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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프라테시의 엔리코 프라테시 전통은 현재진행형!
코펜하겐에서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감프라테시GamFratesi는 자연적이고 지속 가능한 소재를 사용해 견고하게 만들어 오래 사용할 수 있고, 아늑하고 편안한 기분을 자아내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무엇보다 서로 다른 전통과 문화를 결합해 강력한 스타일을 선보이는 감프라테시의 공동 설립자 엔리코 프라테시를 만났다.

한국을 찾은 엔리코 프라테시를 북촌 지우헌에 초대해 한국 전통 주거 공간의 아름다움을 소개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며 진화하고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집이 좋다며 한옥도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는 소회를 전했다.
엔리코 프라테시는 지난 2월, 2023 서울리빙디자인페어 리빙 트렌드 세미나 첫 번째 연사로 무대에 올라 전통과 역사를 중시하는 감프라테시의 디자인 철학과 북유럽 디자인 전통을 반영한 대표 작업을 소개했다.
감프라테시는 덴마크 출신 스티네 감Stine Gam과 이탈리아 출신 엔리코 프라테시Enrico Fratesi가 2006년에 설립한 세계적 디자인 스튜디오다. 이들은 아늑함을 추구하는 덴마크의 휘게 같은 스칸디나비안 철학을 바탕으로 구축한 디자인 정체성을 여러 북유럽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드 러내왔다. 구비의 배트 체어와 비틀 체어, 로얄코펜하겐의 로얄 크리처스, 프리츠 한센의 서스펜스 조명 등이 대표적. 북유럽 디자인의 공예와 장인 정신, 단순함과 기능성을 근간으로 이탈리아의 개념적 접근과 고유한 이야기를 담는 명민함으로 데파도바, 루이스 폴센, 리네로제, 미노티, 폴트로나 프라우, 에르메스, 헤이 등 많은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2023 서울리빙디자인페어 트렌드 세미나 연사로 지난 2월 서울을 찾은 엔리코 프라테시를 북촌 지우헌에 초대해 전통을 존중하며 놀라움을 창조해가는 감프라 테시의 디자인 철학을 들었다.

오랜만에 서울을 찾았는데요, 어땠는지 궁금해요. 한옥을 경험해보고 싶다 했는데, 지우헌을 둘러보니 어떤가요?
밀라노와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전시를 준비하느라 바쁜시기지만, 한국에 다시 와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소재와 디테일을 중요시하는 한국 문화와 건축에 매료되었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문화가 북유럽 문화와 닮았어요. 며칠간 서울을 둘러보며, 지역마다 대조되는 모습이 매혹적인 도시라 느꼈지요. 1백 년 전에 머물러 있는 듯 전통적 아름다움이 매력적인 북촌 같은 곳이 있으면서, 성수동처럼 역동적인 곳도 있더라고요. 한국 전통을 경험하러 왕궁을 방문한 적은 있지만, 한옥은 처음이에요. 지우헌에 들어와 보니 한옥의 실내는 외부와 연결된 느낌이 들면서도 동시에 사적인 안락함을 주는 섬세한 공간이라 느껴집니다.


열대 자연을 실내 공간으로 들여온 필리핀 마닐라의 할런앤홀든 Harlan+Holden 글라스 하우스 카페.
폴트로나 프라우의 소피Soffi 램프는 장인의 블로잉 기술과 간결한 디자인이 특징으로, 안장 가죽끈이 포인트다.
감프라테시는 덴마크와 이탈리아 디자인의 서로 다른 문화를 존중하면서 작업에 반영하는데, 특히 어떤 영향을 받나요?
강력한 두 디자인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행운입니다. 덴마크에서 석사과정으로 가구 디자인학을 공부할 때 의자를 디자인하고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교수님께 질문하면 교수님은 항상 한스 웨그너의 책을 가져오라고 하시곤 그 안에서 스스로 답을 찾길 바라셨죠. 디자인 거장들의 아름다운 제품과 전통 디자인을 통해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발견하는 좋은 접근 방식이었어요. 이탈리아에 아킬레 카스틸리오니Achille Castiglioni, 비코 마지스트레티Vico Magistretti,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 같은 디자인 거장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들은 제품만이 아니라 말을 통해서도 많은 영감을 남겨놓았다는 거예요. 그들의 책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죠. 덴마크 가구는 아이디어가 아닌 워크숍의 제품 개발에 기반합니다. 가구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숫자로 부르기도 하죠. 문화적 차이로 디자인 접근 방식과 작업 과정도 다른데, 이를 결합하면 흥미로워집니다.

감프라테시의 작업 방식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한마디로 ‘전통의 진화’입니다. 진화는 양이나 재료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제품을 사용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죠. 집은 전통적으로 휴식을 위한 공간이었는데, 팬데믹 이후 홈 오피스 같은 공간이 되었어요. 행동이 바뀔 때마다 디자인이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업이에요.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결과가 어떨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일종의 비전이 있어요. 험난한 과정을 거치면서도 비전을 끝까지 잊지 않으려 하죠. 중간 단계가 가장 어려운데, 제조업체와 협력하고 조율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물론 우리는 많은 것을 귀담아들어야 하지만 원하는 것을 관철하기 위해선 때로 강해야 해요.


코펜하겐 스튜디오에서 작업 중인 스티네 감과 엔리코 프라테시.
딱정벌레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구비의 비틀 체어.
듀오 디자이너로서 스티네 감과의 작업은 어떻게 맞춰가 나요?
대화로 시작해서 스케치, 컴퓨터 드로잉, 종이 모델,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검토한 후에 최종 도면으로 돌아가 마지막 프로토타입을 완성해요. 실질적인 그림을 두고 작업하면 창의성이 떨어져서 항상 펜이 아닌 대화로 시작하려고 하죠. 초반은 디자인 공정 중에 유연한 시기라 스튜디오에만 머물지 않고 거리를 걷거나 와인 한잔하면서 논의하고요. 스케치 작업도 개방적이에요. 펜 하나를 함께 사용해서 누가 무엇을 했는지 정확히 구분할 수 없어요. 컴퓨터도 하나를 함께 쓰고요. 같은 일을 하기 때문에 일을 나누는 것은 무의미 하죠. 제 디자인은 기술적이며 구조적이고, 스 티네의 디자인은 훨씬 자유롭고 개방적이에요. 앞서 말했듯이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과 역량을 가지고 창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감 프라테시만의 강점입니다.

작업 과정 중에도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좋아 하고, 그것이 오래도록 디자인을 하는 힘이라고 자부했어요. 아이디어와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요?
영감은 다양한 방식으로 얻습니다. 예술이나 자연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지만, 행동에서 영감을 받을 수도 있죠. 스티네와 사진을 찍고 이야기하고, 스케치를 많이 하고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일본에서 비행 기를 탔을 때 함께 앉아서 계속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렸어요. 전화기가 꺼져 있는 시간이라 집 중력이 엄청났죠. 이륙 후 여섯 시간쯤 지났을 때 스튜어디스가 와서 비즈니스석을 이렇게 이용하는 고객은 처음 본다고 하더군요. 비싼 좌석을 이용하면서 그림만 그린다고요. 우리는 같은 것을 수백만 번 그려요. 디자인도 소화 과정이 필요하지요. 요리를 계속하다 보면 음식이 완벽해지는 것과 같은 과정이랄까요. 또 수채화 그림을 많이 그려요.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모양과 색상에 집중할 수 있어 개인적 즐거움을 위해서죠.


에르메스 애플 워치를 위한 일본 에르메스 매장 디스플레이. 화가 로베르 달레Robert Dallet의 동물 그림을 새롭게 재해석해 금속 와이어로 표현했다. Courtesy of Hermès Japon_Ph. Nacása & Partners.
지우헌의 다실을 경험한 엔리코 프라테시는 한옥은 앉는 위치에 따라 다른 경치를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건축을 공부했지만, 공간에 어울리는 것을 디자 인하는 것도 건축가의 일이라고 생각해 가구와 조명 디자 인을 시작했는데요. 공간에 어울리는 가구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무엇인가요?
감프라테시의 스타일은 항상 온화하다고 생각해요. 디자인을 통해 기분이 나아지는 데 목표를 두고 소재와 형태를 선택하고, 편안함을 통해 부드러운 분위기, 친밀감을 주는 제품을 만들고자 해요. 사람들은 점점 공용 공간도 집처럼 느끼길 원하고 있어요. 또 제품은 환경에 따라 달라 보이기 때문에 공간에 어떻게 어울릴지 함께 생각합니다. 건축을 공부한 덕에 더 넓은 시야로 가구를 디자인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해요. 과거에도 클래식한 가구는 건축가가 디자인했죠. 아르네 야콥센은 문손잡이 같은 세부 디테일부터 램프, 테이블, 의자, 나아가 아주 큰 공간에 이르기까지 놀라운 기술을 바탕으로 공간의 모든 것을 자세히 살폈어요. 엄청난 감수성을 지닌 건축가만이 이런 단계를 거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가장 관심 있는 주제는 무엇인가요?
최근 몇 년 동안 건축 관련 프로젝트가 많아 건축에 관심이 많아요. 2024년 폴란드 바르샤바에 문을 열 호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2백 개가 넘는 방이 있는 큰 호텔로 카페와 레스토랑도 디자인하는데, 북유럽 재료와 스타일을 담으려 하고요. 두번째 프로젝트로는 코펜하겐에서 중요한 개인 빌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천장 높이가 6m 정도로, 완성하는 데 1년 정도 더 걸리겠지만 아름다운 작업이 될 거라 기대하고 있죠. 이번 상반기에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와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쓰리데이즈오브디자인3daysofdesign 전시에서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고요. 조만간 한국에서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계획하고 있어요. 그땐 또 어떤 흥미로운 장소에서 만날지 궁금하네요.

글 김지혜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3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