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뉴질랜드에서 들려주는 허브 이야기 겨울철 감기와 독감을 물리치는 허브차 만들기
이 계절에 꼭 필요한 허브 정보. 겨울철 가장 흔하게 앓는 질환인 감기와 독감에 걸렸을 때 도움을 주는 허브와 그 허브를 가장 효과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허브차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왼쪽부터) 기침을 완화하는 데 사용하는 대표 허브인 엘레캠페인과 호하운드, 히솝.

겨울철이 되면 허브 숍과 클리닉은 기침, 감기 환자들로 정신없이 바쁘다. 환자들의 증상도 갖가지인데 목이 아프고 코가 막혔다는 비교적 가벼운 초기 증상부터 콧물, 가래와 함께 기침이 심한 경우 그리고 온몸이 쑤시고 아픈 몸살 증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보통 사람들은 콧물이나 기침 정도 나오는 비교적 가벼운 증상을 감기라 하고 몸살까지 동반한 심한 경우를 독감이라고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감기와 독감은 병원균인 바이러스가 서로 다른 종류다.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중에서도 라이노바이러스 rhinovirus가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많다. 감기 증상은 주로 코와 목에 걸쳐 나타나며 통상 열이 나거나 두통을 동반하지 않는다. 그런데 감기로 코가 막힐 경우 그 안에서 박테리아가 증가해 열이나 통증을 유발하는 비염 증상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영어로 인플루엔자 influenza라고 부르는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한다. 감염 부위는 감기보다 깊은 기관지와 폐에 걸쳐 발생하며 몸살이나 열을 동반한다. 독감은 감기보다 오래 지속되는데, 이는 나중에 폐렴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감기든 독감이든 이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는 박테리아균과 달리 항생제로 살균이 되지 않는다. 바이러스에는 특별한 약이 없으므로 면역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는데, 허브에서도 박테리아나 곰팡이균을 없애는 항균 효능의 허브는 많으나 항바이러스 효능의 허브는 그리 흔하지 않다. 항바이러스 효능을 지닌 허브로는 튜야 thuja와 세인트 존스 워트 St John’s wort 그리고 벌집에서 추출한 프로폴리스 propolis를 들 수 있다. 프로폴리 스는 허브는 아니지만 액체 추출액으로 만들어져 있어 다른 허브와 함께 섞어 사용하기도 한다.

감기나 독감은 그리 복잡한 질병이 아니므로 배후의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들일 필요까지는 없다. 그래서 허브 약을 조제할 때도 면역 을 강화하는 약과 함께 증상을 완화하는 약을 섞어 조제하면 된다. 면역을 강화하는 허브는 지난 호에서 살펴보았듯이 이키내시아나 앤드로그라피스, 애스트라갤러스 등을 들 수 있다. 감기나 독감의 증상으로는 경우에 따라 약간씩 달리 나타나지만 공통적으로는 콧물, 가래, 기침을 들 수 있다. 사실 콧물, 가래, 기침이 나오는 것은 외부의 병원균이 우리의 기관지로 들어 왔을 때 이를 방어하는 우리 신체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외부의 병원균이 가장 쉽게 우리 몸속으로 침입해 들어오는 경로는 바로 코나 입으로부터 기도를 거쳐 기관지 그리고 폐로 이어지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단 몇 분도 숨을 쉬지 않고는 살 수 없기 때문에 기관지 체계는 불가피하게 외부에 열려 있지 않을 수 없으므로 가장 취약한 부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기관지 부분은 여러 가지 방어 체계를 갖추고 있다. 코털이나 점막부터 편도선과 같은 림프막 등이 그것이다. 콧물이나 가래가 생기는 것은 점막에서 외부 이물질을 방어하기 위해 일종의 방어물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기침이나 재채기는 이런 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하기 위한 우리 신체의 반사 작용인 것이다.

따라서 이런 증상이 발생하면 이미 우리 신체가 면역 체계를 비롯해 병원균과 싸우고 있다는 증거다. 그런데 문제는 콧물이나 기침이 심할 경우 생활이 불편하고 잠을 제대로 자기 어려우며 때로는 목에 통증이 오는 등 여러 동반 증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콧물이나 기침을 완화하는 약을 찾게 된다. 그래서 감기나 독감에 대한 허브 처방 약은 면역 강화제를 기본으로 하면서 가래, 기침을 완화하는 약을 함께 섞는다.

기침을 완화하는 데 사용하는 대표적 서양 허브로는 타임 thyme과 엘레캠 페인 elecampane을 들 수 있다. 타임은 지중해가 원산지인 서양 허브인데, 항균 효능과 함께 기관지의 긴장을 완화시켜주어 가래 제거 및 기침 완화제 로 많이 사용된다. 감기, 독감으로 인한 기침뿐만 아니라 기관지염이나 천식에 의한 기침에도 사용한다. 엘레캠페인도 유럽이 원산지인 서양 허브로 뿌리를 약으로 사용하는 데, 항균 및 항바이러스 효능과 함께 기관지의 담 을 제거하고 긴장을 완화시켜주어 타임과 더불어 대표적인 기침 완화제로 쓰인다. 타임과 엘레캠페인은 가래를 동반하는 기침이나 그렇지 않은 마른 기침에 공히 사용된다. 호하운드 horehound와 히솝 hyssop도 기침 완화제로 잘 사용되는데 호 하운드는 유라시아와 북아프리카가 원산지이며 기관지 근육의 완화와 가래를 묽게 하는 효능을 통해 가래 제거 및 기침 완화에 도움을 준다. 히솝은 지중해가 원산지로 기침이나 가래 증상의 완화에 도움 을 주는데 어린아이에게도 적합하다.
이 외에 감기로 인해 콧물이나 가래가 지나치게 많 이 분비되는 것을 완화해주는 허브로 아이브라이트 eyebright나 엘더플라워 elderflower 등을 들 수 있다. 아이브라이트는 대표적인 코와 목의 점막 강화 허 브로 콧물이 지나치게 많이 나올 경우 조절해주고 비염과 같은 염증을 치료해주는 효능을 지니고 있다. 엘더 플라워는 대표적인 감기 치료 허브로 가래 제거 및 해열 효능을 지니고 있다.

뉴질랜드에 있는 필자의 허브 클리닉 조제실에서는 이런 허브들로 약을 만들 때 흔히 팅쳐 tincture라고 불리는 액체 추출액 형태로 만든다. 한국에서는 이런 식의 허브 약을 접하기는 어려울 텐데, 대신에 마른 허브 형태로 위의 허브들을 구할 수 있다면 기침감기에 좋은 차를 만들어볼 수 있다.
차를 만들 때에는 마른 허브를 가능한 한 잘게 썰어서 사용하는 것이 약효 성분을 우려내는 데 좋다.
참고로 기침감기에 좋은 허브차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자면 엘더플라워(꽃) 30g, 타임(뿌리를 제외한 전체) 20g, 호하운드(잎과 꽃) 20g, 히솝(잎과 꽃) 30g을 잘게 썬 마른 허브 형태로 골고루 잘 섞는다. 그리고 2큰술(10g) 정 도를 퍼서 주전자에 담고 끓는 물 1리터 정도를 부은 다음 서너 시간 우린다. 허브 잎은 걸러내고 마시는데, 하루에 두세 컵 정도가 적당하다. 서너 시간을 우리면 차가 식게 되므로 따뜻하게 마시고 싶으면 전자레인지를 사용 하지 말고 주전자에 담아 따뜻할 정도로만 데운 후 마시도록 한다.

앞에서 소개한 서양 허브들을 구하기 어려우면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생강이나 계피를 사용할 수도 있다. 생강과 계피는 서양에서 기침감기에 많이 사용하는 허브들이다. 이들은 주로 혈액순환 촉진으로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과를 통해 감기 증상이나 기침 완화에 도움을 준다. 감기 증상에 이들 허브들을 사용 할 때는 주로 차로 만들어 마신다. 대표적으로 생강차를 들 수 있는데 생강은 유기농으로 재배한 것을 사용하도록 하며 마른 생강의 가루일 경우는 티 스푼으로 절반 정도를, 신선한 생강을 간 것일 경우는 티스푼 하나 정도를 끓인 물 한 컵에 타서 마시도록 한다. 이때 맛을 위해 꿀을 함께 섞어 마시며 계피를 섞어도 좋다. 어린아이일 경우는 페퍼민트차도 감기에 좋다.

한국 사람들은 감기에 걸렸을 때 마늘, 생강, 고추 등을 듬뿍 넣은 매운탕을 끓여서 땀을 흘리며 먹으면 감기가 뚝 떨어진다고 하는데, 그것은 일리가 있는 말이다. 실제 이렇게 몸에서 열을 나게 하는 음식이 감기로 인한 기침, 가래 등에 효과가 있다. 감기에 걸렸을 때는 이런 음식을 해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끝으로 감기를 막는 가장 쉬운 방법은 미리 예방하는 것이다. 감기 예방법의 하나로 바깥에 나갔다 와서는 반드시 손에 비누칠을 해서 깨끗이 씻도록 한다. 감기 바이러스균은 생각하는 것처럼 공기로 전염되지 않으며 균이 묻은 손으로 얼굴 등을 만질 경우 쉽게 전염된다고 한다. 따라서 손을 깨끗이 씻도록 하고 씻지 않은 손으로 얼굴 등의 부위를 만지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수면을 충분히 취해 몸의 컨디션을 잘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하루 7시간보다 적게 수면을 취한 사람은 감기에 걸릴 확률이 5배 이상 높다고 한다.

뉴질랜드에 있는 필자의 허브 숍에서는 겨울철만 되면 가래에 좋은 식초를 직접 만들어 판매한다. 이는 가래 등을 삭히는 효능의 식초인데 직원 중 한 명이 집에서 유기농으로 기른 재료를 가져와 만든다. 레시피를 공개하니 한번 시도해보자. 유기농으로 기른 호스래디쉬 horseradish(서양고추냉 이) 10g, 생강 20g, 양파 20g, 마늘 30g, 고추 10g을 가능한 한 잘게 썰어 큰 병에 담 고 유기농 사과 식초를 위의 재료들이 잠길 정도로 붓는다. 그리고 뚜껑을 잘 닫은 다음 6주 정도 그늘에서 보관한다. 6주 후 체에 걸러 식초 물만 별도의 병에 보관해놓고 복용한다. 복용법은 어른은 식사 전에 티스 푼으로 한 술 정도 마시고 아이는 절반 정도 마신다. 참고로 호스래디쉬가 없을 경우 한국 고추냉이를 대신 사용해도 된다. 재료의 분량은 위의 비율로 하되 필요에 따라 원하는 만큼 사용한다.

글을 쓴 최성웅 씨(swchoi80@hanmail.net)는 한때 <행복이 가득한 집> 기자와 <워킹우먼> 편집장 등을 역임하며 변화무쌍하게 살았다. 도시 생활에 지치고 자연이 그리웠던 그는 현재 뉴질랜드에서 최대한 느리게 살며 메디컬 허벌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뉴질랜드 메디컬 허벌리스트 협회 정식 회원이며 클리닉을 겸한 허브 숍 ‘The Herbal Shop & Clinic’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집 근처 강가의 산책길을 거닐며 마음 비우는 일을 즐긴다.
글과 사진 최성웅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