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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 고향을 찾아서 _ 전주] 전주대학교 이남식 총장 당대에 첨단이면 미래엔 전통이다
‘학교기업’이 맛있는 먹을거리, 친환경 살림살이 사업에 팔을 걷고 나섰다. 궁중약고추장과 EM 생활용품을 통해 내 몸은 물론 환경까지 살릴 수 있는 친환경 살림법을 전파하는 전주대학교가 그 주인공. 대학이 자생력을 갖춰야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독특한 철학을 가진 이남식 총장의 노력이 빚어낸 결과다.
전주는 예나 지금이나 품 넓은 넉넉한 곳간, 풍요로운 고장이다. 곳간에서 나는 것이 인심만은 아닐 터, 풍류와 미식 또한 자연스레 발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수천 년의 세월을 통해 축적된 전통문화의 원형이 잘 살아 있기에 전주는 지금도 여전히 매력적인 도시다.
한글, 한식, 한복, 한옥, 한지, 국악 등 우리나라 고유 문화의 6대 분야를 아우르는 ‘韓브랜드 프로젝트’는 전통문화를 디자인해 세계적인 블루오션으로 키워낸다는 전략. 전주대 이남식 총장은 그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걸출한 문화 콘텐츠 기획자다.

최근 5년간 전주대가 NURI 사업을 통해 ‘전통문화 콘텐츠 디지털화’를 진행함으로써 이 분야에 관한 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도록 이끈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남식 총장은 전주대 최초의 3연임 총장이다. 대학은 산업과 거리가 있다는 사람들의 통념을 확실하게 깨버린 이 총장은 “대학은 지역과 함께 성장해야 한다” “세계적 지역 대학인 글로컬 glocal 대학을 만들자”는 말을 자주 한다. 대학은 지역의 지식 기반 센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역 문제에 적극 참여해 지역을 발전시키는 것이 대학의 궁극적인 역할이라는 것이다.
“전주는 비빔밥과 한지 등을 세계화함으로써 새로운 문화적 업적을 이루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을 디자인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내는 데 기여해온 전주대학교는 문화 제조 기관이라고 볼 수 있지요.”

(왼쪽) 전주대학교 최초로 3연임한 이남식 총장. 지역의 지식 기반 센터 역할을 하는 세계적 지역 대학인 글로컬 대학을 꿈꾼다.

요리 초보도 고수로 만드는 궁중약고추장
전라북도가 가진 청정 지역 이미지를 살려 정부가 시행하는 새만금 프로젝트에 발맞춘 복합 문화 관광, 청정 생태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농업이 발달한 지역이라는 이점을 살려 국가 식품 클러스터 사업과 연계시켜 사업을 추진하기도 하는 전주대학교의 경쟁력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현실적 상품을 선보임으로써 친근함까지 더한다.
전주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순창은 예로부터 알싸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고추장으로 유명한 고장. 그 순창 고추장을 이용해 만드는 ‘궁중약고추장’은 전주대가 학교기업을 통해 내놓은 인기 상품이다. 조선시대 궁중에서 전해 내려온 비법을 그대로 적용한 약고추장은 고종 황제가 김쌈에 곁들여 드셨다 하여 유명해진 음식. 19세기 말엽에 편찬한 <시의전서 是議全書>에 처음 등장하는 약고추장은 자연 숙성한 고추장에 꿀과 쇠고기, 배즙, 참기름 등을 넣고 볶아 만드는데 전주비빔밥의 독특한 맛을 재현해주는 일등 공신일 뿐만 아니라 쌈장이나 떡볶이, 조림 등에도 소스처럼 사용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오른쪽) 전통 방식으로 구운 옹기에 넣어 판매하는 궁중약고추장과 굴비장아찌, 김장아찌, 무장아찌. 고급 선물로 인기가 많다.

짜거나 매운 맛이 전혀 없고 달콤하기까지 한 순창 고추장의 독특한 맛의 비법을 사람들은 물맛이라고도 하고 콩 맛이라고도 하며 고추 맛이라고도 한다. 정확한 원인을 가리기는 힘들겠지만 알싸한 그 맛은 오랫동안 혀끝에 남아 한번 맛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리워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궁중약고추장은 순창 고추장 제조 기능 보유자인 오순이 할머니의 방식대로 담근 찹쌀고추장을 재료로 쓴다. 전주대학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통 음식 문화 관련 학과를 개설하고 있는데, 궁중약고추장은 바로 그 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직접 만드는 제품.

이남식 총장의 아이디어로 2002년 학생들의 조리 연구 동아리 ‘맷돌’에서 처음 개발했는데 문헌 연구와 제조 기법 표준화, 대량생산 기반을 갖추게 된 2004년 9월부터는 아예 학교기업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생산, 판매하고 있다.학교기업이 출범한 첫해에는 전국국제발효식품엑스포에 참가해 우수 발효 식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전주대에 근무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받아 맛본 사람들이 너도나도 주문하는 덕에 이제는 전국 곳곳으로 팔려나갈 만큼 인기가 높다. 선물용으로 대량 주문이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고. 이남식 총장 역시 궁중약고추장을 지인에게 꾸준히 선물하는 홍보대사 역할을 자처한다. 최근에는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튜브식 용기에 담아낸 제품과 옹기 대신 유리 용기에 담아 단가를 낮춘 제품도 개발했다.

“전통 발효 식품 중에서도 고추장은 김치와 더불어 한식의 맛과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식재료입니다.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음식은 전통적인 매운맛과 달리 왜곡되어 있어요. 전통 방식 그대로 말리는 태양초는 매우면서도 단맛이 있지요. 멕시코나 베트남 고추와는 차원이 다른 맛을 냅니다. 다행스럽게도 작년 8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제32차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코덱스) 총회에서 고추장이 국제식품규격 기준을 통과했습니다. 김치처럼 독창성을 인정받아 한국어 명칭 그대로인 ‘Gochujang’으로 표기할 수 있게 된 것도 기뻐할 만한 일입니다. 고추장이 케첩처럼 전 세계 식품 판매대에 오를 날이 머지않았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왼쪽) 이남식 총장은 학교기업을 통해 생산하는 모든 제품을 꼼꼼하게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왼쪽) 쇠고기와 꿀, 배즙 등을 넣어 만든 궁중약고추장은 다른 양념이 필요 없어 소스처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오른쪽) EM 스킨케어 라인. ‘이보메’라는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 천연 성분으로 만들어 민감한 피부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장맛도 와인처럼 테루아가 결정한다
궁중약고추장에 입맛을 들인 마니아들은 아예 전주대에서 진행하는 체험 행사에 참여해 전통 방식대로 고추장을 담그기도 한다고. 전통을 지키고 싶어도 여건이 안 되는지라 한꺼번에 장을 담근 후 학교 장독대에 마련한 옹기에 담아 숙성시켰다가 필요한 양만큼 그때그때 배송받는 것이다. 작년만 해도 10회 이상 체험 행사를 열어 3백 명 이상의 주부가 고추장을 담갔는데 앞으로 고추장 담그기 행사를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법성포 굴비로 만든 굴비장아찌와 무장아찌 역시 오랜 시간 숙성시켜 인기가 많다. 굴비장아찌는 1년간 고추장에 박아두었다가 꺼내 2차로 양념하고 다시 숙성시켰다가 내놓는다. 무장아찌는 6개월간 고추장에 박아두었다가 꺼내 새로운 고추장 단지에 넣어 숙성시키는 과정을 5년 정도 되풀이한다고. 지금 판매하는 무장아찌 역시 적어도 3년 이상 숙성시킨 것이라 깊은 맛이 살아 있다.

“식문화는 지리적 여건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요. 프랑스 와인이 지금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은 풍광과 기후, 토양이 어우러진 요소를 뜻하는 테루아 terroir를 식별할 수 있도록 AOC 등급을 매기기 시작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고추장이나 된장, 간장 같은 발효 식품도 마찬가지입니다.테루아가 중요하죠.”
최근 전주대학교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하나 있다. ‘한식 문화 체험관’건립 사업이다. 2014년까지 총 4백억 원을 투입해 1만 6500㎡(5천여 평) 부지에 국내 최대 규모의 식문화 체험관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그곳에 1천여 개의 옹기가 놓인 장독대를 만들어 전통 발효 식품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또 한가지 독특한 점은 중국과 일본, 인도, 미국 등 해외 30개국의 국제 학생을 불러들여 한식 요리 전문가로 양성하는 학교를 동시에 운영한다는 것. 체험관에서는 특히 프랑스 르 코르동 블루 Le Corden Bleu의 조리 MBA 프로그램이나 일본 JFCS(Japan Food Coodinator School)의 푸드 비즈니스 코디네이터 종합 코스와 같은 프로그램 제휴를 통해 요리와 경영을 통합한 요리 비즈니스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세계 곳곳에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수준 높은 한식당이 많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마련한 프로젝트인데, 동시에 우리 고유의 식재료 수출량을 늘리기 위한 사전 포석도 깔려 있다.

악취를 없애고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만들어주는 소취제와 헤어 케어 제품.

내 몸과 환경을 살리는 EM 생활법
궁중약고추장에는 아주 독특한 비밀 한 가지가 있다. 순창군 구림면 농가에서 EM 농법으로 재배한 고춧가루를 사용한다는 것. EM은 유용 미생물군(Effective Microorgani)의 약자로, 자연계에 존재하는 많은 미생물 중에서 사람에게 유익한 미생물 수십 종을 조합, 배양한 것을 말한다. 효모, 유산균, 공합성 세균 등이 EM을 구성하는 주요 균종인데 이들 균 사이의 복잡한 공존공영 관계가 만들어내는 발효성 생성물의 항산화력이 바로 EM의 효능. EM은 1982년에 일본 류큐 대학 농학부 히가 데루오 교수가 개발한 액상의 배양액으로, 처음에는 농업 자재로 주로 사용했지만 그 효능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환경 정화나 다양한 친환경 생활용품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전주대학교는 2002년 학교기업을 통해 친환경 EM 사업단을 설립했다. 개인의 건강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와 지구 환경까지 생각하는 기업 활동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시작한 사업이다. EM 발효제는 쌀겨나 왕겨 사료 등을 EM 원액으로 발효시킨 것으로 비료나 퇴비 대용으로 사용한다. EM 쌀뜨물 발효액은 쌀뜨물에 EM 원액을 넣어 발효시킨 것으로 청소나 세탁, 설거지할 때 세제 대신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만드는 방법은 의의로 간단하다. 1.5L 페트병에 쌀뜨물을 반 정도 부은 후 당밀이나 설탕을 페트병 뚜껑으로 3~4개 정도 넣고 EM 원액을 같은 분량 섞어 20~27℃의 따뜻한 곳에 둔다. 4~7일 정도 지나 달콤하면서도 새콤한 사과 향이 나면 완성된 것인데, 뚜껑을 열어 가스를 내보낸 후 용도에 따라 양을 적절하게 조절해가며 섞어서 사용하면 된다. EM사업단에서는 ‘에버 미라클’이라는 브랜드로 다양한 EM 생활용품을 판매하는데 제품군이 아주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스킨케어와 헤어 케어 제품, 냄새를 없애는 소취제, 식기와 세탁 전용 세제 등이 인기 있다고. 이남식 총장은 국내 최초로 대체의학대학을 설립해 정통 서양의학과 대체의학을 접목하고, EM사업단을 통해 첨단 기술과 실생활을 연결한 제품을 선보이는 등 끊임없는 사업적 시도를 하고 있다.

“우리가 전통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 시대에는 첨단이었을 겁니다. 전통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융합된 개념입니다. 옛 소재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경제적 부가가치를 높이고 생활을 윤택하게 만드는 것, 전주대학교가 ‘문화 지향 특성화’에 중점을 두는 이유입니다. 선진 대학이 소홀히 다루는 영역을 발굴해 육성함으로써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글로컬 대학을 만든다는 ‘세계화 지향 특성화’도 마찬가지입니다. 혜택은 대학이 속한 지역과 지역민에게 돌아갈 테니까요.”
거시적인 안목으로 지역과 학교를 동시에 발전시킬 수 있는 수십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모습과 자그마한 궁중약고추장 단지를 들고 홍보에 열 올리는 모습. 융합의 달인, 타고난 문화 기획자인 이남식 총장의 두 얼굴이다.

‘건강의 고향을 찾아서’는 한국벤처농업대학 설립자이며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으로 재직 중인 농업경제학자 민승규 박사와 함께 기획・구성한 기사입니다.

1 소스처럼 사용하는 궁중약고추장
“아미노산과 섬유질, 탄수화물은 물론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한 궁중약고추장은 유산균과 효모가 살아 있는 건강한 전통 식품입니다. 고종 황제도 그 맛에 반했다는 궁중약고추장은 몸에 약이 되는 재료가 듬뿍 들어갔으므로 다른 양념 없이 비빔밥이나 비빔국수에 소스처럼 넣어 먹으면 되지요. 특유의 칼칼한 맛과 달콤한 꿀맛, 구수한 쇠고기 맛이 어우러져 쌈장이나 떡볶이, 구이, 조림에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추정임(약고추장 학교기업 실무책임연구교수)

2 몸은 물론 환경까지 살리는 EM
“EM 전용 쇼핑몰인 ‘에버 미라클’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수십 여종이나 됩니다. 리빙 제품은 물론 스킨케어와 헤어 케어 제품까지 갖추었지요. EM의 효능은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이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집 안의 나쁜 공기를 정화하고 악취를 없애는 소취제와 설거지 전용 세제 등은 제가 매일 사용하는 강추 제품입니다.” 장원길(EM사업단장)

이명아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