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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생긴 공간 책장이라는 유니버스
누군가의 책장을 들여다보는 것은 곧 그 사람 삶의 일부를 엿보는 일과 같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으며 세계관을 쌓아온 전문가들이 문을 연 서점 두 곳을 소개한다.

도시·건축의 지식 창고
도시상담

도시상담의 전체적 키 비주얼은 노란색이며, 로고는 문장부호를 활용해 제작헀다. 책장은 우드 톤으로 구성했으며, 건축가 한혜영 소장이 디자인했다. 밝고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레노베이션 당시 창문을 그대로 유지했다.
‘도시상담’은 ‘도시’와 ‘건축’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지식을 쌓고 나누는 서점이다. 공동대표인 박성진, 이성란, 박소현은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이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세 사람의 서로 다른 경험과 철학이 서점의 설립 배경에 깊이 스며 있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인 박소현은 학교를 떠난 후에도 학생들과 만날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껴 서점을 기획했다. 공간 기획자이자 출판 기획자인 박성진은 책을 통해 사람들이 생각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실현하고자 했다. 도시계획 전문가 이성란은 건강한 라이프스타일과 도시 환경의 관계에 주목하며 창립에 동참했다. 도시상담이라는 서점 이름은 전문가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상담相談이라는 단어의 본래 뜻인 ‘서로 상의하며 이야기한다’에서 착안해 도시와 관련한 다양한 대화를 함께 나누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일반 서점처럼 책으로 공간을 가득 채우는 대신, 사람들이 모여 대화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중앙 공간을 넓게 비워둔 이유가 그것이다). 

공동대표 이성란, 박소현, 박성진. 각자의 분야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는 그들에게도 도시상담은 아지트 같은 특별한 공간이다.
현재 도시상담은 건강함, 다양함, 함께함이라는 세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책을 큐레이션한다. 건강함은 도시 환경과 라이프스타일의 균형을, 다양함은 생태·자연·식물 등의 주제를, 함께함은 공동체 문화를 다룬다. 박소현은 전체적인 큐레이션을 총괄하고, 이성란은 조경과 자연을, 박성진은 도시 문화와 지방 도시를 중심으로 테마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도시상담이 자리한 성미산로는 공동체 문화가 강한 지역으로, 도시상담 역시 전문가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북 클럽, 독서 모임, 특강 등 매달 여덟 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지역사회와 연결을 이어가고자 한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로 87 현일오피스텔 1층 101호
문의 070-4191-3333, @dosisangdam


도시상담의 추천 도서 3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
“ 이처럼 지방 도시의 현상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책을 찾기가 쉽지 않죠. 울산이나 부산 같은 도시에서 이러한 책이 출간되었다는 것은 매우 소중한 의미를 지닙니다.” (박소현)

<무브무브 플랩북 움직이는 도시>
“ 그림이 입체적으로 표현되어 어린이도 흥미를 느끼고, 설명을 해주면 예상외로 잘 이해하더라고요. 4~5세 정도 아이도 관심을 갖고 즐겁게 볼 수 있습니다.” (이성란)

<못생긴 서울을 걷는다>
“ 서울의 도시 현상을 쉽게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학술적인 책이라기보다는 도시 생활 속에서 자극을 주는, 도시의 장소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을 던져주는 일반 교양서로 소개하고 싶어요.” (박성진)




‘서울다운 것’의 아름다움
커리큘럼

통창 너머로 보이는 서촌의 정취, 고즈넉한 안뜰 정원, 그리고 한 사람의 태도와 관점이 담긴 콘텐츠까지. 오선희 대표는 이 공간이 지닌 에너지만으로도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서울 서촌의 한적한 골목에 자리한 ‘커리큘럼’은 책을 매개로 다양한 문화와 감각을 융합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오선희 대표는 패션 매거진 에디터로 시작해 브랜드 운영, 출판을 거쳐 서점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자신의 철학과 취향을 녹여내고 있다. 그의 이력에서 드러나듯 책은 그에게 새로운 영역이 아니다. 에디터 시절부터 꾸준히 책을 출간해왔으며, 런던에서 ‘포엣츠앤펑크스Poets & Punks’라는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책 두 권을 내기도 했다. 에디터에서 발행인으로의 변화는 단순한 직함의 차이일 뿐 책은 그의 오랜 동반자였다. 애초에 런던에서 커리큘럼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적절한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파트너의 제안으로 서울에서 먼저 문을 열게 되었다. 그렇게 탄생한 커리큘럼은 패션·책·음식·공간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오선희 대표의 취향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결과물이 되었다. 그는 서구권 문화를 좋아하지만, 그저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더 깊은 고민을 이어갔다. “예전엔 이케바나에서 영감을 얻은 서양 플로리스트의 작업을 ‘아름답다’라고 생각하며 무조건 따라 했는데, 요즘엔 우리나라 꽃꽂이는 무엇일까 생각하게 돼요.” 이는 단순한 창조와 모방의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에 대한 성찰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고민 끝에 자신이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일해온 서울 사람으로서 앞으로 무엇을 하든 서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확신을 지니게 되었다.

패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바이에딧by edit과 출판사 포엣츠 앤 펑크스를 운영하는 오선희 대표는 현재 런던과 서울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curriculum

커리큘럼의 첫 번째 팝업 주제는 ‘소녀’다. 이는 단순히 지나간 시절을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자신과도 연결된 중요한 키워드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두려움 속에서도 소녀 시절 사랑하던 것은 여전히 유효하고 쿨하다는 깨달음에서 출발한 기획이다. 그가 가장 먼저 떠올린 책은 전혜린과 프랑수아즈 사강의 작품이었다. 전혜린이 보여준 다른 세상에 대한 동경과 결핍, 그리고 자아도취는 그의 감성과도 맞닿아 있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135 1층
문의 0507-1363-6292, @curriculum.official


커리큘럼의 추천 도서 3


시인 최승자의 에세이
“ 최승자 선생님의 시집은 짧은 단어에 시인의 감정이 응축되어서 읽기 힘들 수도 있는데, 에세이는 편히 쓰신 것 같아 술술 읽힙니다.”

<레티켓>
“ 지금 젊은 파리지앵들의 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는 멋진 매거진입니다. 세련된 파리 패션계 남자 세 명이 트렌드와 관계없이 본인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담은 용기가 특히 좋아요.”

〈Korean Feminist Aerists〉
“ 한국 페미니스트 미술가가 동아시아 문화 지형에 미친 영향을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책입니다. 한국 미술을 이러한 관점과 기획으로 편집했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기사 전문은 <행복> 3월호를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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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백세리 기자 | 사진 이기태 기자(도시상담), 이우경 기자(커리큘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5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