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바디샵 인생 30년’을 정말 열정적으로 살아온 당신은 요즘 거울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듭니까? ‘나는 지금 자체로 완벽하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껏 제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걸 다 했거든요. 언제나 최선을 다했고요. 60세 즈음 비로소 지나온 삶을 긍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젊을 때는 달랐습니다. 한창 아이들을 키울 때는 ‘혹시 내가 죽으면 어쩌나’ 하고 두려웠습니다. 아이들에게 못다 해준 것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저는 애들의 엄마로서는 최악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만약 지금 무덤에 간다고 해도 ‘이걸 했어야 하는 건데’ 하는 식의 후회는 결코 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요, 눈가의 주름이 아름답게 보입니다. 정말인가요? 오른쪽 눈가 주름은 남편과 논쟁하다 생겼고, 왼쪽 것은 깜찍한 손녀딸이 “싫어”를 외칠 때, 입가의 주름은 딸내미가 속 썩일 때, 그리고 이마의 주름은 일하면서 사람들과 부대낄 때 만들어진 주름입니다. 아, 제가 종종 하는 농담입니다. 근데 재미있지 않나요? 보세요, 내 팔뚝 살이 얼마나 흐물흐물해졌는지! 손자들도 제 곁에 와서 탄력 없이 늘어진 살을 흔들어보고 잡아당기며 깔깔대곤 합니다.
|
|
주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주름은 곧 삶의 여정map of life, mark of journey입니다. 제가 책에도 썼듯 주름살은 여성이 가정 안팎에서 어떻게 일을 했고, 아이들을 키우고, 술 한잔 마시고, 웃고, 울고, 발버둥쳤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물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보톡스를 맞아보세요. 얼굴에 새겨진 이 사람의 삶의 궤적을 지운다고요? ‘나’란 사람 고유의 캐릭터는 사라지고 말 텐데요? 여성의 주름이 문제시된 것은 불과 60여 년 전부터입니다. 영화나 텔레비전 같은 시각적 매체에 의존하면서부터죠. 이것은 인간의 개성을 짓밟는 테러 행위입니다.
건강하고 행복해 보이는 주름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건강한 주름이라고요? 재미있는 표현이군요. 답은 사람들의 웃음! 여성들은 모이기만 하면 참 잘 웃습니다. 정말 마음 놓고 웃고 있을 때는 거짓이나 환상이 파고들 틈이 없습니다. 그 순간에는 정말 자유로워지지요. 저는 큰 소리 내어 웃길 잘하는 편입니다. (실제로 그녀는 말을 하다가 즐거우면 어느 때고 고개를 젖혀가며 웃음 삼매경에 빠진다) 사실 내 나이가 되면 시야가 흐려져 얼굴 주름이 잘 안 보이긴 합니다, 하하.
여성들이 특히 잘 웃나요? 폴리네시아에서도, 아프리카나 스리랑카에서도 여성들은 늘 모여서 결혼이나 출산 같은 큰일부터 모발이나 피부 가꾸는 소소한 이야기까지 함께 나누고 웃다가 또 떠듭니다. 이는 여성들이 타고난 이야기꾼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할머니는 손자들에게 흥미진진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주지요.
다른 사람들에게서 발견하기 힘든 신선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글쎄, 어릴 적 엄마가 제게 들려준 이야기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엄마는 항상 “특별해라, 평범은 거부해라! Never be mediocre!”라고 하셨지요. 그래서 결혼이든 사업이든 캠페인이든 무언가를 할 때 지루하고 뻔한 것은 하지 말자고 다짐했지요. 지금 92세인 저희 엄마는 여전히 열정적이고 재미있는 양반입니다.
65년여간 사회운동을 해오셨습니다. 앞으로는 또 무얼 하고 싶으십니까? 앞으로도 계속 캠페인을 구상하고 사회운동에 앞장설 것 같습니다. 특히 여성과 어린이에 관한 이슈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감사하게도 제게는 돈과 명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이것을 가지고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앞으로 최소 25년간은 말입니다.
캠페인 말고 다른 일은 없을까요? 그게 다죠! 글쎄, 또 무엇이 더 있을까요? 좀 추천해봐요. 누워서 마사지나 피부 관리를 받고 있을까요? 인권운동은 지구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 아닌가요?
취재 후기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니타 로딕 여사는 참 많은 이야기를 거침없이 들려주었습니다. 그녀의 말 속에 담긴 교훈적인 메시지도 좋았지만, 톡톡 튀는 유머와 럭비공처럼 기발한 아이디어로 시종일관 주위를 즐겁게 했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번 인터뷰가 있은 뒤 얼마 후 더바디샵이 로레알에 인수합병 되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동물 실험 반대’와 같이 다른 곳과 차별된 기업 이념이 이제는 달라지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그러나 10여 년 전 경영권을 놓은 뒤에도 창립자로서 회사의 캠페인을 그대로 이끌어왔듯이, 로딕 여사는 이번 합병 뒤에도 여전히 더바디샵의 고문 역할을 맡아 고유의 가치를 지켜갈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껏 어떠한 변수가 닥쳐도 공익을 위한 캠페인을 멈추지 않았던 그녀이기에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
|
1 가정폭력 근절 캠페인을 상징하는 데이지 꽃 피켓을 들고 있는 아니타 로딕. 2 잠비아 남서 지역 사람들은 여전히 전통 방식으로 천연 유기농 꿀을 생산한다. 보습력이 좋은 이 꿀은 더바디샵의 ‘허니 모이스처라이저 샴푸’ 등의 원료로 쓰인다. 3 여성의 자아 존중 캠페인을 대표하는 인형 ‘루비’. 루비의 친근한 몸은 바비 인형의 몸매가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이 캠페인을 통해 시대가 요구하는 유행에 재단되지 말고 자신의 몸을 존중하고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포스터에는 “슈퍼모델 같은 몸매를 가진 여성이 여덟 명이라면, 여성 30억 명의 몸매는 그렇지 못하다”라고 적혀 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