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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주목하는 영국 속 K-패션, 레지나 표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 브랜드 레지나 표REJINA PYO.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컬렉션 팝업 소식에 팬들이 한달음에 모여들었다. 여성스럽고 건축적인 실루엣과 대담하고 신선한 색감으로 여성에게는 편안함을, 지구에는 지속 가능성을 위한 옷을 만드는 레지나 표의 대표이자 디자이너 표지영을 만났다.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을 걸어 둔 레지나 표 소호 매장과 디자이너 표지영.
이탈리아에서 직접 공수한 거울과 레지나 표의 시그너처 단추로 장식한 커튼으로 꾸민 소호 매장의 피팅룸.
한국에서 처음으로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어떻게 진행하게 됐나?
한국에서 항상 들려오는 피드백이 “옷은 예쁜데 입어볼 곳이 없다” “더 많은 종류의 제품을 보고 싶다”였다. 엑시츠XYTS나 폼스튜디오에 입점하긴 했지만 편집숍이라 브랜드를 모두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었는데, 마침 이번에 서울에 방문할 일이 생겨 짧지만 처음으로 레지나 표의 컬렉션을 보여주는 시간을 마련해봤다.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짧지만 팝업 소식을 듣고 많은 분이 찾아와줬다. 한국에 매장도 없고 광고를 한 적도 없는데, 많은 분이 이미 우리 브랜드를 알고 해외 구매로 제품을 갖고 있는 등 다양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2023 F/W 컬렉션 팝업 스토어였는데 생각보다 화사한 색감과 가벼운 느낌의 의상이 많이 보였다.
우리 스토어처럼 과거 시즌 제품도 같이 보여줬다. 우리는 시즌별로 유행하는 디자인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돋보이는 옷을 만든다. 다른 시즌끼리 믹스 매치하며 더 멋스러워지는 걸 추구해 시즌이 지나도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 2023 F/W 컬렉션은 ‘자연스러운 여성성(wild feminity)’을 보여주려 했다. 그중에도 스트링이 많이 달린 사스키아Saskia 셔츠는 여러 가지 연출이 가능해 다양한 분위기를 낼 수 있고, 비슷한 스타일의 스커트 역시 스트링으로 실루엣을 바꿔서 입을 수 있다. 언뜻 무난해 보일 수 있지만 웨어러블하면서도 디테일 있는 디자인이다.


볼륨 있는 퍼프소매와 유려하게 떨어지는 실루엣의 옥사나Oksana 드레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2008년 런던으로 떠나 패션 공부를 다시 시작했고 브랜드도 론칭하며 지금까지 런던에 거주 중인데, 영국을 택한 이유가 있나?
꼭 영국에서 브랜드를 론칭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살다 보니 그렇게 됐다. 유학을 결심한 건 졸업하고 디자이너로 일하면서도 외국에 가보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어릴 적부터 더 넓은 세계를 동경하던 내재된 꿈이 깨어난 것 같다. 그리고 잡지를 볼 때마다 동경하는 인물들이 모두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공부했다길래 어떤 곳인지 항상 궁금했다. 그래서 이끌리듯 런던으로 오게 됐다.

2014년 레지나 표를 론칭하고, 2017년 런던 패션 위크에서 브랜드를 각인시켰다. 그리고 2017년 영국 <보그>가 뽑은 신진 브랜드, 2018년 미국 WWD가 뽑은 차세대 디자이너, 2019년 브리티시 패션 어워드 신인 디자이너상 수상 등 빠른 시간 내에 브랜드가 알려졌다. 무엇이 영국 패션계가 레지나 표를 주목하게 했나?
영국 디자이너가 론칭한 브랜드는 한국인이 보기에 “어떻게 저런 옷을 입고 다니지?”라는 생각이 들 만큼 평소 입는 옷과 달라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캣워크에서 흥미롭게 감상하는 정도로 끝나버리기도 한다. 반면에 나는 한국인으로서 실용성을 중시하는 편이라 눈으로 보는 게 전부가 아닌, 런웨이에서는 보이지 않는 부분과 실용성을 고려한 옷을 만든다. 또 요즘은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퀄리티 좋은 옷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 우리 옷이 주목받은 것 같다.


영국 디자이너 엘리엇 반스Elliot Barnes와 함께 디자인한 테이블 위에는 아들 루카가 아일랜드 비치에서 모아온 돌멩이를 장식했다.
디자인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다양한 컬러 조합과 독특한 소재, 볼륨 있는 실루엣을 부한 느낌 없이 살리는 것. 같은 색이라도 소재에 따라 느낌이 달라 다양한 텍스처의 원단을 사용해보고 룩의 전체 컬러와 소재감, 실루엣의 밸런스가 맞아떨어질 때까지 계속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리고 디자인한 옷을 직접 입어보고 불편한 점을 보완한다. 특히 임신과 출산을 거치며 몸의 변화를 겪다 보니 보다 다양한 여성의 몸을 수용할 수 있는 옷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부분을 많이 고민한다.

지속 가능한 패션을 위해 레지나 표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 있나?
언제나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만, 아이를 가지면서 다음 세대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됐다. 아들이 태어난 6~7년 전부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실질적 방법에 대해 생각하지만,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는 게 아니기에 매 시즌 전 시즌보다 나아지기 위해 노력한다. 패키징을 전부 오가닉으로 바꾸거나, 패션쇼를 할 때 버려지는 초대장 대신 이메일로 대체하고, 쇼가 끝나면 쓰레기가 될 세트를 짓는 대신 기존 건물을 사용하는 등으로.


추상적 모양의 전신 거울은 레지나 표가 디자인하고 런던의 디자이너 바너비 루이스Barnaby Lewis가 구현했다.
작년 12월 런던 소호에 첫 매장을 열었다. 인테리어를 직접 했다 들었는데, 콘셉트가 무엇인가?
사람들이 와서 편안하면서도 호기심을 느끼고, 상품을 산다기보다는 뭔가 탐험하는 재미를 느끼는 곳이 되길 바랐다. 우리가 지닌 아티스틱한 감성을 더하기 위해 행어, 거울 등 가구도 직접 디자인했다. 영국의 유명 아트 북 큐레이터인 클레르 드 루앙Claire De Rouen의 루시Lucy와 함께 큐레이팅한 아트 북도 두고, 런던의 떠오르는 여성 화가 캐서린 렙코Catherine Repko의 작품과 코니에 바예세Conie Vallese의 초창기 프린트 작품, 내가 직접 그린 그림과 세라믹 등 다양한 작품을 곳곳에 배치해 패션 브랜드지만 내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의 색을 보여주려 했다.

앞으로 바라는 레지나 표의 모습은?
환경과 인간 삶의 균형을 생각하며 현명한 소비를 이끌고, 자식에게도 물려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한 가지 소식을 전하자면, 영국의 헤리티지 브랜드와 진행하고 있는 컬래버레이션이 내년에 공개될 예정이다.

글 박지윤 기자 | 사진 제공 레지나 표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3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