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웬만한 감은 다 서리 맞은 후에나 딴다는 박민봉 씨. 잘 익은 감을 따서 말려야 당도가 높고 쫄깃한 곶감을 만들 수 있다.
(오른쪽) 지리산 자락 비옥한 땅에서 자란 대봉 감은 다른 지역에서 나는 것보다 크고 맛과 향도 뛰어나다. 일조량이 많아 오랫동안 저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로 홍시로 만들어 먹던 대봉 감을 박민봉 씨가 곶감으로 만들었다.
경남 하동. 진영 단감만큼 유명하다는 악양 대봉 감으로 곶감을 만든다는 참샘농원을 찾았다. 납작하고 딱딱한 곶감 대신 말랑말랑한 반건시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지만 요즘은 대봉 곶감 맛을 알고 알음알음으로 주문해 먹는 사람도 많아지는 추세란다. 대봉 곶감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크기. 어른 주먹보다 훨씬 크다는 대봉 감을 말린 것이라 그런지 한 개 먹으면 배가 부를 정도고 단맛 역시 곶감 종류 중 가장 강하다. “악양군이 원래 대봉 감의 시배지예요. 토질이 좋아선지 유독 물이 많고 달거든요.” 악양 대봉 감은 대개 11월 20일에서 12월 초까지 딴다. 박민봉 씨도 예전에는 좀 일찍 수확하곤 했는데 11월 15일을 전후해 일주일 이상은 꼭 비가 오는 겨울 장마를 몇 번 경험하면서부터 방법을 바꿨다고. 느지막이 곶감을 따고도 열흘 이상은 저온 저장고에 넣어 후숙 과정을 거친다. 그래야 곶감의 단맛이 최고조에 이르기 때문이다. 아침저녁으로 얼음이 얼 정도로 날이 추워질 무렵에야 껍질을 깎고 볕에 말려 곶감을 만든다고. 수확 전에 이미 홍시가 될 정도로 충분히 익은 감은 말리는 과정에서 껍질의 쫄깃한 맛이 더해진다. 포도송이가 다 얼어버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당도가 최고조로 올랐을 때 일일이 손으로 따서 만든다는 기막히게 달콤한 와인인 ‘아이스바인’과 비슷한 이치이다. 대봉시 역시 곶감 못지않은 별미다. 제철에 잘 익은 대봉 감을 집에서 시간을 두고 충분히 익혀 홍시를 만든 후 냉동고에 보관하는데 11월 정도에 구입하면 된다. 박민봉 씨가 직접 얼린 아이스 홍시도 택배 주문을 받는다. 냉동 상태에서 배송되는데 양이 너무 적어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좋은 소식 하나. 악양 감 축제가 열리는 11월 첫 번째 일요일에 이곳을 방문하면 대봉시와 대봉 곶감을 실컷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