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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날려보내줄 디자인 이야기 시원한 유리잔은 따로 있다?
시원한 맥주 한 잔, 얼음 가득 넣은 찬물 한 잔이 그리운 때다. 보기만 해도 청량감이 느껴지는 유리잔을 모았다. 시원한 맛을 최대화하기 위해 만든 전략적 디자인 제품이다. 무명씨의 디자인부터 세계 최고 디자이너의 작품까지. 어떤 유리잔은 5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것도 있다.

1텀블러
서머 글라스의 최강자를 꼽으면 바로 이 컵을 들겠다. 싸고, 튼튼하고, 안전하다. 텀블러는 밑이 평평한 원통형 컵의 총칭이다. 이 컵에 커피, 주스, 심지어 서양에선 와인도 따라 마신다. 유리잔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텀블러의 원조는 1950년 프랑스 ‘듀라렉스 피카르디에Duralex Picardie 텀블러’다. 자동차에 사용하는 강화유리로 만들었다. 1960년대 텀블러의 상징이 된 후로 수많은 아류를 낳으며 세계 어디에서든 집이나 카페 등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원조는 2004년 생산을 중단했다. 이 컵은 폴리엠(www.poly-m.co.kr) 제품으로 2천 1백 원.

2 옵틱 글라스
‘레드 돗 어워드’라는 유명 디자인 상을 받은 물컵이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디자인 그룹 드록Droog에서 만들었다. 두께가 얇고 가벼워 금방이라도 깨질 듯 보이지만, 예상외로 견고하다. 드록은 1998년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피할 수 없는 장식품Inevitable Ornament’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이 컵은 이를 위해 디자인한 것. 컵이 올록볼록하여 물을 채워 넣으면 표면에 재미있는 상이 맺힌다. 컵의 오목한 부분은 마치 손잡이 같으며 그 부분을 잡았을 때의 느낌이 좋다. 세컨호텔(02-542-2229)에서 판매하며 1만 2천 원.

3 봄베이 사파이어의 카림 라시드 글라스
프리미엄 진 브랜드 봄베이 사파이어에서 만든 카림 라시드의 마티니 글라스. 가운데 삐죽 올라온 부분에는 올리브를 꽂는다. 드라이한 칵테일인 마티니를 마실 때 올리브를 곁들인다는 것을 감안한 아이디어. 올리브가 꽂혀 있지 않은 상태에서 칵테일을 부으면 밑으로 샌다. 대신 잔과 스탠드를 분리시키면 구멍이 뚫렸음에도 칵테일이 새지 않는다. 봄베이 사파이어가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함께 만든 작품으로 판매는 하지 않는다.

4 에딩거 맥주잔
독일 밀 맥주(바이스비어)의 상징 ‘에딩거Erdinger’. 맥주 전문가들은 각 맥주 브랜드의 잔과 맛이 특별한 관계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에딩거와 같은 밀 맥주의 경우, 밑은 좁고 위는 넓은 잔에 마신다. 밑이 좁은 잔은 거품층을 두껍게 하고, 널찍한 윗부분은 에딩거 맥주 특유의 과일 향(바닐라 향)을 맡는 데 도움을 준다. 잔을 비울수록 빈 공간에 향이 가득 찬다. 맥주 거품은 탄산이 공기 중으로 유출되고 산소와 접촉하는 것을 방지한다. 잔을 들 때는 좁은 부분을 잡아 손바닥의 온도가 전달됨으로써 향이 가장 잘 느껴질 수 있도록 했다. 구입할 순 없으나, 에딩거 맥주를 파는 카페나 바에서 경험할 수 있다.

5 하이네켄 맥주잔
젊은 디자이너 김해란 씨는 전시회를 위해 병을 이용해 잔을 만드는 실험을 했다. 그리고 하이네켄 맥주병에서 재미난 답을 찾았다. 시중에서 구입할 수 없지만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판매하는 하이네켄 맥주 큰 병(640ml)을 자르고, 여기에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하이네켄 맥주 작은 병(330ml)을 붓자 정확히 한 잔이 채워졌다. 하이네켄 전용 맥주잔이라 할 만하다. 유리의 단면 처리도 매끄럽고, 하이네켄의 상징인 녹색 병과 빨간 별이 꽤 매력적이다. 디자이너는 이 잔을 만들기 위해 주말이면 바를 하나 빌려, 맥주를 네 박스 쌓아놓고 파티를 벌이기로 했다. 이런 과정에 직접 판매까지 해보는 재미가 있어 도전한 것이다. 세컨호텔에서 1만 2천 원에 판매.

6 500cc 맥주 머그잔
보기만 해도 연상되는 그림이 있지 않은가? 잔을 얼리고 그 안에 거품이 살짝 넘치도록 부은 생맥주. 모양과 크기에는 약간 차이가 있지만, 손잡이가 차가운 맥주에 체온이 닿지 않도록 디자인한 것은 공통적이다. 일반 맥주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 바로 이 머그잔에 따라 마시는 것이라고 한다. 이 외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한다(밀 맥주를 제외하고). 두꺼운 유리로 만들어 무게가 좀 나간다는 것이 흠이지만, 그만큼 튼튼하다는 이야기도 된다. 맥주잔의 고전이자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무명씨의 디자인이다. 대형 할인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다.

7 코카콜라 컵
얼마 전 맥도날드와 코카콜라가 함께한 프로모션으로 한국에 첫선을 보였던 컵이다. 이 컵을 만든 프랑스 루미낙Luminarc사는 오래전부터 코카콜라를 소재로 다양한 유리잔을 만들고 있다. 코카콜라 병과 캔 모양을 그대로 빼닮은 컵에 로고를 넣어 만든 투명·투명녹색·빨강 유리컵 등이 있다. 때때로 코카콜라 병을 그래픽 요소로 넣기도 한다. 이 컵은 코카콜라 병의 풍만한 실루엣을 따른 것으로 가볍고 손에 잡히는 느낌이 좋다. 또한 병에 드러나는 색상이 시각적으로 청량감을 더해준다.

8 퐁폰 글라스
프랑스 역사상 가장 찬란했던 루이 14세 시대의 외교관 퐁폰Pomponne 후작의 남다른 샴페인 사랑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이다. 샴페인을 너무 좋아한 그는 플루트(샴페인 잔)를 리본으로 묶어 목에 걸고 다니며 시도 때도 없이 샴페인을 마셨다고 한다. 모엣&샹동은 이 플루트를 재현하며 리본이 묶였던 자리를 불투명하게 그려 넣고 받침을 잘라 ‘퐁폰 글라스’를 탄생시켰다. 대신 받침 역할을 하는 스탠드를 만들었다. 커플이 함께하면 더욱 좋은 디자인이다.

9 봄베이 사파이어의 에바 제이셀 글라스
카림 라시드의 글라스와 마찬가지로 봄베이 사파이어의 디자이너 글라스 캠페인의 일환으로 만들었다. 에바 제이셀Eva Zeisel은 1906년 헝가리에서 태어난 세라믹 디자이너로 유럽과 북미 지역에 많은 컬렉터를 거느리고 있다. ‘잘빠진 몸매’에 비유되며 잔의 중앙에 꽃을 표현해놓아 칵테일을 담으면 마치 연못에 백합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동시에 칵테일을 따라야 하는 적정 높이를 안내해준다. 볼륨 있는 받침은 잔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노장 디자이너가 꿈꾸는 우아하게 칵테일 마시는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다. 여기 봄베이 사파이어를 상징하는 블루 컬러의 칵테일을 담으면 최고!

김명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