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몽의 오픈을 축하하는 플라워 쇼를 선보인 에르콜레 모로니.
윤형택 일러스트레이터는 자연을 존중하는 모로니의 디자인 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어 '새'를 모티프로 파몽의 브랜드 로고를 디자인했다.
사각형 아파트에서 사람이 매일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은 무엇일까? 한국은 정원이 없는 아파트식 주거문화가 일반적이지만, 꽃과 식물을 통해 변화하는 사계절의 색감과 아로마를 집 안으로 들일 수 있다고 영국 플라워계의 거장 에르콜레 모로니는 설명한다.
계절의 색감과 아로마를 내 집으로
“플로리스트로 35년간 선보인 제 작업의 대부분은 실내 인테리어와 꽃과 식물을 아름답게 조화시키는 디자인이었습니다. 가구의 스타일을 바꾸는 건 쉽지 않아요. 보통 침구나 커튼 등의 패브릭은 계절에 따라 변화를 주죠. 이처럼 꽃과 식물로 장식하는 것은 당신 삶에 계절을 소개하는 일이에요. 릴리오브더밸리 같은 봄꽃은 집 안에 봄의 내음과 무드를 불어넣습니다. 화사한 5월과 싱그러운 여름, 가을과 겨울로 변화할 때마다 꽃과 식물을 통해 새로운 자연의 색채와 아로마를 실내에서 향유할 수 있지요.” 사람의 생각과 영혼은 일상에서 어떤 아름다운 자극을 받으면서 변화한다. 에르콜레 모로니는 꽃과 식물이 사람에게 주는 중요한 영향이 바로 그런 자극이라고 설명한다. 사람은 아름다운 자연과 계절의 변화와 흐름을 느끼고 받아들이는 사이 정서와 철학이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성장하고 성숙한다는 의미다.
“저는 일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습니다. 그중 대부분은 자연에서 얻지요. 자연을 존중하는 확고한 철학을 지니고, 오페라를 감상하고, 누군가의 걸음걸이를 관찰하고, 가까이 있는 누군가의 웃는 모습을 보면서 매일 디자인의 새로운 영감을 얻고, 좀 더 섬세한 테크닉을 계속 배워나가야 하는 것이죠.”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시골 정취 속에서 성장하고 런던의 글로벌한 환경에서 교육받은 에르콜레는 자신만의 창의적 디자인과 섬세한 테크닉, 트레이드마크인 유쾌한 웃음 끝에 명작을 뚝딱 완성해내는 놀라운 스피드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영국의 윔블던 챔피언스 만찬부터 미국의 오스카 시상식 애프터 파티까지, 전 세계의 최고급 행사장과 호텔 등이 그에게 플라워 디자인 작업을 의뢰했다.
이번 데몬 쇼는 에르콜레 모로니의 한국 파트너인 쎄종플레리 임지숙 대표의 협력으로 진행했다. 임지숙 대표는 파몽의 이사를 맡아 향후 다채로운 협업을 선보일 계획이다.
화병 또는 꽃과 식물이 동등하게 존재감을 지니면서 잘 조화해야 한다는 디자인 철학을 지닌 에르콜레 모로니의 작품.
고양 스타필드 4층 뷰티 존에 문을 연 파몽 숍 전경.
아름다운 것에 둘러싸이는 일상을 살아라
물속에 넣어 자연 그대로의 조형미를 만들어낸 획기적 디자인 아이디어와 플라스틱 등의 부재료를 최소화하고 식물 자체의 특성을 살려 군집의 실루엣을 만들어내는 그의 작품은 세계 플라워 시장에서 찬사를 받았다. 플라워 디자인을 예술로 승화시킨 그의 작품을 교과서 삼아 전 세계 플로리스트들이 습작을 한다. 에르콜레 모로니는 자신의 학교와 집이 있는 영국과 이탈리아뿐 아니라 미국, 한국, 일본 등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플라워 디자이너로 새로운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 갓 플라워 디자인 공부를 시작한 학생이나 꽃에 관심 있는 사람은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자신을 아름다운 것에 노출하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빠르게 배우고 많은 테크닉을 익힌다고 해서 베스트가 되는 것은 아니에요. 저의 세계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저는 무엇보다 ‘일상에서 아름다운 것에 둘러싸여라’고 조언합니다. ”
일상에서 소소한 아름다움을 두루 접하며 자신의 정서와 영혼에 좋은 자극을 준 다음 생각해야 할 것으로 그는 ‘심플함, 덜어냄’을 강조했다. “심플함을 유지하세요. 인테리어 디자인에서도 플라워 디자인에서도 너무 많은 것을 믹스하지 마세요. 그것은 스타일이 아닙니다. 아름다운 꽃 장식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해야 할지 잘 모를 때는 한 가지 꽃과 하나의 화병만 가지고 시작하세요. 열 개의 쓸모없는 병을 사는 대신 아름다운 화병 하나를 사세요.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와 이미지를 하나씩 제거하면서 자신의 가장 첫 번째 느낌을 따르는 것, 이것이 아름다운 작품을 만드는 시작이니까요.”
플라스틱과 인위성을 덜어낸 심플한 작품
에르콜레 모로니는 지난 9월 초에 열린 플라워&플랜테리어 전문 기업 ‘파몽Farmong’의 오프닝 시연 쇼에서 이러 한 자신의 철학을 유쾌한 웃음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작품으로 구현해내 많은 탄성과 박수갈채를 받았다. 한국인 제자들이 설립한 파몽의 시작을 축하하기 위해 바다를 건너온 에르콜레 모로니는 앞으로 파몽과 다양한 협업을 통해 한국인이 일상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계절을 즐기는 데 도움을 주려고 한다. “파몽은 정원과 테라스는 물론, 실내를 아름답게 장식할 꽃과 플랜트를 추천하고 판매하며 자연에 가까운 삶을 살도록 돕는 보태니컬 스타일링 브랜드입니다.” 지난 9월 1일 고양 스타필드 뷰티 존에 첫 번째 숍을 선보인 파몽의 차수민 대표는 향후 그리너리 화병 꽂이, 드라이플라워, 식물 화분, 플랜테리어, 케이터링, 공간 장식, 가드닝, 조경은 물론 식물 관리 서비스 등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식물을 가꾸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위한 베이식 홈 가드닝 수업부터 크란츠 클래스, 그리너리 화병꽂이 클래스 등 다채로운 정규 클래스와 원데이 클래스를 고양 스타필드의 파몽 숍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이 테크놀로지가 발전한 나라인 것을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가끔은 핸드폰을 던져버리고 자연을 보세요. 두가지 모두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균형을 이루어야 해요. 배가 부른 것에 만족하지 마세요. 영혼을 느끼면서 살아보세요. 아파트에서 로즈메리의 내음을 맡고 거실의 작은 화병에 꽂힌 꽃과 식물을 보는 것으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지요.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지 마세요. 아름다움을 즐기는 데 꼭 많은 비용과 물건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에르콜레 모로니의 이러한 조언처럼 파몽의 관계자들은 그린 라이프의 일상을 한국인에게 선물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계절의 햇살과 바람, 색감과 아로마가 얼마나 황홀하게 변화하는지 느끼며 사는 사람의 삶에는 에르콜레 모로니처럼 매 순간 콧노래와 미소가 넘칠 것이다. 35년 차 플로리스트가 삶으로 증명해온 행복해지는 비결은 꽃과 식물 그리고 자연이 주는 기쁨을 내 방과 거실에서 누리는 일상이다.
- 모던 플라워 디자인 거장, 에르콜레 모로니 식물로 공간에 계절을 들이는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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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명 플라워 숍&스쿨인 맥퀸즈를 창립했고, 현재는 자신의 이름을 딴 카사 에르콜레를 이끄는 세계 모던 플라워 디자인의 거장 에르콜레 모로니Ercole Moroni. 그는 한국인에게 “꽃과 식물을 집 안으로 들이는 것은 계절을 실내로 들이는 삶의 변화”라고 조언했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