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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김정순
공부하는 농부의 가치 있는 포도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은 예부터 포도로 유명하다. 이곳에서도 똑소리 나는 농부로 꼽히는 이가 34년째 포도 농사만 짓는 예은농원의 김정순 씨다. 거봉만 집중적으로 재배하는 여느 농가와 달리 2003년부터 청포도·적포도·흑포도 등 삼색 포도를 재배하고 있는데, 안성에서는 처음이었으니 이 지역에서는 선구자적 인물로 통한다. 그가 재배하는 포도도 농부를 닮아 알차다. 거봉을 비롯해 안성포도로 알려진 마스캇 함브르크 그리고 경조정, 레드레해스콜, 알렉산드리아, 킹델라 등 재배 품종만도 20여 종이 넘는다. 다양한 품종의 포도로 출하 시기를 조정해 경쟁력을 키운 것. 품질이 빼어나야 함은 물론이다. 일반적으로 포도를 재배할 때는 병해충을 없애기 위해 15~20회 정도 농약을 치는데, 그는 연동 하우스와 일반 비가림 하우스에서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한약재를 퇴비로 사용한다. 제초제를 쓰지 않아 일일이 손으로 풀을 뽑는 일은 가장 고된 작업이다. 농사는 하늘이 돕고 자연환경이 따라줘야 하기에 친환경 농법으로 과수를 재배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고. 그도 최근 몇 년 새 꽃매미 등 병충해로 포도나무가 고사해 6천 평에서 4천5백 평으로 농장규모는 물론 품종도 10여 종이나 줄였다. 1억 원을 넘던 소득도 7천여 만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농사는 기본적으로 전문 지식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여전히 각종 교육기관을 찾아다니며 배운다. 7년 전부터는 도매시장에 출하하는 대신 농장 직판 체제로 변경하고 체험장도 운영하고 있다. “한순간에 배부를 수야 없지요. 농민도 늘 새로운 것을 찾아 자기 것을 개발해야 해요.” 배우고 나서야 진짜 농부가 됐다는 그는 지금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런 농부가 키웠으니 당연히 예은농원 포도는 알차고 맛은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