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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심재원 너와 함께한 모든 순간의 기록
육아휴직을 한 아빠는 아내의 시선이 머문 자리를, 그리고 커가는 아이의 모습을 매일 기록하기 시작했다. 가족의 시간을 SNS에 기록하는 ‘그림에다’ 심재원 작가를 만났다.

이든이는 어느새 훌쩍 자라 여덟 살이 되었다. 심재원 작가는 여전히 매일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아빠와 놀이하듯 그림을 그린 이후 이든이의 그림 실력은 부쩍 늘었다. 건물이나 사물을 관찰해 똑같이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심재원 작가의 그림에는 눈, 코, 입 표정이 없다. 그래서 독자들은 ‘그림에다’를 보고 자신과 아이 얼굴을 투영한다.

“육아를 기록해두면 훗날 소중하던 순간을 꺼내 볼 수 있어요. 그때의 행복하던 기분까지 떠오르죠.”

이 남자가 가족의 마음을 읽는 방법
엘리베이터는 팔꿈치로 누릅니다, 외출 후 외투는 베란다에 걸어둡니다, 세안 수건은 아이와 따로 씁니다. 웹툰 ‘그림에다’ 심재원 작가는 코로나19로 달라진 부모의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를 힘겹게 안고, 부쩍 주름이 늘어난 것 같아 거울을 들여다보는 아내의 뒷모습은 엄마들의 마음을 울린다. 육아휴직을 한 아빠가 취미 삼아 시작한 그림 에세이는 많은 부모에게 공감과 위로를 주었다. “광고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하다 보니 주변을 관찰하고 상대의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그래서인지 아이가 이유 없이 짜증을 내거나 아내가 유독 힘들어하는 날이면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아이가 밥 먹고, 씻고, 놀다가 넘어지는 소소한 일상을 그림으로 그리며 자연스레 아내와 아이의 마음이 보였어요. 내가 잘하는 것으로 육아를 기록한 것뿐인데 소중한 순간을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 볼 수 있어 행복해요.” 독자들은 이 가족의 평범한 일상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공감한다. 짜릿한 순간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을 담았기 때문일 터. 그의 그림에는 얼굴의 눈, 코, 입이 비어 있다. 그래서 독자들은 자신과 아이 얼굴을 그림에 투영해 더 깊이 공감한다.


그림으로 아이와 소통하기
육아 만렙인 심재원 작가도 여느 부모처럼 난관에 부딪힌다. 이든이가 다섯 살 때 또래 아이들보다 연필 쥐는 악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생각해보니 아이는 자신의 그림을 그리기보다 아빠 그림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았다. 아빠 그림에 비해 자기 그림이 모자라게 느껴져 선뜻 크레파스를 쥐지 못했다. 그는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한 자신을 반성하며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아이와 번갈아가면서 그림을 그리기로 한 것. 그림 그리기를 놀이처럼 느낀 이든이는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아빠가 그린 수직선은 바다의 수평선이 되어 이든이가 그린 돛단배와 갈매기, 구름으로 채워졌다. 아이 마음을 들여다보고 소통했더니 이든이의 자신감은 멋지게 회복되었다. “제가 아이와 소통했듯 독자분들이 ‘그림에다’를 좋아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니 ‘공감’이더라고요. 그래서 최근엔 더 많은 부모와 소통하고 싶어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영상도 에세이처럼 평범한 일상을 담기로 했고요. 주말 아침이면 동네 산책을 하고, 저녁에는 아내와 맥주 한 잔하는 등 자연스러운 모습을 편집해 올리고 있어요.” 이든이는 아빠의 카메라를 따라 산책길을 걷고, 영상을 편집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본다. 그는 앞으로도 아빠의 시선으로 바라본 육아를 기록하고 공유할 예정이다.


북유럽에서 찾은 육아의 지혜
그의 가족은 이든이가 네 살 때 육아 체험을 하기 위해 핀란드 탐방을 떠났다. 핀란드 가정을 지켜보며 가장 인상적이던 모습을 소개한다.

1 과정
한국에서는 여행을 가면 부모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아이들을 부른다. 핀란드에서는 짐 내리는 것부터 텐트 치고 장작불 때는 것까지 모두 함께 한다. 무엇을 하든 자녀와 ‘과정’을 공유하는 것. 경험을 통해 과정을 이해함으로써 아이는 무엇이든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걸 깨닫는다.

2 경청
핀란드에서는 아이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쓸 경우 무조건 “안 돼!”라고 말하지 않는다. 아이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 대화가 끝날 때까지 집중한다. 그러다 보면 아이는 자연스레 부모에게 차근히 이야기하면서 떼쓰지 않고, 부모의 이야기를 경청하게 된다.

3 협업
핀란드와 이웃한 나라 덴마크에서는 부모가 아이 반 친구들의 성적을 살핀다. 내 아이가 반에서 몇 등을 하는지는 궁금하지 않다. 혹시 반에서 뒤처지는 아이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반에서 진도를 못 따라가는 아이가 있으면 다 같이 모여 스터디하고 부족한 친구를 이끌어준다.

글 위현아 사진 한수정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0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