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슬러 공공 도서관은 휘슬러 빌리지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도서관 위치를 정할 때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 대중교통 이용자의 접근성이 가장 용이한 곳을 찾았다.
캐나다 휘슬러는 북미 최고의 스키 리조트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도시다. 2010년 벤쿠버 동계 올림픽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막바지 채비에 여념이 없는 이 작은 도시에 눈길을 사로잡는 건축물이 하나 있다. 바로 지난해 새롭게 개관한 ‘휘슬러 공공 도서관(Whistler Public Library)’이다. 친환경 건축의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으며 2009년 리드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에서 실버 등급을 받기도 했다.
침엽수림 울창한 주변 경관과 조화롭게 어우러진 외관 디자인부터 자연 친화적인 풍미를 자아낸다. 밖에서 바라보면 마치 지붕 위로 홀씨가 날아들어 들풀이 자란 것처럼 듬성듬성 초록 무덤이 눈에 들어온다. 이는 최근 들어 캐나다 목조 건축물에 자주 등장하는 그린 루프 green roof(리빙 루프라고도 한다). 지붕 위로 토양을 다지고 지역에서 자생하는 들풀을 심는 방식이다. 지붕에 눈이 쌓여도 치울 필요가 없다. 눈이 쌓여 있는 동안 단열재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녹으면서 생기는 수분이 자연스럽게 그린 루프로 흡수되기 때문이다.
도서관 안으로 들어서면 드라마틱한 풍경이 펼쳐진다. 높은 천장에 사선으로 흐르는 목재 패널의 직선 패턴이 시원스럽다. 천장재로 사용한 목재 패널이 직선 패턴을 그려내는데, 이 천장재가 휘슬러 도서관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천장재로 사용한 것은 일종의 집성재. 사용한 나무는 헴록으로 브리티시콜롬비아주에서 가장 많이 자라는 수종이지만 강도가 약하다는 이유로 그동안 건축 구조재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이곳에 적용한 구조 시스템을 통해 구조재로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더욱이 이 시스템으로 천장 구조재가 마감재 역할도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았다.
(왼쪽) 도서관 남쪽 벽은 창과 나무 패널을 조형적으로 설치 했다. 나무 패널에는 단열재가 내장되어 있어 여름에 실내로 열기가 전해지지 않는다.
휘슬러 공공 도서관에서 보이는 또 하나의 큰 특징은 자연 발생 에너지로 냉난방과 온수 공급에 필요한 에너지의 70%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일종의 제로 에너지 하우스인 셈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창문과 배기구. 태양열을 필요에 따라 흡수하거나 차단하기 위해 계절별로 달라지는 태양의 위치를 고려해 창을 냈다. 겨울 해는 낮게 뜨고 여름 해는 높이 뜨는 원리를 이용해, 남쪽 천장 아래로 겨울 해가 길게 들어올 수 있고 여름 해는 차단되는 각도에 창을 설치했다. 일 년 열두 달 직사광선이 들어올 염려가 없는 북쪽으로는 벽을 대신하는 통창을 설치해 낮 시간 동안 실내 인공 조명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남쪽 벽은 단열재가 내장된 나무 패널과 유리창을 기하학적 패턴으로 배치해 장식 효과를 주는 동시에 여름에 태양열로 인해 실내 공기가 더워지지 않도록 했다. 냉난방은 지열을 순환시키는 시스템을 채택해 에너지 소비를 70% 정도 줄였다 . 여름에는 땅속 공기가 시원하고 겨울에는 땅 속 공기가 따뜻한 것을 이용한 것이다. 도서관 바닥 곳곳에 지름 20cm 정도의 배기구를 설치해 지열이 도서관으로 유입되는 통로로 만들었다. 또 찬 공기와 더운 공기의 흐름을 고려해 적절한 자리에 환기 구를 설치해 쾌적한 실내 공기를 유지할 수 있게 했다.
* 2008년 개관한 휘슬러 공공 도서관(www.whistlerlibrary.ca)은 2년간의 설계 과정, 3년간의 건설 기간을 거쳐 완공되었다. ‘지속 가능한’ 친환경 도서관을 짓기위해 이전 13년 동안 임시 도서관을 사용했다. 새 도서관으로 입주한 후 업무 처리 능력은 5배 높아졌고 도서관은 3배로 바빠졌다. 건축비는 1120만 달러(한화 1백30억) 정도 소요되었으며 비용은 휘슬러 소재 호텔들의 숙박비중 2%의 세금과 휘슬러 시민의 재산세로 충당했다.
1 도서관에는 휘슬러 시민이면 누구나 예약하고 사용할 수 있는 미팅 룸이 마련되어 있다.
2 어린이 도서 코너.
3 도서관 입구 창가에는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 책들이 놓여 있다.
4 캐나다 목조 건축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그린 루프. 겨울에 눈이 많은 지역에서 실용적인 시스템이다. 눈이 녹으면서 생기는 물을 지붕 위의 토양이 흡수하기에 힘들여 눈을 쓸어 내지 않아도 된다.
목조 건축, 무엇이 친환경인가?
목조 건축이라고 하면 으레 친환경이라 생각한다. 인체에 해로운 환경 호르몬을 내뿜지 않으니 친환경인가? 그 자체가 천연 소재이니 친환경인가? 뭔가 개운치 않은 의문이 끊이질 않는다. 나무는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집 안에 원목 소재 들이자고 숲을 훼손하는 것이 과연 친환경인가? 비슷한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다면 여기에 답이 있다. 나무의 일생을 함께 돌아보자. 잘 알다시피 나무는 생장 과정 내내 광합성으로 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한다. 한마디로 지구를 해독시켜주는 것이다. 그러데 이 나무는 죽어서도(불타버리는 일이 생기기 전에는) 절대 생전에 흡수해놓은 탄소를 다시 토해내지 않는다. 예를 들어 60평 규모의 목조 주택 한 채를 짓는 데 사용된 목재가 살아생전 나무 시절에 흡수한 탄소 양은 자동차 한 대가 5년 동안 뿜어내는 탄소 양과 맞먹는다. 그렇다면 다시 의문이 생긴다. 목조 주택을 짓는 것보다 나무를 살려두는 것이 더 옳은 것이 아닌가?
캐나다우드(해외에서 캐나다 산림업계를 대표하는 비영리 단체로 국내에서는 목조 주택관련 정보와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 사무소 정태욱 소장은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캐나다 임업은 전 세계의 90%를 차지합니다. 캐나다 제1산업이 임업이고요. 그리고 캐나다는 일 년에 딱 0.3%의 산림만을 벌목합니다. 동시에 해마다 2억 그루의 묘목을 새로 심습니다. 집을 짓기 위해 벌목하는 나무는 전체 산림 규모로 볼 때 아주 미비하지요. 현재의 시스템은 벌목과 복구가 함께 이루어지게 되어 있어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벌목하는 것이 환경에 해가 되지 않는다 해서 친환경이라 할 수도 없는 법. “집을 짓는 데 가장 대표적인 재료인 목재, 콘크리트, 철강 소재를 비교해 볼수 있지요. 나무로 집을 짓는 것이 콘크리트나 철강재로 집을 짓는 것보다 친환경적인 이유는 바로 자재 자체가 생산될 때 소모되는 에너지와 발생되는 탄소 양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부피의 목재와 콘크리트, 철강을 생산한다고 가정해보세요. 이후에 자재를 재활용하거나 폐기할 때도 마찬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나무는 생산에서 가공, 제작, 운반, 건설, 유지, 보수 등 라이프 사이클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도 콘크리트, 철강과 비교할 경우 최소의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단열 측면에서도 훨씬 우수하다고 한다. 나무는 조직에 공기 주머니를 머금고 있어 철강에 비해 4백 배, 콘크리트에 비해 15배나 열 효율이 높다.
(왼쪽) 나무 소재가 가진 편안한 성정은 실내 마감재로 사용했을 때 심리적인 안정감을, 환경 호르몬같은 화학 물질을 내뿜지 않아 몸이 개운함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원목을 재제목으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양이 콘크리트나 철강 소재와 비교할 수 없이 적으니, 목조 건축은 몸과 마음 그리고 지구 환경을 살리는 친환경 건축이다.
(왼쪽) 낮 시간 동안 실내에 인공 조명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북쪽 벽에는 커다란 채광장을 두었다. 북향은 여름에도 빛이 잘 들지 않아 커다란 통창을 내도 무리가 없다.
(오른쪽) 휘슬러 공공 도서관의 어린이 도서 코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