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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집_싱글 하우스_MERCHANDISER JANG JIWOO 집은 그 시절 내 모습을 담은 자화상
사람은 흘러온 시간을 재료 삼아 교직交織하며 살아간다. 집도 그러하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 다니며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찾아가고, 그 경험을 지침 삼아 형태를 계속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말이다.

지우 씨는 새집에 온 후로 반려견 단추와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됐다.

  

옷소매 길이가 길어지고 원단의 두께가 두툼해지는 11월, 반려견 단추와 함께 새 보금자리를 알아보던 어느 날이었다. 장지우 씨는 우연히 찾은 한 아파트의 첫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 “우연히 간 곳이라 큰 기대는 없었어요.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생각이 바뀌었죠. 낙엽으로 물든 나무 사이로 대모산이 보였는데, 노랗고 빨간 물감으로 덧칠한 그림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어딘가 기분 좋은 간지럼이 느껴져요.” 그 간지럼이 25평 넓이의 삶에서 14평으로 좁히는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지우 씨가 집을 본 순간 반한 것은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었다. 그는 하나의 방으로 쓰던 공간에 가벽을 설치해 침실과 거실을 분리, 좁은 공간을 십분 활용했다. 소파 옆 강아지는 지우 씨와 5년간 함께 생활한 반려견 단추.

 

물론 첫인상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출퇴근이 힘들다 보니 직주근접을 고려하던 상황을 마주한 것. 물론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을 테다. 평수를 줄인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 불편을 감내하겠다는 계약에 동의하는 일이니 말이다. 그런데 지우 씨는 생각을 전환했다. “이 선택으로 그간 살면서 쌓아온 불필요한 짐을 덜어내는 계기로 삼아보자 싶었어요.” ‘언젠가는 필요할 때가 있을 거야’라며 쟁여둔 물건들을 극한의 상황이 도래하자 비로소 비워낼 수 있었다.

  

지우 씨가 집을 본 순간 반한 것은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었다. 그는 하나의 방으로 쓰던 공간에 가벽을 설치해 침실과 거실을 분리, 좁은 공간을 십분 활용했다. 소파 옆 강아지는 지우 씨와 5년간 함께 생활한 반려견 단추.

  

규모에 맞춰 태도를 바꾸는 유연함은 공간을 구성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본래 하나이던 방에 가벽을 설치해 공간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했다. 이전 집에서 가벽을 활용한 경험을 십분 활용했다. “가벽만 세우면 침실이 너무 어두울 것 같았어요. 조금이라도 자연광이 스며들게 하고 싶어 가벽에 자그마한 개구부를 만들어 창을 냈어요.” 베란다 너머 외부 창도 최대한 프레임이 안 보이도록 계산했다. 좁은 집이 조금이나마 개방감이 느껴지려면 시선에 걸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 접근이었다.

 

지우 씨는 좁은 집의 특성에 맞추어 거실을 재택근무 공간으로 활용한다. 바닥 색은 평소 자주 가던 카페에서 영감을 받아 선택했다.

 

평수에 맞춰 양보한 지점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은 것도 있다. “맨 처음 살던 집에는 소파가 없었어요. 두 번째 살던 집에는 소파가 있었지만 미관상 보기 좋은 걸 고른 터라 거의 사용하지 않았어요. 이 집에 올 때는 편안히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소파만큼은 꼭 들여놓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거실 조명의 경우 일부러 둥근 모양을 선택했다. 밤에 보면 창밖에 보름달이 걸린 것처럼 느끼도록 연출했다.

 

그렇게 완성한 거실은 지우 씨의 일상에 변화를 만들었다. “예전에는 집에 머무는 것보다 밖으로 나가는 걸 선호했는데, 요즘은 집에 있는 게 더 좋더라고요. 전에 살던 집 주변에는 마땅한 산책로가 없었는데, 지금은 바로 앞에 대모산이 있어 단추와 산책하는 시간도 여유롭고 편안해졌어요. 소비 형태도 달라졌어요. 옷이든 가구든 하나를 사더라도 오래 쓸 수 있을지 같은 가치를 고려하게 되더라고요.”

  

새집 거실을 만든 후 지우 씨는 홈 요가뿐만 아니라 독서라는 새로운 취미를 얻었다.

 

여러 정황 속 세 번째 집에 이사 오면서 필요와 불필요를 구분한 지우 씨. 짐을 정리한 만큼 생각도 정리됐다. “처음 독립했을 때는 막연히 제가 좋아하는 것을 채우면 그만이라 생각했죠. 그때와 지금의 집 모습은 정말 다른데요, 그건 아마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르기 때문일 거예요. 집은 그 시절의 나를 고스란히 응집해놓는 곳이죠. 그러니 집이란 특정 시점의 내 모습을 담은 사진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부츠 모양의 화병은 작가 시유하다가 만든 제품이다.


물건이 좋고, 직접 경험한 걸 소개하는 일이 즐거워 MD가 된 지우 씨는 요즘 새 집살이에 관한 이야기를 사진과 영상, 글로 정리해 소셜 네트워크에 공유한다. 아카이브 목적도 있지만, 그가 직업을 선택한 동기와 궤를 같이한다. “좁다고 느낄 수 있는 집도 어떻게 구성하고 접근하는가에 따라 충분히 만족스럽게 살 수 있다는 걸 소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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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승훈 기자 | 사진 이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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