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물, 파도를 품은 디자인
자연은 인간에게 무한한 영감의 대상이자 창작의 원천이다. 투명하거나 불투명하거나, 물성 자체가 오묘한 매력을 지닌 유리와 도자에 자연 요소를 투영한 공예품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벽한 예술품이다. 물방울·석양·파도·구름에서 모티프를 얻은 브라운 유리 오브제와 옐로 볼, 블루 화병은 모두 브루나이의 마코타 크리스탈Mahkota Crystal, 결정유 기법(흘러내린 유약 표면에 결정 생성을 유도하는 기법)으로 물에 떠다니는 듯한 꽃잎을 표현한 독특한 무늬의 블루 화병은 모두 베트남 하노이 도자기 마을 밧짱의 브랜드 곰레Gom Le 제품. 기벽의 두께에 따라 투과하는 빛이 서로 다른 투광 백자는 한국의 이인화 작가 작품.
전통 패턴의 화려한 변주
아세안 국가의 역사와 문화, 정체성이 응축된 공예품. 다채로운 컬러 플레이가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듯 알록달록한 패턴과 컬러로 전통에 현대적 감성을 불어넣으며 아세안 디자인 역사의 일부가 되어간다. 동남아시아 프라나칸(말레이반도로 이주한 중국인과 말레이인 사이에서 탄생한 후손과 문화를 지칭)의 가정용 자기 뇨냐nyonya의 전통 패턴을 현대화 기법을 활용해 점으로 표현한 뇨냐 자기는 싱가포르의 한스 탄Hans Tan 제품. ‘다섯 가지 색’을 뜻하는 태국의 전통 도자기 벤자롱benjarong은 모두 태국 수공예품으로, 태국 왕실을 위한 도자기로 생산하면서 색상이 화려해졌다. 불교문화를 담은 디자인의 칠기 함은 완성까지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소요되는 미얀마의 바간 칠기 공방 제품.
손으로 직조한 자연의 조각
재료는 물론 만드는 과정까지 자연에 기댄 공예품에는 자연에 대한 존중과 가치가 담겼다. 야자잎, 니토(필리핀 보홀 지역의 고유 식물), 라탄 등의 소재를 천연 염색해 만든 공예품이 바쁜 현대인의 일상에 따스한 온기를 더한다. 다이아몬드 패턴의 니토 바구니는 필리핀 수공예품. 2층으로 쌓아 올린 라탄 바구니 안잣 므닝anjat mening은 인도네시아의 한뎁Handep 제품으로, 전통 패턴은 흙·잎·뿌리 등 자연에서 얻은 색으로 염색한 줄기를 엮어 표현한 것. 줄기를 가른 부리 야자잎을 천연 염색해 한 올씩 정교하게 짠 모던한 블랙 바구니는 필리핀의 하시엔다 크래프트 컴퍼니Hacienda Crafts Company 제품.
가장 따뜻한 금속
은, 주석, 황동 등 차가운 금속임에도 따스함이 느껴지는 금속 공예품. 빛을 아름답게 반사하는 금속 공예품은 어디에서나 눈부신 존재감을 드러낸다. 과거 전통적이며 종교적인 행사에 주로 활용하던 소재와 쓰임이 현대적 디자인을 접목해 더욱 다채롭게 활용되고 있다. 대나무 대신 얇고 긴 은 가닥을 직조해 만든 지게 바구니 팁 카오thip khao(찹쌀 보관 용기)는 라오스의 캄펭비엔 수공예품. 구김 장식을 더해 주석의 가공성과 활용성을 강조한 현대적 디자인의 주석 화병과 그릇은 모두 말레이시아 로얄 셀랑고르Royal Selangor의 말리아Mallea 시리즈. 종교의식 등의 행사에서 활용하다 현재는 생활 속 오브제로 자리 잡은 황동 성수 그릇은 캄보디아의 금속공예 장인 반 리보Vann Libo의 후계자 반 소카Vann Sokha 작품.
한-아세안센터는 한국과 아세안 10개국(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정부 간 경제 및 사회·문화 분야 협력 증진을 위한 국제기구이다. 지난 11월 8일부터 11일까지 코엑스 동문에서 개최한 <열 하나의 마음, 열 하나의 빛 – 아세안의 공예, 색을 담다> 전시를 통해 아세안 10개국의 대표 공예품과 더불어 한국 작가의 작품까지 11개국의 아름다운 공예품을 선보였다.
스타일링 황남주(뷰로 드 끌로디아)│촬영 협조 한-아세안센터(aseankorea.org)
- 행복 제안 아세안 공예 미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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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세안센터가 소개하는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의 공예품을 통해 아세안 디자인의 아름다움을 음미해본다. 자연에서 온 재료, 손에서 손으로 이어진 기술과 가치관 그리고 뛰어난 심미안이 더해진 디자인 오브제와 바구니, 화병과 도자가 안내하는 현대 아세안 공예 세계로의 초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3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