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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2주년 특집_아티스트 인터뷰 ‘아지오’ 구두 장인 정해숙, 조용한 세상에서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다
여기 인터뷰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한 삶의 원칙이 있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기에 기꺼이 도움 받고, 그래서 감사하며, 보답하면서 사는 것.’ 그런데 문득 깨달았다. 이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행복의 열쇠와 같다는 걸.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기에.


표정이 풍부한 정해숙 구두 장인과 유석영 대표가 수화로 “사랑해요”를 표현하며 포즈를 취했다. 자신의 발에 맞는 신발을 신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 말하는 유석영 대표. “구매나 거래를 할 경우에 좀 더 의미 있는 착한 소비를 하는 게 사회 구성원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 아닐까요?”
메이크업
성지안 헤어 최서형

“갑피를 이어 붙여 구두의 기본 틀을 잡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모든 과정이 다 중요하지만, 구두 제작의 첫 단계이기에 가장 정확성이 필요하지요. 전 누구보다 꼼꼼하게 만들 자신이 있어요.”

맞춤 수제 구두 제조 기업에서 신발의 기본 모양을 만드는 일을 하는 정해숙 구두 장인. 그가 근무하는 곳은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 신고 가 ‘대통령의 구두’로 유명해진 브랜드 ‘아지오’다. 아지오는 청각장애인 구두 장인이 구성원으로 일하는 사회적 협동조합. 총 열아홉 명의 직원 중 열 명이 청각장애인이다. “1980년대 우리나라 제화업계가 성장하던 때 청각장애인들의 공로가 컸어요. 많게는 40%까지도 청각장애인이 참여한 걸로 압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기계화에 밀려, 많은 장인이 은퇴했어요. 우리는 그때 그 능력을 되살려서 다시 한번 청각장애인의 일터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아지오를 설립했지요.” 유석영 대표의 말이다. 시각 장애를 가진 그는 순발력과 집중력, 그리고 손 감각이 좋은 청각장애인이 만든 아지오 구두는 품질이 우수하다고 자랑한다. 실제로 아지오 신발은 20만 원대의 합리적 가격의 편안한 수제 구두로, 인터넷에서 만족스럽다는 사람들의 착용 후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정해숙 구두 장인은 이곳에서 근무한 지 1년 8개월째. 농아인협회에서 구직 광고를 보고 입사하게 됐다. 그 전에는 다른 기업에서 간단한 사무 업무를 보기도 했지만, 다른 직원들과 소통하기 어렵다 보니 장기 근속이 어려웠다. 하지만 아지오는 다른 회사보다 청각장애인이 많아서 편하고, 수화 통역사도 있어 동료 간 소통도 수월하다. 인터뷰 때도 수화 통역사의 도움을 받았다. 간단한 질의응답이 오가는 짧은 시간이었는데, 처음엔 무엇이든 단순한 어휘로 정리되는 대화에서 갈증을 느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갈증이 점차 사라졌다. 정해숙 씨는 말을 하지 않는 대신 표정과 제스처가 풍부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큰딸이 결혼했다며 기뻐하던 정해숙 씨에게 소망을 묻자, “장애인의 일자리가 늘어나 더 많은 장애인이 취업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기술을 더 많이 배워서 구두 만드는 일에서 최고가 되고 싶어요.” 비록 그의 목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환한 미소가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글 강옥진 기자 | 사진 안지섭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