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그룹 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가이며, 리더들을 위한 건축 교육 프로그램 ‘파이포럼’을 13년째 운영하고 있다. 설계와 공간 브랜딩 및 콘텐츠 기획을 동시에 진행하며, 양양 설해원, 충주 유원재, 용평리조트 더 포레스트 레지던스, 알펜시아 에스테이트, 그랑서울 등이 대표작이다. 최근 저서 <양진석의 유럽 건축사 수업>을 냈고, <집 짓다 담다 살다> <양진석의 친절한 건축 이야기> <교양건축> 등을 썼다.
포르쉐 911이라고 하면 스피드를 즐기는 분이라 생각하게 되는데 평소 운전은 어떻게 하는지?
사실 자동차를 엄청 좋아하거나 속도를 내며 운전하는 타입은 아니다. 해외 프로젝트가 많아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며 영감을 얻고 비행기나 차 등 이동 수단에서 작업하는 것을 즐기는 편인데, 어디도 갈 수 없던 팬데믹 시기에 답답함을 참지 못해 이 차를 사게 되었다. 중고차 사이트에 올라온 것을 확인하고 실물을 한 5분 봤나, 예상보다 차 상태가 너무 좋아서 주차장에서 시승해보고 그 자리에서 바로 구입했다. 레인지로버 이후 20년 만에 내 소유의 차가 생겼다.
설악산과 동해를 끼고 있는 천혜의 자연 속에 완성된 신개념 리조트 설해원. 설해원의 1차 프로젝트(설해온천, 마운틴스테이, 설해원하우스)를 와이그룹에서 진행했다.
어떤 점이 단번에 선택하게 된 계기가 되었나?
차를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디자인이다. 그리고 그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스토리가 마음에 들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포르쉐와 레인지로버가 가장 내 취향에 맞는다. 이 차는 빨간색 안전벨트를 제외하곤 온통 블랙인 점이 마음에 들었다. 포르쉐, 카브리올레, 블랙이나 실버 컬러를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원하는 모든 조건에 잘 맞았다. 주행거리가 8만km 정도였지만, 부속품 하나 바꿀 필요 없이 순정 그대로 잘 유지되어 있었다. 미세먼지가 없던 시기라 지붕을 열고 달려도 부담 없었고, 비니와 마스크, 선글라스만 쓰면 운전자인 나를 알아볼 사람이 없다는 점도 마음이 편했다. 자주 운전하는 편은 아니라 지금도 주행거리가 8만km대다.
설악산과 동해를 끼고 있는 천혜의 자연 속에 완성된 신개념 리조트 설해원. 설해원의 1차 프로젝트(설해온천, 마운틴스테이, 설해원하우스)를 와이그룹에서 진행했다.
스피드를 즐기지 않는 포르쉐 911 오너는 드물 것 같다.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혼자 있어야 하는 시간이 많을 때 스트레스를 받았다. 내가 운전하며 지방 현장도 다니고 외부 공기도 쐬고 그래야겠다는 생각에 카브리올레를 택했는데, 막상 주말에 서울에서 대구 현장까지 직접 움직여보니 80km/h 정도로만 달려도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후에는 이 차를 내가 주행해 현장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유엔빌리지 사무실에서 한남동 리움까지, 10분 정도 천천히 달릴 때가 오히려 나와 잘 맞는다.
카브리올레의 오픈 드라이빙은 어떤 즐거움을 주나?
보통 지붕을 열고 달리기엔 봄에서 초여름, 가을이 좋다고 하는데, 난 오히려 너무 춥지 않은 12월에 타는 것을 선호한다. 찬 공기를 쐬니 머리가 맑아지고, 바람이 얼굴에 직접 닿는 것을 유리창이 막아줘 마치 겨울철 야외 온천에 앉아 있는 기분이랄까.
이 차를 타고 주로 다니는 드라이빙 코스가 있다면?
소장 가치에 중점을 둔 모델이다 보니 차를 타고 다니는 길이 많지는 않다. 가끔 외곽순환도로로 나가 파주 방향으로 달리다가 평창동으로 돌아 강변북로로 돌아온다. 미세먼지만 없다면 지붕을 열고 달리는 이 길이 좋다.
이전에는 어떤 모델을 선택했나?
일본 교토 유학 시절에 다이하쓰 미라라는 경차를 탔다. 디자인이 앙증맞고, 주차하기 편하고, 연비도 좋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차였다. 당시 살고 있던 아파트 월세에 버금가는 주차비를 냈지만, 건축 답사하려면 차가 필수였는데 미라 덕분에 교토에서 오사카, 고베 등등 잘 다녔다. 그때의 경험이 이후 건축 일을 하면서 많은 도움이 된다. 교수님이 설계를 잘하려면 크리틱을 잘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 작은 차로 일본 곳곳을 누비며 건축물을 보고 크리틱을 하며 선구안을 지닐 수 있던 것 같다. 이후 혼다 시빅, 폭스바겐 골프 등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모델을 주로 택했다.
침체된 충주 수안보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명소로 평가받고 있는 한국형 온천 호텔, 유원재.
다음에 또 차를 구입하게 된다면?
최근 미국 출장에서 테슬라 사이버트럭을 타보니 아주 놀라웠다. LA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을 일 없이 자율 주행으로 달렸는데, 졸거나 딴짓을 하면 경고를 울리긴 하지만 앞만 잘 응시하고 있으면 알아서 이동이 가능했다. 환경 등 여러 가지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다음 차는 전기차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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