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2020년 02월 행복과 사람의 방정식

나에게는 ‘데미안’ 같은 존재가 있다. 3년 전 돌아가신 마광수 교수다. 그는 싱클레어만큼 순진하고 혼돈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를 깨워준 사람이었다. 그는 내 유년의 상처를 치료해준 심리 치료사이기도 했다. 세상 사람들의 비난과 달리 그는 나에게 예의 바르고,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아름다운 인연이 죽음에까지 나를 밀어 던졌다. 다니던 대학에서 마광수의 임용과 관련한 학내 사태가 벌어졌고, 나는 마광수를 지키려다 학교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알고 지내던 수백 명과도 등지는 극한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그 일 이후 나는 심한 우울증을 앓았고, 2002년에는 자살을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사람들과 관계가 끊기며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행히 어렵게 마음을 돌렸고, 지금은 평정심을 지키며 살고 있다. 삶을 택한 후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했다.

 

좋은 삶은 대부분 일에서 빚어진다. 인생에서 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며, 자신에게 맞는 일을 소명을 갖고 할 때 좋은 삶은 다가온다. 나는 천직으로 느끼는 독서 치료사를 택했다. 돈을 더 벌 수 있는 일 대신 보람을 느낄 만한 일을 고른 것이다. 파스칼은 “인간은 갈대 같아서 충실해야 할 사명을 피해 다니며 ‘기분 전환’에 골몰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사명을 알고, 그 사명에 충실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혼돈이 가중되는 21세기에는 그 시도조차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몰입할 만한, 자기다운 일 없이 인생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은 참으로 힘들 것이다. 일과 함께 중요한 것이 사람이다. 좋은 삶을 살기 위해 많은 사람이 필요할까? 던바의 수(Dunbar’s number)라는 것이 있다. 뇌 용량의 한계 때문에 어떤 사람도 1백50명 이상과는 관계를 맺기 어렵다는 법칙이다. 그런데 1백50명은 대충 아는 사람 정도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수는 현시점 기준으로 스무 명 정도,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만한 사람은 고작 예닐곱 명을 넘기 힘들다.

 

나는 젊은 시절 많은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는 생각이 컸지만, 큰 변화 이후 소중한 몇 사람에게 집중하자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비혼주의자에 가깝던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것도 그 생각에 충실한 선택이었다. 인간에게 가장 치명적 감정은 ‘외로움’과 ‘후회’다. 이는 연구를 통해 증명된 사실이다. 후회는 일에도, 사람에도 적용된다. 하기 싫은 일을 계속하는 것에 대한 후회,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지 못한 후회는 크고 아프다. 마찬가지로 소중한 사람을 놓친 일, 싫은 사람과 얼른 절교하지 못한 후회 역시 상처를 남기는 법이다. 특히 외로움은 치명적이다. 외로움이 깊어지면 우울증이 생기고, 면역력이 떨어져 병에 걸릴 가능성도 크다. 행복에도 외로움은 중요 변수다. 간절히 원하던 돈이나 지위가 주는 짜릿함은 사랑하는 사람과 자주 식사하는 충만함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람들이 그 반대라고 믿으며, 가장 많이 착각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나의 단순 명료한 인간관계 안에는 사랑하는 아내, 딸, 아들, 어머니와 형제, 나를 배신하지 않은 다섯 명 정도의 오래된 친구가 있다. 나의 데미안, 마광수도 그와 함께한 30년의 기억과 그가 남긴 글로 여전히 내 옆에 있다. 마광수 교수는 늘 “별것도 아닌 인생”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인생에 별것이 몇 개는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정말 좋아하는 일이 그렇고, 소중한 사람이 그렇다. 일은 나날의 삶을 견실하게 보호하고, 소중한 사람은 늘 좋으나 힘든 시간에 진가를 발휘한다. 이것이 좁으나 깊은 나의 지극한 행복 방정식이다.   

 

이번 설엔 ‘소중한 이’ 예닐곱 명 셈해보는 시간을 권합니다. 그 이름을 복기하는 것만으로도 꽤 별것 같은 인생이라 느껴질 테니까요. 박민근 님은 연세대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15년간 코칭 심리 전문가로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상담해왔습니다. 현재 박민근독서치료연구소 소장, 서울ND의원 우리아이 몸맘뇌 성장센터 부센터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관계도 반품이 됩니다> <당신이 이기지 못할 상처는 없다> 등을 썼습니다. 

 

치유의 독서 모임 
아픈 관계에 힘들어하는 현대인이 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잘 살기 위한 솔루션을 책 <치유의 독서>에서 찾는 시간입니다. 

강사 박민근 소장 
일시 2월 25일(화) 오후 2시 
장소 서울시 중구 동호로 272 디자인하우스 
참가비 2만 원(정기 구독자 1만 원) 
인원 10명 
신청 방법 <행복> 홈페이지 ‘이벤트’ 코너에 참가 이유를 적어 신청하세요.

 

글 박민근 | 담당 최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