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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한 살림에 꼭 필요한 냉동고 신선할 때 얼려라!
맞벌이 주부 장승혜 씨는 작년 가을에 7칸 서랍식 냉동고를 장만했다. 주방 가전 시장을 한동안 뜨겁게 달궈놓았던 좌청룡(양문형 냉장고) 우백호(김치 냉장고)가 이미 있으니 언뜻 부족함은 없어 보이는데 말이다. “큰 냉장고의 냉동 칸도 늘 포화 상태였죠. 요즘 냉동고는 서랍식이라 정리도 쉽고, 무엇보다 살림하기 편해졌으니… 기특하죠.”
1939년 제너럴 일렉트릭(GE)에서 오늘과 같은 형태의 냉장고를 처음 개발한 이래 20세기 부엌은 냉장 문화를 빼고 설명할 수 없다. 그런데 이제 냉동고가 그 자리를 차지해가고 있다. 유럽의 한 가전 브랜드는 냉동고만 1백 가지 이상 선보일 만큼 서구에서 냉동고는 보편화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국산 냉동고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단계지만, 하나 장만하면 쓸모가 많다는 주부들의 입소문을 타고 최근 4년간 수입 냉동고의 매출이 꾸준히 증가했다.
 

한 번에 먹지 못하는 음식, 냉동고에 차곡차곡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구매 패턴이 달라졌다. 일주일에 서너 번 장 보는 주부는 줄고 대형 할인점에서 주말 쇼핑을 하는 가정이 증가하는 추세다. 식재료를 사 들고 돌아오면 냉장실과 냉동실을 정리해 일주일치 식량의 저장 공간을 확보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홈쇼핑을 이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저렴한 가격과 편의성이 매력적이지만 대하 1백 마리에 홍새우 50마리가 덤으로 얹혀져 오는 판매 단위가 문제다. 일주일 이내에 먹을 분량만 냉장실에 남겨놓고 나머지는 냉동실에 넣어둔다. 또 핵가족 시대이다 보니, 소량 포장된 제품을 구입해도 한 번에 다 먹지 못하고 남기기 마련이다. 유통기한이 지나 변질되거나 시들어서 버려지는 음식이 많다. 명절 같은 특별한 때 갈비나 우족 세트, 또는 굴비 한 두름이 선물로 들어오면 더 난감하다. 실제로 자녀가 한두 명인 가족은 김치 냉장고보다는 아담한 냉동고가 더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오래 얼려도 영양과 신선도가 그대로

맛과 영양을 까다롭게 챙기는 주부들은 ‘냉동 식품’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보이기도 한다. 냉동으로 유통되는 즉석 식품을 연상하거나 냉동실에 보관했던 음식이 건조해지거나 질감이 크게 떨어져 실망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려서다. 하지만 냉동고에 식품을 보관하면 질감과 영양소 파괴가 덜하다. 기존 냉장고의 냉동 칸보다 더 낮은 온도로 빠르게 냉각시키기 때문이다. 한국식품개발연구소에서는 냉동 만두를 각각 다른 온도에서 6개월간 저장하면서 주요 성분의 변화를 조사했다. 0℃에서는 1개월 이후부터, 영하 5℃부터는 3개월 이후, 그리고 영하 10℃에서는 5개월 이후부터 영양소 파괴와 미생물 변화가 빠르게 진행됐으나 영하 20℃ 이하에서는 저장 6개월 뒤에도 초기 상태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현재 시판되는 냉동고는 영하 32℃까지 온도를 낮출 수 있어 사다 놓고 요리할 시기를 놓치거나 깜빡 잊어버린 고기나 야채를 오래 보관해도 안심이다. 심지어 미국에는 웨딩 케이크의 맨 위층을 냉동실에 넣어두고 결혼 1주년이 되는 날 부부가 함께 나누어 먹는 풍습이 있다. 냉동실에서 꺼냈을 때 여전히 신선하면 좋은 징조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말하는 ‘결혼 기념일 케이크 냉동하는 비법’을 소개하면 이렇다. ① 케이크를 쟁반에 놓고 1~2시간 얼려 크림이 딱딱해지도록 만든다. ② 꺼내서 랩이나 비닐로 두세 번 감싼 뒤 상자에 넣는다. 상자를 다시 비닐봉투에 넣어 얼린다. ③ 기념일 하루나 이틀 전에 꺼내서 냉장고에 넣고, 먹기 한두 시간 전 실온에 두면 1년 전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
 

냉동고에서 찾는 제철의 맛

하우스 재배를 많이 하는 요즘에는 ‘제철 음식’의 의미가 퇴색되긴 했지만, 맛이나 가격에서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제철을 맞아 당도가 높고 저렴한 봄철 딸기도 넉넉히 장만해 냉동해두면 어느 때고 시원한 스무디를 즐길 수 있다. 홍시를 얼려두면 차고 몰캉한 여름철 별미가 된다. 이렇게 제철 과일이나 야채를 얼려두면 인공 착색제 또는 방부제가 들어 있을까 염려되는 통조림이나 수입 야채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근처에서 텃밭을 일구는 시부모님이 무공해 콩이며 야채를 자주 갖다 주신다는 한 주부는 지퍼백에 담으면 여러 개 분량이 되는 제철 식품을 어떻게 하면 신선하게 오래 보관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끝에 2년 전 냉동고를 구입했다. “갓 수확한 여름 완두콩을 냉동실에 두면 보통 서너 달 후 쪼글쪼글하게 변해 맛이 떨어졌어요. 그런데 냉동고에 보관하니 6개월이 지나도 부드럽고 촉촉하더라고요. 저희 집에서는 겨울철 별미로 완두콩 밥을 지어 먹지요.” 냉동한 식품은 수분을 그대로 함유할수록, 식품 속 얼음 결정이 미세할수록 맛이 좋다.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을 냉장고의 냉동 칸에 오래 얼려두면 표면에 구멍이 뚫리고 서걱거린다. 기존 냉장고는 팬이 돌며 냉동실과 냉장실에 찬바람을 일으키는 방식이라 식품이 건조해지기 때문이다. 반면 직냉식 냉동고는 냉판이 각 칸을 냉각시키므로 식품의 수분이 날아가지 않는다.
 
 

‘꼭꼭 숨겨라’ 위생적인 수납 공간

냉동고는 식품을 깔끔하게 수납하는 공간으로도 이용된다. 시래기나 나물, 마른 고추 등은 다용도실에 늘어놓으면 보기 좋지 않으니 냉동고에 보관한다. 소금으로 이미 가공한 젓갈도 실온에 두면 쾨쾨한 냄새가 주변에 배기 때문에 한 번 김치 담글 때 쓸 분량만큼 지퍼백에 나누어 냉동하는 가정도 많다. 단독 주택의 경우 뒤꼍이 서늘해 고춧가루를 놓아두어도 문제없지만 아파트 다용도실은 통풍이 잘되지 않아 마른 고춧가루도 실온에 보관하기 불안하므로 냉동하도록 한다. 또 요즘은 겨울이 따뜻해서 말린 마늘도 1월 즈음이면 싹이 나버린다. 그래서 꽃샘추위가 시작되기 전에 껍질을 벗겨서 찧은 뒤 냉동고에 보관하는 게 좋다.
 
photo01 냉동고에 보관하면 든든한 음식
김혜경 씨와 서울 지역 주부들의 조언을 참고해 냉동고에 저장하면 좋은 식품을 정리해보았다. 냉동에 앞서 몇 가지 유의할 점. 식품을 얼리면 실온에 두었을 때와 같은 숙성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야채나 과일, 김치의 경우 제대로 익은 뒤에 냉동한다. 물론 신선한 식품을 얼려야 녹였을 때 더 맛있다. 따라서 4~5일 이내에 먹지 못할 음식이라면 미리 계획하여 구입 직후 냉동고에 넣어두면 신선도를 잃지 않는다. 또 얼린 상태로 자르기가 어려우므로 한 번 먹을 분량으로 나누어 담는다. 요즘 플라스틱 반찬 용기는 영하 20℃에서도 사용 가능하므로 활용하기에 좋다. 단 뚜껑을 덮은 채로 냉동할 경우 수분이 많은 식품은 얼면 부피가 늘어나므로 용기의 2/3만 채울 것. 육류와 생선은 얼면 구분하기 어려우므로 잊지 말고 종류와 보관 날짜를 겉봉에 기록할 것. 생선 및 어패류는 한 번 씻어서 물기를 살짝 제거해 냉동한다. 우거지 등 각종 나물은 소금을 약간 넣고 데쳐서 물기를 꼭 짠 뒤 얼린다. 가족이 좋아하는 정도로 알맞게 익은 김치를 냉동하면 나중에 그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 제철에 난 콩은 씻지 말고 냉동한다. 양념으로 쓰이는 다진 마늘, 생강, 송송 썬 파, 고기를 부드럽게 하는 간 키위나 배 등은 바쁠 때 특히 유용하다. 다지거나 갈아놓은 식품은 지퍼백에 얇게 펼쳐 담아 필요할 때 칼로 잘라 쓴다. 과일은 바나나, 딸기, 홍시 등이 냉동하기에 알맞다. 제철을 맞은 딸기는 씻어서 꼭지를 제거한 뒤 팩에 담고 홍시는 한 개씩 랩으로 싸 얼려두면 한여름 생과일 주스로 즐길 수 있다. 딸기를 담아 파는 일회용 팩을 버리지 말고 손질한 딸기를 도로 담아 냉동하면 모양도 유지되고 편리하다. 맛이 떨어지기 직전의 신선한 빵은 냉동했다가 토스터기나 오븐에 살짝 데우면 그날 구운 듯 맛있다. 케이크와 파이도 조각을 내어 상자째 넣거나 한 조각씩 포장해 얼린다. 특히 작은 온도 차이로도 맛이 달라지는 치즈 케이크는 냉동이 가장 좋은 보관법이다. 은 작은 크기로 잘라서 냉동하면 꺼낸 지 10분 뒤 먹기 좋게 녹는다. 각종 커틀릿이나 양념한 불고기와 같은 반조리 식품이나 생선 조림, 카레, 갈비찜, 미트볼, 부침개 등 완전히 조리한 식품도 급할 때 활용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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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01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냉동고 제안
직냉식 냉동고는 음식의 수분을 지켜주지만 냉장고의 냉동칸인 간냉식에 비해 성에가 많이 낀다. 하지만 1년에 한두 번 냉동고를 잠시 비운 뒤 위에서 물을 뿌리면 성에가 녹으며 밑바닥에 파인 홈으로 물이 빠진다. 에너지 효율은 직냉식이 간냉식 냉동고보다 높기 때문에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 현재 냉동고 시장의 대부분은 수입 제품이 차지하며 제품 기능의 차이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다만 OEM 방식으로 제작한 것인지의 여부와 냉동고 용량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다. 5인 이상 가족, 집에서 밥을 해 먹는 빈도가 높은 가정 리페르 8단 냉동고는 용량이 크지만 옆면 너비가 크지 않아 싱크대보다 앞으로 튀어나오지 않는다. 소음이 없고 문틈 고무가 2중으로 마감되어 쉽게 떨어져나가지 않으며 찬바람이 새어 나가지 않는다. 2백80만 원. 같은 폭으로 7단 제품은 2백60만 원. 문의 02-563-1131 월풀 7단 냉동고는 용량 대비 가격이 저렴하다. 바닥에 바퀴가 달려 있어 이동이 편리. 1백25만 원. 문의 02-586-1661 3~4인 가족, 주방이 크지 않은 가정 가슴 높이(145cm)의 밀레 6단 냉동고는 찬장 아래 놓아도 냉동고 위에 수납 공간이 생긴다. 각 서랍마다 냉동 보관일을 표시하는 캘린더가 있다. 1백75만 원. 문의 02-3451-9334. 아담한 나르디 3단 빌트인 냉동고는 싱크대 밑이나 하부 장에 들어가므로 좁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성에 제거 기능이 있으며 수입 제품 중 유일하게 대우전자의 전국 애프터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편리하다. 99만 원. 문의 02-576-7766 주방 인테리어를 중시하는 주부에게는 빌트인 냉동고 신축 아파트 중에는 빌트인 냉동고를 옵션으로 제안하는 곳도 많다. 건축 업체마다 지정된 빌트인 가전 회사가 있지만, 원하는 브랜드의 제품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하니 미리 잘 알아보고 주문하도록 하자. 나르디 6단 1백54만 원, 리페르 6단 2백만 원, 밀레 6단 2백32만 원.
 
 
나도연 인턴기자(doriver@design.co.kr)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5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