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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이문혁
자연에 순응한 유기 한우
축사에서 여물을 먹는 모습만 상상했는데, 지리산 자락 황매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의 비탈길에서 스무 마리 남짓한 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모두 18개월령 미만의 소들로 털에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것이 다복한 집안에서 귀하게 자란 자식 같다. 바로 옆 널찍한 축사에서는 ‘소똥’ 냄새도 안난다. 작년 11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남지원이 주관하는 ‘경남 친환경·인증 농식품 명품대회’에서 내로라하는 우수 농산물을 제치고 축산물인 한우가 최우수상인 금상을 차지해 화제가 되었는데,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을 애지중지 키우는 이는 산청자연순환농업영농회 회장 이문혁 씨. 그는 ‘유기축산’을 실천하고 ‘자연 순환’을 고민하는 속 깊은 농부다. 그가 키우는 유기 한우는 이른바 ‘동물 복지’ 혜택을 최대한 받은 소인 셈. 영농회의 축사에는 현재 97두의 소가 자라고 있지만, 이곳을 본부로 영농조합의 1백51개농가 중 27개 농가에서 5백50두의 소를 유기 축산으로 키운다. 유기 축산을 하려면 소 한 마리당 7.1㎡(약 2평 반)의 축사와 그 두 배에 해당하는 운동장을 확보해야 하며, 무엇보다 먹이로 유기 사료를 주는 것이 기본이다.
”차황면은 350헥타르가 친환경 농업지구로, 1990년대 초반부터 ‘메뚜기쌀’로 유명한 친환경 벼농사를 시작한 곳입니다. 유기 부산물을 활용하고 벼농사에 사용하는 유기질 퇴비도 직접 만들어 쓰기 위해 2002년부터 축산을 시작했고, 2006년 유기 축산 인증을 받았지요.”
소는 곡물 사료와 풀 사료를 함께 먹여야 하는데, 100% 지역에서 생산한 볏짚을 기반으로 한 유기 축산 덕분에 ‘산청 유기 한우’가 육질, 조직감, 마블링은 물론 맛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것. 서울 현대백화점(삼성점, 압구정점, 목동점)과 농협중앙회 양재점에서 구입할 수 있지만 그에게도 판로는 고민거리다. 내년 5월에는 가공식품 공장도 운영할 계획이라니 산청 유기 한우의 뼈로 우린 곰탕, 뒷다리살로 만든 햄을 만날 날도 머지않았다. 식생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자부심으로 웰빙 다음 단계를 미리 준비하는 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