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연꽃마을영농조합법인 김동우 농부, CJ푸드빌 한식 총괄과 비비고ㆍ계절밥상ㆍ비비고다담 총괄 권우중 셰프.
진미眞味를 찾아 나서다
모든 관계의 시작은 관심이다. 식재료 또한 다르지 않다. 관심을 가지고 우리 식생활에 끌어들이면 표준화되고 규격화된 ‘맛’도 다양해지고, 맛의 다양화는 생명의 다양성으로 직결되어 양질의 식재료를 밥상에 골고루 올릴 수
있다. 이런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이가 바로 CJ푸드빌 한식 총괄 셰프와 비비고ㆍ계절밥상ㆍ비비고다담 총괄 셰프를 두루 맡은 권우중 셰프다.
“좋은 식재료에는 기품이 있어요. 그 기운이 사람에게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죠. 특히 일상화되지 않은 훌륭한 향토 식재료를 찾아 알리고 맛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연이 대표적입니다. 우리에게 친근한 뿌리인 연근, 아직 낯선 연꽃과 열매인 연자, 연잎까지 모든 부위를 아울러 맛과 향을 두루 즐길 수 있는 식재료니까요.” 말하자면 그에겐 요리사로서 현대인의 심신을 다스리는 처방 약 같은 식재료가 연인 것이다. 재료 본연의 맛이 아닌 자극적 음식을 즐기는 이는 아무래도 성격이 날카로울 수밖에 없을 터.
그가 짬 나는 대로 기운 좋은 식재료를 찾아 우리 땅 방방곡곡을 누비고 맛에 대해 공부하는 이유다. 3~4년 전부터 뜻이 맞는 셰프 몇몇과 한두 달에 한 번씩 다니는 식재료 여행에서 찾아낸 재료들은 그의 재산이 되어 지금도 보따리가 여럿이다. 연꽃마을의 연도 식재료 공부를 하기 위해 찾았다가 만난 것. “이곳의 연근은 맛 자체가 좋아요. 깔끔하고 모양도 매끈하죠. 요즘 한식에는 향이 없어 아쉬운데, 향으로 먹는 음식으로도 제격이에요. 뿌리채소밥, 마우엉 샐러드, 연근겉절이 등도 이곳 사모님에게 배운 거예요. 요리법이 아니라 맛을 일깨워준 스승인 셈이죠.”
혁신 농사꾼이 뚝심으로 키운 연
“20여 년 전, 대구에서 연 농사를 짓던 둘째 형의 권유로 이천에 터를 잡고 농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친환경이 뭔지 몰랐어요. 그저 제초제를 뿌리는 대신 연밭에 우렁이를 풀고, 액비를 만들어 썼을 뿐인데 그게 친환경이더군요.” 그러기를 몇 년, 지난 2001년 국내 최초 연근 무농약 인증이라는 쾌거를 이룬 연꽃마을 김동우 대표는 2년 뒤, 연근에 이어 우엉과 마 등에 대한 무농약 인증도 획득했다.
과연 흙탕물에 자라면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연 농사꾼답다. 현재는 총 일곱 명의 생산자가 뭉친 공동체로 자리 잡았는데, 연 농사만 짓는 곳이 네 농가로 무려 4만 5천 평에 달한다. “농부가 정성을 보이면 하늘이 도와 농사를 지어주지만, 연 농사는 특히 수확할 때 얼마나 잘 거둬들이느냐가 중요해요. 상처가 나면 상품 가치가 떨어지거든요.” 남한강을 품은 이천 땅은 물을 빼고 가두기가 용이한 사질토라 참진 흙에서 자란 연근과는 생김새부터 다르다.
육질이 연하고 모양이 동글동글하며 마디가 짧은 것이 특징. 수확하기도 비교적 수월하지만 일손을 덜고 연근에 상처를 내지 않기 위해 그는 직접 물을 이용하는 연근 수확기를 개발했다. 하지만 과욕은 일을 그르치는 법. 일반적으로 9월 초부터 수확하면 이듬 해 파종할 때까지 계속 캘 수 있는 연근이지만, 저장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어 생협 등 계약 재배를 하는 곳과 약속한 양만을 그날그날 수확한다. “농사는 옛 방식을 따라 정직하게 짓지만 소비자의 요구에 귀 기울이려고 노력해요. ‘안전하고 맛있게!’ 그것만 생각하지요.”
연잎영계찜
같은 식물에서 나온 재료를 하나의 음식으로 융합해 만드는 것이 제일 좋은 요리인데, 이에 제격인 식재료가 바로 연이다. 손질한 영계는 들기름과 소금으로 간해 잡내를 없애고 고소한 맛과 향을 더한다. 속에 연자 가루와 찹쌀, 녹두, 견과류 등을 넣어 찐 뒤 밤과 대추, 어린 연잎을 채 썰어 넣고 연잎으로 싸서 찜통에 1시간가량 찐다.
촬영 협조 CJ푸드빌(1577-0700), 연꽃마을영농조합법인(031-634-6242)
- CJ푸드빌 한식 권우중 총괄 셰프와 연꽃마을영농조합법인 김동우 대표 기품 있는 연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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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잎글 신민주 수석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