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와인 투어, 건축 투어, 그리고 에코 투어까지. 그런데 한 가지 빠진 게 있으니 바로 교육 여행이다. 호주에서는 어디를 가든 ‘레이디 퍼스트’ 대신 ‘베이비 퍼스트’라는 말을 빈번하게 듣게 된다. 세상사가 모두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심은 물론 해변 어디를 가도 아이를 위한 자그마한 놀이터가 세워져 있고, 공원 여기저기에는 “제발 아이가 풀을 밟고 지나가게 하세요. 그리고 자연과 대화를 나누게 하세요”라는 문구의 팻말이 박혀 있다. 시내에 있는 체험형 박물관은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사실 적도를 사이에 두고 우리나라와 정반대에 위치한 곳으로 아이를 동반한 채 장거리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시드니는 꼭 아이와 함께 가야 할 여행지다. 시드니에서는 아이가 여행의 중심이 된다. 두꺼운 여행 책자를 덮고, 달변의 가이드 없이 묵묵히 뒤에서 아이에게 몇 가지 정보만 주고 오롯이 아이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 보자. 내일은 어디를 가고 싶은지, 아이에게 여행 동선을 짜보라고 하자. 세상에 대한 경계심이 없는 아이는 까만 칠판 아래에서 기껏 배운 영어 몇 마디를 제법 적절하게 꺼내 쓰며 사람, 자연, 그리고 그들을 담은 도시를 온몸으로 경험할 것이다.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는 “어디로라도, 어디로라도, 이 세상 바깥이기만 하다면 어디로라도”라고 읊조렸다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을 계획한다면 ‘어디로라도’가 아닌 반드시 ‘시드니로’ 떠나야 한다. 어른도 아이처럼, 혹은 아이로 돌아가 느릿느릿하게 즐겨야 제맛인 곳, 그곳이 바로 시드니다.
1,2 포트 스티븐스에서 만난 가족들. 이들은 하나같이 자연을 만끽하며 액티비티까지 즐길 수 있는 곳으로 포트 스티븐스만 한 곳이 없다고 말한다.
3 고층 빌딩이 즐비한 오피스 타운, 수족관과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달링 하버, 그리고 시드니의 트레이드 마크인 하버 브리지까지, 시드니의 멋진 경관을 만드는 것들이다.
4 호주는 고속도로에서도 자전거 주행이 허용될 정도로 자전거 여행이 일반적이다. 시드니 곳곳에서 자전거로 여행 중인 가족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곳, 박물관이 살아있다!
1 파워하우스는 체험형 과학관으로 아이들이 실험을 통해 무중력, 원심력, 운동 에너지 등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2 해군 출신의 할아버지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 들려주듯 전함과 잠수함의 구조에 대해 재미나게 설명해준다.
각 개체의 서식지와 거의 흡사한 환경을 재현해 사육하는 것이 특징인 시드니 수족관에는 1백60m에 이르는 수중 터널이 머리 위로 펼쳐져 마치 바닷속에 들어선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아이들이 고등어나 오징어 등의 먹이를 상어에게 직접 주며 상어의 움직임을 코앞에서 관찰할 수 있는 ‘상어 탐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교육 담당 스태프 수지는 아이들에게 “상어는 두려운 존재가 아니에요. 4백 종 가운데 사람을 잡아먹는 건 12종 남짓이에요. 전 세계에서 상어에게 잡아먹혀 죽는 사람은 일 년에 6명, 번개에 맞아 죽는 사람은 9명, 자판기가 넘어져 사고로 죽는 사람은 13명입니다”라며 재미난 이야기로 아이들의 상어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아준다.
초등학교 고학년의 자녀를 둔 부모라면 시드니 중심가에 있는 국립 해양박물관에 가보자. 박물관이라고 하면 으레 반듯한 사각형 건물 안의 유리 전시관을 떠올리게 마련인데, 이곳의 해양박물관은 실제로 바다에 떠 있는 배가 전시장이다. 호주를 처음 발견한 영국인 쿡 선장이 탔던 배를 재현한 것은 물론,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사용한 잠수함, 전쟁 영화에서나 느낄 법한 밀실의 공포가 전해지는 오래된 전함 등이 옛 모습 그대로 전시돼 있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자원봉사자들은 대부분 젊은 시절 해군이었던 이들로 호주의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항해사’를 들려준다. 뿐만 아니라 엔진실, 무기실 등 깊숙한 선내를 해적 분장을 한 채 설명해주기도 한다.
3 상어와 오리너구리 등 호주 근해에 서식하는 약 6백50종, 1만 2천여 마리의 해양 생물을 만날 수 있는 시드니 수족관
파워하우스는 호기심 많은 사내아이를 둔 부모에게 ‘강추’다. 과학 기술은 물론 디자인 등 폭넓은 주제를 두루 다루는데,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컬렉션만 총 38만 5천여 점에 달한다. 단순히 유리 전시관을 바라보기만 하는 수동적인 관람이 아닌 체험형 프로그램을 통한 획기적인 전시 방법으로 아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3~6세의 아이들이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고 간단한 원리를 배워 과학을 ‘가지고 놀 수 있는’ 공간은 물론 건축을 접목한 고난이도의 과학 교육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실도 마련돼 있다. 이는 모두 학교의 교과 과정과 직접적으로 연계된 프로그램들이다.
호주 부모들은 주말에 아이와 어디에서 놀까?
1.2 애니메이션 영화 <니모를 찾아서 Finding Nemo>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관광지 포트 스티븐스. 32km 길이의 롱 비치에는 개인 요트는 물론 선박 회사가 운행하는 크루즈용 큰 배가 연일 정박해 있다.
시드니에서 3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포트 스티븐스는 호주 현지 부모들이 주말에 어린 자녀를 대동하고 1박 2일 여행을 즐기는 곳이다. 이곳은 ‘돌고래의 수도 Dolphin Capital of Australia’로 불릴 정도로 야생 돌고래가 유명한데, 이는 남극 고래들이 매년 가을이면 출산을 위해 따뜻한 바다를 찾아 긴 여정에 나서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 좋게 시드니 근해가 바로 돌고래들이 지나는 그 길목이다. 포트 스티븐스에서 돌고래와 만날 수 있는 확률은 연간 95% 정도다. 커다란 몸을 이용해 다이내믹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혹등고래는 물론 남극으로 떠나는 긴 여행을 처음 경험하는 새끼 고래 등을 볼 수 있다. 간혹 돌고래 한 마리도 보지 못하는 ‘운 없는 날’에는 크루즈 회사에서 스탠바이 티켓을 나눠준다. 다음에 다시 무료로 탑승해 돌고래를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3 아이들이 포트 스티븐스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사구 때문. 그중에서도 모래 언덕에서 미끄럼틀 타듯 스릴을 즐길 수 있는 샌드 보드는 중독성이 강한 놀이다.
포트 스티븐스 방문자 센터의 담당자 대니 마허 Danny Maher 씨는 “포트 스티븐스 주민들은 만 bay 안에 서식하는 돌고래가 야생이라는 점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인간의 탐욕으로 동물들이 자립해서 살아가는 힘을 빼앗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기에 바다를 향해 먹이를 주는 행위를 철저하게 막고 있지요. 고래나 돌고래 무리에 동시에 접근할 수 있는 크루즈도 2척으로 규제하고 있으며, 무리를 구경하는 시간도 30분으로 제한합니다”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이곳 사람들은 1백여 마리가 넘는 돌고래 각각의 생김새를 구별할 줄 알며 그에 어울리는 이름까지 붙여주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포트 스티븐스를 좋아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인근에 사막이 있기 때문. 해안 사구를 사륜구동을 타고 질주하는 재미도 좋지만, 30m 높이의 60도 경사의 모래 언덕에서 즐기는 샌드 보드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손가락 사이로 물 흐르듯 빠져나가는 고운 모래 더미 속에서 별다른 도구 없이도 마음껏 뛰노는 아이들. 샌드 보드를 몇 번 타던 아이들이 이내 보드판을 집어던지고 모래 더미에서 달리기를 한다. 아이들 노는 것만 봐도 즐겁다. 여기저기에서 터지는 아이들의 함박 웃음소리가 공허한 사막의 정적을 깨는 듯하다.
동물원, 저녁 6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1 1억 2천 만 년 전 대륙에서 분리된 호주에는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야생 동물이 많다.
2 스태프들이 야생 동물을 데리고 나와 캠핑장에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장면.
3 모녀 단둘이 캠핑을 온 가족도 있다. 시드니 시내의 야경을 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어스름이 깔린 저녁, 타롱가 동물원 주차장에 하나둘 사람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아이와 함께 온 가족, 연인, 친척 등 대단위의 가족 모임까지, 모인 사람들은 그야말로 국적, 나이, 성별 불문이다. 굳게 닫힌 동물원에 사람들이 모여든 이유는 뭘까? 바로 몇 해 전부터 시작된 타롱가 동물원 주말 프로그램 때문이다. 이름하여 ‘동물원에서의 1박 2일 캠프’. 이는 시드니 내에 크고 작은 동물원이 여럿 있는데도 최근 타롱가 동물원이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타롱가 동물원 홈페이지는 종종 이 주말 프로그램을 예약하려는 사람들의 동시다발적인 접속 때문에 마비가 되곤 한다. 브리즈번에서 온 한 가족은 지난 1월에 신청했는데 오늘에서야 기회가 닿았다며 진정한 에코를 경험하고 싶다고 말한다.
캠핑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저녁 7시 캠퍼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다과를 먹으며 서로 첫인사를 나눈다. 모두 처음 만난 사람들이지만 문 닫힌 동물원에서 하룻밤 오롯이 함께 지낼 한 가족이다. 그 다음으로 스태프들이 자기소개를 한다. 수의사, 고등학교 교사, 환경공학 전공자 등 그들 말대로 야생 동물과 사람이 좋아 모인 이들이다. 스태프들은 악어, 도마뱀 등 야생 동물을 손과 어깨에 걸친 채 사람들에게 설명한다. 아이들은 동물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만지며 관찰한다. 저녁 8시, 캡틴의 안내에 따라 동물원 투어가 시작된다. 가로등 하나 켜지지 않은 깜깜한 동물원, 그저 캡틴의 손에 쥐어진 빨간 손전등 하나에 20여 명의 사람이 의지해 야행성 동물에게 다가간다. 짙은 어둠이 깔린 하늘 위로 박쥐가 날아다니고, 부엉이가 나무에 매달려 동물원 여기저기를 탐색하는 사람들을 지켜본다(박쥐와 부엉이 모두 동물원 소유가 아니다. 어디선가 날아든 진짜 야생 동물이다). 동물원의 주객이 전도된 듯했다.
4 캠핑장에 17개의 텐트 안에는 각각 널찍한 침대가 놓여 있어 야외에서 보내는 1박 2일이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5 봄이 되면 긴 혀와 이빨을 이용해 나무를 벗겨내는 등 기린의 습성에 관한 스태프의 상세한 설명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다.
6 캠핑을 온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소개하며 인사를 나누는 모습, 외국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하마는 숲에 사는 것과 물에 사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숲에 사는 하마는 자신의 변을 몸 여기저기에 흩뿌려 놓아 외부로부터의 침입과 공격에 대비합니다. 꼬리를 흔들며 변을 흩뜨려 놓는 것은 사실 하마의 생존 본능입니다.” 캡틴의 흥미진진한 설명이 계속된다. “목도리도마뱀은 적이 다가오면 목도리 모양의 주름을 재빠르게 펼쳐서 몸을 커보이게 해 위협합니다. 두 다리로 뒤뚱거리며 달리는 모습이 참 귀엽지요?” 밤이 되자 서로 뿔을 맞대고 싸우는 야행성 동물의 움직임이 달빛 아래 그림자극처럼 아른거렸다. 그렇게 동물원에서의 밤은 깊어갔다. 다음날 아침, 호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물 코알라, 동물원에서 방목하는 캥거루, 순백색의 앵무새 코카투 등 텐트 주위를 맴도는 동물들과 함께 아침을 맞았다.
딸아이와 단둘이 캠핑을 온 한 엄마는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아침 9시경까지 계속되는 이 슬립오버 프로그램 sleepover program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에게 영어 교육은 물론 관찰력, 탐구심, 사회성을 키워주기에 충분한 이벤트다. 한국인의 교육열에 대해 들은 적이 있는데, 한국 엄마들에게도 꼭 소개하면 좋겠다”라고. 또한 타롱가 동물원은 시드니 시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스만이라는 부촌 지역을 제대로 둘러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에 위치해 있다. 예쁜 집과 인근 바다에 떠있는 값비싼 요트, 고급 상점을 구경할 수 있다. 밤에는 시드니 정부의 관광 정책 덕분에 24시간 불이 켜진 사무실이 즐비해 야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타롱가 동물원 캠핑장은 시드니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촬영 포인트다. 저 멀리 시드니의 랜드마크인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가 파노라마처럼 동시에 펼쳐져 엽서에 나올 법한 근사한 사진을 건질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둘 것. 영국의 시인 윌리엄 위즈워스는 ‘우리의 삶에는 시간의 점이 있다. 이 선명하게 두드러지는 점에는 재생의 힘이 있어, 이 힘으로 우리가 높이 있을 땐 더 높이 오를 수 있게 하고 떨어졌을 때는 다시 일으켜 세운다’고 말했다. 혹 그 시간의 점은 여행이 아닐까. 마라톤처럼 긴 아이의 인생에 있어 여행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시드니 여행은 더더욱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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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 쓰지 않고 기념품 사려면
아이가 기념품을 사달라고 조르면 차이나타운 근처에 위치한 시끌벅적한 재래시장 패디스 마켓(www.paddysmarkets.com.au)으로 향할 것. 1834년부터 중고 물품을 판매하던 이곳은 한때 폐쇄되었다가 1988년 호주 건국 2백 주년을 맞아 재개장했다. 패디스 마켓이 현지인에게는 물론 여행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은 제품의 가격에 거품이 없다는 점과 코알라 인형, 양모 제품, 문구용품, 신발, 가방 등 없는 게 없다는 매력 때문이다. 일례로 <니모를 찾아서>에 나오는 빨간 물고기 니모가 프린트된 티셔츠가 시드니 시내 중심부에서는 20호주 달러가 넘지만 여기에서는 7호주 달러에 판매된다. 몇몇 매장에서는 중국 상인들이 명품을 판매하기도 하는데 가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모두 모조품이니 유의할 것. 또한 패디스 마켓은 워낙 많은 사람들이 넘쳐나 거리가 혼잡하므로 소매치기를 조심하는 것이 좋다.
제대로 된 볼거리, 먹을거리 넘쳐 나는 곳
영국 식민지 시대의 역사가 남아 있는 관광지, 록스. 옛 노동자 계급의 주택과 선원들의 기숙사, 천문대 등을 견학할 수 있어 산교육의 장으로 제격이다. 19세기 후반에 존재하던 오래된 창고와 주택이 남아 있어 개척 시대의 면모를 느낄 수도 있다. 옛 정취를 그대로 살린 건물은 현재 대부분 호텔, 퍼브, 레스토랑, 갤러리 등으로 변모했다. 그중에서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팬케이크 가게에 반드시 들러볼 것. 멧켈프 본드 아케이드 안에 위치한 팬케이크 점 온 더 록스(02-9247-6371)에서는 감자팬케이크, 초콜릿팬케이크, 아이스크림을 얹은 팬케이크 등을 판매하는데 부드러운 맛이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일품이다. 주말이면 이 고풍스러운 거리에서 록스마켓이 열려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호주 전통 공예품과 유리 공예품 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록스마켓은 호주를 처음 발견한 쿡 선장이 당시에 탔던 배의 돛을 본뜬 텐트를 친 채 운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호주산 캥거루 고기에 도전하다
호주에 왔으니 스테이크 원 없이 먹는 건 당연한 일일 터. 시드니 시내에 5호주 달러 혹은 6.95호주 달러에 두툼한 스테이크를 판매하는 고마운 레스토랑이 있다. 스타바나 스크러피 머피즈 등이 바로 그곳. 단, 스테이크에 곁들이는 소스나 음료 등은 별도로 시켜야 하므로 1인당 총 10호주 달러 정도 예상하면 된다. 자기 취향대로 직접 고기를 불에 올려 구워 먹는 ‘셀프’ 스테이크 하우스도 있다. 취재팀이 방문한 곳은 달링하버 쪽에 위치한 아임앵거스 I’m Angus(02-9264-5822) 스테이크 하우스. 가격은 50호주 달러 정도로, 우아한 인테리어와 요리사가 쇠고기를 예술적으로 굽는 장면을 직접 목격할 수 있는 오픈 키친이 특징이다. 일본 고베산 소와 육질이 좋은 블랙앵거스를 교잡해 생산한 와규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 단, 미디엄 레어로 시키면 미디엄 웰던 정도로 구워져 나오니 빨간 육즙이 흘러나오는 상태의 스테이크를 즐기고 싶다면 아예 처음부터 과감하게 레어로 주문할 것. 맥주 한잔과 스테이크를 즐길 요량이면 이것만은 알아둘 것! 호주에서 생맥주는 드래프트 draft, 센 맛은 비터 bitter, 쓴맛은 라거 lager로 표시한다는 점을 알아두자. 아임앵거스에서는 캥거루 스테이크도 선보이니 도전해볼 것.
낮과 밤, 반전이 숨어 있는 놀이 공원
놀랍게도 1935년에 처음으로 문을 연 시드니의 역사적인 놀이 공원, 루나 파크(www.lunaparksydney.com). 시드니 하버 브리지 북단에 위치한 루나 파크는 출입구부터 범상지 않다. 입을 쩍 벌리고 있는 미치광이(?)의 모습이 인상적인데, 반전은 해가 지고 놀이 공원에 라이트가 켜지면서 시작된다. 미치광이의 눈과 이빨이 번쩍거리는 모습이 마치 아이들을 집어삼킬 듯한 섬뜩한 모습으로 보인다. 대관람차, 범퍼카 등 사실 우리나라의 유명 테마파크와 비교하면 평범한 놀이 동산처럼 보인다. 하지만 놀이 기구를 타지 않더라도 이곳은 시드니 북쪽에서 하버 브리지와 오페라 하우스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뷰 포인트로, 날씨가 좋은 날에는 소풍 장소로 제격이다. 입장권은 무료다.
인테리어 기자가 본 호주의 집, 집, 집
야생 동물도 좋고 바다도 좋지만 인테리어 담당 기자와 10여 년 넘게 집 사진만 찍어온 인테리어 전문 사진가의 눈길을 잡아끈 것은 무엇보다 시드니의 집이다. 시드니 시내에서 울런공 가는 길에 발견한 그림 같은 집들을 주인의 허락 없이 카메라 앵글에 무작정 담았다(거의 반사적인 행위였다고 변명할 수밖에).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시드니 집은 대개 낮고 옆으로 길게 지어진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2층보다는 1층 집이 더 많은데, 낮고 길게 짓는 것이 호주에서 더위와 추위를 피하는 데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드넓은 마루와 방들이 모두 집 뒤편 쪽에 자리하고 있어 정면에서 보기에는 낮고 긴 집이 더없이 소박해 보인다. 영국인들처럼 호주인들에게도 정원 꾸미기는 일종의 국민 스포츠와 같다. 삶의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기꺼이 시간과 돈을 들인다. 2008년 자료에 의하면 호주의 인구는 약 2천1백 만 명에 불과하지만 1인당 DIY 시장 규모는 4백10호주 달러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는 호주 대부분의 주택이 정원이 딸린 단독주택이며, 많은 호주인들이 주택 수리와 정원 관리를 여가 생활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웬만한 가정에서도 전동공구ㆍ잔디깎이ㆍ삽ㆍ곡괭이 등 각종 공구류를 구비하고 있으며 최근 기술 인력 부족으로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호주의 일반 가정에서는 주택 수리나 정원 관리를 가능하면 전문가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하려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어떤 집은 마치 조각 공원처럼, 또 여러 과실수를 그리고 집 안을 온통 그늘로 만들어 버릴 만큼 키 큰 나무를 집 전면에 일렬로 쭉 심어 놓기도 했다. 이는 하나같이 영국처럼 어떤 트렌드에 맞춰 철저한 계획 아래 꾸미기보다는 저마다 집주인의 개성을 담아 자유롭게 꾸몄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시드니의 정원이 더욱 아름다운 이유는 기후 때문이다. 한대에서 온대, 난대, 아열대, 열대로 갈수록 가정집에서 키울 수 있는 식물의 종류가 더욱 많아져 정원이 한층 다양하고 풍성해 보이는 것이다. 겨울에도 지나치게 춥지 않은 호주에서는 예쁜 보라색 꽃인 아가판사스가 특히 눈에 띈다. 집 옆 커다란 농장에는 알록달록한 옷을 걸친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모습이 눈에 띈다. 동물에게도 저토록 예쁜 옷을 지어 입히다니, 그네들의 마음씀씀이가 묻어나는 듯한데 진짜 이유는 호주의 대책 없이 강한 자외선으로부터 말의 피부를 보호하기 위함이란다. 오후 12시가 되면 집에서 간단하게 싸온 샐러드로 점심 식사를 하고 운동복 차림으로 공원에 나와 달리기를 하는 직장인들. 도심 한가운데 빼곡하게 나무가 들어선 공원에서 조깅을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가 간단하게 샤워를 한 후 오후 업무를 시작하는 그네들의 건강한 문화가 참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