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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영 개인전 <도자로 그린 회화>
순백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한국 전통 백자를 추상 도자 회화로 변주하는 작가 강석영. 이번 전시에서는 평면의 도자 판 위에 형태와 선, 색을 펼치고 이를 특정 질서로 조합해 새로운 추상예술을 선보인다.

슬립 캐스팅 기법을 활용해 백도자 특유의 질감을 유지하는 동시에 구멍을 뚫거나 찌그러뜨려 미적 효과를 살렸다.
입체 형태에 색을 입혀 생동감을 더한 작품 ‘무제’, 자기 소지, 가변 설치, 2023.
리듬과 멜로디, 화성의 유려한 변모를 꾀하는 변주곡變奏曲을 듣다 보면 선율이 만들어낸 하나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는 악장은 곡의 밀도를 높이고, 그 끝에서 우리는 변주곡을 관통하는 주제에 다다른다.

변주가 선율의 세계를 확장하는 것이라면, 도예의 현대화를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온 작가 강석영의 작품 세계는 ‘도예의 변주’라 불러 마땅하다. 그는 무결의 미학이 담긴 한국 전통 도자에 물리적 충격을 가해 정형성을 탈피했다. 석고 틀에 백토를 부어 도자를 굽는 ‘슬립 캐스팅 기법’을 활용해 매끈한 질감이 살아있는 전통 백자를 만든 후, 여기에 인위적으로 구멍을 내거나 찌그러뜨려 형태의 변화를 시도한 것. 그럼에도 도자의 고유한 질감과 색은 오롯이 살아 있는 그의 입체 작업을 보고 있자면, 도자의 정형성을 변주함으로써 오히려 그 원천에 가닿은 듯하다.


단풍이 짙어지는 가을 아침을 평면 도자 위에 동양화처럼 표현했다. ‘무제’, 자기 소지, 50×33cm, 2023.
도자 면 위에 입힌 강렬한 터치는 액션페인팅 기법을 연상케 한다. ‘무제’, 자기 소지, 55×35cm, 2023.
갤러리밈에서 열리는 강석영 작가의 개인전 <도자로 그린 회화>. 이번에 선보이는 평면 도자는 용기의 역할에서 벗어나 하나의 화폭으로 변모한 도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안료를 섞은 흙물을 도자 판 위에 커다란 붓으로 표현한 작업에는 서구 회화 형식인 액션페인팅에서 발견될 법한 격렬함이 담겨 있다. 동서양의 미감이 조우하는 순간. 기존 작업과 달리 색을 사용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

판 내부에 색이 새겨지는 독자적 기법으로 빛과 시선의 방향에 따라 색의 깊이감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도 강석영 도자 회화만의 고유성이다. 요철이 새겨진 표면은 실이 직조된 듯한 촉각적 경험을 유도한다. 색을 활용해 유리창 너머 흐드러진 계절의 장면을 도자 판 위에 동양화처럼 표현한 작품도 눈에 띈다. 작가가 그동안 천착해 온 도자의 본질과 제작 방식에 대한 탐구는 이번 전시를 통해 추상의 영역으로 확장됐으며, 시각·촉각·신체성을 담은 유기물로 도달했다.


<도자로 그린 회화>
기간 10월 20일(금)까지
장소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5길 3 갤러리밈
문의 02-733-8877


자료 제공 갤러리밈

글 김지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3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