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제품
시간을 만지는 시계 브래들리 타임피스, 이원 김형수 대표
“장애는 한 사람의 수많은 특징 중 하나일 뿐입니다”
간명한 디자인이 특징인 ‘브래들리 타임피스’는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만져서 시간을 알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시계다. 이 시계를 출시한 이원Eone의 창업자 김형수 대표는 MIT 경영대학원 재학 중 시각장애인 친구와 경험에서 착안해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 짓지 않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목표로 한 시계를 만들었다.
‘만질 수 있는 시간’이라는 아이디어가 흥미롭습니다.
브래들리 타임피스 이전에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계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음성으로 시각을 알리는 음성 시계는 소음으로 방해받기 쉬웠고, 손으로 시침과 분침을 만져서 시간을 알 수 있는 촉각 시계는 쉽게 고장 나는 문제가 있었지요. 시계 같은 필수품조차 시각장애인이 사용할 만한 것이 없다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시각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닌 ‘모두를 위한 시계’라는 콘셉트는 어떻게 떠올렸나요?
처음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시계를 제작하려 했습니다. 시계 가운데 있는 점자 디스플레이가 매분 바뀌고 점자를 만져서 시간을 알 수 있는 모델이었지요. 연구한 끝에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시각장애인 단체를 찾아갔는데, 그들의 반응은 저희 생각과 달랐습니다. 예상과 달리 점자를 읽을 줄 아는 시각장애인은 열에 한둘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디자인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계가 아니라, 착용했을 때 남들과 달라 보이지 않는 시계입니다”라고 하더군요. 제 고정관념과 편견이 한없이 부끄러웠습니다. 이원이라는 이름은 ‘Everyone(모두)’의 줄임말입니다. 장애가 있는 사람이 함께 쓸 수 있는 제품은 못생겼다는 편견을 깨고 더욱 훌륭한,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완성하고 싶었지요.
브래들리 타임피스를 만들며 장애와 비장애에 관한 생각이 많이 변화했으리라 짐작합니다.
장애는 한 사람의 수많은 특징 중 하나일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를 장애인이라고 부르는 순간, 장애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특정하게 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는 차이보다 공통점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브래들리 타임피스를 착용하는 고객의 90%가 시각장애인이 아닙니다. 디자인이 좋아서 브래들리 타임피스를 구매한 비시각장애인도 손으로 시간을 만지면서 시각장애인의 삶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겁니다. 시간을 손으로 만지는 감각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eone-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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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극복할 수 없다면 장애를 불편하게 만드는 우리 주변의 환경을 극복하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제작한 제품과 서비스, 정보 통신 기술과 그걸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들의 의미 있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