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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 스님의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현대식 사찰 음식
이상한 일이다. 생활이 여유롭고 먹을거리가 풍부해졌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져 있으니 말이다. 요즘 식단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한국 사람은 1인당 식품 첨가물을 일년에 4kg씩이나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화학 성분이 첨가된 조미료나 오염된 식재료를 써서 만든 음식은 건강을 해치는 가장 큰 요소이다. 최근 직업별 평균 수명을 조사한 결과, 스님을 포함한 종교인이 79세로 가장 높게 나온 것은 이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불가에서는 전체식이라고 하여 모든 식재료를 버리는 것 없이 다 먹으라고 한다. 채소는 뿌리에서 잎까지, 열매는 과육과 껍질까지 먹으며, 재료를 걸러내고 남은 물까지 국이나 찌개 같은 음식을 만드는 데 이용하는 것이다. 식재료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이보다는 식품의 영양소를 빠짐없이 섭취하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도정하지 않은 현미로 지은 밥, 표고버섯 불린 물로 끓인 찌개, 나물 데친 물로 끓인 국은 영양과 향미가 훨씬 높다. 뿐만 아니라 화학 조미료 대신 다시마 가루, 들깨 가루, 송화 가루, 재피 가루, 백년초 가루 등 천연 조미료만을 이용해서 음식의 맛을 낸다. 반면 우리의 일상식은 자극성 강한 양념이 잔뜩 들어간 음식과 인스턴트 식품이 주를 이룬다. 당장 집 안에 있는 냉장고를 열어보자. 먹다 남은 치즈, 초콜릿, 콜라, 햄, 냉동 식품 등이 뒤섞여 마치 거대한 음식물 쓰레기통처럼 보이지 않는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화두인 21세기, 사찰 요리의 지혜를 생활 속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photo01 조계종 총무원실에서 내빈객의 오찬과 행사 준비 책임을 맡았던 홍승 스님은 불교TV의 ‘홍승 스님의 사찰 음식’, 푸드 채널의 ‘풍경이 있는 요리’ 등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인생에서 음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라고 합니다. 건강 유지에 필요한 영양은 물론 좋은 음식을 먹으면서 느끼는 즐거움 또한 적지 않지요. 미식가들을 보고 별난 취미를 가졌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삶을 살아가는 유형은 다양한데, 그것은 그들 방식의 삶의 태도랄 수 있으니까요.”
음식을 통한 포교를 하고 있는 홍승 스님은 사람들에게 사찰 음식의 좋은 점을 더 많이 알리고, 일상 생활에서 자주 즐겨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개발,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평소 새로운 음식을 먹을 때마다 맛을 유심히 보고, 그 음식에서 힌트를 얻어 사찰 음식에 응용해보면서 메뉴를 개발한다. ‘표고버섯 배추쌈’은 아삭아삭한 배추의 질감과 몰캉한 표고의 질감이 입 안에서 어울리는 느낌이 독특한 음식. 이때 사용하는 배추는 작고 여린 것을 선택하고 야들야들한 속잎만 사용해야 제 맛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단호박 견과조림’은 어린이들의 밥 반찬으로 특히 좋은 음식이다. 뇌의 발육을 도와주는 호두와 밤 같은 견과류를 재료로 맵지 않고 달콤한 맛이 나기 때문이다. ‘연근 파인애플 탕수’는 남녀노소가 모두 좋아하는 음식으로 간식으로 먹기에도 손색이 없다. 연근 간 것과 파인애플 다진 것을 함께 뭉쳐 만든 완자는 찹쌀떡처럼 쫄깃쫄깃한 맛을 내는데, 여기에 달콤한 맛의 소스가 어우러져 식욕을 돋워 준다. 입맛을 잃기 쉬운 봄철에 가족을 위해 만들어볼 만하다. 이 외에 아이를 위한 간식으로 ‘감자 피자’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밀가루 대신 감자를 갈아서 만든 감자전 위에 버섯과 각종 야채, 피자치즈를 올리고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려주면 완성된다. 버섯들깨탕은 입 안이 까끌한 이른 아침 식사 대용으로 좋다. 들깨가루가 들어가서 많이 먹지 않아도 든든한 느낌을 준다.
햇살 좋은 봄철, 피크닉을 갈 예정이라면 두부냉이김밥을 준비해 가보면 어떨까? 봄의 향내를 전해주는 냉이와 짭짤한 양념이 밴 두부가 들어가 일반적인 김밥과는 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다. 냉이는 제대로 데쳐야 향미를 즐길 수 있는데,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냉이를 넣어서 파란색이 나면 찬물을 부어준다. 그러면 누렇게 색이 변하지 않는다. 건진 후에는 미리 받아놓은 찬물에서 헹구는데, 너무 꼭 짜면 고유의 맛이 없어지므로 물기를 살짝 거둬주는 것이 좋다. 요즘 같은 5월, 사찰에서는 아삭아삭한 맛이 나는 상추대를 즐겨먹는데 이것으로 물김치를 담그거나 살짝 두들겨서 전으로 부쳐먹으면 쌉쌀한 맛이 일품이라고 .
 
photo01 홍승 스님이 알려주는 요리 비법
1무생채에 오이를 곁들이는 경우가 있는데, 오이는 무에 있는 비타민 C를 파괴하는 성분이 있으므로 넣지 않는 것이 좋다.
2 더덕을 타지 않게 구우려면 양념장을 바르기 전에 초벌로 식용유에 살짝 구운 다음 양념을 발라 재빨리 구워내면 좋다.
3 도라지를 소금으로 문질러 씻으면 쓴맛이 나지 않는다.
4 연근을 삶을 때 식초를 넣으면 갈변하지 않는다.
5 차茶는 오래되면 향미가 떨어지고 떫은 맛이 강해진다. 이 때에는 찬물에 1~2시간 정도 담가두었다가 체로 쳐서 물기를 뺀 다음 사용하면 된다.
6 다싯물을 만들 때 소주나 청주를 2큰술 넣으면 다시마 특유의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7 시래기 등의 말린 나물은 쌀뜨물에 담갔다가 그 물(뜨물)에 삶으면 부드러워진다.
8 녹두적을 부칠 때에는 국자로 떠놓은 상태에서 가볍게 펴주기만 하고 그대로 구워야 맛있다. 구울 때 뒤집개로 꾹 누른다거나 하면 풍미가 떨어진다.
9 우엉은 섬유질 식품이므로 결대로 썰어서 졸이면 질겨질 수 있다. 이 때에는 어슷썰기를 해서 뜨거운 물에 한 번 데친 후 조리하면 부드럽게 만들 수 있다.
 
 
정지현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5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