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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코 아이디어 마미체를 활용하는 특별한 방법 12
맛있는 떡이나 국수, 빵을 만들 때 꼭 필요한 도구, 체. 플라스틱과 스틸 체에 밀려 언젠가부터 종적을 감췄지만,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체의 모습은 나무로 만든 틀에 망이 덮여 있다. 21세기에 부활한 한국의 마미馬尾 체는 모던한 체크 패턴과 옻칠로 한결 세련된 외관이다. 가루를 치는 체 본연의 역할은 물론 집 안의 데커레이션 소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생활 속에서 전통 체의 멋과 기능을 향유할 수 있는 12가지 아이디어.


주방의 팔방미인, 마미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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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연구가 노영희 씨의 체에 담은 여름 요리

여름 별미 만두인 규아상과 국수를 마미체에 담아냈다. 마미체에 앞마당에서 딴 담쟁이 잎을 얹고, 규아상을 담으면 바람이 잘 통해 그릇에 쉽게 달라붙지 않는다. 여기에 탱탱한 면을 사리지어를 올리고 장국을 곁들이면 한여름 시원한 만찬으로 손색없다. 은은한 옻칠과 다채로운 패턴의 조화는 여느 도예가의 그릇 못지않게 멋스럽다.


2 아나운서 박정숙 씨의 행주 담기

주방에서 자주 사용하는 행주는 보관할 때 서랍 속에 넣어두고, 물에 젖은 행주는 싱크대에 걸쳐둔 경험이 누구나 있을 거다. 아나운서이자 한옥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박정숙 씨는 평소 주방에서 체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행주를 담아두는 바구니 대용으로 쓴다. 필요할 때 손쉽게 사용할 수 있고, 사용한 뒤에는 체에 행주를 펼쳐두면 잘 마른다고. 욕실에서도 수건을 넣어두는 용도로 활용하면 좋다. 체 안에 담긴 행주는 모두 마리메코 제품.

3 캠핑 마니아 김영선 씨의 그릇 말리기
유독 찬 음료를 자주 찾는 여름에는 유리잔을 사용할 일이 잦다. 설거지 후 유리컵을 말릴 때 마미체에 올려보자. 짜임이 성근 마미체에 그릇을 올려두면 물 빠짐도 좋고 그 자체로 쟁반 역할도 한다. 캠핑 마니아인 김영선 씨는 캠핑 갈 때 설거지 받침으로 마미체를 활용하면 아주 편리하다고 말한다. 앞쪽 체에 담긴 와인 잔은 이서, 낮은 컵과 싱크대 안 체에 세워둔 넓은 볼은 마리메코 제품.

기사에 소개한 마미체는 모두 백경현 씨가 만든 작품으로 8월호 <행복> 스토리숍(본지 307쪽)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마미체, 일반 체와 무엇이 다른가
마미체는 조선 법전 <경국대전> ‘공전’ 편에 기록된 대한민국 전통 공예의 하나로 마미 馬尾, 즉 말총을 이용해 만든 체를 말한다. 마미체 장인 백경현 씨는 검은색과 흰색, 갈색 세 가지 색의 말총으로 직접 짜서 문양을 만들어 염색이나 화학 처리 없이 개성 있는 체불(망)을 완성했다. 그는 소나무와 솔뿌리, 대나무 못을 사용해 만든 체에 무려 9~12회 옻칠을 한다. 옻칠한 마미체는 수명이 길고, 방충과 방수 효과가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장식과 수납을 겸한 마미체
2011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등장한 마미체는 벽면에 체를 걸어두는 색다른 데커레이션으로 화제를 모으며 주목 받았다. 마미체 장인 백경현 씨는 체불(망)을 씌우기 전 단계의 마미체 틀을 벽에 걸고 책을 꽂아 책꽂이처럼 연출했다. 체의 한쪽에 고리가 달려 있어 벽에 걸기 쉽고, 책 외에도 액세서리나 스카프 등을 담아두는 수납장 역할로도 손색이 없다.

집 안에 활용하는 마미체 데코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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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체 장인 백경현 씨의 LED 조명등

서로 다른 사이즈로 만든 마미체 조명등은 테이블 위에 올려두거나 벽에 걸어두기 좋다. 가벼운 무게 덕에 필요에 따라 이동이 용이하다.


2 스타일리스트 최지아 씨의 테이블

최지아 씨는 옻칠을 하지 않은 전통 마미 겹체를 가지런히 쌓아 티 테이블로 연출했다. 솔뿌리로 만든 매듭이 보이는 테이블은 스칸디나비안풍 가구와 제법 잘 어울린다. 아이가 있는 집엔 눈높이에 맞춘 나지막한 2단 테이블로도 활용 가능하다. 버지니아 까사의 에스프레소 컵 세트는 이서, 암체어 위에 놓인 토마스 폴의 리넨 쿠션은 짐블랑 제품.

3 캔들 아티스트 박인형 씨의 캔들 홀더
길이가 긴 캔들은 사이즈가 제일 큰 마미체에 담고, 작은 마미체는 뒤집어서 두께가 있는 초를 올려두었다. 마미체엔 여러 개의 초를 담아둘 수 있어 캔들 보관과 홀더 역할이 동시에 가능하다. 또 말린 꽃잎이나 포푸리를 체에 담아 방향제를 대신하기도 한다. 캔들은 베이지컬리 제품.

망의 굵기와 종류에 따른 체의 용도
겹체 씨줄과 날줄을 두 올씩 짠 망을 말하는데, 그 간격이 매우 촘촘해 고운 가루를 치거나 각종 찌꺼기를 고르는 데 사용한다. 풀을 쑤는 데 필요한 고운 가루나 막걸리를 거를 때 쓰던 고운체가 바로 겹체다.
반체 말총으로 만든 망을 두 올과 한 올로 짠 것으로 바퀴를 메운 체를 뜻한다. 약간 성긴 망으로 미음 같은 걸쭉한 음식을 거르는 데 사용한다.
홑체 씨줄과 날줄을 각각 한 올씩 짠 망으로, 메운 체. 떡 만들 때 쌀가루를 치거나 약간 거친 가루를 분류한다. 우묵, 강원도 옥수수밥, 올갱이국수 등을 내릴 때도 사용한다.


도자 화분보다 멋스러운 체 화분
스타일리스트 배지현 씨는 낡은 체를 이용해 화분을 만들었다. 거름망을 하나 깔고 그 위에 흙을 채우고 식물을 심으면 마미체 화분이 완성된다.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생명력이 강한 스킨답서스, 공기 정화 능력이 탁월한 싱고니움을 심은 화분은 거실이나 주방에 놓아도 멋스럽고 싱그럽다. 맨 위 화분의 식물은 화이트 터치와 핑크스타, 가운데 화분은 호야, 맨 아래 화분은 스킨답서스와 싱고니움이다.

곳곳에 소품으로 쓰임새를 달리한 마미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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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립토이뮤지엄 부관장 최현주 씨의 추억이 담긴 액자
최현주 씨는 딸 여진이와 구멍이 송송 난 체불에 가족사진을 핀으로 살짝 꽂아 동그란 액자로 만들었다. 체로 만든 액자는 세워두거나 벽에 걸어 장식한다. 왼쪽에 놓인 카메라는 루비텔 166+, 렌즈와 표지가 노란 책은 모두 로모그래피코리아 제품.


2 디자이너 마영범 씨의 다기 포장
마영범 씨는 마미체를 처음 봤을 때 다기 세트의 포장을 제안했다. 마미체를 이용한 멋진 포장법은 분명 받은 이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체에 다기를 담고 투명한 필름을 덮은 뒤 리본 끈으로 묶어 완성했다. 이때 체불을 만들고 남은 말총을 함께 넣어 그릇이 깨지지 않도록 보호해준다.

3 금속공예가 허명욱 씨의 마미체 우퍼
사진작가이자 금속공예가인 허명욱 씨는 마미체를 1950년대 빈티지 스피커의 우퍼 woofer로 활용한다. 그의 스튜디오에는 직접 만든 스피커에서 멋진 음악이 울려 퍼진다. 말총으로 견고하게 짠 체불이 빈티지 스피커의 음향을 보다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마미체의 손질과 보관법
말총의 성질은 머리카락과 흡사해 망을 만들면 다소 뻣뻣하지만 탄력이 있다. 온도나 습도에 따라 수축하는 망은 물로 씻어도 이물질이 잘 빠진다. 옻칠을 처리해 물에 젖어도 변형되지 않지만 습기 제거와 살균에 신경 쓰자. 햇살 좋은 날 마미체를 창가에 내놓고 햇볕을 많이 쬐어준다. 먼지가 쌓인 체는 마른 수건으로 나뭇결을 따라 닦고, 음식을 담는 체는 세제로 살살 씻어낸다.


스타일링 배지현 요리 노영희

진행 배효정 기자 사진 이우경, 김용일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