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인다실의 이혜진 대표와 김정은 요리 연구가가 찬 바람을 헤치고 들어선 이를 위해 토종 팥으로 쑨 팥죽 한 그릇과 마음의 추위까지 녹여줄 찻상을 준비한다. 정성 들여 끓인 팥죽에 새알심을 더한다. 쌀가루와 찹쌀가루를 섞어 동글동글 빚은 경단을 쌀 끓인 물에 넣고 윤기가 날 때까지 잘 끓인 후 팥죽에 넣는다. “새알심은 쌀물에 데쳐야 팥물이 잘 스며들고 맛이 겉돌지 않지요. 소금 간은 꼭 끝에 해주고요.” 마지막으로 길게 썬 고구마를 기름에 살짝 튀겨내 팥죽 위에 올린다. 옥인다실의 이혜진 대표는 팥죽에 잘 어울리는 차를 한잔 내온다. 주전자에 물과 계피, 말린 생강과 감초를 넣어 끓인 후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홍탕이나 흑설탕으로 당도를 조절한 ‘동지 블렌드 차’다. “팥죽을 먹은 후 입에 남는 쌉쌀함을 잡아줄 거예요.” 팥죽을 한 그릇 비우고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데 누군가 무명으로 감싼 팥 주머니를 내밀었다. “전자레인지에 따뜻하게 데워 허리 밑에 두면 참 좋아요.” 보자기로 정성스러운 선물을 만드는 호호당好好堂 양정은 대표의 선물이다.
* -치레 2 「접사」 「1」 ‘치러내는 일’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팥죽이 담긴 깨끗한 백자는 조형작가 김성철 작품, 동지 블렌드 차를 담은 찻주전자와 잔은 도예가 강영준 작품. 팔각 소반은 조선시대 후기에 제작한 것으로 이혜진씨 소장품.
토종 팥으로 만든 동지 팥죽
해독과 이뇨 작용을 돕는 곡물로, 칼슘·칼륨·미네랄·식이섬유가 풍부한 팥. 김정은 요리 연구가가 낸 팥죽 한 그릇은 농민의 마음까지 담은 음식이다. 너른 평야가 끝없이 이어지는 경북 예천에서 소화농장 이홍인, 이병달 부자가 기른 토종 붉은팥은 시장에서 파는 큰 팥인 신팥보다 알이 작고 검붉으며 단단하다. 팥죽으로 끓이면 약간 어두운색이 나면서 맛은 달고 구수하다. “저희 팥밭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내려온거니 우리 집 내림 팥인 거예요.” 이 땅에서 살아갈 내 아이에게 토종 팥 맛을 전하는 것이 이들의 바람이다.
이홍인, 이병달 부자가 키운 토종 팥은 알이 작고 윤기가 도는 것이 특징이다. 제품 문의 호호당(02-704-0430), 소화농장(054-652-2796)
나누는 명절, 동지
동지는 음력으로 1년 중 가장 볕이 짧고 밤이 긴 날이다. 추운 밤에만 나타난다는 호랑이가 기분 좋게 장가들 만큼 길고 추운 밤이 이어지는 이 절기에 우리에겐 따뜻한 나눔의 식문화가 있다. 양의 기운을 지닌 붉은 팥으로 쑨 죽을 나누어 먹으면, 긴 밤이 불러올지 모를 액운을 쫓고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 여겼다. ‘작은설’이라 부르며 쇠던 동지 절기는 가족뿐 아니라 이웃사촌과 함께 나누는 문화가 있어 더욱 따뜻하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는 동짓날의 문화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동짓날은 빚을 청산하고 새로운 기분으로 하루를 즐겼던 날이다. 일가친척과 이웃 간에는 서로 달력을 선물하며 화합하고, 어려운 일은 서로 마음을 열고 풀어 해결했다.”
동지는 달력 선물하는 날
1 제주의 사계절, 열두 가지 풍경을 담아낸 탁상 달력은 켈리타앤컴퍼니.
2 일러스트레이터 김기란이 우리 절기에 맞는 그림을 리소 프린트해 만든 월력은 달실프레스.
3 도톰한 한지 위에 달 모양을 담아 음력 날짜와 절기를 알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벽에 걸 수 있도록 실로 마감한 계절력은 인쇄소 긷.
4 한국에서 피는 야생화인 노루귀, 금낭화, 깽깽이풀, 족두리풀, 양지꽃, 애기똥풀이 그려진 A3 사이즈 달력은 노혜정 작가 작품.
5 계절과 날짜에 따라 달이 변하는 모습을 그린 월력은 일러스트레이터 영번째 작품.
6 친환경 패션 브랜드 이새F&C와 작가 이진경이 협업해 강원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달력은 수류산방.
제품협조 켈리타앤컴퍼니(www.kelita.co.kr), 인쇄소 긷(010-9895-1302), 달실프레스(www.dalsil.com), 노혜정 작가(www.hejj.kr), 수류산방(02-735-1085), 영번째(www.lunarfactorial.com)
소반에 차린 동지 찻상
서촌 옥인다실의 이혜진 대표가 그의 한옥 공간에서 팥죽에 어울리는 찻상을 차렸다. 계피와 마른 생강, 감초를 흐르는 물에 살짝 씻어 차로 우려낸 ‘동지 블렌드 차’와 세로로 자른 유자와 황금향, 오렌지에 구수한 향이 피어나는 징광옹기의 발효차인 징광온차를 부어 우려낸 ‘과일온차’, 따뜻한 성질의 곡식을 끓여 겨울철에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는 ‘곡물차’까지. 팥죽을 먹은 후 입에 남는 맛은 깔끔하게 정리하고, 잠시 사색하며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원반 위 징광온차를 담은 넉넉한 찻잔은 도예가 정재효 작품, 과일온차를 담은 유리 주전자 받침대는 픽트스튜디오, 동지 블렌드 차를 담은 찻주전자는 도예가 강영준의 작품. 소반과 원반은 조선시대 후기 제품으로 이혜진 대표 소장품.
동지 이벤트
2019년 동짓날, 토종 팥으로 만든 팥죽과 따뜻한 차를 나누어 먹는 시간입니다. 디자이너와 작가가 만든 달력도 구경해보세요. 배화여자대학교 전통조리과 교수인 김정은 요리 연구가가 팥죽을 쑤고 옥인다실 이혜진 대표가 동지 절기에 어울리는 차를 냅니다. 서울대 도예학과 학생들이 만든 도자기 그릇에 담은 팥죽을 즐겨보세요. 작가가 만든 2020년 달력도 선물로 드립니다.
일정 12월 22일(일) 오전 11시~오후 6시 30분
*1시간 30분씩 총 5부로 나누어 진행
장소 서촌 옥인다실(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65)
인원 타임별 20명 한정
참가비 2만 원
신청 방법 <행복> 홈페이지 또는 전화(02-2262-7222)로 신청하세요.
- 나눔의 명절, 동지冬至에 즐기는 동지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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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손을 호호 불며 들어온 손님을 맞이했다. 토종 팥으로 만들어 구수한 맛이 일품인 팥죽엔 뽀얀 새알심이 들어 있다. 작은설이라 여기고 팥죽과 달력을 나누던 절기, 동짓날에 찾아온 손님을 맞이하는 치레상을 차렸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