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랑스러운 집들의 주인은 김태미, 박혜선(같은 이름의 작가 두 명이 함께 활동한다), 이루다, 이수정, 이은숙, 이혜경, 차정인, 최영화 씨 등 일러스트레이터 그룹 ‘일러스토리’의 회원들. 지난해 가을 ‘집’을 주제로 한 세 번째 정기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작업한 ‘전시 홍보용’ 그림들이다. 전시를 안내하는 포스터와 아트 캘린더 등에 등장했던 일러스트들은 <행복> 20주년 엠블럼이 되었고, 20주년 창간 기념호인 9월호 표지 작품으로 선보이게 되었다.
이야기가 있는 그림이라는 뜻의 일러스토리는 일러스트레이터illustrator와 스토리story를 조합한 신조어. 이화여대 생활미술과(현 정보디자인과) 대학원 출신의 일러스트 작가들이 2002년 결성한 작가 그룹이다. 각자 작업하는 개인적 작업 환경을 긍정하면서도 다른 작가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창작 에너지를 얻기 위한 방편을 모색하다 결성하게 되었다.
2년마다 개최하는 정기 전시회의 세 번째 주제로 ‘집’을 택한 건 우연이었다. 하지만 정하고보니 ‘집이야말로 우리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상과 구상 등 그림 스타일이 달라도 즐겁게 다가갈 수 있는 소재였던 까닭이다. 아홉 작가들은 집에 대해 각자 끼적거렸던 메모와 자료, 스케치 등 집에 대한 조각들을 꿰어 맞추어 각자의 개성이 담긴 집들을 지어 세상에 선보였다. 그리고 전시회를 마친 뒤 자신들의 아트 다이어리 2백 권을 갹출해 발달장애아들의 가족 모임인 ‘기쁨터’에 기증했다.
(왼쪽) 이혜경 씨는 이화여대 생활미술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8년 한국출판미술대전에서 은상을 받았으며 2000년 노마 국제그림책 콩쿠르에서는 차석에 오르고, 2005년 볼로냐 북페어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다.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의 광고 일러스트와 홀리스 커피의 벽화 작업 등에 참여했으며 <모자 쓰고 인사해요>(보림출판사) 등의 동화책 작업도 했다.
(오른쪽) 이혜경 作, ‘7월의 어느 비 오는 날에’(2006)
이혜경 씨의 ‘평생 짓는 집’ 이혜경 씨는 더욱 반가운 얼굴이다. 2004년 12월호 <행복>의 표지 작가로 독자들과 만났던 까닭이다. ‘모든 사람은 각자 자기 집을 만들어간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그 집을 세우지 않으시면, 세우는 사람의 수고가 모두 헛된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집 안에는 작업용 사다리와 커튼용 천, 페인트가 놓여 있고 집 밖에는 새와 나무와 풀이 자라고 있는 그의 집은 종교적으로 해석된다. “종교를 가지면서 물리적인 집이건 정신적인 집이건 제 의지와 노력으로 집을 만든다는 생각이 허물어졌어요. 벽돌 하나도 하느님이 지어주신 게 오래가고 단단해요. 그 가운데 우리 가족의 행복도 있는 것이지요.” 그의 그림은 집을 짓는 과정의 일부를 보여주는 단면도. 변화의 가능성이 많은 비움과 열린 공간이다.
(왼쪽) 최영화 作, ‘Don’t worry be happy’(2006)
(오른쪽) 최영화 씨는 이화여대 생활미술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9년부터 지금까지 출판미술가협회 회원전에 네 차례 참가했다. <생각하는 아이를 위한 철학동화>(계림닷컴), <4살 아이 동화> <내 생일>(이상 대교출판) 등의 동화책 작업을 했다.
최영화 씨의 ‘같으면서도 다른 집’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 장 자크 상페의 작업이나 샤갈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최영화 씨의 일러스트는 동화처럼 달콤한 느낌이다. ‘꽉 막혀 전혀 방법이 없어 보일 때도 찾지 못했을 뿐 길은 이미 있었다.’ 각기 다른 모양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곳은 혹여 우주 속 지구의 모습은 아닐까? “집의 개성을 살리고 싶어도 살다 보면 어느새 남들이 사는 대로 따라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더라도 그 속에서 개성을 찾고자 하는 바람을 표현한 그림이고, 이 집에서 평안하고 싶다는 생각을 담았어요.” 하지만 그의 그림에는 길이 없다. 집들이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다. 남들 사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길을 잃게 된다는 뜻일까?
(왼쪽) 차정인 作, ‘만족’(2006)
(오른쪽) 차정인 씨는 이화여대 생활미술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캠버웰 칼리지에서 북아트 석사 과정을 마쳤다. <아하 보리였구나> <너는 누구니>(이상 보리출판사), <너무 늦었어요!> (아이세움), <우리가 지켜야 할 천연기념물>(랜덤하우스) 등 다수의 그림책 일러스트 작업을 했으며 개인전을 두 차례 열었다. 현재 북아티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차정인 씨의 ‘책으로 가득한 집’ 차정인 씨의 집은 책으로 가득하다. 온 가족이 틈만 나면 책을 펼친다. 어찌나 많은지, 최근 이사를 하느라 책을 반으로 줄였는데도 여전히 많다. “책이 주인인 우리 집을 그대로 그렸어요(웃음). 사람은 이 공간에서 책이 비워주는 대로 살지요. 그래서인지 비워진 집을 존경해요. 아무것도 없이 빈 공간에 이부자리, 다기만 놓여 있는 집을 볼 때면 특히 그렇지요.” 백과사전부터 문고판 책까지 꽂혀 있는 그의 집은 지식으로 가득한 ‘오프라인 지식인’이 아닐까 싶다.
(왼쪽) 이은숙 作, ‘집에’(2006)
(오른쪽) 이은숙 씨는 이화여대 생활미술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주)공간사 디자인실에서 근무했다. 2004년 성균관대에서 유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두 차례 개인전도 열었다. 동화책 <동물 친구들은 밤에 뭐 해요>(마루벌)의 글과 그림을 그린 동화책 작가이기도 하다.
이은숙 씨의 ‘사람 마음이 모인 집’ 일러스토리의 아홉 작가 가운데 최연장자인 이은숙 씨는 2004년 크게 아팠다.성균관대에서 유교철학 예악학 박사과정을 마친 뒤 쓰러진 것. 곧 회복되었지만 안면 움직임이나 오른손의 쓰임이 불편하다. 말도 천천히 느리게 한다. ‘내 마음속 집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지난해 초가을, 그는 병상에서 내려와 불편한 오른손을 움직여 세 번째 정기 전시회에 출품할 작품을 그렸다. 카페에서 잠깐 드로잉한 펜 작업은 아이의 그림처럼 단순하고 맑다. 일러스토리의 맏언니인 그의 작품에 대해 다른 작가들은 ‘어진 그림’이라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집 한 채를 사려고 아등바등하잖아요. 그런데 자연은 안 그래요.” 아프기 전에는 일러트스레이터 활동에, 철학 공부에 열심이었던 이은숙 씨. 아프고 난 뒤 그의 그림엔 이전과 달리 꾸밈이 사라졌다고 한다. 동료들은 이러한 그의 그림이 좋은지 불편한 오른손이 그리는 작업을 자꾸만 권유한다.
(왼쪽) 박혜선 作, ‘이웃’(2006)
(오른쪽) 박혜선 씨는 이화여대 정보디자인학과 및 동 대학원 생활미술과를 졸업했다. 1997년 독일에서 열린 ‘아웃풋Output’ 공모전에서 입상한 데 이어 1999년에는 ‘제20회 제일기획 광고대상’ TV 부문 우수상을 차지했다. 현재 이화여대에 출강하고 있다.
* 일러스토리에서 활동하는 작가 박혜선, 이루다, 이수정 씨는 개인 사정으로 표지 이야기 인터뷰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이분들의 활동과 작품에도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박혜선 씨의 ‘인정이 사라진 콘크리트 집’ 박혜선 씨에게 집은 사랑하는 가족이 사는 곳이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달콤해야 하고, 안전하게 살기 위해서는 단단해야 한다. 그러나 요즘엔 외면적인 것에만 치중하는 것은 아닌지 되묻는다. ‘골목골목, 점점 단단해지고 높아만 가는 담벽 사이로 휘날리는 하얀 천 조각에 오늘, 나는 낭만을 느낀다….’ 집을 단단하게 만들고 행복하게 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 작가는 높은 담벼락과 단단한 질감을 통해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강아지보다 못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쓴소리를 한다. “내 이웃이 누군지도 모르고 혼자 호위호식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강아지만도 못한 인정이 아닐까요?” 담장 위에서 펄럭이는 천 조각은 사람의 흔적이자 이웃에게 손 내미는 속삭임. 그러니 반가울 수밖에.
(왼쪽) 김태미 作, ‘집을 사랑하다’(2006)
(오른쪽) 김태미 씨는 연세대 체육학과와 이화여대 대학원 생활미술과를 졸업했다. 1993년 <3인의 일러스트레이션>전에 참가했으며 <헬렌 켈러>(삼성출판사) 등 다수의 동화책 일러스트 작업에 참가했다.
김태미 씨의 ‘사랑을 알게 해준 집’ 김태미 씨의 남편 윤중구 씨는 건축가다. 남편의 직업 덕분에 그에게 집은 각별하다. 그 자신의 거처인 동시에 남편의 작품이니 말이다. ‘집은 곧 나다. …일산 집에서의 12년. 이곳에 젊음과 사랑,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눈물과 한숨, 후회와 갈등… 나의 어설픈 30대가 오롯이 담겨 있다. …나와 가족, 이웃들이 만들어간 수많은 일상의 이야기들이 새겨진 이 집을 품에 안고 오늘 내가 여기 있다.’ 그의 그림 속 여인은 집을 살포시 안고 있다. 그에게 집은 남편이요, 자신의 한 시절이 기록되어 있는 캡슐. 일산 집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왔던 한 시절을 생각한다. 집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집착은 아니었던가 하고 돌아본다. “집착을 내려놓으니 진정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진심으로 자기를 사랑하고 솔직해져야 하겠지요.” 올가을 그는 삼청동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이야기가 있는 그림이라는 뜻의 일러스토리는 일러스트레이터illustrator와 스토리story를 조합한 신조어. 이화여대 생활미술과(현 정보디자인과) 대학원 출신의 일러스트 작가들이 2002년 결성한 작가 그룹이다. 각자 작업하는 개인적 작업 환경을 긍정하면서도 다른 작가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창작 에너지를 얻기 위한 방편을 모색하다 결성하게 되었다.
2년마다 개최하는 정기 전시회의 세 번째 주제로 ‘집’을 택한 건 우연이었다. 하지만 정하고보니 ‘집이야말로 우리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상과 구상 등 그림 스타일이 달라도 즐겁게 다가갈 수 있는 소재였던 까닭이다. 아홉 작가들은 집에 대해 각자 끼적거렸던 메모와 자료, 스케치 등 집에 대한 조각들을 꿰어 맞추어 각자의 개성이 담긴 집들을 지어 세상에 선보였다. 그리고 전시회를 마친 뒤 자신들의 아트 다이어리 2백 권을 갹출해 발달장애아들의 가족 모임인 ‘기쁨터’에 기증했다.
(왼쪽) 이혜경 씨는 이화여대 생활미술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8년 한국출판미술대전에서 은상을 받았으며 2000년 노마 국제그림책 콩쿠르에서는 차석에 오르고, 2005년 볼로냐 북페어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다.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의 광고 일러스트와 홀리스 커피의 벽화 작업 등에 참여했으며 <모자 쓰고 인사해요>(보림출판사) 등의 동화책 작업도 했다.
(오른쪽) 이혜경 作, ‘7월의 어느 비 오는 날에’(2006)
이혜경 씨의 ‘평생 짓는 집’ 이혜경 씨는 더욱 반가운 얼굴이다. 2004년 12월호 <행복>의 표지 작가로 독자들과 만났던 까닭이다. ‘모든 사람은 각자 자기 집을 만들어간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그 집을 세우지 않으시면, 세우는 사람의 수고가 모두 헛된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집 안에는 작업용 사다리와 커튼용 천, 페인트가 놓여 있고 집 밖에는 새와 나무와 풀이 자라고 있는 그의 집은 종교적으로 해석된다. “종교를 가지면서 물리적인 집이건 정신적인 집이건 제 의지와 노력으로 집을 만든다는 생각이 허물어졌어요. 벽돌 하나도 하느님이 지어주신 게 오래가고 단단해요. 그 가운데 우리 가족의 행복도 있는 것이지요.” 그의 그림은 집을 짓는 과정의 일부를 보여주는 단면도. 변화의 가능성이 많은 비움과 열린 공간이다.
(왼쪽) 최영화 作, ‘Don’t worry be happy’(2006)
(오른쪽) 최영화 씨는 이화여대 생활미술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9년부터 지금까지 출판미술가협회 회원전에 네 차례 참가했다. <생각하는 아이를 위한 철학동화>(계림닷컴), <4살 아이 동화> <내 생일>(이상 대교출판) 등의 동화책 작업을 했다.
최영화 씨의 ‘같으면서도 다른 집’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 장 자크 상페의 작업이나 샤갈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최영화 씨의 일러스트는 동화처럼 달콤한 느낌이다. ‘꽉 막혀 전혀 방법이 없어 보일 때도 찾지 못했을 뿐 길은 이미 있었다.’ 각기 다른 모양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곳은 혹여 우주 속 지구의 모습은 아닐까? “집의 개성을 살리고 싶어도 살다 보면 어느새 남들이 사는 대로 따라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더라도 그 속에서 개성을 찾고자 하는 바람을 표현한 그림이고, 이 집에서 평안하고 싶다는 생각을 담았어요.” 하지만 그의 그림에는 길이 없다. 집들이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다. 남들 사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길을 잃게 된다는 뜻일까?
(왼쪽) 차정인 作, ‘만족’(2006)
(오른쪽) 차정인 씨는 이화여대 생활미술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캠버웰 칼리지에서 북아트 석사 과정을 마쳤다. <아하 보리였구나> <너는 누구니>(이상 보리출판사), <너무 늦었어요!> (아이세움), <우리가 지켜야 할 천연기념물>(랜덤하우스) 등 다수의 그림책 일러스트 작업을 했으며 개인전을 두 차례 열었다. 현재 북아티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차정인 씨의 ‘책으로 가득한 집’ 차정인 씨의 집은 책으로 가득하다. 온 가족이 틈만 나면 책을 펼친다. 어찌나 많은지, 최근 이사를 하느라 책을 반으로 줄였는데도 여전히 많다. “책이 주인인 우리 집을 그대로 그렸어요(웃음). 사람은 이 공간에서 책이 비워주는 대로 살지요. 그래서인지 비워진 집을 존경해요. 아무것도 없이 빈 공간에 이부자리, 다기만 놓여 있는 집을 볼 때면 특히 그렇지요.” 백과사전부터 문고판 책까지 꽂혀 있는 그의 집은 지식으로 가득한 ‘오프라인 지식인’이 아닐까 싶다.
(왼쪽) 이은숙 作, ‘집에’(2006)
(오른쪽) 이은숙 씨는 이화여대 생활미술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주)공간사 디자인실에서 근무했다. 2004년 성균관대에서 유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두 차례 개인전도 열었다. 동화책 <동물 친구들은 밤에 뭐 해요>(마루벌)의 글과 그림을 그린 동화책 작가이기도 하다.
이은숙 씨의 ‘사람 마음이 모인 집’ 일러스토리의 아홉 작가 가운데 최연장자인 이은숙 씨는 2004년 크게 아팠다.성균관대에서 유교철학 예악학 박사과정을 마친 뒤 쓰러진 것. 곧 회복되었지만 안면 움직임이나 오른손의 쓰임이 불편하다. 말도 천천히 느리게 한다. ‘내 마음속 집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지난해 초가을, 그는 병상에서 내려와 불편한 오른손을 움직여 세 번째 정기 전시회에 출품할 작품을 그렸다. 카페에서 잠깐 드로잉한 펜 작업은 아이의 그림처럼 단순하고 맑다. 일러스토리의 맏언니인 그의 작품에 대해 다른 작가들은 ‘어진 그림’이라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집 한 채를 사려고 아등바등하잖아요. 그런데 자연은 안 그래요.” 아프기 전에는 일러트스레이터 활동에, 철학 공부에 열심이었던 이은숙 씨. 아프고 난 뒤 그의 그림엔 이전과 달리 꾸밈이 사라졌다고 한다. 동료들은 이러한 그의 그림이 좋은지 불편한 오른손이 그리는 작업을 자꾸만 권유한다.
(왼쪽) 박혜선 作, ‘이웃’(2006)
(오른쪽) 박혜선 씨는 이화여대 정보디자인학과 및 동 대학원 생활미술과를 졸업했다. 1997년 독일에서 열린 ‘아웃풋Output’ 공모전에서 입상한 데 이어 1999년에는 ‘제20회 제일기획 광고대상’ TV 부문 우수상을 차지했다. 현재 이화여대에 출강하고 있다.
* 일러스토리에서 활동하는 작가 박혜선, 이루다, 이수정 씨는 개인 사정으로 표지 이야기 인터뷰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이분들의 활동과 작품에도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박혜선 씨의 ‘인정이 사라진 콘크리트 집’ 박혜선 씨에게 집은 사랑하는 가족이 사는 곳이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달콤해야 하고, 안전하게 살기 위해서는 단단해야 한다. 그러나 요즘엔 외면적인 것에만 치중하는 것은 아닌지 되묻는다. ‘골목골목, 점점 단단해지고 높아만 가는 담벽 사이로 휘날리는 하얀 천 조각에 오늘, 나는 낭만을 느낀다….’ 집을 단단하게 만들고 행복하게 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 작가는 높은 담벼락과 단단한 질감을 통해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강아지보다 못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쓴소리를 한다. “내 이웃이 누군지도 모르고 혼자 호위호식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강아지만도 못한 인정이 아닐까요?” 담장 위에서 펄럭이는 천 조각은 사람의 흔적이자 이웃에게 손 내미는 속삭임. 그러니 반가울 수밖에.
(왼쪽) 김태미 作, ‘집을 사랑하다’(2006)
(오른쪽) 김태미 씨는 연세대 체육학과와 이화여대 대학원 생활미술과를 졸업했다. 1993년 <3인의 일러스트레이션>전에 참가했으며 <헬렌 켈러>(삼성출판사) 등 다수의 동화책 일러스트 작업에 참가했다.
김태미 씨의 ‘사랑을 알게 해준 집’ 김태미 씨의 남편 윤중구 씨는 건축가다. 남편의 직업 덕분에 그에게 집은 각별하다. 그 자신의 거처인 동시에 남편의 작품이니 말이다. ‘집은 곧 나다. …일산 집에서의 12년. 이곳에 젊음과 사랑,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눈물과 한숨, 후회와 갈등… 나의 어설픈 30대가 오롯이 담겨 있다. …나와 가족, 이웃들이 만들어간 수많은 일상의 이야기들이 새겨진 이 집을 품에 안고 오늘 내가 여기 있다.’ 그의 그림 속 여인은 집을 살포시 안고 있다. 그에게 집은 남편이요, 자신의 한 시절이 기록되어 있는 캡슐. 일산 집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왔던 한 시절을 생각한다. 집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집착은 아니었던가 하고 돌아본다. “집착을 내려놓으니 진정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진심으로 자기를 사랑하고 솔직해져야 하겠지요.” 올가을 그는 삼청동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