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The Designer 카페가 장소가 되는 법 - 공간 디자이너 차경민
공간 디자이너 차경민은 도심 외곽에 디자인한 대형 카페가 사람들이 앞다투어 찾는 곳으로 화제가 되면서 주목받았다. 브랜드와 메뉴, 서비스까지 하나의 세계관으로 공고하게 쌓아 올린 장소는 잠깐 스쳐 지나가던 지역을 기억에 남는 목적지로 변모시킨다.

스페이스차의 사무실에서 만난 차경민 대표. 사진 속 도자는 그가 수집한 작품들이다. 도자와 어울리는 프로젝트를 할 때면 직접 제안하기도 한다.


당일치기 근교 나들이는 대개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 일상을 환기할 경치가 있으면서 적당히 떠나는 기분이 드는 거리의 지역을 정한 다음, 주변의 맛집과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는다. 식당이나 카페 자체가 목적지가 되는 경우도 많다. ‘주말만은 집에서!’가 아니라 ‘주말이라도 집 밖에서’가 정착된 한국 문화와 여행 코스가 만나 급부상한 유형이 바로 도심 외곽의 대형 카페다. 주말이면 어딘가로 떠나고 싶고, 핵가족이 되었지만 여전히 모이는 게 중요한 가족 사회에서는 만나기에 적당한 공간이 필요하고, 가만히 멍 때리기보다는 먹고 마시는 행위라도 해야 하는 여러 요소가 모여 만들어진 한국적 장소라 할 수 있다.


차경민 대표가 이끄는 디자인 스튜디오 스페이스차는 이러한 근교 대형 카페를 활발히 작업해왔다. 용인의 카페 묵리 459는 자연에 오롯이 집중하도록 커다란 창을 내고 낮은 채도의 탁 트인 공간을 구현했으며, 고양시의 카페 디스케이프는 온통 거칠고 붉은 텍스처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속초의 카페 긷은 나이 든 학이 모여드는 곳을 의미하는 지명에서 착안해 학 날개를 모티프로 브랜드와 공간을 완성했다. 그들은 자연과 맥락에서 발견한 장소성을 고유한 이야기로 스토리텔링하고, 브랜드와 공간 및 서비스까지 이어지도록 작업한다. 매력적 세계관으로 생명력을 불어넣은 장소는 동양적이고 자연에서 비롯된 그들의 미감이 더해져 사람들이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사랑받는다.


이제 대형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이라기보다는 문화 공간이나 여행지에 가깝다. 어엿한 하나의 장르가 된 스테이와 비슷한 느낌이다. 두 공간 모두 사람들의 니즈와 경험하고 싶은 멋진 디자인이 만나 잠깐 인기를 끌었다가 사라지는 대신 유형처럼 자리 잡았다. 차경민 대표는 이제 스토리텔링이 담긴 공간 디자인에서 더 나아가 규모와 입지, 테마까지 클라이언트와 함께 기획하며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고 지속하는 장소가 되도록 돕는다. 공간에서 시작해 브랜드로 확장하는 장소 만들기의 다음 결과물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해봐도 좋겠다.

 

시하온(2024)

웨딩과 카페의 기능이 공존하는 복합 문화 공간. 건축과 인테리어, 브랜딩 전반을 담당했다. 클라이언트가 무척 좋아하는 스페인 남부 마요르카의 채도 높은 색감과 질감을 공간 전반에 연출했다. 햇빛 또한 마요르카의 장소성을 내포한 요소로 보고, 질감 있는 벽과 바닥을 비추는 빛과 그림자 모습을 세심하게 설계해 시간을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했다. 

 

레스토랑 아그네(2025)미식과 감각의 경험을 중시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팜투테이블 레스토랑. 유기농 재료를 다루는 방식처럼 공간 또한 절제되고 정직하게 구성했다. 고유한 결과 색감을 지닌 마파벌 목재로 디자인한 메인 가구는 공간 전체의 중심이자 시각적 패턴을 형성한다. 나머지 마감은 동양적 여백과 구조미를 기반으로 일관된 톤의 소재를 사용해 고요함을 강조했다.

 

N5RM(2024)Nature, Novelty, Nuture, New, Network의 다섯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커피를 경험하게 하는 로스터리 브랜드. 카페의 본질인 커피 제조 과정을 중심에 두고 ᄃ자 구조로 바를 배치해 고객이 바리스타의 동선과 추출 장면을 자연스럽게 마주하며 대화로 이어지도록 했다. 공간을 채우는 오크 목재는 장식이 아닌 구조체로 기능하며 무게감과 따뜻함을 동시에 전달한다.

 

이소고택(2025)강원도 동해시의 오래된 건물을 카페로 고친 작업. 단순히 새로 짓는 게 아니라 어디를 고치고 남길지에 대해 오래 고민한 프로젝트다. 낡고 얼룩진 표면을 사라져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세상과 나눈 대화의 시간으로 바라보고, 새로 더한 요소와 아름답게 공존하도록 했다. 실내는 자연광과 창 너머 풍경이 내부로 부드럽게 스며들도록 정돈했다.

 

연희동 주택(2024)3인 가족을 위한 집. 갤러리를 운영하는 클라이언트는 집에 작품을 걸어둘 높은 층고의 벽과 거실을 환하게 밝혀줄 큰 창을 요청했다. 벽은 여백을 충분히 만들었고, 바닥 그리고 시선이 닿는 아래쪽 가구는 어둡고 무게감 있게 디자인해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주었다. 여백이 지나치게 느껴지지 않도록 독특한 패턴의 갤러리창을 더했다.

 

스페이스차

공간 디자이너 차경민이 설립한 디자인 스튜디오. 스페이스차의 모든 프로젝트는 의뢰인과 장소가 지닌 고유한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그들의 일이 공간을 만드는 것보다 시간과 감정이 머무를 자리를 잡아주는 것이라 믿고 작업한다. 아울러 무엇을 바꿀지보다 무엇을 남길지를 고민하면서 감각하고 기억되는 장면을 만든다. spacecha.co.kr


기사 전문은 <행복이 가득한 집> 8월호를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E-매거진 보러가기 

글 정경화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인물), 홍기웅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5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