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enhagen, Denmark
Paper Island 4만5000m²의 크기의 페이퍼 아일랜드. 건물들 내부에는 녹색 잔디 공간이 있으며, 외부에는 넓은 산책로와 부두가 자리한다.
주택으로 변모한 종이 저장고
약 3백 년 동안 인공 섬 크리스티안숄름Christianscholm은 조선소, 군 병원, 무기고, 석탄과 종이 창고에 이르기까지 도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중에서도 종이 물류창고 역할이 오래간 지속되었기에 ‘페이퍼 아일랜드’라는 제2의 이름을 지니게 되었다. 종이를 배송하던 선박 트란스 다니아Trans Dania는 2012년에 마지막 배송을 마쳤고, 덴마크 언론공동조달협회는 임대 계약을 최종적으로 해지했다. 대기업 시티 앤 하버The City & Harbour는 부동산 디벨롭먼트 회사 CØ P/S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그 후 몇 년간 기업들이 입주하기 시작하면서 페이퍼 아일랜드는 비로소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게 되었다.
페이퍼 아일랜드 좌측에는 코펜하겐 오페라 하우스가, 맞은편에는 로열 플레이하우스가 자리한다.
조경 설계업체 인사이드 아웃사이드도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덴마크 시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 만든 아름다운 패턴인 ‘종이 클립'이 주요 특징이다.
2014년 코펜하겐 스트리트 푸드Copenhagen Street Food가 개장해 큰 성공을 거두며 페이퍼 아일랜드의 가능성과 잠재력이 새롭게 부상했고, 과학 박물관 익스페리멘타륨Experimentarium과 코펜하겐 현대미술관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건축설계는 2013년부터 이곳에 입주한 건축 스튜디오 코베COBE가 맡았다. 콘크리트로 지은 약 12m 높이의 1~2층짜리 대형 공업용 건물이 주를 이뤘는데, 매우 열악한 상태였기 때문에 재개발을 위한 설계는 모든 건물을 허물고 새롭게 짓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 했다. 장소의 고유한 정신을 보존하면서 유사한 공공 및 공동 기능을 수용하는 것이 주요 목표였기에 설계 과정에서 홀을 다시 도입했다. 현재 이곳은 기존 건물인 창고, 종이 창고, 보일러 하우스 등과 새로 지은 주택으로 이뤄졌다. 주택의 빌딩 외관은 옛 크리스티안스하븐의 종이 공장의 창고에서 영감을 받았다. 캐널 하우스부터 로프트까지 다양한 주거 유형의 모든 주택 벽돌은 벽돌 제조업체인 페테르센 테글과 협력해 제작했는데, 벽돌 사이의 밝은색 모르타르는 발코니와 건물 다른 곳의 콘크리트와 조화를 이룬다. 또한 지붕의 높이를 서로 다르게 해 항구에 새롭고 다양한 스카이라인을 더하도록 했다. 첫 번째 주택은 2023년 말에 완공되었고, 얼마 전 마지막 주택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도로에서 항구로 바로 연결되는 보드워크boardwalk. 서쪽의 부두 가장자리에는 항구 목욕탕harbour bath를 지어 항구 안팎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일본 건축가인 구마 겐고 앤 어소시에이츠가 설계한 5000㎡ 규모의 수상 문화센터는 섬의 북동쪽 코너에 있는 하버 풀과 연결된다. paperisland.dk
오래된 창고를 이벤트 홀, 갤러리 홀로 탈바꿈해 퍼블릭 오픈이 가능하다.
LONDON, UK
Battersea Power Station
템즈강 앞에 자리한 배터시 파워 스테이션과 일렉트릭 블루바드.
화력발전소에 자리 잡은 쇼핑센터
1927년 영국 건축가 자일스 길버트 스콧이 설계한 배터시 파워 스테이션은 20세기 초반에 템스강 변 하구에 건립되었고, 화력발전소 두 개가 따로 건설되어 하나의 건물로 묶인 형태다. 한때 런던 전력의 20%를 생산할 만큼 중요한 시설이었지만, 천연가스와 석유 등 대체 전력이 부상하며 1983년 가동을 멈췄다. 30여 년간 방치되던 이곳은 에스피 스티아SP Setia와 시메 다르비 프로퍼티Sime Darby Property가 이끄는 말레이시아 투자자 컨소시엄에 매각되면서 본격적인 재개발에 들어갔다.
배터시 파워 스테이션 터빈 홀 A Turbine Hall A에 자리한 쇼핑센터.
이들은 윌킨슨에어 건축사무소(WilkinsonEyre Architects)를 지명해 기존 화력발전소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다목적 주상복합건물로 레노베이션하도록 했다. 따라서 최대한 건물의 외관을 유지하는 데 집중했고, 이곳의 상징인 굴뚝 또한 완벽하게 복원했다. 심지어 템스강 변 방향의 굴뚝 하나는 전망대 리프트109Lift 109로 개조해 강변과 도심 전체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배터시 파워 스테이션은 모든 방향에서 접근이 가능한데, 완벽한 대칭으로 구성한 기존 발전소의 터빈 홀은 두 개 층에 걸쳐서 쇼핑몰을 조성했다. 저층부는 마당 형식으로 넓은 공간을 비워서 산책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2016년에 애플Apple이 중심부에 자리한 사무공간 대부분을 사용하면서 새로운 혁신 산업 지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빠르게 주거 지역으로 잡아갔다. 또한 다목적 녹지 공간을 조성해 화력발전소의 야적장으로 사용하던 장소를 행사와 전시가 가능한 수변 공원으로 만들었다. 규모가 워낙 큰 만큼 전체 프로젝트는 총 7단계로 나누었으며, 단계별로 진행했다. 2017년 ‘1단계’로 주거 및 상업 시설인 서커스 웨스트 빌리지Circus West Village, 2022년 ‘2단계’로 배터시 파워 스테이션Battersea Power Station이 완공되었고, ‘3단계’로 포스터앤파트너스와 게리 파트너스가 공동 계획한 복합 주거 단지인 일렉트릭 블루바드The Electric Boulevard가 올해 8월 마침내 리디벨롭먼트를 마쳤다. 특히 3단계는 배터시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아파트와 상점 및 호텔 등으로 구성한다. 게다가 그림쇼Grimshaw가 설계한 지하철 역사가 2020년 완공되어 런던 시내 어느 곳에서든 배터시 파워스테이션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batterseapowerstation.co.uk
배터시 파워 스테이션의 리프트 109는 통유리로 북서쪽 굴뚝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다.
Budapest, Hungary
Liget Budapest
루트비히 박물관.
헝가리를 대표하는 문화 예술 기관으로
리게트는 헝가리 수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공원 중 하나로, 숲이라는 뜻을 지녔다. 1896년 카르파티아 분지에서 헝가리 1천 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밀레니엄 전시회의 장소이기도 했다. 2010년 직후, 헝가리 정부는 새로운 박물관 지구를 만들기 위해 ‘리게트 부다페스트’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유럽에서 가장 크고 야심 찬 도시 문화 개발로, 부다페스트의 가장 상징적 공공 공원을 완전히 새롭게 개조하면서도 2백 년 역사의 온전한 존중을 목표로 한다. 주요 목표는 새로운 박물관 건물 건축, 역사적 건물 보수, 녹지 공간 조성, 그리고 공원 인프라의 개선이다. 또한 공산주의 시대에 파괴된 상징적 건물의 재건도 포함되었다. 이 새로운 박물관들은 헝가리와 국제 예술, 건축, 문화 역사 및 음악의 다양한 측면을 선보이기 위한 것이다. ligetbudapest.hu
Hoofddorp, Netherlands
Hyde Park
호프도르프 하우스.
실내 정원으로 더한 녹색 공간
네덜란드는 유럽에서도 도시 건축 통합 계획을 선도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 중 한 곳이다. 호프도르프역 바로 옆에 위치한 히더 파크는 황량한 오피스 공원으로 남아 있던 호프도르프의 기차역과 중심부 사이에 위치한다. MVRDV는 이 낙후된 지역을 고급 주택과 상업 시설을 도입해 매력적인 도심 지역으로 탈바꿈하고자 했다. 건물 블록을 다양한 ‘호프도르프 하우스’로 구분해 다양성을 더하고, 실내 정원을 조성해 새로운 녹색 공간을 확장했다. 개별 건물과 보행로에 충분한 일조량을 확보하기 위해 건물 상층부를 세트백set back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 개별 세대에서 주변 녹지를 향하는 시각적 연계를 위해 계단식의 옥상 테라스 구성을 유도하고, 저층부에는 가로에 대응해 내부 중정과의 시각적 형태를 표현했다. hydeparkishere.nl
Hamburg, Germany
Hafencity
마르코폴로 테라스 수변 공원.
무역항의 중심지에서 첨단 복합 도시로
2000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유럽 최대의 도심 재개발 프로젝트다. 19세기 해적의 사형 장소, 조선소, 부둣가 상가, 가스 생산 공장 등 그라스부르크섬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쇠퇴하자 개발 논의가 시작되었다. 현재는 절반 정도 개발했고,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완료하면 함부르크 도심의 약 40%가 확장되는 셈이라고 한다. 몇 해 전 하펜시티의 서측 끝단부에 엘베필하모니가 완공되어 하펜시티의 상징이자 시마크seamark 역할을 하고 있다. 하펜시티 마스터플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바로 친수 공공 공간을 개발하는 것. 마젤란 테라스와 마르코폴로 테라스 수변 공원이 대표적이다. abicht.de/hafencity
Hatay, Türkiye
Hatay
건축사무소SOUR가 디자인한 주택.
재해 이후 탄생한 치유의 도시
지난해 2월, 튀르키예 중부와 시리아 북서부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인해 튀르키예 하타이 지방은 도시 구조의 상당 부분이 파괴되고 수천 명의 주민이 이재민이 되었다. 튀르키예 디자인 위원회는 디자인 스튜디오 SOUR, 포스터앤파트너스에 재생 이니셔티브에 기여하도록 의뢰했다. 다양한 사회 경제적 배경을 지닌 현지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커뮤니티의 요구 사항을 수용해 디자인 프로세스를 시작했다(연구는 심리학자, 인류학자 등과 협력해 트라우마를 고려한 디자인이 되도록 진행했다). 개발 면적은 7만 6108m²로 주거, 상업 및 소매 공간과 조경 공사가 포함된다. 안정감 조성, 웰빙 향상 등 몇 가지 원칙에 따라 진행할 예정. 따라서 이 프로젝트는 디자인에서 인간을 우선시하는 재해 후 도시 재생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보여주며, 도시 거주자의 생생한 경험을 디자인 솔루션에 재통합해 도시 구조의 재건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치유와 회복력 향상에도 도움되는 사례가 될 것이다.
- 도시 재생 프로젝트 The New Landm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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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생물처럼 성장하고 쇠퇴하는 긴 과정을 지닌다. ‘재생’이라는 키워드로 노후한 지역에 담긴 세월과 기억, 의미를 보존하며 각 공간의 특성을 살린 도시 재생 프로젝트. 새로운 랜드마크로 거듭난 글로벌 사례를 소개한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4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