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지중해식 식단’이 각광받고 있다. 이탈리아와 그리스 남부 사람들이 다른 유럽 지역에 비해 심장병과 성인병 발병율이 낮고 장수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며 런던, 파리 등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에서도 지중해식 레스토랑을 발견하기가 어렵지 않다고 한다. 해산물과 과일, 견과류를 주 재료로 삼는 지중해식 식단은 대부분의 음식을 올리브오일로 조리하고 설탕을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굽거나 찌는 등 영양 손실을 최소화한다. 좋은 재료와 현명한 조리법으로 인해 비만을 방지하고 면역력을 키워주는 효과가 탁월한 것이다.
우리가 부엌에 간장, 된장을 두고 사용하는 것처럼 그리스인들은 올리브오일, 페타 치즈, 식초 또는 레몬즙으로 음식의 맛을 낸다. 그리스인들은 1인당 연간 30kg의 기름을 소비하는데 그중 올리브오일이 72%를 차지하는데, 올리브오일에는 노화 방지를 위한 필수 영양소인 비타민 E가 다량으로 들어 있다. 양과 염소 젖으로 만드는 페타 치즈는 다른 치즈에 비해 칼로리가 낮고 고소하다. “그리스 사람들도 이탈리아 사람들처럼 토마토를 즐겨 먹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항상 페타 치즈를 곁들인다는 것이지요. 토마토의 신맛이 페타 치즈의 짠맛을 덮어주고 고소한 맛을 강조하기에 둘은 궁합이 잘 맞습니다. 페타 치즈와 토마토를 한번에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그리스식 샐러드와 홍합 사가나키 등이 있습니다. 토마토에 들어있는 리코펜 성분은 노화를 일으키는 활성산소를 억제하고 동맥경화와 암을 예방합니다. 토마토를 올리브오일과 함께 먹으면 리코펜의 흡수율이 20% 이상 증가하지요”라며 이태원에 있는 그리스 음식 전문점 ‘산토리니’의 대표 최은정 씨는 설명한다. 페타 치즈는 주사위 모양으로 작게 잘라 올리브오일에 재운 상태로 판매하는데 슈퍼마켓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한남체인(02-702-3313) 치즈 전문 매장에 가면 가공하지 않아 맛과 향이 더욱 강한 제품을 살 수도 있다. 그리스 음식의 또 다른 주재료인 식초와 레몬즙은 음식의 풍미를 돋우며 염분 섭취량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음식에 레몬 즙을 넣으면 새콤한 맛이 싱거움을 감해 주기 때문이다. 또한 식초는 노화를 촉진시키는 유해산소를 제거해준다. 단, 포도식초, 사과식초 등의 과일 식초라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가정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그리스 음식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차지키, 기로스, 수블라키, 돌마데스 등 이름은 다소 낯설지만 눈으로 접하고 맛을 보고 나면 어렵지 않게 조리법을 연상할 수 있다.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그리스 메뉴는 차지키이다. 신맛이 나는 차지키는 농축된 요구르트에 레몬즙, 다진 오이와 다진 마늘을 넣어 만든 것인데 꿀을 첨가해 아침 식사 대용으로 먹거나 빵, 해산물, 고기 등을 먹을 때 곁들여도 좋다. “차지키는 소화가 잘 되는 편이라 많이 먹어도 속이 불편하지 않아요. 유산균이 풍부해 변비 치료에도 효과가 있답니다”라며 기로스(피타 빵에 고기와 채소, 차지키 소스를 넣은 것) 전문점 ‘기로스’(02-312-2246)의 대표 김부호 씨가 설명했다. 그리스 음식 중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음식은 문어 샐러드인 ‘옥타포디 스코르다토’octapodi skordato. 삶은 문어에 마늘, 올리브오일, 식초 등으로 양념하고 셀러리 같은 향채소를 넣어 그리스만의 독특한 향미를 느낄 수 있다. 새콤한 맛이 입맛을 돋우어주므로 요즘 같은 봄철에 먹으면 좋다.
메제meze란 그리스만의 독특한 식사 문화로 점심과 저녁 사이에 그리스 전통 술인 우조나 와인과 함께 간단하게 음식을 먹는 것을 의미한다. “중간을 의미하는 ‘메제’는 단순히 허기를 채우기 위한 시간이 아닌 대화를 위한 자리입니다. 대화, 술, 음식이 메제를 구성하는 요소인데 민주주의가 가장 먼저 발달한 그리스다움을 잘 보여주는 문화지요.” 캐나다 토론토에서 그리스 식당을 경영했으며 현재 그리스 레스토랑 ‘그릭조이’(02-338-2100)를 운영하는 전경무 씨는 음식을 두고 여유롭게 즐기는 그리스인들의 철학이야말로 진정한 웰빙을 실천하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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