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도자비엔날레의 면면을 살펴보면 우리 도자계의 질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우선 단순한 전시 위주의 진행 형식에서 탈피, 우리 도자가 세계 으뜸이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 전시를 다섯 개의 핵심 기획전으로 압축하는 한편 교육 체험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관람과 체험’이 동시에 이뤄지게 했다. 위 사진은 흙놀이를 즐기는 국·내외 관람객들.
관람과 체험을 동시에!
재단법인 세계도자엑스포(대표 권두현)에서 주최하는 네 번째 ‘세계도자비엔날레The World Ceramic Biennale’가 오는 4월 28일부터 5월 27일까지 한 달 동안 이천, 광주, 여주 3개 행사장에서 동시 다발로 열린다.
올해 세계도자비엔날레의 주제는 ‘미래의 아시아를 빚자Reshaping Asia’. 과거에는 도자기 선진국이었으나 지금은 서양 도자 문화를 수용하는 입장으로 전락한 아시아 도자 문화의 현실을 성찰하고, 이를 통해 아시아 고유의 독자적인 도자 문화의 발전 가능성을 모색해 ‘미래’를 빚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에 따라 ‘아시아’를 테마로 한 다섯 개의 전시가 열린다. 중국, 일본, 호주 등 14개국 26인의 현대 도예가들이 작업한 생활 용기, 설치 작품 등이 아시아 도자 예술 재발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선보이는 <아시아 테마 세계 현대도자전>,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한 도자 문명사 흐름의 중간에 있는 터키의 오스만 투르크 제국 시대의 국보급 전통 도자 유물이 소개되는 <동서 도자 유물의 보고전> 특별전, 도자의 다양한 기능을 제시하고 색다른 아름다움을 제시해 일반 관람객들의 호응도가 가장 높은 <세라믹 하우스Ⅲ>, 국내 및 세계에서 활동하는 도자 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국제 공모전 및 국내 공모전>,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두루 체험할 수 있는 <두 세라믹, 고 비엔날레do Ceramic, go Biennale> 등이 그것으로, 이 전시들은 이천, 광주, 여주 세 곳에서 고루 열릴 예정이다.
세계도자비엔날레는 이천, 여주, 광주 세 곳에서 열리기 때문에 관람객의 취향대로 즐길 수 있다. 이천에서는 세계 도예계의 흐름을 주도하는 주류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광주에서는 조선시대 왕실에서 운영하던 관요官窯가 있었던 특성을 살려 전통 도자 문화와 역사를 조명하는 전시가 열리고, 여주에서는 생활 도자기 생산의 거점이라는 특징을 살린 생활 도자전이 개최된다. 세 지역 간 이동 거리가 각각 30분~1시간 정도라 서두르면 하루에 두 지역을 여행할 수도 있을 듯하다. 또한 하나의 입장권으로 세 곳의 행사장을 모두 이용할 수 있으며, 가족 관람권(3인 가족 1만 원, 4인 가족 1만 2천 원)을 신설해 가족 관람을 권장하는 등 관람객 서비스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과 세 지역, 그리고 세 지역 행사장을 왕복 운행하는 무료 셔틀버스도 운행된다.
1 <동서 도자 유물의 보고전>에 출품된 ‘청화연지수금문팔각병’ .
2 가원도예 문애기 씨의 토우 인형.
interview
“21세기는 문화 싸움의 시대” 천호선 세계도자비엔날레 총감독
지난해 말 이번 행사를 점검하고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하던 세계도자기엑스포에서는 천호선 쌈지길 대표를 총감독으로 영입했다. 25년 동안 국내외에서 문화예술 전문행정가로 일하며 높은 성과를 달성한 것과 공예 유통 회사 ‘쌈지길’을 인사동의 랜드마크로 성장시킨 능력을 높이 평가받았다. 행사 개최가 반년도 남지 않는 시점에서 제안을 수락하고 행사를 준비해온 그는 “인생에서 제일 어려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중”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세계도자비엔날레를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국내보다 해외 도자인들 사이에서 더 유명할 정도로 전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도자 행사다. 부산국제영화제나 광주국제비엔날레만큼 중요한 행사다.”
우리 도자 문화의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심플하고 미니멀한 점이다. 도자기를 사용하는 계층은 주로 선비였고, 선비 정신이 심플하고 미니멀한 도자 문화에 반영되었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그 맥락은 현대 도예에도 살아 있다.”
그러나 도자 문화가 예전만 못한 것 같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전통문화가 말살되었고, 광복 이후에는 전통문화를 복원하기에 바빴다. 복원에 치중하다 보니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는 데는 미흡한 점이 있었다. 그러나 서구는 공예 부흥 운동이나 아르누보 운동 등을 통해 일찌감치 도자 문화를 번성시켰다. 미국 작가 잭슨 폴록은 도자기를 미술 소재로 사용했는데, 그게 1950년대의 일이다. 서구에서는 그런 과정을 통해 도자기를 예술 매체로 발전시켰다.
가장 추천하는 전시 프로그램은? “모두 중요하지만 하나만 꼽으라면 터키 전통 도자 유물을 소개하는 특별전 <동서 도자 유물의 보고전>이다.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왕들이 사용했던 그릇을 보면 동양의 이미지와 아랍의 문양이 그곳에서 어떻게 결합됐는지를 볼 수 있다.”
관람객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이들에게는 도자기를 보는 것 자체가 창의력의 원천이 된다. 가족 단위로 방문해 전시를 관람하고 흙과 노는 경험을 해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인터넷 게시판에 의견을 올려주면 좋겠다. 잘못한 것에 대한 지적도 좋다.” 지난 1월부터 이천에 방을 얻어 일하고 있는 그는 일하면서 밥그릇, 찻잔 등 도자기 20여 개를 샀다고 한다. 미국에 거주하는 딸과 외손자들이 오면 선물로 주려고 산 것이란다.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은 색깔과 디자인을 골랐다. 아이들이 각자 취향에 맞는 그릇을 고르면 거기에 밥을 퍼주고, 그 그릇을 미국으로 가져가 사용하라고 선물할 계획이다.” 우리 도자 문화가 세계로 퍼져나가는 데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