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 Fair, Berlin, 2014. Photo ©Andrea Rossetti
바르셀로나 출신의 작가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는 생물학과 새로운 인류학적 담론에 근거해 자연과 문화 사이의 복합적인 관계를 탐구해왔다. 동식물학에 대한 깊은 관심에서 2004년부터 리우데자네이루와 바르셀로나를 오가며 작업하고 있는 작가는 특히 브라질의 대서양 우림인 메타 아틀란티카Meta Atlântica와 아마존의 우림에 오랫동안 깊이 매료되었다. 숲을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환경적, 정치적, 문화적으로 세계의 복잡성을 구현하는 살아 있는 존재로 이해하는 그는 토착 사상을 수용해 인간 중심의 근대주의적 자연관을 넘어서고자 했다. 그것은 문화와 자연, 인간과 환경, 주체와 객체 라는 이원론 대신 긴밀한 상호 연관성에 대한 믿음에 근거한다.

ABC Fair, Berlin, 2014. Photo ©Andrea Rossetti
예측할 수 없이 복잡한 자연과 인간이 만든 기호인 기하 추상은 서로 대립한다는 일반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작가는 실제로 자연이란 기하학의 결정체라 믿는다. 따라서 실제와 인공이 교차하는 시적 공간 설치는 그의 작업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조합을 이룬다. 이번 전시의 경우, 건축적 공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사선의 파티션들이 중성적 전시 공간을 숲의 미로로 변화시켜 관객의 공간 몰입감을 배가한다. 인공적 실내 공간에서 관객들은 열대우림과 거친 바위부터 작은 나뭇가지나 곤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연의 존재와 예기치 않게 조우한다. 반면 건물 중정에는 한국 소나무 정원이 등장해 시공간의 이동을 경험하게 한다. 물리적 공간을 점유한 실제의 작은 정원은 산에서 오래 자란 소나무와 그 위로 내리치는 번개로 인해 시간적, 공간적 범주를 초월한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경주 월지에 드리운 보름달의 정경까지 더해져 전시는 지수화풍의 조화로운 우주를 구한다. 전시 공간 내·외부의 연결, 인공과 자연의 소통이 저절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Hologram(Sprouting Hand)’, 2021. Photo ©Aurélien Mole
이렇듯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의 작품 세계는 현대의 삶 속에서 우리가 자연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자연의 시적이고 미학적 측면을 재발견하는 것뿐 아니라, 그것의 배제와 파괴의 역사에 대한 반성적 사유를 제시하며 자연과 문화가 왜 공존해야 하는지, 자연 생태계에 대한 보다 적극적 관심과 이해를 이끌어낸다.
전시 기간 11월 28일~2026년 3월 8일, 매주 수요일 휴관
장소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45길 7 지하 1층
문의 02-3015-3248
<행복> 12월호를 통해 더 많은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E-매거진 보러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