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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궁금해요] 화가 하태임씨 한없이 투명한 색띠들


하태임 씨는 1994년 프랑스 디종 국립 미술학교, 1998년 프랑스 파리 국립 미술학교(파리보자르)를 졸업한 뒤 귀국해 2012년 홍익대학교 대학원 회화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 조선화랑(2000년), 파리 시테데자르(2007년), 베이징 갤러리 아트사이드 초대전(2009) 등 국내외에서 13회의 개인전과 95회의 단체전을 열었다. 벽에 걸린 작품은 ‘Un Passage’, 200×200cm, Acrylic on Canvas, 2009.

‘하태임다움’의 고독한 여정
아름다운 색띠 조합을 통한 ‘차이와 반복의 조화’를 추구해온 하태임 작가가 ‘컬러밴드(색띠)’와 함께한 시간은 대략 언제부터일까? 꼬맹이 시절 부친 서재에서 보던 인상파 마네, 모네의 그림들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문자를 통한 진정한 소통과 커뮤니케이션을 고민하던 프랑스 유학 시절이라고 해야 할까.

“문자나 언어는 지식 전달의 가장 큰 도구지만 진정한 소통의 단계에서 볼 때 아무 의미가 없잖아요. 제가 파리에서 작업할 때 한글이나 알파벳을 화면에 투영시킨 작업을 한 다음 그것들을 지웠던 건 그 때문입니다.
문자를 그리고 지우는 행위를 하는 붓 터치가 정리되면서 컬러밴드가 나오기 시작했고, 귀국해서는 소통의 전달보다는 내면의 풍경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작가는 작업실 바닥에 캔버스를 눕혀놓고 묽은 톤의 색을 칠하고 마르기를 기다려 다시 칠하는 작업을 수십 번 반복한다. 물감 입힌 붓을 들고 물감 마른 그림이 보여주는 에너지를 그대로 흡수하고는 그 주위를 맴돌며 필요한 색을 찾아내어 다시 칠하는 식으로 작업은 반복된다. 하나의 컬러밴드를 완성하기 위한 수많은 붓질이 거듭되고 누적되면 어느 순간 다음 단계로 넘어서게 된다.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이른바 ‘정서적 또는 정신적 깨달음’이다.

“제 작품은 90% 완성될 때까지 안 예뻐요. 컬러밴드의 본색은 붓질이 누적되어야 드러나기 때문이거든요. 그동안은 정말이지 안갯속을 헤매는거 같은 느낌이 너무 많이 들어요. ‘이건 아닌 거 같은데 맞을까?’ 하면서 계속 찾아가는 과정인 거 같아요. 그래서인지 나머지 10%를 작업할 때 헝클어진 머리를 빗는 것 같은 느낌, 또는 누에가 실을 토해 제 몸을 감싸는 누에고치를 짜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웃음)”

문자에 천착해 불립문자의 화폭에 이른 지 20여 년. 작은 생성과 조합을 통해 큰 변화를 만들어온 작가의 요즘 작품들은 ‘결’과 ‘어긋남’을 포용하고 또 한 걸음 나아간다.



말과 문자를 뛰어넘는 조형 언어
2월호 표지 작품 ‘Un Passage’(75×75cm, Acrylic on Canvas, 2012)는 하태임 작가의 최신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따끈한 신작이다. 단색 배경 위에 컬러밴드들이 놓이고 컬러 밴드들에는 숨 쉴 틈을 주었다. 모을 것들은 더욱 집적하고, 비울 곳은 더욱 비우는 형식을 통해 새로운 조화와 균형을 모색하는 것처럼 보인다.

“추상이라는 건 어떤 계획에 따라 되는 게 아닙니다. 제 작업이지만 저도 그 끝을 알 수 없어요. 그러나 투명성과 결, 중첩과 교차, 그리고 어긋남과 행위의 반복은 여전히 제 작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작가가 컬러에 집중하게 된 것은 파리에서 돌아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 그림으로 그렸을 때 가장 짜릿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시간을 통해서였다. 주변에서 늘 마주하는 컬러들이지만 어떤 컬러를 통해서는 치유를 경험하고, 어떤 컬러를 통해서는 힘든 경험을 떠올리게 되는 자신을 돌아보면서 컬러가 말과 문자를 뛰어넘는 중요한 조형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직감하고는 ‘하태임만의 색채 조합’을 만들어보기로 한 것이다.

“작가에게 중요한 건 진정성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누구와도 닮지 않은 하태임만의 것, 이를테면 내면의 풍경을 통해 드러낼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작가의 내면에서 노랑은 빛이다. 찬란한 기억 또는 치유의 에너지이거나 아이디어의 원천으로 인식된다. 연두(yellow green)는 초여름의 싱싱함, 휴식과 정신적 평화를 상징한다. 하양(white)은 역사적으로는 천상의 순결함을 의미하지만 슬픔과 고독한 색으로 읽을 때도 있다.

“사람들은 제 그림이 밝고 행복해 보인다고 말해요. 그런데 제가 되게 우울하거든요.(웃음) 진짜 우울해요. 그럴 때 색을 보면서 위로받는 것 같아요. 다른 분들도 색을 보면서 힘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빛은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나는 이치를 우리는 자주 망각하는 건 아닌지. 그리고 저 한 작품을 꽃피우기 위해 작가는 얼마나 많은 자기와의 싸움을 반복했을지…. 


<행복>과 프린트 베이커리와 함께하는 캠페인
내 생애 첫 번째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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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미술 작품으로 표지를 꾸며온 <행복이가득한집>은 국내 대표 미술품 경매사 서울옥션의 브랜드 ‘프린트 베이커리’와 함께 ‘내 생애 첫 번째 컬렉션’ 캠페인을 2013년 한 해 동안 진행합니다. 작가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압축 아크릴 프린트 작품을 99개 한정수량만 제작, 판매하는 프린트 베이커리의 작품은 소장과 수집 가치라는 측면에서도 손색이 없습니다. 강영민, 반미령, 박항률, 정일, 정창기, 하태임, 홍지연 씨 등 유명 작가를 비롯해 주목할 만한 신진 작가의 작품을 함께 소개하며, 매달 새로운 작품을 더합니다. 문의 프린트 베이커리(www.printbakery.net 02-2075-4334)

구입하신 분들 중 한 분을 추첨해 하태임 작가의 ‘Un Passage’ (45.5x45.5cm, 캔버스에 아크릴, 2012) 원화 한 점(2백만 원 상당)을 선물로 드립니다.


 

 

글 소호 | 사진 김동오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