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톰 딕슨을 만나다 2007년 7월의 마지막 날, <행복>과 톰 딕슨이 마주 앉았다. 그는 항상 봐왔던 모습처럼 자신이 디자인한 소파에 몸을 반쯤 눕히다시피 하고 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2005년과 2006년 세계적인 디자인 행사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만난 그는 항상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 자신의 가구를 만지작거리며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사람들의 시선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역시 서울에서 만난 그는 손에 핸드폰만 없지, 당시 입고 있었던 보라색 벨벳 재킷 차림 그대로, 소파를 쓰다듬으며 앉았다. 유난히도 큰 그의 손이 보였다. 그 손으로 디자인을 하기 전에는 베이스 기타를 연주했다. 미술학교에 다니면서도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하고 오토바이 운전을 즐겼던 그는 투어 콘서트를 앞두고 사고를 당해 3개월 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하는 수 없이 그의 자리는 다른 유능한 기타리스트에게 넘어갔고, 톰 딕슨은 학업까지 중단한 상태에서 그동안 취미 삼아 해온 오토바이 튜닝이나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에 빠져들게 되었다.
얼마 후 그가 만들어낸 물건을 사람들이 돈을 주고 사 가기 시작했고, 어느덧 디자이너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톰 딕슨은 스스로를 제대로 교육받은 디자이너가 아닌 독학한 디자이너라 소개한다. 오토바이 튜닝을 하며 익힌 용접 기술이나, 폐자재가 쌓인 야적장에서 발견한 소재들이 가장 훌륭한 도구이자 스승이었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한 작업도 아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취미와 일이 일치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에게 디자인이란 그저 기술과 재료를 섞어가며 호기심과 관심을 충족해나가는,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일 뿐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행복>을 위해 특별한 의자 하나를 그려준다. <행복> 독자들을 위해 마련한 자신의 대표작 ‘S 체어’다. 볼륨감 있는 S라인이 여성의 실루엣 같기도 하고, 다리와 몸통의 구분 없이 안정적인 자세를 취한 매혹적인 오브제였다. 그는 1989년 이 의자를 디자인하면서 재활용 고무와 의자 시트 속을 채워 넣는 데 사용하던 골풀을 사용했다.
영국의 디자인이 궁금하다면 ‘톰 딕슨’을 기억하라
세계 최고의 디자인 강국 영국, 그리고 그 중심인 런던을 찾은 디자인 애호가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있으니, 바로 리빙 브랜드 ‘하비타트Habitat’(www.habitat.net) 매장이다. 런던은 ‘하비타트’, 파리는 ‘콜레트Colette’, 밀라노는 ‘코르소 코모Corso Como 10’. 세계적인 디자인 강국의 아이콘이다. 영국 디자인의 거장 테런스 콘란Terrence Conran이 1964년에 세운 하비타트가 영국 대표 디자인 브랜드로, 또 세계적인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었던 데에는 톰 딕슨이란 디자이너의 힘이 컸다. 그는 1998년부터 하비타트 디자인 스튜디오의 책임자로 일하며 위기에 봉착한 하비타트를 최고의 호황기로 이끈 장본인이다. 그리고 2001년 하비타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었다. 톰 딕슨이 세계 디자인계의 스타로 떠오른 것은 1989년. 이탈리아 가구의 지존 카펠리니와 함께 만든 ‘S 체어’로 디자인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하며 세계 디자인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이 의자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영구 소장되고 있다. 이후 그의 가구는 런던 디자인 뮤지엄, 빅토리아 앨버트 뮤지엄, 파리 퐁피두 센터, 비트라 디자인 미술관 등 세계적인 미술관에 소장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톰 딕슨의 디자인은 무엇이 있을까? ‘미러 볼Mirror Ball’ 조명을 들 수 있는데, 도산공원 앞 ‘고릴라 인더 키친’ 레스토랑의 천장에 달려 있는 볼 형태의 거울 조명 기구다. 안에는 전구가 들어 있어 빛을 발산하고, 표면의 거울에는 다양한 상이 맺혀 공간의 여러 가지 표정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홍대 앞 ‘aA 디자인 뮤지엄’에서도 그의 다양한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이 뮤지엄은 톰 딕슨의 실험적인 테이블을 구매해준 첫 고객이었으며, 그의 제품을 한국 시장에 소개해주고 있다.
Welcome to Seoul, ‘Uncle Tom’s Cabin’ S 체어도 있고, 미러 볼 조명도 있고, 이 외에 몇 가지 대표 작품을 실은 ‘톰 아저씨의 캐빈Uncle Tom’s Cabin’이 그와 함께 한국에 도착했다. 그 작품들을 aA 디자인 뮤지엄에 풀기 전, <행복>이 그를 환영하는 의미로 가상의 파티를 기획했다. 이를 위해 ‘톰 아저씨의 캐빈’을 단장하는데, 먼저 천장에는 미러 볼 조명을 많이 달고, 입구에는 S 체어를 줄지어 세운다. 그러곤 그의 1990년대 후반 작품 몇 가지를 놓겠다 했다. 이에 그는 단번에 받아친다. “그건 클럽 아이디어지 파티 장소로는 매력적이지 않다. 그리고 이왕이면 ‘엉클 톰’이 아니라 ‘핸섬 톰’으로 바꿔달라. 나라면… 일단 S 체어에 미모의 한국 여성을 앉히겠다. 그리고 어젯밤 내가 갔던 레스토랑에서처럼 모던한 형태에 가운데 불을 피우는 부분이 있고, 한국식 후드(고깃집 천장에서 내려오는 것처럼)가 있는 테이블을 여러 개 마련해놓겠다. 그리고 주변에는 한국의 전자 제품을 나열할 것이다. 사람들은 한국 고대 왕족의 의복처럼 밝고 화려한 컬러의 옷을 입고 있었으면 한다. 그렇게 전통과 모던이 잘 어우러진 ‘팝 컬처 코리안 캐빈pop culture Korean cabin’을 만들고 싶다. 당신은 옆에서 한국 음식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그는 디자이너지만, 비즈니스 감각도 발달했다. 무엇보다 그가 스스로를 프로모션하는 데 얼마나 적극적인지가 그 사실을 말해준다.
그의 작품들도 중요하지만 ‘톰 아저씨의 캐빈’에 꼭 실려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그가 직접 발행하는 신문 <톰 딕슨>지이다. 판매용 신문은 아니다.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와 같은 대규모 디자인 행사에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전시 작품들 옆에 비치해두는 것이다. 자신의 제품을 소개함은 물론 평소 고민하고 발견한 다양한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 또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디자인계의 소식을 뜯어보고,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내용도 담겨 있다. 디자인계를 이끄는 한 사람으로서 다양한 이슈를 만들어내고 싶어 하는 그이다.
1 ‘와이어 다이닝 체어’. 기하학적인 선의 묘미를 즐기는 톰 딕슨의 특징이 드러난다.
2 ‘미러 볼’. 거울의 반사면을 이용해 뜻밖의 모습을 보게 된다.
3 ‘펠트 펜던트 조명’. 단정하지만 감각적인 디자인이다.
4 ‘S 체어’. 그의 대표작으로 원래는 골풀을 이용해 만들었다.
5 ‘트위스트 펜던트 플로어’. 원기둥을 비틀듯 형태를 만들었다.
6 ‘케이지Cage 테이블 라이트’와 ‘로 슬랩Low Slab’ 테이블. 새장cage처럼 생긴 스탠드와 매끈한 나뭇결을 살린 테이블.
타인의 ‘행복’을 만들어주는 디자이너 하비타트에서도 그랬지만,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직접 가구를 만들고 있다. 매년 9월 런던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디자인 행사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에서는 시내 한복판 트라팔가 광장에서 5백 개의 의자를 나눠주는 이벤트를 벌여 7분만에 의자가 동이 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일반인들이 유명 디자이너의 의자를 무료로 얻을 수 있다는 기쁨도 있었겠지만, 좋은 디자인을 나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는 가구를 디자인하고 만든다. 조명 기구도 있고, 의자와 소파, 테이블 등 집 안 곳곳에 놓일 다양한 제품을 만든다. 지난해에는 라코스테와 함께 한정판으로 티셔츠와 그것의 패키지를 디자인해 선풍적인 인기를 얻기도 했다. 어떻게 디자이너가 되는지를 배우지는 않았으나, 구조와 기술에 관심을 갖고, 조형적인 오브제에서 영감을 얻으며 가감 없는 담백한 디자인을 만든다. 가구의 구조를 이용해 기능을 만든다. “이미 우리는 너무나 많은 제품을 사용하고 있고, 사람들의 끊임없는 욕심에 더 많은 제품을 쌓아놓게 되며 결국은 원시인들이 은신처를 찾아 다니듯, 지하를 파 내려가고 다락을 만들어가며 그 사물들을 숨겨 넣고 자신이 생활하기 위한 영역을 확보하기에 바쁜 사태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디자이너는 너무 많은 것을 주려 하기보단 절제되고 기능적인 것을 제공해주며 정돈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사실 그의 집이 그렇다. 심지어 그는 자신이 디자인한 조명 기구가 아니라 전구 하나만 덜렁 끼워놓고 쓰고 있다고 한다. 정작 자신은 조명 오브제에 둘러싸여 지내지만 말이다.
가구는 증조모와 할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가구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것도 있다. 심지어 요리에서도 단순한 것을 좋아한다. 물론 두 딸과 함께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딸들의 취향에 맞춰 요리를 하다 보니 그런 것이다. 때론 어머니가 해주셨던 프랑스 음식을 흉내 내기도 한다. 한국 음식 중에서 제일 만들고 싶은 것은 돌솥비빔밥. 돌그릇에 밥, 야채, 계란이 층을 이뤄 나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김치는 안 만들고 싶다고. 세상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좋은 디자인, 좋은 제품을 만들고 있는 그이지만, 세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바쁜 탓에 좋은 아빠, 좋은 아들은 되지 못한다고 한다. 아침엔 학교에 데려다 주고, 저녁엔 아이들을 위해 요리를 하고, 이런 일상 속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런 그가 생각하는 행복이 가득한 집? “집에는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다. 모든 삶의 향기가 집에서 나오는데, 사람들이 이를 어디서 찾아내느냐에 따라 다르다. 내 경험이 곧 가족의 역사와 문화며, 그것이 담긴 곳이 곧 행복이 가득한 집이 아닐까?” 톰 딕슨은 집의 문화와 역사를 만들어주는 디자이너로 그런 행복을 좇고 있다.
얼마 후 그가 만들어낸 물건을 사람들이 돈을 주고 사 가기 시작했고, 어느덧 디자이너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톰 딕슨은 스스로를 제대로 교육받은 디자이너가 아닌 독학한 디자이너라 소개한다. 오토바이 튜닝을 하며 익힌 용접 기술이나, 폐자재가 쌓인 야적장에서 발견한 소재들이 가장 훌륭한 도구이자 스승이었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한 작업도 아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취미와 일이 일치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에게 디자인이란 그저 기술과 재료를 섞어가며 호기심과 관심을 충족해나가는,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일 뿐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행복>을 위해 특별한 의자 하나를 그려준다. <행복> 독자들을 위해 마련한 자신의 대표작 ‘S 체어’다. 볼륨감 있는 S라인이 여성의 실루엣 같기도 하고, 다리와 몸통의 구분 없이 안정적인 자세를 취한 매혹적인 오브제였다. 그는 1989년 이 의자를 디자인하면서 재활용 고무와 의자 시트 속을 채워 넣는 데 사용하던 골풀을 사용했다.
영국의 디자인이 궁금하다면 ‘톰 딕슨’을 기억하라
세계 최고의 디자인 강국 영국, 그리고 그 중심인 런던을 찾은 디자인 애호가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있으니, 바로 리빙 브랜드 ‘하비타트Habitat’(www.habitat.net) 매장이다. 런던은 ‘하비타트’, 파리는 ‘콜레트Colette’, 밀라노는 ‘코르소 코모Corso Como 10’. 세계적인 디자인 강국의 아이콘이다. 영국 디자인의 거장 테런스 콘란Terrence Conran이 1964년에 세운 하비타트가 영국 대표 디자인 브랜드로, 또 세계적인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었던 데에는 톰 딕슨이란 디자이너의 힘이 컸다. 그는 1998년부터 하비타트 디자인 스튜디오의 책임자로 일하며 위기에 봉착한 하비타트를 최고의 호황기로 이끈 장본인이다. 그리고 2001년 하비타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었다. 톰 딕슨이 세계 디자인계의 스타로 떠오른 것은 1989년. 이탈리아 가구의 지존 카펠리니와 함께 만든 ‘S 체어’로 디자인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하며 세계 디자인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이 의자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영구 소장되고 있다. 이후 그의 가구는 런던 디자인 뮤지엄, 빅토리아 앨버트 뮤지엄, 파리 퐁피두 센터, 비트라 디자인 미술관 등 세계적인 미술관에 소장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톰 딕슨의 디자인은 무엇이 있을까? ‘미러 볼Mirror Ball’ 조명을 들 수 있는데, 도산공원 앞 ‘고릴라 인더 키친’ 레스토랑의 천장에 달려 있는 볼 형태의 거울 조명 기구다. 안에는 전구가 들어 있어 빛을 발산하고, 표면의 거울에는 다양한 상이 맺혀 공간의 여러 가지 표정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홍대 앞 ‘aA 디자인 뮤지엄’에서도 그의 다양한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이 뮤지엄은 톰 딕슨의 실험적인 테이블을 구매해준 첫 고객이었으며, 그의 제품을 한국 시장에 소개해주고 있다.
Welcome to Seoul, ‘Uncle Tom’s Cabin’ S 체어도 있고, 미러 볼 조명도 있고, 이 외에 몇 가지 대표 작품을 실은 ‘톰 아저씨의 캐빈Uncle Tom’s Cabin’이 그와 함께 한국에 도착했다. 그 작품들을 aA 디자인 뮤지엄에 풀기 전, <행복>이 그를 환영하는 의미로 가상의 파티를 기획했다. 이를 위해 ‘톰 아저씨의 캐빈’을 단장하는데, 먼저 천장에는 미러 볼 조명을 많이 달고, 입구에는 S 체어를 줄지어 세운다. 그러곤 그의 1990년대 후반 작품 몇 가지를 놓겠다 했다. 이에 그는 단번에 받아친다. “그건 클럽 아이디어지 파티 장소로는 매력적이지 않다. 그리고 이왕이면 ‘엉클 톰’이 아니라 ‘핸섬 톰’으로 바꿔달라. 나라면… 일단 S 체어에 미모의 한국 여성을 앉히겠다. 그리고 어젯밤 내가 갔던 레스토랑에서처럼 모던한 형태에 가운데 불을 피우는 부분이 있고, 한국식 후드(고깃집 천장에서 내려오는 것처럼)가 있는 테이블을 여러 개 마련해놓겠다. 그리고 주변에는 한국의 전자 제품을 나열할 것이다. 사람들은 한국 고대 왕족의 의복처럼 밝고 화려한 컬러의 옷을 입고 있었으면 한다. 그렇게 전통과 모던이 잘 어우러진 ‘팝 컬처 코리안 캐빈pop culture Korean cabin’을 만들고 싶다. 당신은 옆에서 한국 음식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그는 디자이너지만, 비즈니스 감각도 발달했다. 무엇보다 그가 스스로를 프로모션하는 데 얼마나 적극적인지가 그 사실을 말해준다.
그의 작품들도 중요하지만 ‘톰 아저씨의 캐빈’에 꼭 실려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그가 직접 발행하는 신문 <톰 딕슨>지이다. 판매용 신문은 아니다.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와 같은 대규모 디자인 행사에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전시 작품들 옆에 비치해두는 것이다. 자신의 제품을 소개함은 물론 평소 고민하고 발견한 다양한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 또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디자인계의 소식을 뜯어보고,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내용도 담겨 있다. 디자인계를 이끄는 한 사람으로서 다양한 이슈를 만들어내고 싶어 하는 그이다.
1 ‘와이어 다이닝 체어’. 기하학적인 선의 묘미를 즐기는 톰 딕슨의 특징이 드러난다.
2 ‘미러 볼’. 거울의 반사면을 이용해 뜻밖의 모습을 보게 된다.
3 ‘펠트 펜던트 조명’. 단정하지만 감각적인 디자인이다.
4 ‘S 체어’. 그의 대표작으로 원래는 골풀을 이용해 만들었다.
5 ‘트위스트 펜던트 플로어’. 원기둥을 비틀듯 형태를 만들었다.
6 ‘케이지Cage 테이블 라이트’와 ‘로 슬랩Low Slab’ 테이블. 새장cage처럼 생긴 스탠드와 매끈한 나뭇결을 살린 테이블.
타인의 ‘행복’을 만들어주는 디자이너 하비타트에서도 그랬지만,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직접 가구를 만들고 있다. 매년 9월 런던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디자인 행사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에서는 시내 한복판 트라팔가 광장에서 5백 개의 의자를 나눠주는 이벤트를 벌여 7분만에 의자가 동이 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일반인들이 유명 디자이너의 의자를 무료로 얻을 수 있다는 기쁨도 있었겠지만, 좋은 디자인을 나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는 가구를 디자인하고 만든다. 조명 기구도 있고, 의자와 소파, 테이블 등 집 안 곳곳에 놓일 다양한 제품을 만든다. 지난해에는 라코스테와 함께 한정판으로 티셔츠와 그것의 패키지를 디자인해 선풍적인 인기를 얻기도 했다. 어떻게 디자이너가 되는지를 배우지는 않았으나, 구조와 기술에 관심을 갖고, 조형적인 오브제에서 영감을 얻으며 가감 없는 담백한 디자인을 만든다. 가구의 구조를 이용해 기능을 만든다. “이미 우리는 너무나 많은 제품을 사용하고 있고, 사람들의 끊임없는 욕심에 더 많은 제품을 쌓아놓게 되며 결국은 원시인들이 은신처를 찾아 다니듯, 지하를 파 내려가고 다락을 만들어가며 그 사물들을 숨겨 넣고 자신이 생활하기 위한 영역을 확보하기에 바쁜 사태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디자이너는 너무 많은 것을 주려 하기보단 절제되고 기능적인 것을 제공해주며 정돈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사실 그의 집이 그렇다. 심지어 그는 자신이 디자인한 조명 기구가 아니라 전구 하나만 덜렁 끼워놓고 쓰고 있다고 한다. 정작 자신은 조명 오브제에 둘러싸여 지내지만 말이다.
가구는 증조모와 할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가구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것도 있다. 심지어 요리에서도 단순한 것을 좋아한다. 물론 두 딸과 함께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딸들의 취향에 맞춰 요리를 하다 보니 그런 것이다. 때론 어머니가 해주셨던 프랑스 음식을 흉내 내기도 한다. 한국 음식 중에서 제일 만들고 싶은 것은 돌솥비빔밥. 돌그릇에 밥, 야채, 계란이 층을 이뤄 나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김치는 안 만들고 싶다고. 세상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좋은 디자인, 좋은 제품을 만들고 있는 그이지만, 세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바쁜 탓에 좋은 아빠, 좋은 아들은 되지 못한다고 한다. 아침엔 학교에 데려다 주고, 저녁엔 아이들을 위해 요리를 하고, 이런 일상 속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런 그가 생각하는 행복이 가득한 집? “집에는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다. 모든 삶의 향기가 집에서 나오는데, 사람들이 이를 어디서 찾아내느냐에 따라 다르다. 내 경험이 곧 가족의 역사와 문화며, 그것이 담긴 곳이 곧 행복이 가득한 집이 아닐까?” 톰 딕슨은 집의 문화와 역사를 만들어주는 디자이너로 그런 행복을 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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