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메 내 새끼 꼬막 무치는 솜씨잠 보소, 저 반달겉은 인물에 손끝 엽렵허기가 요리 매시라운 니는 천상 타고난 여잔디. 금메, 그 인물 아까워 워쩔끄나와." 벌교 출신인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에는 무당 월녀가 그의 딸 소희의 꼬막 무치는 솜씨를 칭찬하면서도 무당 딸이라는 점이 섧고 슬퍼 한탄하는 장면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꼬막 씻는 법부터 맛있게 삶는 요령, 물 인심 다음으로 후했던 벌교의 꼬막 인심, 막걸리에 꼬막 한 사발 까는 것을 큰 낙으로 즐긴 벌교 장터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생생해 책을 읽는 내내 군침이 돌았던 기억이 있다.
"여기 이 넓은 뻘을 '여자만' 이라고 하는데, 찬 바람 부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잡은 겨울 꼬막이 제일 맛있어. 살짝 데쳐서 피가 뿍쭘뿍쭘해야 제 맛인데 그 배릿하고 쫄깃한 벌교 꼬막의 진짜맛을 서울 사람들이 알까 모르겠네. 살짝 데쳐서 술안주로 삼으면 최고지."
벌교 꼬막 밭에서 만난 동진수산 장동범 대표의 설명이 맛깔나다. 올해로 7회를 맞는 '벌교 꼬막축제'를 처음 마련한 이로, 영화<태백산맥> 촬영 때 벌교 꼬막 관련 촬영을 도와준 인연으로 임권택 감독에게<태백산맥> 시사회에 초대받았던 일을 자랑 삼아 늘어놓았다.
"벌교 꼬막은 영양소도 풍부하고 맛도 최고로 뽑는데, 그 이유가 뭐시냐면 벌교엔 해수욕장이 없어. 모래사장없이 모두 뻘받이야. 점질이 높은 뻘받이라 맛있는 꼬막이 절로 나지."
벌교 꼬막은 양식이 아니라 100% 자연산으로 물때를 맞춰 한 달에 사나흘,보름과 그믐을 중심으로 앞뒤 날만 채집할 수 있다. 장동범 씨는 '내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제사상에 쓰려고 해도 다른 날엔 꼬막이 없다'고 할 만큼 물때가 중요하다고 했다. 물론 벌교의 식당에는 늘 꼬막이 있지만 그건 때론 오래전 채집한 것으로 맛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벌교의 꼬막을 먹으려고 먼 걸음을 한다면, 이왕이면 보름이나 그믐날 혹은 그다음 날 오는것이 좋다고 귀띔한다.
겨울철 보름이나 그믐날 아침이면 벌교 아낙들은 꼬막을 채집하러, 널빤지로 만든 널배를 타고 살을 에는 듯한 겨울 바닷바람을 가르며 뻘받으로 나선다. 벌교 꼬막은 맛도 맛이지만 꼬막을 채집하는 풍경이 장관인데. 한겨울에 여자만 붉게 물들이는 석양 빛을 뒤로하고 해 질 녘 포구로 돌아오는 널배의 풍경은 서정적이고 아름답기만하다. 꼬막의 고장인 벌교 읍내엔 삶은 꼬막과 꼬막회무침, 꼬막된장찌개, 양념꼬막, 꼬막전 등 다섯가지 꼬막 별미를 한 상에서 맛볼 수 있는 꼬막 정식 전문 식당이 20여곳에 이른다. 그런데 식당이 아닌 집에서 꼬막을 맛있게 먹으려면 어떻게 손질하고 요리해야 할까?
흐르는 물에 흔들어 씻는다 벌교 꼬막은 해감을 제거할 필요가 없다. 다만 뻘밭에서 채집해 거무스름한 뻘이 묻어 있으므로 뻘을 제거해야 하는데, 흐르는 물에 흔들어가며 여러 번 씻으면 깨끗해 진다. 다 씻은 꼬막은 채반이나 소쿠리에 얹어 물을 빼면서 속이 빈 것을 골라 낸다.
채소처럼 살짝 데친다 꼬막은 살짝 데쳐 아무런 양념없이 그대로 먹어야 제 맛이다. 제대로 삶은 꼬막이라면 입이 벌어지지 않아야 하는데, 일반 조개처럼 입이 쩍 벌어지도록 삶은 꼬막은 맛있는 성분이 밖으로 빠져나가고 질겨져서 맛이 없다. 동진수산 장동범 대표가 꼬막 삶는 법을 소개했다. 냄비에 꼬막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팔팔 끓으면 물 양의 1/10 정도 되는 찬물을 부어 80~90℃로 온도를 맞춘다. 거기에 꼬막을 넣고 불을 가해서 물이 다시 끓어 오르려고 하면 바로 불을 끄고 5~7분 정도 뜸을 들인 후 꺼내 먹는다.
1 꼬막회무침 꼬막을 데쳐 살만 발라낸 뒤 갖은 야채와 초고추장을 섞어 비빈다.
2 꼬막전 달걀 푼 물에 꼬막 살, 잘게 썬 양파와 파를 넣고 섞어서 한입 크기로 부친다
3 양념꼬막 꼬막을 살짝 데쳐 간장, 고춧가루, 다진 고추, 다진 마늘, 참기름, 설탕으로 만든 양념장을 끼얹어 먹는다. 진간장이 아닌 조선간장으로 간을 하거나, 진간장에 액젓을 약간 섞어 만들면 더 맛있다.
벌교 참꼬막, 어떻게 구분할까?
꼬막은 참꼬막, 새꼬막, 피꼬막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중 벌교 꼬막은 참꼬막으로 상품으로 친다. 양식하지 않은 순수 자연산으로 가격도 다른 꼬막보다 비싼 편이다. 벌교 꼬막을 구분하려면 껍질에 파인 골의 수를 세어보면 된다. 20개 미만인 것이 참꼬막, 30개 정도면 새꼬막, 40여 개면 피꼬막이다.
꼬막에서 피가 나오는데. 혹시 상했을까?
단백질, 칼슘, 철분이 많이 함유되어 건강식으로 꼽히는 벌교 참꼬막. 하지만 처음 꼬막을 삶아본 사람들은 꼬막 삶은 물이 갈색인 것을 보고 꼬막이 변질된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꼬막 껍질에 핏기가 배어 있거나 꼬막 삶은 물이 갈색인 것은 꼬막에 있는 헤모글로빈이 빠져나와 생기는 정상적인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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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꼬막축제
벌교에서 열리는 제7회 벌교꼬막축제는 11월 14일부터 16일까지 벌교읍과 대포리 갯벌 일대에서 진행된다. 꼬막으로 만든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으며 징광옹기 전시, 벌교 전통 농악놀이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되어 있다. 문의 061-850-5602
* 꼬막 구입 문의 동진수산 061-857-5314
* 꼬막 정식 맛집 꼬막회관 061-857-99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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