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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함께 홍콩이 돌아왔다 아트바젤, 홍콩의 귀환
지난 3월 아트바젤을 시작으로 오랫동안 닫혀 있던 홍콩의 빗장이 드디어 열렸다. 온라인 페어가 아닌 국제 참관객을 맞이한 건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기대와 흥분으로 넘실대던 아트 축제 분위기와 더불어 홍콩 피플에게 추천받은 핫 스폿도 소개한다.

지난 3월 홍콩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아트바젤 홍콩. 작품은 식물, 수족관 시스템 및 설치물을 인간의 행동과 사회적 관계에 대한 은유로 사용하는 중국 작가 트레버 옝Trevor Yeung의 인카운터스 섹션 설치 작품.

데이비드 알트메이드David Altmejd의 인카운터스 작품도 큰 화제를 모았다.
서구권 국가들이 일찌감치 규제와 국경의 빗장을 풀고 ‘백투노멀’로 돌아오는 동안에도 팬데믹으로 인한 중국의 강력한 방역 규제로 홍콩은 잠들어 있었다. 아시아에서 가장 앞선 아트신과 마켓을 자랑하던 도시는 그렇게 상대적 고립에 갇히는 듯했지만, 지난 3월 23일부터 25일까지 개최한 아트바젤을 앞두고 홍콩은 기다렸다는 듯 방역과 여행 규제를 모두 풀었다. 입국 시 백신 접종 증명서도, 자가 격리도, PCR 테스트도, 마스크도 필요 없어졌다. 지난해 프리즈 서울이 열리면서 “이제는 서울이다”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오던 참이었지만, 홍콩에는 서울보다 먼저 둥지를 튼 세계적 메이저 갤러리 지점들이 건재했고, 중국의 어마어마한 아트 컬렉터 규모를 등에 업고 홍콩은 아트바젤 위크를 맞이해 단단히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홍콩은 예술과 함께 화려한 컴백을 예고했다.


이전보다 더 뜨거운, 아트바젤 홍콩
지난 2년 동안 규모가 대폭 축소되고 온라인 뷰잉룸으로 대체한 아트바젤 홍콩. 올해는 예전 모습을 완전히 되찾아 홍콩 컨벤션 센터의 두 개 층에 32개국 1백77개 갤러리의 부스가 들어찼다. 인카운터스Encounters, 카비넷Kabinett, 필름Film, 그리고 컨버세이션즈Conversations 같은 특별 섹터도 모두 돌아왔다. 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하얀 부스 사이에 대형 설치 작품을 소개하는 인카운터스 작품이 눈에 들어오자 ‘아, 아트바젤 홍콩이 정말 돌아왔구나’ 실감할 수 있었다. 인카운터스 섹션은 마켓과 비즈니스 측면을 넘어 현대미술에 대한 아이디어를 대중에게 알리고 함께 고찰할 수 있도록 이끈다.

올해는 시드니 아트스페이스Artspace의 상임이사이자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 호주관 큐레이터인 알렉시 글라스-캔터Alexie Glass-Kantor가 ‘지금, 이 순간(This present, moment)’이라는 주제로 열세 점의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그중 자파 람Jaffa Lam의 ‘트롤리 파티Trolley Party’(2023)는 산업용 트롤리로 제작한 의자 여섯 개에서 나온 파생물과 재활용 가능한 재료, 폐기된 직물로 만든 14m 길이의 패치워크로, 마치 커다란 천막을 친 듯한 풍경으로 눈길을 끌었다.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에서 영감을 받아 여성 노동자에 대한 주제를 다루는 이 설치 작품은 관람객을 고요한 내부로 초대했다. 국제갤러리가 제공한 김홍석의 ‘침묵의 고독’은 무기력 혹은 허무한 자세로 설치된 동물 탈을 쓴 마네킹 조각으로, 가장 많은 카메라 세례를 받기도 했다. 이 작품은 현대 도시 노동자를 은유하며 노동의 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을 대변한다.

갤러리의 메인 부스 내 주제별 개인전 부문인 카비넷에는 갤러리 열다섯 개가 아시아에 중점을 둔 주제로 참여했다. 마촐레니Mazzoleni는 앵포르멜의 거장 한스 아르퉁Hans Hartung이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실시한 연구를, 갤러리 우르스 마일Galerie Urs Meile은 후 칭얀Hu Qingyan 작가가 최근 몇 년간 탐구해온 ‘비움’이라는 주제를 이어가는 대리석 작품 시리즈 ‘침묵의 세계’를 선보였다.

가장 민감하면서도 이목이 집중되는 세일즈 결과도 첫날부터 몇몇 부스 작품 전체가 솔드 아웃됐다는 소식으로 청신호가 켜졌다. 전반적으로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꽤 훌륭한 세일즈를 기록했다는 평이다. 국제갤러리는 한국 작가의 작품이 주요한 해외 컬렉터에게 판매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는 엘리자베스 페이턴Elizabeth Peyton의 ‘트뤼포Truffaut’(2005)를 한 아시아 박물관에 2백20만 달러에 판매했으며, LGDR는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미디어 아티스트 비플Beeple의 키네틱 비디오 조각품 ‘S.2122’를 9백만 달러(NFT 포함)에 판매했다. 무엇보다 갤러리들은 참관객의 에너지가 팬데믹 전보다 훨씬 뜨거웠다고 입을 모았다. 일반 입장이 가능한 퍼블릭 오픈일부터 페어장으로 입장하려는 사람들이 몰려 기나긴 대기 줄이 이어졌고, 중국 본토의 수집가에 질세라 우리나라도 눈에 띄게 강력한 참관객 파워를 보여주었다.


눈에 띄는 장외 전시



K11 아트 파운데이션 [City as Studio]
뉴월드 그룹 CEO이자 세계적 아트 컬렉터인 에이드리언 정Adrian Cheng은 아트바젤 오프닝 며칠을 앞둔 주말, 가장 화려하게 아트 위크의 문을 열었다. 그는 침사추이 항구에 새로 생긴 복합 문화 쇼핑몰 K11 뮤제아MUSEA에서 중국 내 첫 번째 스트리트 아트 전시를 열며 엔데믹 후 가장 먼저 대규모 파티를 주최했다. 그는 큐레이터이자 아트 어드바이저인 제프리 다이치Jeffrey Deitch와 함께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거리 아티스트 및 그라피티 아티스트를 불러 모았다. “스트리트 아트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주류 문화의 일부가 되었지만, 동시에 도시 역사의 특정 문화와 시기를 요약하고 있습니다. 이 장르의 아티스트들은 전통적 방식으로 예술에 참여하는 데 장벽을 허물었고, 이는 K11이 추구해온 ‘모두를 위한 예술’을 잘 보여줍니다.” 이렇듯 그는 키스 해링부터 바스키아 그리고 카우스와 JR 등 20세기와 동시대의 세계적 작가들뿐 아니라 작품과 뉴욕, LA, 샌프란시스코, 상파울루, 파리, 도쿄의 거리 예술 혁신가들의 주요 작품을 선보였다.



M+ 뮤지엄 [Yayoi Kusama: 1945 to Now]
팬데믹 기간 동안 대대적으로 문을 연 서주룽 문화 지구(West Kowloon Cultural District)의 가장 주요한 시설인 M+ 뮤지엄은 개관 1주년을 맞아 첫 번째 특별전으로 구사마 야요이의 초기부터 최근까지 회화, 설치, 조각, 소묘, 콜라주, 동영상 작품을 연대순 및 주제별로 모은 대형 전시를 열었다. 특히 홍콩의 유일한 컨템퍼러리 아트 뮤지엄으로 개관 때부터 세계의 이목을 모은 M+ 뮤지엄에 한국 출신 정도련 큐레이터가 부관장으로 취임해 이 전시를 이끈 것은 우리나라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였다. 이번 회고전은 구사마의 예술적 궤적을 인식하는 동시에 모든 역경을 꿋꿋하게 극복한 그녀의 도전을 강조했다.




타이퀀 컨템퍼러리Tai Kwun Contemporary [Myth MakersSpectrosynthesis III]
옛 중앙경찰서이자 교도소이던 곳이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한 타이퀀 컨템퍼러리 내 전시 공간에서는 홍콩 최초로 LGBTQ+의 관점을 조명하는 전시가 열렸다. 194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제작한 작품과 역사적 작품을 아우르며, 세계 60여 명의 작가 작품 1백 점을 통해 ‘퀴어 신화’의 핵심 개념을 다뤘다. 대부분은 살아 있는 예술가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현재 LGBTQ+ 식별이 불가능하던 시대에 살던 예술가를 포함해 과거의 일부 환상적이고 변혁적인 인물도 소개했다. 홍콩 부동산 개발 기업 회장이자 게이인 패트릭 선Patrick Sun이 퀴어 아시안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단체인 선프라이드 파운데이션Sunpride Foundation 주최로 전시를 개최했으며, 아시아의 고대 신념 체계와 전통에서 발견하는 동성 사랑과 욕망 및 젠더 유동성을 강조하는 재단 소장품을 통해 신체의 현대 신화와 실천을 탐구하도록 초대하는 진보적 전시로, 아트바젤 위크에서 가장 호평을 받으며 꼭 봐야 하는 전시로 입소문이 나기도 했다.



가고시안Gagosian [Touching How and Why and Where by Katharina Grosse]
홍콩 센트럴 지역 페더 빌딩에 위치한 가고시안 갤러리에서는 독일 출신 작가 카타리나 그로세의 개인전을 열었다. 그로세는 패널, 물체, 건축 내부 및 외부, 심지어 전체 풍경에 걸쳐 생생한 색상의 페인트를 분사하기 위해 압축기 구동 스프레이 기술을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작가다. 신체적 제스처와 감각적 효과에 대한 화려하면서도 미묘한 탐구에서 그녀는 기존 영역을 넘어 회화의 범위와 잠재력을 확장한다. 일종의 통제된 즉흥 퍼포먼스를 통해 손·눈·재료 및 사이트 간의 새로운 상호작용을 촉발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스튜디오 페인팅 작업이 선행된다고 한다. 이번 홍콩 전시에서는 스텐실 및 기타 항목의 사용을 피함으로써 프로세스에 대한 개방형 접근 방식을 취했다. 홍콩을 찾은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색의 자유로운 흐름과 그 모호함에 관심을 돌리고 싶어요. 나의 그림을 통해 우리가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너무 혼란스러워서 무엇인가를 바꾸고자 하는 욕구를 발전시키기를 원하죠. 즉각적이고 반복적으로요.”


* 기사 전문은 행복이 가득한 집 5월호 본지에서 확인해 보세요.

글 강보라 | 사진 제공 아트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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