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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화카페 전기 없는 일상을 실험하다
과연 전기를 쓰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비전화카페는 이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상을 직접 실험하고 보여주는 공간이다. 콘크리트 대신 나무와 흙, 볏짚을 쌓아 만든 친환경 카페에서 공존으로 자립을 꿈꾸고, 전기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풍요로운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청년들을 만났다.

비전화공방 졸업생이 자발적으로 모여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 메뉴인 사이폰 커피.

친환경 재료로 만든 카페 안에는 난방기 대신 화목 난로가 자리한다.

숲속 오두막처럼 아기자기한 외관.

햇빛 식품 건조기를 이용해 전기 없이도 다양한 건조 식품을 만들 수 있다.
전기 없는 삶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 일상은 전등을 켜고 냉·난방기를 가동하는 것부터 시작해 거의 모든 시간이 전기를 동력 삼아 흘러간다. 냉장고 전원이 꺼진 삶,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없는 삶을 과연 생각이나 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우리가 쓰는 전기량이 너무 많다는 데 있다. 전기 없이 살 수 없다면 대체 어느 정도가 적절한 소모량일까? 얼마만큼의 전기가 환경과 인간을 모두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비전화카페’는 그 최소한의 소비를 실험하는 곳이다.


꼭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고 소비하는 삶
사실 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서울혁신파크에 위치한 ‘비전화공방서울’의 시작과 맞닿아 있다. 서울시와 일본인 발명가 후지무라 야스유키가 의기투합해 2017년 오픈한 공방인데, 전기와 화학물질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의 방식을 추구한다. 이들의 일차적 목표는 청년의 자립을 돕는 것. 매년 열두 명의 제작자를 모집한 뒤 1년간 건축, 제작, 농사 등의 체험 수업을 진행해 ‘적게 일하고 더 행복한’ 비즈니스를 개발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렇게 만든 결과물 중 하나가 지금의 비전화카페 공간. 1기 제작자들이 나무로 골조를 완성하고 2기 제작자들이 볏짚을 쌓아 대나무로 고정한 뒤 황토와 석회로 마감했다고 한다. “완성한 집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다가 시민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카페를 꾸며보기로 했어요. 2018년 11월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 시즌제로 운영하고 있죠. 그때 그때 참여하고 싶은 졸업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방식이에요.” 현재 이곳의 운영자는 2기 제작자 박진철 씨를 포함한 다섯 명. 이들은 비전화공방에서 배운 기술과 삶의 방식을 통해 자신들의 삶을 조금씩 개척해나가는 중이다.

실제 비전화카페의 가장 큰 특징은 ‘오프그리드(외부에서 에너지를 공급받지 않고 최소한의 전기를 생산해 사용하는 방식)’에 있다.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소량의 전기를 생산하는데, 이를 소비하는 건 주방 천장을 밝히는 몇 개의 전구뿐이다. 커피 머신은 물론 냉·난방기와 냉장고도 없고, 하다 못해 카드 결제기도 쓰지 않아 현금 혹은 계좌 이체로만 음료값을 받는다. 한여름에는 아이스박스나 아이스팩을 미리 얼려와 사용하고, 로스터와 정수기, 식품 건조기 같은 도구도 친환경 제작품으로 대체한다. “어느 정도의 전기 소비가 적절한지를 꾸준히 찾아나가는 중이에요. 아예 안 쓰겠다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한 양만큼만 쓰겠다는 거죠. 아무리 좋은 시도라도 그로 인해 괴롭다면 의미가 없잖아요. 결국 우리는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 목표니까요.”


느린 공간이 전하는 일상의 여유
현재 비전화카페에서는 유기농 공정 무역 원두를 사용한 커피와 비커피 음료를 각각 네 가지씩 내놓는다. 대표 메뉴는 끓는 물의 증기압을 이용해 천천히 추출해내는 사이폰 커피. 카페가 지닌 아날로그 감성과 잘 어울리는 데다 보는 재미도 더하기 위해 선택한 메뉴다. 토종 흰민들레 뿌리를 커피와 같은 방식으로 로스팅하고 우려낸 ‘민들레 커피’라든지 월명리산 자두로 청을 담근 뒤 직접 제조한 탄산수를 섞은 ‘안녕, 월명리’처럼 레시피부터 공들인 메뉴도 적지 않다. 전기 없이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하는 터라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대기하는 시간이 길다고 불평하는 손님은 거의 없다고 한다. 약간의 불편함과 맞바꾼 일상 속 여유와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에 대한 환기, 이것이 비전화카페의 다섯 청년이 커피 한잔과 함께 우리에게 건네는 속 깊은 이야기다. 주소 서울시 은평구 통일로 684


비전화 커피 워크숍
전기 없이 커피를 볶고 직접 내려서 마시는 워크숍에 독자분을 초대합니다.

일시 3월 5일(목) 오전 11시
장소 비전화카페
참가비 2만 원(정기 구독자 1만 원)
인원 5명
신청 방법 <행복> 홈페이지 ‘이벤트’ 코너에 참가 이유를 적어 신청하세요.

글 류현경 기자 | 사진 이기태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0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