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아버지 정유식 씨, 둘째 석주, 막내 조운 군을 안고 있는 어머니 조신애 씨, 첫째 소원 양.
막내 조영 군 입양한 정유식·조신애 씨 가족 “세 아이 모두 하느님의 선물”
남편 정유식 씨(의왕 백운중 교사)와 아내 조신애 씨(의왕 왕곡초 교사, 육아 휴직 중)는 15년의 준비 끝에 조영 군을 만났다. 대학 시절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때가 되면 입양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조신애 씨의 생각이 실천으로 옮겨진 것은 지난해. 봄이 되면서 입양 준비에 들어가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객관적으로 그럴 수 없는 상황인데도 임신한 느낌이 들었던 것. 남편과 상의를 하고 양가 부모님은 물론 첫째 딸 소원 양, 둘째 아들 석주 군과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문제가 생겼다. 소원 양과 석주 군 모두 각각 동성의 동생을 원해서였다. 남매는 협의 끝에 남동생을 낳아달라(?)고 요청했다. 온 가족이 조영 군을 보러 가기로 한 날이었다. 갑작스러운 일정으로 유치원을 늦게 마친 석주 군은 조영 군을 만나러 가지 못했다. 그날 저녁 석주 군은 펑펑 울었다. 조영 군은 어머니의 15년 태교, 아버지의 뒷받침, 누나와 형의 마음까지, 모두의 가슴으로 낳은 특별한 막내다.
18년 동안 1백60여 개국을 여행한 조동현(왼쪽)·김현 씨 부부.
함께 전 세계를 여행하는 김현·조동현 씨 부부 당신을 위한 40년, 친구 같은 부부 여행가
두 사람은 1968년 결혼했다. 김현 씨는 방송국 PD였고, 조동현 씨는 영어 교사였다. “같이 여행 다니면 싸우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아요. 우리의 대전제가 ‘상대를 위해서’이기 때문에 그럴 일 없어요. 그리고 왜 그렇게 멀리 가서 싸우나요?(웃음)” 두 사람은 해외 여행 자유화가 시행된 1989년부터 지금까지 1백60여 개국을 다녔다. 그간 준비했던 여행 노트가 책장 한가득이다. 맞벌이를 했던 두 사람은 여행 준비도 분담했다. 남편은 기획과 비행 편을, 아내는 예산을 담당했다. 최대로 절약하는 여행을 준비하다 보니 열흘짜리 여행을 준비하는 데 1백일이 걸렸다. 그러는 사이 두 사람은 여행 전문가가 되었고 두 아들도 늠름하게 성장했다. ‘투현스 트래블 클럽2hyuns’ travel club’이라는 팬 클럽이 생겼고, 김현 씨는 매주 두 편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한다. 여행으로 좋은 부부 관계를 유지하며 인생 2기를 윤택하게 보내고 있는 김현·조동현 부부. 이들의 여행 18년을 총망라하는 배낭여행 노하우는 9월 출간되는 8백 쪽 분량의 두툼한 책 <부부 배낭여행가 1호 김현·조동현의 세계 여행기>에서 소개된다.
끝없는 존경과 배려로 배우자의 나라를 지극히 사랑하게 되었다는 유호상·추이진단 씨 부부.
한국인 남편 유호상 씨, 중국인 아내 추이진단 씨 부부 존경과 배려는 서로를 닮게 만든다
유호상 씨는 중학교 때부터 쿵후를 배우고 중국 영화 대사를 외울 정도로 중국 문화의 팬이었다. 그리고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한국으로 유학 온 추이진단崔金丹 씨를 보고 사랑에 빠졌다. 한편 고국에서 본 한국인들에 대한 인상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던 추이진단 씨는 한국 남자와의 연애를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러던 중 유호상 씨가 비를 흠뻑 맞고 걸어가던 할머니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모습을 본 뒤로 마음을 활짝 열었다. “남편을 통해 들여다본 한국 사람들은 참 아름다웠어요.” 만난 지 1년 만에 결혼에 골인한 이들은 10년째 한국에 살고 있다. 그동안 추이진단 씨는 거의 완벽한 한국어를 구사하게 되었다. 남편의 중국어 실력 또한 일취월장했다. “사랑이라는 씨앗에서 싹튼 존경과 배려는 참으로 강력해요. 문화의 차이를 증발시켰습니다.”(아내) “다름을 아는 현명한 아내는 저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아내를 깊이 존경합니다.”(남편) 이들의 대화를 들으면 누가 중국인이고 누가 한국인인지 모르겠다. 마치 결혼을 통해 배우자의 나라에서 다시 태어난 것처럼.
조심조심 둘째 딸 예진을 안고 있는 원현철 씨와 두 사람을 보고 있는 이선영 씨.
둘째 딸 출산한 원현철·이선영 씨 부부 “아가야, 아가야, 아빠란다”
7월 20일은 원현철 씨(동부하이텍 재료경영기획팀 차장)와 이선영 씨(이화여고 교사) 부부의 둘째가 태어나는 날.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첫째 딸 다윤 양이 태어날 때 수술을 했던 터라 둘째도 수술로 낳기로 했다. 이선영 씨는 첫아이를 힘들게 낳았다. 진통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아가는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태중 아가가 목에 탯줄을 감고 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위험해지기 일보 직전, 수술을 해 가까스로 생명을 구했다. 날은 무덥고, 딸인지 아들인지도 궁금하고…. 서른여덟 살에 두 번째 출산을 치르는 이선영 씨는 밤잠을 설쳤다. “나이가 있으니 잘 키울 수 있을까, 착하고 강인하게 키우고 싶다 하는 생각을 했지요(웃음).” 오전 9시, 그는 친정어머니와 남편, 친정 남동생과 병원에 도착했다. 그리고 오전 11시 46분, 3.46kg의 건강하고 예쁜 공주님을 출산했다. “시어머니가 아들만 둘이라서 아빠와 함께 목욕탕에 갈 수 있는 아이를 낳고 싶었는데…. 어디 보자. 똘망하게 생겼구나.”(아내) “혼자서 고생했어, 고생 많았어.”(남편)
가족이 대거 모이는 일이 빈번한데, 그때마다 열여덟 칸 한옥은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뒷줄 왼쪽부터 조카 김성윤 씨, 둘째 며느리 최정 씨, 제수씨 이미용 씨, 앞줄 왼쪽부터 김종육 원장, 손녀 주헌 양을 안고 있는 아내 허귀임 씨, 손자 성훈 군을 안고 있는 둘째 아들 김도연 씨, 손녀 상효 양, 큰아들 김재연 씨, 손녀 서헌 양을 안고 있는 셋째 며느리 채가숙 씨, 셋째 아들 김정우 씨.
김종육 원장의 전주 한옥 고택을 이루는 3대 가족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시니
전주시 완산구 교동의 열여덟 칸 한옥에 사는 김종육(삼원당 한의원 원장)·허귀임 씨 슬하의 오남매는 모두 출가했건만 이곳에 제집 드나들듯 한다. 손자들 대부분은 날 때부터 이 집에서 자랐고, 요즘에는 셋째 아들 김정우 씨(유니버셜 스튜디오 대표)의 두 딸 서헌(4세)·주헌(1세) 양이 조부모의 사랑으로 나날이 크고 있다. 3대가 모이면 명절 같은 들뜬 분위기 대신 일상적이고 넉넉한 기운이 감돈다. “가정에서 부모는 한옥 지붕의 용마름과 같소. 부모란 지붕을 ㅅ자로 감싸며 덮는 용마름처럼 가족을 든든하게 아우르는 사람들이오.” 그래서 김종육 씨는 ‘부모란 원래 호강받는 사람이 아닌 끝없이 베푸는 존재’라고 말한다. 쌀이든 정情이든 모쪼록 아래로 아래로 내려야 한단다. 조부모가 안녕安寧한 덕분에 내리사랑은 손자들에게까지 흐르고 있다. 매일 할머니와 함께 <사자소학>을 본 네 살배기 서헌 양은 1년 전 한글을 뗐고 이제 약방에 적힌 한자도 곧잘 읽는다. 손자들 사이에서 인기 1위인 할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밥해서 이놈 주고 저놈 주고…. 그게 행복이에요.”
(왼쪽) 왼쪽부터 수의사 배진선 팀장, 사육사 임양묵·이영미 씨, 조경 디자이너 이옥하 씨, 유인원 큐레이터 안정화 씨, 사육사 우경미 씨, 그리고 가운데는 다섯 살 난 오랑우탄 ‘보라’ 양.
(오른쪽) ‘영화가 잘 되기만을’ 바라는 마음으로 음악 작업에 임한다는 조성우 씨(오른쪽)와 영화 소재의 모티프 단계부터 친구와 상의한다는 허진호 감독이 제천 청풍호반에 섰다.
서울대공원 동물기획과 사람들 “우리는 모두 오랑우탄의 부모”
서울대공원 동물기획과 사람들은 각자의 필살기를 살려 유인원을 ‘공동 육아’한다. 수의사, 사육사, 유인원 큐레이터, 조경 디자이너 등 제각각 맡은 분야는 달라도 믿음은 일치한다. ‘동물이 행복한 세상에서 인간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제한된 공간에 갇혀 지내는 동물들의 고통이 매일 유인원을 돌보는 자신들에게는 더욱 증폭되어 다가왔다는 이들은 작년부터 공통의 믿음을 실행에 옮겼다. ‘동물 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이 그중 하나다. 수의사인 배진선 팀장은 “동물들이 야생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먹이 찾는 법, 놀이 시설, 서식 환경 등을 최대한 자연에 가깝게 조성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한다. 그 일환으로 유인원관의 일부 철장을 걷어내고 시멘트 바닥을 잔디밭으로 교체했으며 동물들의 동선을 대폭 늘렸다. 똘똘 뭉쳐 브레인스토밍을 한 끝에 구상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동물들이 활발하게 뛰놀 때 가장 보람 있다고. “조금만 기다리렴. 엄마, 아빠가 너희를 자유롭게 해줄게.”
영화감독 허진호 씨,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조성우 집행위원장 친구 따라 강남 가니 더불어 즐겁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외출>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과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영화음악가이자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인 조성우 씨는 연세대 철학과 82학번 동기동창이다. 대기업에서 멀쩡하게 생활하다가 영화계에 입문한 허진호 감독은 어느 날 연세대 대학원에서 열심히 철학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조성우 위원장에 연락해 단편영화 음악의 작곡을 요청한다. “이 친구가 대학 때 베이스 기타를 쳤어요. 제가 서른 살에 영화아카데미라는 곳에 입학했다가 졸업 작품을 만들면서 음악을 부탁하게 되었죠(웃음).” 친구 따라 영화에 발을 들여놓게 된 조성우 위원장은 세 편의 단편영화를 포함, 올가을 개봉하는 <행복>까지 허 감독의 모든 영화에서 음악을 담당했다. “이 친구의 단편영화 음악을 맡게 되면서 인생이 다 바뀌었어요(웃음).” 주거니 받거니 잔을 기울이며 함께 술 마신 지 어언 25년, 두 사람 사이는 대학 친구, 영화감독과 음악가의 관계를 넘어선다.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흔들리지 않을 절대적인 신뢰의 사이로 느껴진다.
윗줄 왼쪽부터 유덕 감독, 임주영, 임선미, 김미선, 천슬기,조혜숙, 오선순, 김종은, 박선미, 김영란, 김다래 선수, 한진수 수석 코치, 박신흠 코치. 아랫줄 왼쪽부터 서혜진, 김성희, 김정희, 김진경, 임미라, 박미현, 한혜령, 정항주 선수.
국가대표 여자 필드하키 팀 18명이 한 호흡으로 “나이스 샷!”
작고 단단한 공이 그리는 포물선은 하도 날카로워서 초록색 하키 필드를 예리하게 베어버릴 것 같다. 스피드와 치밀한 개인기의 힘이다. 이는 국가대표 여자 필드하키 선수들이 어릴 적 하키에 매료된 계기이기도 하다. 게다가 유럽 선수들보다 체격이 훨씬 작은 우리 선수들에게 스피드와 개인기는 필살기 중 필살기다. 그런데 이들에게 최우선으로 삼는 가치를 물으면 지체 없이 팀워크라 답한다. 팀워크를 다지기 위해 필드에서는 완전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촘촘한 팀플레이를 훈련하고, 숙소에서는 서로를 가족처럼 돌본다. 그래서 유덕 감독 및 한진수 수석 코치, 박신흠 코치와 21~29세의 선수 18명 사이에는 날선 배움이 오갈뿐 아니라 동료나 형제간의 우애와 부자지간의 사랑이 묘하게 흐른다. 감독과 코치 선생님들이 아버지이고, 팀의 최고참인 두 명의 골키퍼는 어머니이고, 대표로 잔소리를 해야 하는 ‘주장 언니’는 시어머니란다. 현재 9월 홍콩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맹렬하게 달리고 있다.
느티나무 앞의 남궁영미 수녀와 하늘지기 꿈터의 학생들. 기념 촬영을 위해 이웃마을 상주시 화북면의 느티나무 그늘을 빌렸다.‘
‘하늘지기 꿈터’ 아이들과 유기농 생산 공동체 ‘솔뫼농장’ 어른들 너와 내가 더불어 성장하는 학교 아닌 학교
충청북도 속리산 자락, 괴산군 청천면의 대로변 사이로 ‘하늘지기 꿈터’와 ‘솔뫼농장’이 마주 보고 있다. 하늘지기 꿈터는 지역 아이들을 위한 방과 후 학교이자 대안 교육의 장으로, ‘나다움’과 ‘어울림’을 지향하는 교육 공동체. 초등부 열여덟 명과 중등부 네 명이 다닌다. 솔뫼농장은 이 지역 일대에서 유기농업 농사를 짓는 여덟 가구의 회원 15명이 함께하는 토박이·귀농 농부들의 모임. 1994년 솔뫼농장이 먼저 생겼고, 하늘지기 꿈터는 2005년 문을 열었다. 1996년 이곳으로 농활을 왔다가 인연이 되어 다시 이곳을 찾은 성심회 남궁영미 수녀가 하늘지기 꿈터의 살림을 맡고 있다. 아이들 스스로 배움의 주체가 되도록 돕는 것이 그의 일. 어린이들 각자가 자기를 긍정하는 ‘나다움’과 친구들도 긍정하는 ‘어울림’을 지향한다. 전인교육이 이뤄지는 이곳에서는 숙제 및 독서 지도, 글쓰기와 미술 놀이, 역사·노작 교육, 공동체 놀이 등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갖는다. 아이들은 ‘놀이가 삶이자 공부’라는 걸 터득하니 좋고, 어른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농사에 전념할 수 있으니 좋다. 초등학교 6학년인 김한돌 군이 말한다. “가족이란 게 따로 있는 게 아니고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가족이죠!”
왼쪽은 정일호·신우 부녀, 오른쪽은 박소원·유준석 모자.
싱글맘 박소원 씨와 싱글대디 정일호 씨 “그래, 우리는 한 부모 가족이다”
광고회사 더브릿지의 박소원 대표는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 준석 군과 살고, 사진가 정일호 씨 역시 초등학교 3학년인 딸 신우 양과 살고 있는 이른바 ‘한 부모 가정’의 부모다. “한 부모 가정이라는 것이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숨길 일도 아니죠. 숨기기 시작하면 아이에게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러면 아이는 어른의 어두운 면을 보게 되거든요.”(정일호) 박소원 대표도 동의한다. “아이가 같이 살지 않는 부모에 대해 오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해요.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영리해요.” 두 사람은 최근 출간된 책 <그래, 우리는 싱글맘 싱글대디다>(멘토르)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해 처음 만났다. 두 사람 모두 성性이 다른 자녀를 키우는 처지. 다르지만 같은 입장에 있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책을 펴냈다. 특히 자녀의 성적 발달에 대한 정보 교환은 큰 도움이 되었다. 양부모 가정과 달리 ‘혼자서 모든 일을 결정해야 하는’ 입장이라 더러 고독하겠지만 서로를 이해해주는 이성 친구가 있어 다행이다. 스스로 당당한 두 가족이 소풍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