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8월에 생각나는 주전부리 콩국수를 먹어야 하는 이유, 여름이니까~
나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콩국수의 맛을 잘 몰랐다. 입버릇처럼 ‘고소한’ 콩국수라고 말했지만 비릿함과 고소함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이루어낸 콩국의 균형 잡힌 맛을 정확하게 가늠하지 못했던 것 같다. 지인이 손수 만들어준 그 콩국수를 맛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적당히 삶은 콩(이게 제일 어렵다!)을 갈아 소금을 알맞게(이것 역시 매우 중요!) 넣어 간이 슴슴하게 맞는 순간, 매직 아이 속 숨은 그림이 나타나듯 진미 珍味가 느껴지는 것이다. 그 콩국의 고소함이란 콩에 땅콩이나 호두, 잣 같은 견과류를 더해 만들어낸 고소함과는 차원이 다른 한층 윗길이다. 이렇게 콩국수의 진미를 ‘경험’한 이후, 삼복더위에는 찬 대접에 담긴 콩국수를 찾아 먹는다.

뽀얀 콩국수는 1800년대 말에 씌어진 <시의전서>에 만드는 법이 기록되어 있을 만큼 꽤 오래된 음식이다. 질 좋은 수수가 많이 나는 황해도 지방에서는 수수경단을 만들어 밀국수 대신 콩국에 띄워 먹기도 했단다. 이를 현대적으로 응용해 찹쌀가루를 익반죽한 뒤 잣 한두 알씩 넣고 경단을 빚어 콩국을 부어 먹어도 별미. 올여름 지친 심신에 연둣빛 활력을 주고 싶다면 고소하고 시원하며 게다가 식물성 단백질도 풍부한 콩국수가 역시 제격이다. 

재료 (4인분) 콩(백태 또는 서리태) 2컵, 생수 5~6컵, 소면 400g, 오이 4cm 1토막, 얼음 적당량, 장식용 수박 4쪽(혹은 방울토마토 4개), 소금 약간

만들기
1 콩은 씻어서 찬물에 8시간 정도 불린다.
2 불린 콩을 냄비에 담고 물을 잠길 정도만 부어서 뚜껑을 덮어 삶는다. 우르르 끓어 넘치려고 하면 불을 끄고 2분 정도 그대로 두었다가 소쿠리에 쏟아 찬물에 헹군 다음 볼에 담고 바락바락 주물러 껍질을 벗긴다.
물을 부어서 껍질을 흘려보내고 다시 주물러 헹구기를 반복해 껍질을 완전히 벗긴다.
3 껍질 벗긴 불린 콩을 건진 다음 믹서에 넣고 생수 2컵을 부어 곱게 간다.
4 체에 젖은 면보자기를 깔고 ③의 간 콩물을 붓고 여기에 생수 2컵을 부어서 밭친다. 거르고 남은 콩물 찌꺼기에 생수 1컵을 부어서 밭쳐 냉장고에 차게 보관한다.
5 오이는 가늘게 채 썬다.
6 끓는 물에 국수를 넣고 삶은 다음 찬물에 헹궈 사리를 지어 물기를 뺀다.
7 그릇에 국수와 얼음을 담고 ④의 콩국을 부은 뒤 오이채와 수박 1쪽을 얹고 소금을 곁들인다. * 노란 백태 대신 서리태를 사용하면 콩국이 연한 연둣빛을 띠어 더 곱다.

구선숙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