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 house

모두를 위한, 공간

정서를 고려한 공간 디자인, 밀리그램 디자인 조명민 대표
“장애인이 편한 공간이 모두에게 편리한 공간입니다”

스누젤렌 치료에 사용하는 광섬유 다발을 들고 있는 밀리그램 디자인 조명민 대표.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한 인테리어를 연구하며 설계부터 시공까지 전 과정을 직접 한다. 음악을 전공한 그는 발달장애인 앙상블 ‘어울림예술단’도 운영한다. 사진 이우경 기자

밀리그 램 디자인이 인테리어를 맡은 금천장애인사회복지관. 시각장애인을 위한 큼직한 층 표시와 정서를 안정시키기 위해 푸른색으로 칠한 벽이 눈에 띈다. 사진 이우경 기자
지체장애인의 이동권을 위한 물리적 환경만큼 빛과 소리 등 자극에 취약한 발달장애인에게 적절한 심리적 환경을 조성하는 일도 중요하다.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한 공간을 연구, 설계, 시공하는 사회적 기업 밀리그램 디자인 조명민 대표는 발달장애인인 첫딸에게 보다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건축을 공부했다.

발달장애인의 정서를 고려한 공간은 어떤 곳인가요?
저희 아이 같은 경우엔 소리에 무척 민감했어요. 방음장치가 잘되지 않은 치료실에 가면 옆방에서 웃고 웃는 소리에 그대로 감정이 동화되어 치료를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발달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감각이 굉장히 둔감하거나 예민합니다. 그에 따라 기분이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데, 빛ㆍ패턴ㆍ소리 등 다양한 장치를 통해 적절한 자극을 주는 공간에 있으면 정서가 안정되는 데 큰 도움이 되지요.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간 설계는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에 포함 되나요?
장애 당사자의 부모인 저 역시도 발달장애인이 워낙 감각적으로 특이하기 때문에 비장애인과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여기고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지적장애인과 자폐, 비장애인을 두루 모아 공간이 주는 자극에 대한 실험을 해봤더니 정서 반응이 그리 다르지 않았어요. 자극에 대한 반응이 더 크다뿐이지 장애인이 편한 공간은 비장애인 역시 편안하게 느꼈습니다.

실제로 공간을 만들며 새로 배운 것도 많을 것 같습니다.
설계 단계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특정 감각에 예민하거나 둔감한 발달장애인을 어떻게 구분해서 적절한 자극을 줄 수 있을까 하는 문제였어요. 하지만 복잡한 패턴과 단순한 패턴을 함께 두었더니 자신에게 필요한 패턴을 자연스럽게 찾아가더군요. 미리 판단할 필요가 없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비장애인의 편견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밀리그램 디자인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스누젤렌snoezelen이라는 정서 치료법이 있습니다. 빛과 소리, 음악 등을 통해 정서적으로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인데, 이에 필요한 장비를 국산화하고 있습니다. 현재 쓰고 있는 스누젤렌 장비는 유럽에서 수입해 가격이 비싸고, 문화권이 다른 우리의 정서에도 잘 맞지 않거든요. 치매 환자와 발달장애인에게 주로 사용하지만, 심리적 외상을 입은 경찰과 소방관, 감정 노동자 등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환경을 누구나 쉽게 조성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고 싶습니다. mlgr-design.com, 


양천구 장애인권교육센터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싱크대와 세면대, 문이 있는 욕조, 높이 조절 가능한 옷장 등 생활 공간 속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곳. 12월까지 매주 월요일 장애인 강사의 안내로 실내 휠체어, 시각 장애 보행, 저시력 체험 등 장애인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 ‘열려라! UD 체험실’을 운영한다. 문의 02-2061-5323


방배마에스트로
국내 민간 건축물 최초로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한 소형 아파트. 사단법인 한국복지환경 디자인연구소와 협업해 문자와 픽토그램, 점자와 패턴 등을 적절히 조합해 발달장애인과 시각장애인, 노약자 등 보다 폭넓은 이에게 정보를 전달하도록 했다. 발달 장애 작가의 작품을 활용한 벽화도 인상적이다. hanmiglob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