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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원, 정숙은 씨 부부의 온실 예찬 돌봐야 할 것이 많아서 더 좋다
이유원·정숙은 씨 부부에게는 침실, 거실 말고도 방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온실이다. 만약 이곳에 온실 말고 다른 이름을 붙인다면 휴게실, 다실 정도가 될 듯하다. 식물을 잘 키워보려고 만든 곳에서 오히려 평온을 얻는다. 실내 온도도 마음도 모두 따뜻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7년 전만 해도 이유원 씨는 분당의 평범한 아파트에 살았다. 그의 직업은 환경공학 분야의 교수다. 쳇바퀴 돌 듯 바쁘게 살아가는 직장인에 비할 것은 아니겠지만 아파트에 살 때는 지금처럼 마음이 넉넉하지 못했다. 주변 모두가 분주하니 으레 그런 줄로 알고, 무엇을 좇는지도 알지 못한 채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런 그가 경기도 광주의 한적한 동네로 이사 와 온실을 가꾸며 산다. 이곳 역시 분주하기는 마찬가지지만 공기도 좋고 물도 좋은 곳에서 파릇파릇한 식물과 함께하니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생활이 즐겁다.

이유원·정숙은 씨 부부가 사는 집은 2층 단독주택. 집의 실내 한가운데 온실을 만들어 집 안 어디에서도 이곳을 통할 수 있게 했다. 한겨울에도 온실에 앉아 차도 마시고 작은 들꽃도 심는 남편과 아이들의 모습을 부엌에서도 지켜볼 수 있어, 정숙은 씨에게도 더없이 좋은 구조다. 가족들의 거실 출입이 뜸한 대신, 싱그러운 식물 냄새 가득한 온실이 온 가족의 새로운 휴식 공간이 되었다. “식물을 키우고 싶어 온실을 만들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니 오히려 식물이 내 가족과 나를 돌봐주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딜 가나 이놈들 생각에 집에 빨리 돌아오곤 하지요.” 온실에 얼마나 많은 애착을 갖고 있는지 짐작이 가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온전히 이유원 씨 손으로 만들었다. 책상에만 앉아 있던 사람이 무슨 손재주가 있었을까 싶지만 사실 온실은 그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다.

“사실은 오래전부터 시골에 식물 농원을 가꾸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아내에게 전라도로 내려가 커다란 온실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한 적도 있었죠. 물론 그렇게 되지는 못했지만…. 그때가 겨울쯤이었는데 모든 풀이 다 말라버려 보기 싫었던 중정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래서 뚝딱뚝딱 만든 것이 지금 앉아 계시는 온실이에요.”

1 온실을 만들어 대화가 많아졌다는 이유원·정숙은 씨 부부. 온실에는 키 큰 대나무와 각종 꽃을 심은 화단을 만들고 곳곳에 화분 식물을 배치했다.
2 봄에 화분에 모종을 심고 서리 내리기 전에 실내에 옮겨 놓으면 겨울 내내 꽃을 피우는 임파첸스와 제라늄. 3 온실에 연못을 만들면 습도 조절에 도움이 된다.
4 2층으로 가는 계단. 다양한 컬러의 유기농 패브릭이 벽을 따라 걸려 있다.

이유원 씨의 2층 주택은 ‘ㄷ’ 자 형태로 되어 있어 중앙에 열두 평 남짓한 중정이 생긴다. 쉽게 말하면 중정을 막아 온실을 꾸민 경우. 이렇게 건물 일부분이나 전체를 유리나 합성수지로 씌워 온실을 만든 온실 겸용 주거 공간을 ‘선룸’이라고 한다. 먼저 천장은 2층 지붕에서 아래층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뼈대를 세우고, 그 위에 경사 지붕을 씌우는 구조를 선택했다. 지붕에 경사를 만들면 폭설이나 장마로 인한 피해를 방지할 뿐 아니라 난방 공간을 좁혀줘 에너지 효율도 높아진다. 천장 뼈대는 자연친화적인 느낌이 나도록 목재를 쓰고, 지붕은 폴리카보네이트를 사용했다. 폴리카보네이트는 유리에 비해 1/2 정도 가볍고 1백50배 강한 소재로 열효율이 높아 수족관이나 식물원의 마감재로 자주 쓰이는 소재. 온실 설계도면은 이유원 씨가 직접 모눈종이에 쓱쓱 연필로 그려 치수를 정하고, 자재 선정부터 자재 소요량까지 모든 것을 산출했다. 공사는 동네 주민들의 도움으로 3일 만에 마쳤다.

온실 겸용 주거 공간 선룸을 만들려면?
선룸이란 식물 재배를 목적으로 인공적인 생육 환경을 만들어준 것이 온실이라면 선룸은 온실과 더불어 주거·오피스 등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어떻게 만들 수 있나 비교적 공간 크기에 구애를 받지 않기 때문에 아파트 베란다나 단독주택의 중정 혹은 옥상 등에 선룸을 만들 수 있다.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온실이나 선룸를 제작하려면 기본적으로 뼈대와 지붕이 필요한데, 뼈대는 목재를, 지붕은 폴리카보네이트를 사용하는 것이 가격 대비 효율도 좋고, 만들기도 수월하다. 서울 근교의 목조 주택 자재상과 지붕을 만들어주는 밴딩 업체에서 재료를 구입할 수 있다. 묘목은 어디서 사나 이유원 씨가 애용하는 과천 ‘주암동 꽃단지’에서 양재동 화훼 공판장보다도 15~20%까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양재동에서 과천 경마장으로 직진하다 ‘미림조경’ 앞에서 좌회전해 들어가면 그 일대가 모두 묘목이나 꽃을 키우는 비닐하우스니 쉽게 찾을 수 있다.


1오리고 코리아는 이유원·정숙은 씨 부부가 작년부터 시작한 오가닉 사업 브랜드. 2층 공간은 유기농 생활용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장으로 사용한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오가닉 침구는 컬러풀한 색깔이 특징. 겉감, 이불솜, 봉제용 실과 단추에 이르기까지 1백% 유기농으로 관리,재배한 섬유를 사용한다.
2 이불솜으로 사용되는 천연 목화.
3 오가닉 면으로 만든 목욕용 타월과 나무 족욕통.

온실을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사시사철 푸름을 보기 위함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시사철 잎이 풍성하고 키우기도 쉬운 대형 관엽식물을 기본적으로 들여놓을 필요가 있다. 수분을 많이 함유하기 때문에 습도 조절이 중요한 온실 환경에도 도움을 준다. 이유원 씨에게도 무엇부터 어떻게 손대야 할지 몰랐던 시절이 있었지만, 전원생활 7년 차가 되니 이제는 본능적으로 자연과 함께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 3월이 오면 가지치기를 시작으로 슬슬 꽃을 심고, 5월쯤에는 거름을 주어야 장마철에 식물이 건강하게 자란다. 장마가 지나가고 나면 잡초를 뽑아주고, 날씨가 쌀쌀해지는 11월경에는 씨앗을 구해놓아야 다시 3월에 꽃을 볼 수 있다. 사실 온실 관리는 몇 가지 원칙만 지키면 생각보다 간단하다. 날씨의 변화에 따라 온도와 습도를 적절하게 맞춰주면 된다. 온실 내부는 자연 채광이 좋아 보통 15~20℃ 정도를 유지하지만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난방이 필요하다. 최소 10℃ 이상은 유지되어야 하므로 밤에는 히터를 틀어 온도가 내려가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4 기저귀, 속싸개, 유아용 침구 등 다양한 베이비 용품도 판매한다. 인형은 아이가 입으로 빨아도 될 정도로 안전하다.
5 행잉 바스켓을 이용해 실내에 초록빛을 주었다.
6 유기농 곡물과 견과류로 만든 과자. 동물성 지방이 전혀 들어 있지 않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과자도 판매한다.

온실이 건조하면 잎이 넓은 관엽식물이나 풍란 석곡, 그리고 일부 양란과 같이 뿌리로 수분을 흡수하는 식물은 말라 죽기 쉽다. 이럴 때는 연못을 만드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양재동이나 과천 화훼단지에 가면 유리섬유로 만든 다양한 연못을 구할 수 있다. 연못에 물을 채우고 화분에 수련, 파피루스,부들 등을 심어놓으면 훌륭한 가습기 겸용 생태 연못이 된다. 온실이 즐거운 이유는 돌봐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이유원 씨는 이곳에 살면서 사물을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매일 냄새도 빛깔도 다른 햇살이 느껴진다고 한다. 이러한 풍요로운 감성을 키워준 것이 바로 초록색 방, 온실이다.

이들 부부가 운영하는 오리고 코리아에서는 다양한 유기농 생활용품을 판매한다. 집의 2층 공간을 전시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국제천연섬유협회 IVN의 엄격한 심사를 거친 제품들로 염료, 가공, 봉제까지 모두 유기농 재료를 사용한다.
문의 031-717-6499, www.origo.co.kr

성정아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