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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식품 명인]전통 막걸리를 위한 최고의 '테루아'를 이어간다 막걸리 명인 유청길
때론 선구자처럼, 때론 바보처럼 꿋꿋하게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작품을 짓는 식품 명인 12인. 그들이 구슬땀 흘려 생산한 믿을 수 있는 우리 먹을거리를 소개합니다.
부산시 금성동의 산성마을은 예로부터 막걸리로 유명하다. 조선 초기 이곳에 정착한 화전민들이 생계 수단으로 누룩을 빚으면서 그 역사가 시작되었고, 그 후 1700년대 금정산성을 축조하던 인부들이 막걸리를 즐겨 마시면서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1960~1970년대에는 주류 허가를 받지 못해 밀주 단속에 마음 졸이던 시절을 보내다가, 1979년 이곳 막걸리를 즐겨 마셨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라질 위기’라는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양성화할 것을 지시해, ‘대한민국 민속주 1호’라 불리며 제도권으로 들어왔다. “금정산성의 ‘정’은 우물 정 자입니다. 그만큼 물 좋기로 소문난 곳이지요. 막걸리 맛을 결정하는 것은 물과 누룩인데, 금정산 맑은 물에 인공 효모가 아닌 전통 누룩 발효로 빚어내니 맛이 좋을 수밖에요.” 금정산성 토산주 대표 유청길 씨의 설명이다. 이곳의 누룩은 통밀을 빻아서 사람이 발로 밟아 반죽을 하고, 피자처럼 둥글고 넓적한 형태로 빚어 누룩방에서 보름간 띄워 만든다. 가운데는 얇고 가장자리는 두꺼운 형태는 가장 맛있는 막걸리를 만드는 반죽 모양. 수백 년간 반죽하며 최적의 형태를 찾아냈을 조상의 지혜가 놀랍다. 이 누룩 반죽은 금정산 해발 450m의 맑고 깨끗한 기후 속에서 다양한 곰팡이를 피우는 산성막걸리의 모태가 된다. 흰 곰팡이, 누런 곰팡이, 검은 곰팡이가 모두 생기는데, 똑같은 조건으로 다른 지역에서 만든다 해도 이처럼 다양한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다. 이곳을 찾은 여러 전문가들이 혀를 내두른 부분. 막걸리에도 테루아가 작용하는 셈이다. 곰팡이가 핀 누룩을 부수어 꼬두밥과 섞고 맑은 물이 더해져 발효되면 막걸리가 완성된다. 쌀 100%로 만들어 맛은 진하고 구수하며 복합적이다. 첨가물 없는 생막걸리라 유통 기한은 열흘 정도로 짧다. “요즘 일본에서 ‘마코리’ 붐이 생겼다지요. 일본 발효 학자들이 이곳을 몇 차례 다녀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수백 년을 이어온 전통과 환경이 만드는 깊은 맛을 쉽게 흉내 내지는 못할 겁니다.”

(왼쪽) 금정산의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 그리고 동네 할머니들이 빚는 전통 누룩 덕에 맛있는 막걸리를 만들 수 있다는 산성막걸리 유청길 대표.


1 산성막걸리는 민속주 제1호로 지정될 당시 ‘주식회사 금정산성 토산주’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2 금정산의 맑은 물에 밀을 씻어 지름 30cm 크기의 동그란 누룩을 만든다.
3 인공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누룩과 쌀, 물 세 가지만 넣어 전통 제조 방식으로 만드는 자연 발효주 산성막걸리가 보글보글 거품을 내며 잘 익어가고 있다.


손다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