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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샤워 파티 축복받은 날을 위해
8개월, 9개월… 출산일이 가까워질수록 예비 엄마의 마음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차 오른다. 10개월 만에 만날 아기 생각을 하면 설렘이 크지만 정작 아기를 돌볼 생각을 하면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출산을 앞두고 이런 기분에 휩싸여 있는 이들에게 축하와 함께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멋진 파티를 계획해보자.
photo01 “그녀의 배 위에 귀를 대고 누우면 맑은 물 흐르는 소리가 난다. 작은 숨소리 사이로 흐르는 고요한 움직임이 들린다. 따뜻한 실핏줄마다 그것들은 찰랑거린다. 때로 갈비뼈 안에서 멈추고 오랫동안 둔중한 울림이 되어 맴돌다가 다시 실핏줄 속으로 떨며 스며든다. 이 소리들이 흘러가는 곳 어딘가에 새근새근 숨쉬며 자라는 한 아이가 숨어 있을 것 같다.” - 김기택 〈태아의 잠 I〉 중에서.
출산을 한 후에야 비로소 여자로 완성된다는 말이 있다. 여기에 100% 동감할 수는 없다 해도 여자에게 아기를 갖는 경험은 잊지 못할 순간임에 틀림없다. 남자들 술자리에서 군대 이야기가 빠지지 않듯 주부들이 모여 수다를 떨다 보면 출산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군생활과 또 비교해보자면 병장 말년, 제대를 목전에 두었을 때 시간이 가장 더디게 가고 지루한 반면, 임산부는 출산을 한두 달 앞두고 있을 때 가장 조바심이 일게 된다. 아들일지 딸일지, 누구를 닮았을지, 코는 오뚝할지,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 더불어 초보 엄마로서 아이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 출산 용품으로는 어떤 것을 마련해야 할지 등 설렘과 함께 걱정도 많아지게 마련이다. 출산을 한 달여 앞둔 박민영 씨도 예외는 아니다. 바쁜 직장 생활 때문에 아직 출산 용품도 제대로 준비해놓지 못한 그녀를 위해 코스메틱 회사 겔랑의 동료들이 ‘베이비 샤워baby shower 파티’(샤워는 선물 세례를 한다는 의미)를 마련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베이비 샤워는 예비 엄마와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한 파티로 임산부의 가장 친한 친구가 주축이 되어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때 아기나 임산부에게 필요한 물건을 예쁘게 포장해 선물할 뿐만 아니라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들이 출산과 양육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
 
photo01 어디에서 파티를 할까? 홍보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인애 씨는 4년 전 미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베이비 샤워 파티를 처음 알게 되었다. 남편이 곁에 있긴 했지만 가족과 떨어져 낯선 나라에서 임신 기간을 보내기란 쉽지 않았다. 출산이 다가오면서 왠지 모르게 겁도 나고 말이다. 그때 이웃에 살던 친구가 그녀를 위해 베이비 샤워 파티를 열어주었던 것. 덕분에 많은 위로를 받았던 그녀가 이번에는 회사 동료인 박민영 씨에게 축하 파티를 열어주고자 계획을 세웠다. 미국의 경우 임산부의 집을 파티 장소로 하거나, 자신의 집으로 임산부를 초대해 깜짝 파티를 열어주는 게 보통이다. 단, 임산부의 집에서 할 경우에는 부담을 주지 않도록 포틀럭 파티potluck party로 하거나 케이터링catering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회사를 다니다 보니 집에서 파티를 준비하기가 쉽지 않았던 김인애 씨는 적당한 카페나 레스토랑을 물색해보았다. 하지만 공간 전체를 대여하기도 곤란하고 몸이 무거운 임산부가 의자에 오랫동안 앉아 있어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그때 그녀의 머릿속에 섬광처럼 떠오른 곳은 호텔이었다. 객실을 예약하면 집에서처럼 편한 자세로 자유롭게 수다를 떨 수 있지 않겠는가. 때마침 호텔 리츠칼튼 서울에서는 ‘베이비 샤워 파티’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었다.
 
 
1. 박민영 씨를 위해 파티를 연 겔랑의 동료들. 왼쪽부터 이경아 차장, 박민영 씨, 이시정 대리, 김인애 대리, 백재민 씨.
2. 상단 왼쪽,오른쪽 호텔 리츠칼튼 서울에서 준비한 음식. 하단 초대장과 선물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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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초대할까? 베이비 샤워 파티는 출산을 축하해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녀를 둔 사람이 경험담을 들려주며 조언을 해주고 정보를 주는 것이 목적이므로 기혼자, 특히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이 빠져서는 안 될 일이다. 연년생 딸을 둔 이경아 차장, 세 살 난 딸이 있는 이시정 대리, 임신 9주째로 접어든 백재민 씨 등 공교롭게도 회사 동료들 대부분이 기혼자이다. 파티가 시작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임신했을 때 있었던 에피소드, 아이를 키우면서 겪었던 달고 쓴 이야기 등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아기 용품 숍에서 권하는 갖가지 출산 용품을 모두 살 필요는 없다, 꾸준히 배에 로션을 발라주어야 나중에 피부가 상하지 않는다, 아기가 이유 없이 울 때는 기저귀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칭얼댄다고 우유병을 물린 채 잠을 재우면 유치가 쉽게 썩는다…. 예비 엄마는 이렇게 파티에서 주고받은 얘기를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선물은 무엇으로 할까? 파티에는 작은 선물을 가지고 가는 것이 예의다. 미국에서는 자신의 아기가 사용하던 물건을 가지고 가기도 하고, 임산부가 만든 선물 리스트를 보고 필요한 것을 구입해 가기도 한다. 드러내놓고 요구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경한 일이지만, 미국인들은 파티 초대장과 필요한 아기 용품을 적은 리스트를 함께 보낸다(요즘에는 인터넷을 통해서 리스트를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 우유병과 같은 작은 것에서부터 필요한 모든 용품이 기록되어 있으므로 임산부와의 친분 정도에 따라 자신에게 적당한 것을 체크해서 보내주면 된다. 리스트에는 브랜드와 색상은 물론 가격까지 자세히 적혀 있다. 여자 아이는 핑크, 남자 아이는 블루라는 기준에 따라 임의로 구입해서 선물하는 것보다 훨씬 실용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딸을 가진 엄마라고 해서 핑크색만 갖고 싶어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photo01 공간은 어떻게 꾸밀까? 태어날 아기와 임산부를 위한 파티이므로 귀엽고 아기자기하게 꾸민다. 블루, 핑크, 화이트, 옐로 등 아기방이 연상되듯 포근하게 꾸미는 것이 포인트. 호텔 리츠칼튼 서울의 플라워숍 윤미숙 실장은 진주로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는 꽃 장식을 만들고 축제 분위기를 내기 위해 하얀 풍선으로 천장을 가득 메웠다. 집에서 준비하는 경우 파티 용품 숍에서 구입하거나 대행업체에 의뢰하면 된다. 요리를 맡은 총주방장 레모 베르두 씨는 푸딩, 베이컨스틱말이, 샐러드 등 이야기를 나누면서 먹기 좋은 음식 위주로 뷔페식 테이블을 차렸다.

베이비 샤워 파티는 ‘파티 없는 삶이란 있을 수 없다’고 여기는 듯 일상적으로 크고 작은 모임을 즐기는 미국인들의 성향과 그들의 실용적인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원래 베이비 샤워 파티는 2세 탄생을 축하하는 것을 겸해 신혼부부에게 경제적인 부담감을 덜어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출산 준비를 하다 보면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출산 축하 선물로 무엇을 사면 좋을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반면 받는 사람들은 이미 충분히 있거나 필요 없는 것을 선물로 받게 되어 교환을 하는 경우도 생긴다. 교환이나 환불이 여의치 않아 굳이 사지 않아도 될 물건을 추가 부담까지 하면서 사게 된다면 받은 선물이 오히려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베이비 샤워 파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일이다. 출산을 앞두고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기분 좋고 유쾌한 파티도 열어주고 실질적으로 필요한 선물을 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주위에 출산을 한 달쯤 앞둔 친구가 있다면 몰래 깜짝 베이비 샤워 파티를 마련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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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통 관심사가 있어서인지 파티 분위기는 무척 화기애애했다.
2. 아이를 셋 낳을 계획인 박민영 씨는 침대, 카시트, 유모차 등은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견고한 제품으로 선택했다.
 
정지현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5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