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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저녁 식탁을 공개합니다 [新가족풍경 4] 서울 지붕 아래 다섯 가족의 다이닝 스케치
2007년 현재 서울에 거주하는 다섯 가족의 주말 저녁 식탁을 ‘꾸밈없이’ 공개합니다. 그들은 어디서 얼마만큼의 식료품을 구입하고, 무슨 음식을 만들어, 어떻게 차려 먹을까요? ‘사진 촬영용 액션’일 거라는 섣부른 선입견은 사양합니다. 여기 다섯 가족, 특히 아내이자 엄마인 다섯 명의 여주인공들은 언제나처럼 식구들을 위해 메뉴를 짜고, 시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어, 아끼는 그릇에 담아 식탁을 차렸습니다. 그들의 저녁 식탁을 구경해볼까요?

황능준 씨와 윤영미 씨 가족

맛과 멋, 두 마리 토끼를 놓칠 수 없다
쿠킹 클래스와 와인 강좌, 플라워 데커레이션까지 섭렵해 평소 감각 있기로 소문난 윤영미(SBS 아나운서) 씨의 저녁 테이블은 한눈에 봐도 스타일리시하다. 아이들 잘 챙겨주고 자상한 남편 황능준(45세) 씨와 든든한 아들 예손(11세)·예후(10세)는 그의 에너지의 원천. 일 때문에 매일 저녁을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일주일에 두 번 저녁 식사만큼은 맛있는 음식을 최대한 예쁘게 먹으려고 노력한다. 가족 모두가 육류를 좋아해서 가능하면 샐러드 같은 채소 요리를 반드시 곁들이고, 검정콩이나 토마토, 과일 등을 많이 먹을 수 있도록 늘 준비해둔다. 시장은 집 근처 홈플러스 김포점을 주로 이용하는데, 단 육류를 구입할 때는 고기 맛 좋기로 유명한 현대백화점으로 향한다. 가능하면 유기농 식재료를 구입하고 원산지에서 철 따라 식품을 주문해서 먹는다(음성 달걀, 양구 검정콩, 정선 두릅과 참나물, 봉화 송이 등). 또 윤영미 아나운서는 맛집 마니아. 덕분에 네 식구는 최고급 레스토랑부터 뒷골목 김치찌개 집까지 행복한 미식 탐험을 즐긴다. 오늘 저녁은 그동안 쿠킹 클래스에서 배웠던 메뉴 중에서 엄선했다. 하나하나 평범함을 거부한 그릇들은 모두 그가 모아두었던 것들. 메인 요리는 큰 접시에 담아 덜어 먹고, 나머지 음식은 1인용 트레이를 이용해 개인 세팅으로 담아냈다.

장바구니 열어보니 파슬리, 수삼(생산지 사천), 흙쪽파, 깻잎, 피망, 파프리카, 선키스트 레몬, 신고배, 깐 은행, 한우 1++ 등급 채끝살, 드로게리아 통흑후추밀, 샘표 꽃소금, 유기농 볶음참깨, 유기농 모둠 새싹채소, 백화 청하, 품질인증 계란, 한성 크래미, 유기농 콩두부, 방울토마토, 죽방멸치, 복음자리 유자잼. 현대백화점 본점(02-547-2233)에서 총 17만 9천3백 원 지출. 가장 고가의 품목은 채끝살로 8만 원 정도.

오늘의 저녁 메뉴
김치말이 주먹밥 볶은 멸치를 다져 넣고 한 입 크기로 주먹밥을 만든 뒤 신 김치로 돌돌 만 요리.
달걀 오븐찜 달걀에 은행과 게맛살을 넣고 오븐에서 익힌 찜.
무 냉국 시원한 멸치 육수에 빨간 피망과 무를 채 썰어 넣고 잣을 띄운 냉국.
수삼 너비아니 수삼을 갈아 넣은 양념에 채끝살을 재워 굽고 뜨거운 자갈 위에 올려 잣가루를 뿌린 것.
토마토 마리네이드 껍질 벗긴 방울토마토를 올리브오일, 식초, 양파 등을 섞은 드레싱에 재운 것.
두부드레싱 샐러드 기름을 한 방울도 넣지 않고 두부와 유자청으로 만든 저칼로리 웰빙 드레싱.
청포묵 직접 묵을 쑤어 둥근 그릇에 굳힌 뒤 양념간장과 채 썬 깻잎을 곁들인 것.


이탈리아인 안토넬로 씨와 미리암 씨 부부
무거운 소스는 No, 와인은 Yes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 참사관 겸 부대사인 안토넬로 데 리우Antonello de Riu(39세) 씨와 미모의 아내 미리암 피로네 데 리우Miriam Pirone de Riu(31세) 씨 사이에는 인형처럼 귀여운 아들이 둘이다. 엠마누엘레Emanuele(3세)와 가브리엘레Gabriele(1세). 이 가족은 이란에서 근무하다 3년 전 한국으로 발령받아 왔고, 오는 9월 말 본국인 이탈리아로 돌아간다. 식사는 100% 이탈리아식이다. 한국에는 파스타, 올리브오일, 치즈, 발사믹 비니거 등 이탈리아산 식재료가 거의 수입되기 때문에 재료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음식을 마음껏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아이들용으로 파스타를 매일 만들지만 이들 부부는 보통 이탈리아 사람들이 즐겨 먹는 카르보나라나 라자냐는 너무 무거워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육류나 생선을 주로 먹는데 되도록이면 소스를 곁들이지 않고 담백하게 먹는 편. 야채 역시 거의 쪄서 먹으며, 특히 보리로 만든 미네스트로세(곡물 스튜 종류)를 즐겨 먹는다. 소스는 빠져도 이탈리아 와인과 식후주 리몬첼로limoncello만은 빠지지 않는다. 테이블클로스와 커트러리는 레바논에서 구입했고, 그릇과 와인잔은 모두 이란산이다. 생필품과 식재료는 주로 홈플러스 동대문점에서 구입하고, 양이 많지 않을 경우에는 집에서 가까운 해든하우스를 이용한다.

장바구니 열어보니 덴마크 생크림, 프레시 바질, 바릴라 파르팔레, 데체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스테이크용 연어, 브로콜리, 버펄로 치즈, 세척 당근, 고형 파르메산 치즈, 호박, 토마토, 젤라틴 구입. 해든하우스(02-794-0511)에서 총 7만 1천2백70원 지출.

오늘의 저녁 메뉴
모차렐라 카프레제
토마토와 버펄로 치즈, 프레시 바질을 이용한 애피타이저.
바질 페스토 파르팔레 바질 페스토를 곁들인 나비 모양의 파스타. 아이들을 위한 메뉴.
연어 필레 마리네이드한 연어를 오븐에 굽고 찐 브로콜리와 호박, 당근을 곁들인다.
파나코타 차갑고 부드러운 이탈리아 디저트. 생크림, 설탕, 우유를 끓인 뒤 젤라틴을 넣고 냉장고에서 굳혀 캐러멜 소스를 뿌리고 쿠키와 함께 먹는다.


(왼쪽) 집에서 먹는 것 중에 절대적으로 빠뜨릴 수 없는 에스프레소. 이란산 에스프레소 잔과 한국산 칠기 쟁반의 놀라운 조화.
(오른쪽) 냉장고에서 차게 굳힌 뒤 캐러멜 소스를 뿌려 먹는 파나코타.


인도인 제이콥 씨와 샨티 씨 가족
인도 카레와 육개장의 절묘한 조화

인도 남부 첸나이Chennai 출신인 제이콥 프린스Jacob Prince(41세) 씨와 샨티Shanthi(37세) 씨는 1999년부터 한국에서 살고 있다. 현재 이태원, 논현동 등 5개 지점이 있는 인도 음식 전문점 ‘차크라’의 부부 오너다. 레스토랑 사장 가족의 저녁 식탁은 과연 어떤 음식으로 채워질까? 물론 기본은 예상했다시피 인도 카레다. 한데 서울살이 10년을 바라보니 입맛이 한국 사람 다 됐단다. 거기에 제이콥 씨는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육개장을 먹어야 하고, 사랑스러운 두 딸 샤론Sharon(10세)과 셸리Sherly(6세)는 부대찌개와 매운닭볶음, 떡볶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매일 매일 아침 식사와 저녁 식사를 아내가 준비해(남편은 보조) 식구들이 함께 둘러앉아 먹는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요리에 할애하는 시간이 상당한데도, 샨티 씨는 ‘원래 인도 여자들은 전통적으로 한 끼 식사를 준비하는 데 2시간 이상은 족히 들인다’며 가볍게 웃는다. 이럴 때 도움을 받는 건 바로 즉석 식품이다. 오뚜기 옛날 육개장 포장을 뜯어 냄비가 끓이다가 달걀을 하나 풀어 넣는다거나, 3분 미트볼을 이용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미트볼 스파게티를 만드는 식이다. 또 한국의 압력솥은 인도 콩인 ‘달’을 삶을 때 놀라울 정도로 쉽고 빠르게 익혀 부엌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도구다.

장바구니 열어보니 오뚜기 옛날 육개장, 덴마크 저지방 우유, 데체코De Cecco 스파게티, 앵커Anchor 무염 버터, 우리밀 통밀가루, 코코넛 밀크 캔, 달, 고수, 클라시코 토마토&바질 소스, 코코넛, 오뚜기 3분 미트볼, 오크라okra, 아시안 5종 혼합 야채, 3종 혼합 야채, 카레 가루, 페넬, 터메릭, 큐민, 코리앤더, 칠리, 머스터드 시드 구입. 인도 채소 오크라는 이태원 외국 식료품점(02-793-0082), 나머지 모든 재료는 한남슈퍼마켓(02-702-3313)에서 구입. 총 9만 5천6백 원 지출. 향신료는 기존에 집에 있던 것들.

오늘의 저녁 메뉴
로티
우리밀을 반죽해 밀대로 밀어 굽는 인도 빵. 집에서는 화덕 대신 프라이팬에 바로 구워 먹는다.
육개장 오뚜기 옛날 육개장을 냄비에 끓이다가 달걀을 풀어 넣은 것.
달 쇼르바 인도 콩인 달을 압력솥에 푹 삶아 으깬 뒤 향신료를 넣어 수프처럼 끓인 것.
야채 카레 냉동 야채에 갖은 향신료를 조합해 넣고 끓인 카레.
치킨 카레 구운 닭과 냉동 야채를 이용해 만든 카레 닭구이는 ‘차크라’에서 포장해 온 뒤 채소와 향신료를 넣어 끓인다.
미트볼 스파게티 아이들을 위한 메뉴. 토마토소스에 오뚜기 3분 미트볼을 넣고 삶은 스파게티를 넣어 완성.
프라이드 오크라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말이 전해지는 인도 채소. 풋고추와 피망 중간 느낌의 채소로 맵지 않고 달큼하다.
버미셀리 키르 가느다란 쌀국수와 코코넛으로 달콤하게 만든 인도식 디저트.


미국인 필립스 씨 가족
요리는 부부가 함께하는 또 다른 엔터테인먼트
스탠 필립스Stan Phillips(42세) 씨와 수잔 필립스Susan Phillips(45세) 씨 부부가 사는 집 주방에 들어서면 안주인이 요리를 무척 즐기는 사람이라는 게 한눈에 느껴진다. 수십 가지 향신료와 각종 특수 재료, 양념들이 벽장을 가득 채워 졸업식 단체 사진처럼 줄 맞춰 정리돼 있고, 뒷마당에는 민트며 파슬리 같은 허브가 상큼하게 자라고 있다. 오늘 저녁은 허브에 마리네이드한 닭가슴살 바비큐가 메인 요리다. 남편 스탠 씨는 평소에도 식사 준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편인데 특히 바비큐에 일가견이 있다. 이렇듯 평소 저녁은 ‘아메리칸 스타일’로 차리지만 갖은 향신료를 이용한 태국 요리도 자주 만들어 먹는 편. 수잔 씨가 한국에 와서 배운 것 중 놀라울 정도로 유용한 것은 바로 ‘주방 가위’의 편리함. 부부가 둘 다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용산 미군기지에 산다. 식료품은 주로 기지 내 커머서리나 양재동 코스트코에서 구입한다. 식사 때는 대표적인 캘리포니아 와인인 캔달잭슨을 즐기며, 열 살 난 아들 섀무얼Samuel을 위해서는 크랜베리주스를 챙긴다. 식기는 이전 근무지 폴란드에서 구입했던 폴란드 스타일의 도자기류를 사용한다.

장바구니 열어보니 아스파라거스, 냉동 닭가슴살, 깐 마늘, 커클랜드 시그리처 호두, 체리, 청포도, 토마토, 적양파, 감자, 선키스트 레몬, 크랜베리 주스, 캔달잭슨 샤도네이, 룰레트roulette 블랙페퍼 치즈, 가평산 잣, 샐러드용 모둠 채소 등 구입. 양재동 코스트코에서 총 23만 5백 원 지출. 대부분 벌크 포장이어서 총 지출은 크지만, 이날 사용한 재료만큼을 비용으로 환산하면 약 3만 7천 원.

오늘의 저녁 메뉴
토마토를 곁들인 그릴드 치킨
닭가슴살을 양념에 재워 바비큐 그릴에 구운 뒤 토마토와 구운 잣을 곁들인 메인 디시.
허브 감자 구이 올리브오일에 다진 허브를 섞어 살짝 익힌 감자에 고루 버무린 뒤 바비큐 그릴에 굽는다.
찐 아스파라거스 냄비에 찜망을 올려 아스파라거스를 익힌 뒤 버터를 한 조각 올린 사이드 디시.
호두 그린 샐러드 씻어서 다듬어져 있는 냉장용 모둠 채소에 깐 호두와 블랙페퍼 치즈, 청포도를 넣고 시판 드레싱을 뿌렸다.
체리 디저트용 캘리포니아산 체리.


영국인 마틴 패트모어 씨와 일본인 히로코 씨 부부
고기는 백화점, 채소는 유기농으로장바구니 열어보니 샤브샤브용 한우 우둔, 스테이크용 한우 등심, 무, 래디시, 양상추, 민물장어구이, 브로콜리, 시소, 고수, 실파, 홍고추, 흙대파, 아스파라거스, 감자, 파프리카, 친환경 쌈채소. 신세계 강남점과 이마트 용산역점에서 총 10만 3천6백60원 지출.광고대행사 그레이월드와이드 코리아 부사장인 마틴 패트모어 Martin Patmore(40세) 씨와 히로코Hiroko(37세) 씨는 홍콩에서 일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 올해로 결혼 7년 차인 이들에게는 귀여운 연년생 아들 조Joe(4세)와 샘Sam(3세)이 있다. 평소에는 거의 남편 입맛에 맞춰 양식 위주의 메뉴로 준비하는데,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일본식으로 차린다. 평일 식사 준비를 거의 돕지 못하는 남편은 주말만큼은 기꺼이 아침을 차린다. 엄마가 일본어로 얘기하면 영어로 대답할 정도로 두 나라의 문화를 온몸으로 익히고 있는 아이들이라서 음식도 양식과 일식, 때론 퓨전 요리까지 두루 잘 먹는 편이다. 가족이 먹는 재료만큼은 비싸더라도 질 좋은 것으로 꼼꼼하게 따져서 구입한다. 신세계 백화점은 민물장어구이와 용도별 육류, 고수나 래디시 같은 특수 야채의 상태가 좋아서 필요할 때마다 들르고, 서양식 재료나 양념 구입 시 혹은 급하게 재료가 필요할 때는 집 근처의 해든하우스를 이용한다. 이마트 용산역점은 평소 먹을거리와 생활용품을 구입하러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 과일과 채소는 반드시 유기농을 선택한다.

장바구니 열어보니 샤브샤브용 한우 우둔, 스테이크용 한우 등심, 무, 래디시, 양상추, 민물장어구이, 브로콜리, 시소, 고수, 실파, 홍고추, 흙대파, 아스파라거스, 감자, 파프리카, 친환경 쌈채소. 신세계 강남점과 이마트 용산역점에서 총 10만 3천6백60원 지출.

오늘의 저녁 메뉴
장어밥 구운 장어와 달콤한 간장소스를 넣고 지은 밥. 밥이 되면 1cm로 썬 구운 장어를 넣고 뜸을 들인 뒤 가볍게 섞어 그릇에 담아낸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음식.
스테이크 샐러드 참깨 페이스트를 넣은 고소한 드레싱. 코리앤더의 향긋함과 스테이크의 조화가 독특하다.
흑임자 풍미의 감자조림 간장 베이스의 감자와 고기 조림에 흑임자 페이스트를 넣어 마무리한 일본식 가정 요리.
따뜻한 그린 채소 샐러드 가쓰오부시, 피시소스, 굴소스를 섞은 동남아풍의 따뜻한 소스가 특징. 참기름과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채소를 살짝 데친 후 소스를 뿌린다.

구선숙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