매료되고 있기 때문. 한 세기가 넘도록 가구를 만들어온 그랑지Grange는 프랑스 클래식의 가장 중심에 있는 브랜드다. 창립 1백1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그라스에서 만난 그랑지는 흔들림 없는 철학과 함께 일상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었다. 브랜드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소는 여러 가지지만, 오랜 전통만큼 강력하고 믿음을 주는 건 없다.

루이 14세에게 영감을 받아 만든 제이콥Jacob 컬렉션. 나무와 가죽 디테일의 조화, 우아한 컬러 조합이 특징이다. 
3년 전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론칭해 대중과 처음 소통한 그랑지가 초대장을 보내왔다. 1년에 한 번, 그랑지의 본국인 프랑스의 한 지역을 비밀리에 선정해 전 세계 디스트리뷰터를 초청해 진행하는 신제품 발표회에 프레스로는 유일하게 <행복>을 초대한 것이다. 프랑스어로 ‘아방프르미에르avant-premières’라고 부르는데 이번 행사는 브랜드 창립 1백10주년을 기념해 더욱 특별하게 열린다고 하니 한껏 기대감에 부풀었다. 프랑스 남부 칸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도시, 향수의 본고장으로 유명한 그라스Grasse가 올해 낙점된 지역. 도멘 드 퐁콜롱브Domaine de Fontcolombe라는 아름다운 대저택의 공간 곳곳을 다음 계절의 신상품으로 꾸며놓고 한 바퀴 돌면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1 에르미타주Ermitage 컬렉션 중 유리문이 달린 장식장. 
2 왕실의 럭셔리한 분위기를 재해석한 오스만 컬렉션 장식장. 

루이 필리프 왕을 모티프로 한 가구로 유명
한 세기를 넘게 가구만 만들어온 그랑지인 만큼 워밍업으로 브랜드 히스토리를 알아보자. 그랑지는 1904년 프랑스 리옹 근처 산지에서 가구 제작가 조제프 그랑지Joseph Grange가 교회용 캐비닛을 만든 것이 시작이었다. 이 작은 가구점은 근처 마을 교회에서 주문한 장식장이 유명해지면서 세간에 널리 알려졌다. 이후 가정용 가구로 영역을 확장했고, 소비자에게서 탄탄한 품질을 인정받아 가구 회사로서 초석을 다진 후 조제프의 아들과 손자가 가업을 이었다. 1970년대에 이르러 프랑스에 국한된 유통을 전 세계로 넓히기 위해 ‘그랑지’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그랑지는 이 시기에 선보인 루이 필리프 라인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는데, 이 라인은 1830년부터 1848년까지 재임한 프랑스의 마지막 왕을 모티프로 제작한 컬렉션이다. 이 성공을 바탕으로 그랑지는 프랑스 예술 가구를 선보이는 대표 회사로 자리매김하며 스위스를 시작으로 미국, 러시아, 오스트리아, 동유럽 등 세계 곳곳에 지점을 설립하고 국제적 유통망을 구축해나갔다. 그랑지의 모든 가구는 아직도 리옹 공장에서 제작하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45개국에서 판매한다.

3 참나무로 만든 서랍장으로, 곡선 디테일이 고상한 느낌을 준다. 익셉션 드 그랑지Exceptions de Grange 컬렉션. 
4 1904 컬렉션의 다이닝 테이블과 의자. 고급스러우면서도 패셔너블한 이미지를 구현했다. 

가장 프랑스다운 삶의 기술과 히스토리를 담다
프랑스는 고전적 미감이 넘치는 디자인 유산이 가득한 나라다. 시간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고풍스러운 디자인이 많고 지방마다 고유한 문화적 특징을 잘 보존하고 있다. 그랑지는 바로 이런 다양성을 바탕으로 프랑스 역사 속 굵직한 사건과 장소를 가구로 표현한다. 또 그랑지 가구에는 프랑스의 전통 공예 기술과 삶의 여유로움과 대담함이 녹아 있다. 이 점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프랑스의 문화적 특징이기도 하다. 첫 작품은 17세기 프로방스 지방의 성에서 사용하던 가구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었다. 그 후 루이 14세ㆍ 15세 통치 시대의 파리, 나폴레옹의 전쟁 시대, 루이 16세, 마지막 왕조인 루이 필리프 시대 스타일 등 한 시대를 풍미한 고전 스타일을 모티프로 삼아 제품 형태를 완성하고 여기에 현대적 컬러와 마감을 접목해 모던 프렌치 스타일을 구현하며 특유의 예술적 감성을 전한다. 현재는 1700년대부터 근대에 이르기 까지 시대별 특징에 따라 열여섯 개의 컬렉션으로 구분해 가구를 제작한다.

왕실의 럭셔리한 분위기를 재해석한 오스만 컬렉션Haussmann Collection은 정갈한 고전미와 함께 뛰어난 품질로 브랜드의 자부심을 전한다. 메무아르 컬렉션Memorie Collection은 프랑스 역사 속 인물을 기리기 위해 제작한 시리즈로, 구매 고객에게 진품과 같은 목재, 마감재, 금속의 변색, 흠집까지 모두 동일하게 제작했다는 증명서를 제공한다.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사용하던 화장대, 세계 최고의 샴페인 브랜드로 손꼽히는 뵈브 클리코의 창립자 클리코 퐁사르댕의 책상이 대표작. 이러한 가구는 그랑지만이 만들 수 있게 프랑스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았다. 엄격하게 고증한 재료로 만든 디렉투아르 컬렉션Directoire Collection 역시 프랑스 고전 디자인을 즐길 수 있는 가구다. 반면 루이 16세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자코브(야곱) 컬렉션Jacob Collection은 고전적 디자인과 원목의 묵직한 질감 위에 컬러 스트라이프 패턴을 입혀 빈티지하면서도 현대적인 변화를 주었다.

1 부드러운 파스텔 톤 색감의 조화가 돋보이는 자코브 컬렉션으로 꾸민 침실. 
2 모듈 형식으로 맞춤 제작할 수 있는 책장과 사다리를 놓은 서재가 클래식의 정수를 보여준다. 고전적 느낌을 자아내는 가구 속에도 슬라이딩 닫힘, LED 조명등 같은 편의 기능을 숨겨놓았다. 

나무를 까다롭게 고르고, 끼워 맞추는 수작업 기법으로
그랑지의 가구는 목재의 선별부터 섬세한 장식과 마감까지 모두 장인의 전통 기술을 바탕으로 수작업해 완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랑지는 핸드메이드 제품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적극 노력하고 있다.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 그랑지는 가구 대부분을 야생 벚나무나 호두나무로 만든다. 역사적으로 이 두 나무가 가구 만들기에 가장 좋은 목재로 확실하게 고증되었기 때문이다. 수종을 까다롭게 고르는 것 못지않게 목재 공급처 또한 엄선한다. 벌목한 숲에 그만큼 재생할 수 있도록 나무를 심는 등 철저하게 관리해야 받을 수 있는 국제산림인증단체(PEPC)의 보증을 받은 목재만 사용하는 것. 엄선한 목재는 휘거나 오그라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최적의 수분 함량 상태로 만드는 가공 과정을 거친다.

최첨단 기계 설비를 갖춘 공장에서 가구 규격에 맞게 목재를 절단한 후, 모든 제작 과정은 못이나 접착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끼워 맞추는 기법으로 수 작업한다. 특히 마무리는 무려 15단계의 공정을 거쳐 바랜 듯 자연스러운 색상과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표면 처리, 실크의 은은한 빛과 부드러운 촉감으로 연출한다.

3 가늘고 긴 플루트 다리와 놋쇠 받침 디테일의 에르미타주 컬렉션의 침대를 놓아 여성스러움이 물씬 풍긴다. 
4 (왼쪽부터) 드라젠 바빅 사장, 아가그룹의 윌리엄 회장, 그랑지 수석디자이너 다 코스타, 창업자와 동명의 손자인 그랑지 조제프. 1백10주년 기념행사 후에 찍은 사진. 

고객 맞춤형 디지털 서비스, 마이 그랑지
올해로 창립 1백10주년을 맞이한 그랑지는 획기적 서비스를 도입했다. 바로 ‘마이 그랑지My Grange’ 다. 그랑지의 전용 소프트웨어인 마이 그랑지를 이용해 고객이 직접 디자인 과정에 참여해 개인의 취향과 공간에 맞게 가구를 주문할 수 있는 것. 특히 모듈형 가구에서 더욱 잘 표현되는데, 마이 그랑지 프로그램을 통해 원하는 마감재의 종류와 색을 선택하고 배치까지 한 완성된 모습을 미리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다. 이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지향하는 그랑지의 새로운 목표. 그랑지의 CEO 드라젠 바빅Drazen Babig은 “그랑지는 이제 단지 가구 생산 업체가 아닌 그 이상의 리빙 스페이스 크리에이터가 되고자 합니다. ‘당신 내면의 평화를 찾으세요(Find your inner peace)’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웰빙을 추구하는 공간이자 고객 개개인의 개성을 담은 삶의 공간으로서 집이 되기를 제안합니다” 라고 말한다. 이런 노력과 전통 덕분에 그랑지는 현대의 주거 공간과 훌륭한 조화를 이루는 클래식 가구 브랜드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프레젠테이션 후 낭만적인 칸 바닷가에서 열린 디너파티는 그랑지의 직원과 각국의 파트너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까지 함께해 서로를 격려하고 성과를 축하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그랑지 서울의 김수현 대표는 베스트 판매상을 수상해 의미를 더했다. 프랑스 현지에서 만난 그랑지 가구는 우아한 색감, 장인의 디테일, 고급스러운 안정감 등으로 표현되지만 내면을 깊게 들여다볼수록 재기 발랄하고 도전적이었다. 깊은 역사만큼 강력한 브랜드 파워는 없지만, 역사가 깊다고 해서 브랜드마저 나이 드는 건 아니다. 한 세기가 넘도록 가구를 만들어온 프랑스 브랜드 그랑지가 이를 증명한다.

현재 그랑지는 아가Aga, 라 꼬르뉴La Cornue, 스탠리Stanley 같은 글로벌 브랜드로 구성된 아가 레인지마스터 그룹Aga Rangemaster Group의 멤버로서, 생활 가구를 넘어 다양한 주방 가구 및 가전 브랜드와 기술, 디자인 협업을 통해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선보인다. 그랑지의 뉴 컬렉션은 서울 청담 본점(02- 3446-1904)과 갤러리아 웨스트 5층(02- 6905-3741), 부산 엔포유(051-743-6147), 대전 에바타(042-867-4900), 대구 산아래가구(053-655-2211), 광주 메종다르(062-682-9666)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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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구선숙 편집장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