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D 뱅크 타워 54층에 위치한 카누 레스토랑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 창문 너머로 CN 타워와 호수가 보인다. ⓒ Canoe
당연한 듯 접하는 일상과 사물도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에서는 새로운 경험이 된다. 특히 여행지에서 경험하는 미식은 잊지 못할 강렬한 기억으로 남기도 하고, 다음 장소로 가기 전 몸과 마음에 에너지를 충전하는 순간이 되기도 한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캐나다 여행지, 온타리오Ontario 주는 캐나다·정치·경제의 중심이 되는 지역으로, 수도인 오타와와 토론토가 위치한 곳이다.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서 카누와 낚시 및 하이킹 같은 매력적인 야외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여행지로도 유명하지만, 황홀한 미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태초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무스코카 지역에서 생산되는 크랜베리, 나이아가라강을 따라 자리 잡은 와이너리, 1801년부터 이어져온 킹스턴 퍼블릭 마켓부터 최근 캐나다의 미식 신에서 등장한 프랑스 요리 전문학교 르 코르동 블루와 <미쉐린 가이드> 열풍까지…. 토론토를 시작으로 온타리오 주의 주요 도시와 자연을 둘러보며 미식을 경험하는 10일간의 서클 투어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가을로 건너가는 길에서 미식을 맛보는 것은 여행의 새로운 발견을 이끄는 것과 다름없으니, 미각으로 체험하는 온타리오 주의 가을은 황홀하고 매력적이다.
셰프들의 손끝에서 형형색색 다채로운 요리가 탄생한다. ⓒ Canoe
페어몬트 로열 요크 호텔 18층에 있는 라이브러리 바는 아르데코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매력적이며, 취향에 맞는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 Fairmont
토론토에서 찾은 파인다이닝의 정수
캐나다의 경제·사회·문화 중심지인 토론토는 인구 3백만 명의 도시로,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한데 뒤섞여 있다. 2022년부터 토론토에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데, 바로 <미쉐린 가이드>의 발간이다. 투박하지만 정직한 매력을 지닌 캐나다 음식이 프렌치, 컨템퍼러리, 이탤리언, 일식 등 다양성을 갖춘 미식 문화로 진화하고 있다. 올해는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한 곳, 1스타 레스토랑 열다섯 곳, 빕 구르망 선정 레스토랑 스물한 곳을 포함해 총 여든두 곳이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되어 미식의 도시로 주목받고 있는 것.
캐나다판 <미쉐린 가이드>라 불리는 ‘캐나다 최고의 레스토랑 100’에서 18위에 선정된 ‘카누Canoe 레스토랑’. 도심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모던 건축 TD 뱅크 타워 54층에서 3백60도로 펼쳐지는 토론토 도심과 온타리오 호수를 바라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세련된 인테리어 못지않게 음식 맛도 훌륭한데, 반드시 맛봐야 할 추천 메뉴는 사슴 고기 타르타르. 연기를 쐬어 말려서 풍미를 돋우는 훈제 방식으로 숙성한 사슴 고기로 만든 타르타르는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이 일품이다. 비트와 양배추, 고추냉이, 달걀노른자 등으로 만든 소스와 사슴 고기의 조화는 놀라운 경험! 드라이 에이징한 등심과 대서양산 랍스터를 같이 곁들인 디시를 일컫는 서프 앤 터프도 놓치지 말 것. 캐나다의 청정 자연에서 온 로컬 식재료인 퀘벡산 푸아그라, 브리티시컬럼비아산 백합 등도 맛볼 수 있다.
가볍게 칵테일 한잔 마시고 싶다면 토론토 유니언 기차역 앞에 위치한 페어몬트 로열 요크 호텔 18층에 있는 ‘라이브러리 바Library Bar’로 향할 것. 1972년에 문을 연 이곳은 클래식부터 모던 스타일의 칵테일을 선보이는데, 베스트 칵테일은 트위스트 오브 페이트. 핸드릭스 진에 릴레 블랑, 용담, 라즈베리, 버주스, 프로세코 로제를 넣고 만들어 진과 버주스의 균형 잡힌 산미와 쌉쌀하게 올라오는 향에 취하게 될 것이다. 바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인기 메뉴이던 프라임 립 딥 샌드위치를 재현한 베이 스트리트도 맛보자.
카누 레스토랑 www.canoerestaurant.com
라이브러리 바 www.librarybartoronto.com
©Art Gallery of Ontario
© Destination Ontario
Tip
토론토를 방문한다면 지역 명소인 해발 3백46m의 CN 타워에 올라 가을 운치를 감상하고, 온타리오 미술관과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에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작은 섬 열다섯 개가 보행로와 다리로 이어진 토론토 아일랜드를 걸으며 산책하는 코스도 좋다.
킹스턴 시내 강변에 위치한 워프 앤 페더는 신선한 유기농 채소와 과일, 치즈를 곁들인 샤르퀴트리 메뉴와 와인을 제공한다. ⓒ Ontario Culinary
20년 동안 손님을 맞이해 온 블랙 도그 태번에서 꼭 맛봐야 할 메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쇠고기 안심 스테이크. ⓒ Black Dog Tavern
킹스턴에서 즐기는 로컬 식탁
1841년부터 1844년까지 캐나다 연방의 수도이던 킹스턴은 교도소와 시청을 포함한 1800년대 건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레스토랑 역시 오랜 세월을 지키며 로컬 식재료를 활용한 과거의 정체성에 현대적 감각을 더해 새로운 맛을 선보이고 있다. 해안가에 있는 ‘워프 앤 페더Warf&Feather’는 온타리오 주에서 재배한 유기농 채소와 과일, 쇠고기를 활용한 계절 메뉴를 선보인다. 특히 팬에 볶은 쇠고기와 토마토소스를 올린 베이크드 볼로네제 파스타와 페스토 크림에 로컬 버섯, 감자를 넣고 볶은 머시룸 뇨키는 이곳의 시그너처 메뉴.
선술집이자 레스토랑인 ‘블랙 도그 태번Black Dog Tavern’ 역시 로컬 식재료와 나이아가라산 와인을 활용한 스테이크와 햄버거를 선보인다. 두툼한 패티의 육즙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태번 버거와 팬 로스티드 비프 텐더로인은 인기가 많다. 1801년부터 킹스턴 주민의 식탁을 책임져온 ‘킹스턴 퍼블릭 마켓Kingston Public Market’도 빼놓을 수 없다. 개성 넘치는 생산자들이 모여 비옥한 토양과 풍부한 일조량을 바탕으로 재배한 영양가 높은 채소와 과일, 치즈와 소시지, 메이플 시럽 등을 판매한다. 퍼블릭 마켓은 매주 화・목・토요일 운영하며, 4월부터 10월까지는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11월부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니 참고할 것.
워프 앤 페더 wharfandfeather.ca
블랙 도그 태번 bdtavern.com
킹스턴 퍼블릭 마켓 kingstonpublicmarket.ca
아시안과 유러피언을 결합한 스타일의 요리를 선보이는 넥스트. 튀긴 오징어 위에 고춧가루를 뿌려 미식을 새롭게 해석했다. ⓒ NeXT
르 코르동 블루 오타와가 직접 운영하는 시그너처 레스토랑에서는 젊은 셰프들의 창의적 요리를 맛보고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 Signatures
미식의 새로운 성지, 오타와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는 세계적 셰프를 양성하는, 수준 높은 레스토랑이 즐비한 미식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이곳에 자리한 프랑스 요리 전문학교 ‘르 코르동 블루 오타와Le Cordon Bleu Ottawa’는 수준 높은 셰프들을 대거 양성하고 있다.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하면 현지에서 특별한 요리 시간을 체험할 수 있다. 프랑스 셰프의 가이드 아래 포도주에 푹 끓여낸 전통 닭 요리부터 필래프를 만드는 클래식 요리, 정통 마카롱 만들기에 참여할 수 있고, 칼을 다루는 테크닉 클래스도 참여할 수 있다.
오타와에서 주목받는 레스토랑 중 하나인 ‘넥스트NeXT’는 아시안과 유러피언을 결합한 스타일의 캐나다 요리를 선보인다. 된장과 생강을 넣고 조린 소갈비 요리 미소 앤 진저 브레이즈드 쇼트 립 오브 비프와 고춧가루로 양념한 감자튀김은 우리에게도 이색적 메뉴로 다가온다. 오타와의 미식을 더욱 생생하게 느껴보고 싶다면 1826년에 문을 연 ‘바이워드 마켓ByWard Market’으로 가보자. 6백 개가 넘는 상점과 파머스 마켓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반드시 맛봐야 할 디저트는 비버테일! 통밀로 만든 페이스트리 반죽을 납작하게 만들어 튀긴 뒤 누텔라, 바나나, 아이싱 설탕 같은 토핑을 올려 먹으면 여행의 피로가 싹 가신다.
르 코르동 블루 오타와 www.cordonbleu.edu/ottawa/en
시그니처 레스토랑 www.cordonbleu.edu/ottawa/signatures-restaurant/en
넥스트 nextfood.ca
바이워드 마켓www.byward-market.com
©Destination Ontario
Tip
3백 년이 넘는 킹스턴의 역사가 궁금하다면 현지 가이드 또는 트롤리를 타는 투어 코스에 참여해볼 것. 골목골목 아기자기한 상점과 레스토랑, 카페를 돌며 맛집 투어를 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포트 헨리에서 19세기 군대 생활을 체험하는 것도 이색 경험이다.
©Destination Ontario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리도 운하가 중심에 자리 잡은 오타와를 걸으며 만끽하는 가을 풍경은 황홀함을 선사한다. 박물관과 마켓, 운하 등 모두 걸어서 20분 거리에 위치하고, 레스토랑과 카페가 즐비해 색다른 식도락 여행을 계획할 수 있다.
붉은 물결로 물든 크랜베리 수확 현장. 곳곳에서 크랜베리로 만든 음료와 와인을 맛보거나 구입할 수 있다. © Muskoka Lakes Farm & Winery
무스코카에서 만난 붉은 호수
자연 그대로의 호수와 한대림, 화강암 풍경이 남아 있는 무스코카섬은 가을이 되면 강렬한 붉은색으로 물든다. 단풍이 무르익는 시기가 이곳 특산물인 빨간 열매, 크랜베리의 수확철이다. 이곳 농부들은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밭에 물을 채워 습식으로 크랜베리 열매를 수확하는데, 열매 속에 공기주머니가 있는 크랜베리가 덩굴에서 떨어지면서 수면 위로 둥실 떠오르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을 연출한다. 파란 하늘 아래 사방에 주홍빛 단풍과 붉은 물결이 넘실대는 풍경이란 결코 잊지 못할 황홀함을 선사한다.
과육이 작고 단단한 크랜베리는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고, 당도와 산도가 적당히 어우러지는 열매로, 무스코카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재배해 주스·와인·잼·소스 등으로 만든다. 1950년 오빌 존스턴Orville Johnston이 세운 ‘무스코카 레이크 팜&와이너리Muskoka Lakes Farm & Winery’ 농장은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로, 가을에 방문하면 크랜베리 재배부터 수확까지 전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매년 10월이 되면 1만4천 명이 넘는 방문객이 ‘발라 크랜베리 축제’를 찾기도 한다. 1984년부터 이어져온 축제에서 크랜베리로 만든 음식과 음료를 맛볼 수 있다.
무스코카 레이크 팜&와이너리 cranberry.ca
나이아가라온더레이크 지역에는 50곳 이상의 유명 와이너리가 자리 잡고 있으며, 뛰어난 자연환경 덕분에 놀라울 정도로 맛과 향이 독특한 와인을 생산한다.ⓒ Destination Ontario ⓒ Peller Estates
나이아가라에서 찾은 인생 와인
토론토에서 시작해 오타와, 무스코카를 거쳐 달려가는 가을 로드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나이아가라다. 단풍과 빙하가 만든 절벽이 어우러진 화려한 풍경 사이로 우레와 같은 소리를 내며 43.6m 높이에서 세차게 떨어지는 나이아가라폭포를 보고 있으면 대자연의 힘이 느껴진다. 나이아가라 지역은 폭포로 유명한 것은 물론, 맛과 향이 빼어난 캐나다산 와인 생산지로 잘 알려져 있다. 무려 50곳 이상의 와이너리가 나이아가라온더레이크 지역에 자리 잡고 있으며, 트립어드바이저에 제1의 와인 및 음식 여행지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비옥한 토양과 풍부한 일조량으로 포도 재배에 적합한 지리적 특성을 갖추었고, 서늘한 가을 기후는 리즐링과 샤르도네·피노누아·카베르네 프랑·로제·스파클링 같은 와인을 생산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이 지역에서 수준 높은 와인을 맛보고 싶다면 ‘펠러 에스테이츠 와이너리 앤 레스토랑Peller Estates Winery & Restaurant’으로 향하길 권한다. 2006년과 2014년 올해의 캐나다 와이너리상을 수상했으며, 2018년에는 올해의 온타리오 와이너리상을 수상한 곳이다. 와인에 대해 조예가 깊지 않더라도 취향에 맞는 다양한 와인을 시음할 수 있으며, 랍스터 링귀니 파스타부터 드라이 에이징 채끝 스테이크를 곁들인 페어링을 즐기기 좋다. 호스슈 폭포 바로 위에 위치한 레스토랑 ‘테이블 록 하우스 레스토랑Table Rock House Restaurant’에서 맥주 또는 와인 한잔을 마시는 여유도 즐기길. 캐나다를 여행하는 내내 미식의 스펙트럼이 더욱 다채롭고, 풍요롭게 채워지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펠러 에스테이츠 와이너리 앤 레스토랑 www.peller.com/winery-restaurant.html
테이블 록 하우스 레스토랑 www.niagaraparks.com/visit/culinary/table-rock-house-restaurant
©Destination Ontario
Tip
무스코카 지역에서 내륙으로 들어가면 원시림인 알곤퀸 주립공원에 갈 수 있다. 2천4백 개가 넘는 호수를 품고 있는 이곳에서 오지 캠핑을 하거나 급류 카누를 타고 야생동물 관찰이 가능하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단풍 구경은 덤.
©유운상
나이아가라폭포 밑에까지 다가가는 보트 크루즈를 이용하거나 터널을 통과해 폭포 뒤쪽을 여행하는 저니 비하인드 더 폴스를 경험하는 것도 좋다. 헬기 투어로 하늘에서 폭포를 내려다보거나 스카이 휠 대관람차를 타는 것도 나이아가라폭포를 온몸으로 만끽하는 방법이다.
여행 상품 문의 하나투어 제우스(02-2127-1500)
- 미식을 향유하는 시간, 온타리오 주 가을로路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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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온타리오 주에서 온 소식엔 벌써 가을이 도착해 있다. 한겨울에 만난 가을의 기척. 단풍잎이 붉고, 노랗게 물드는 온타리오 주의 가을은 그 어느 때보다 미식으로 풍요로워지는 계절이다. 눈으로 담는 것만큼 새로운 맛을 경험할 수 있는 여정을 캐나다로 떠날 여행자에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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