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쌉싸래한 갓김치와 새콤한 서대회무침 드이소 맛의 고장 여수에는 뭐가 있을까?
따뜻한 남쪽 지방 여수가 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도시로 선정되었다. 아름다운 풍경과 슬로 라이프를 지향하는 느긋한 사람들, 그리고 전라남도 특유의 맛깔스러운 음식이 여수의 보물이다. 겨울의 끝자락을 놓치기 전에 풍요로운 미식의 고장 여수가 전하는 맛깔스러운 매력에 풍덩 빠져보자.

1 수산물시장 옆에 있는 회센터. 퍼덕이는 신선한 생선으로 즉석에서 회를 떠서 먹을 수 있으며 접시 당 3만 원 가량이다.
2 유난히 섬이 많은 여수에는 곳곳에 올망졸망한 해안가가 숨어 있다. 고운 모래밭과 아늑한 해안선이 이국적이다. 여수의 또 하나 특징적인 풍경은, 바로 부드러운 엄마 품이 생각나게 하는 둔덕이다. 한겨울에도 푸른 갓이 자라고 있다. 
3 여수수산물시장에서 발견한 다양한 젓갈.

달력 숫자로 보면 엄연히 겨울인데도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푸르른 갓 밭이 펼쳐진 둔덕은 따사롭기만 하다. 고운 모래가 깔린 올망졸망한 해안가, 짭조름한 바닷바람에 몸을 맡긴 채 흔들리는 생선이 평화로운 이곳은 여수다. 최근 이 조용한 도시 여수에 경사가 났다. 2012년 5월에 열릴 세계박람회 개최 도시로 여수가 선정된 것. 그래서일까, 지방 촬영차 우연히 들른 여수는 터질듯한 기대감과 생동감으로 그득차 있다. 시장에서 행상을 하는 아주머니도, 주차 단속 중인 여수시청의 젊은 총각도, 식당에서 주문받는 사장님도 얼굴에 싱글벙글 웃음꽃이 그치질 않는다.

세계박람회 소식이 알려지면서 최근 여수를 찾는 방문객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은 뭐니 뭐니 해도 음식. 여수에는 어떤 먹을거리가 있을까? 오동도, 거문도, 돌산도 등 섬이 유난히 많은 여수는 신선한 해산물과 갓김치가 유명하다. 특히 돌산 갓김치는 특유의 쌉싸래한 맛과 쓴맛, 향긋함이 어우러지는 별미로 오직 여수에서만 맛볼 수 있다. 길을 가다가도 “갓김치 판매합니다”라는 푯말을 종종 볼 수 있으며 어느 식당을 가나 밑반찬으로 갓김치가 빠지지 않는다. 여수 향일암에 있는 ‘갓김치 골목’에 가면 입맛에 맞는 갓김치를 고를 수 있다. 20여 곳의 김치 가게가 늘어서 있으며 3kg당 1만~1만 5천 원으로 그 자리에서 버무린 갓김치를 구입할 수 있다.

들고 가는 것이 번거로우면 곧바로 택배로 보내도 된다. 막 담근 갓김치는 일주일 정도 밖에 두어 익혀 먹어야 제 맛이다. 입맛 없을 때 찬물에 밥 말아서, 또는 갓 지은 쌀밥에 갓김치 한 조각 올려 먹으면 가출한 입맛이 찾아온다. 갓김치 외에 서대회무침과 간장게장, 은갈치구이, 금풍생이구이, 아구찜, 갯장어 등이 유명하다. 그중 가장 잘 알려진 서대회무침과 간장게장을 보자. 막걸리를 발효시켜 만든 식초와 초고추장에 버무린 서대회무침은 1인분에 1만 원 정도. 커다란 사발에 밥과 참기름, 여러 가지 채소와 함께 서대회를 넣어 쓱쓱 비벼 먹으면 된다. 여기에 막걸리를 곁들이면 금상첨화. 중앙동에 있는 삼학집(061-662-0261)과 28년 동안 한자리에서 서대회무침을 팔아온 구백식당(061-662-0900)이 유명하다. 특히 구백식당에서는 금풍생이구이도 판매한다.

눈이 부리부리한 손바닥 크기의 금풍생이는 통째로 구워 내장째 먹는 생선인데 육질이 달고 쫄깃쫄깃하다. 외부인들이 이곳 여수에서 가장 감동하는 음식이 바로 게장백반이다. 5천 원가량의 게장백반을 주문하면 푸짐하게 한상 차려져 나온다. 양념게장과 간장게장이 있는데, 어쨌든 한 그릇 그득하게 나오는 게장이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게 크기는 좀 작지만 가격대비 푸짐하여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게장백반이 유명한 곳으로 두꺼비식당(061-643-1880)이 있다. 10여 가지 반찬 중 간장에 조린 생새우, 꼴뚜기젓갈, 멍게젓 등이 맛있으며 반찬은 그때그때 달라진다. 봉산동에 있는 여성식당(061-642-8529) 역시 푸짐하고 깔끔한 맛의 간장게장백반맛으로 유명한 집이다.



4, 5 두꺼비식당의 5천 원짜리 게장백반. 조기 찌개를 비롯해 십여 가지의 반찬이 나온다. 살이 가득 들어앉은 간장게장은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한다.
6 눈이 우락부락한 금풍생이. 통째로 구워 내장째 먹으면 쌉싸래한 맛이 난다.

어느 정도 허기를 달랬으면 여수수산물시장(061-662-7268)에 가보자. 멀리서부터 바람에 실려 불어오는 짭짤한 소금 냄새가 느껴진다. 지역 특산물을 한눈에 볼 수 있고, 구수한 사투리를 내뱉는 토박이 상인들과의 만남은 신선하고 반갑다. 방금 배에서 내린 갖가지 생선이 햇살에 반짝이며 퍼덕거린다. 먹음직스러운 젓갈이 종류대로 놓인 젓갈 가게와 하얀 빛깔의 눈부신 소금, 가지런하게 잘라놓은 미역과 김 등을 보면 이곳이 해안 도시임을 실감한다. 행상 앞에 저마다 자리 잡고 앉은 상인들이 지나가는 우리들을 향해 전라도 사투리를 건넨다. “어따, 사진가 아저씨, 이것 좀 보이소이잉~. 참말로 맛있당께.” 왁자지껄한 상인들을 뒤로하고 시장 골목을 빠져나오면 회센터가 줄지어 서 있다. 생선을 고르면 횟감을 떠주는데 2층에 마련된 식당에서 방금 막 뜬 신선한 회를 먹을 수 있다. 보통 접시당 3만 원 가량으로 배가 부른데도 또 식탐이 동한다.

여수의 푸짐한 먹을거리 인심에 기분이 좋아진다. 나중에 국제박람회를 열고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더라도 후한 인심이 변치 않길 바랄 뿐이다. 식도락 탐방은 알지 못했던 미각 하나를 발견하는 기쁨을 준다. 뿐만 아니라 낯선 경험을 통해 새로운 나를 찾게되는 기회이기도 하다. 국제박람회로 주목받는 아름다운 슬로 시티, 맛의 고장 여수에서 그러한 경험을 쌓아보는 것은 어떨까. 방학 맞은 아이들과 이번 주말에는 전라남도 여수로의 여행을 계획해보자.

박은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