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식사 한번 하시죠"
"저녁이나 같이 할까?"
"점심 먹으려는데 시간 괜찮으세요?"
애인이나 가족, 친구에게는 물론 평소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라도 예의상 한 번쯤 이런 말을 전해본 일이 있을 것이다. 밥 한 끼 나누다 보면 없던 정도 싹트게 마련이고 한참을 싸우고 나서도 술 한잔 나누면 서운한 감정도 눈 녹듯 사라진다. 이처럼 음식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먹는가에만 신경을 쓰지 식사 태도나 환경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식사 중에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라디오나 텔레비전도 끄고 그저 조용히 밥만 먹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에도 다른 나라의 식문화가 들어오면서 식사 환경에 대한 생각이 많이 변했다. 은은한 조명 아래서 적당히 담소를 나누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위하여 '식사용 배경 음악'도 신경 쓰게 되었다.
어떤 음악이 식사용으로 알맞을까? 음악에 문외한이라도 염려하지 말도록. 어디까지나 자신이 듣고 즐기는 음악 중에서 음식과 궁합이 맞는 곡을 찾는 수준이지, 굳이 전문 서적을 구하거나 음반을 사서 또는 MP3 파일을 찾아 다운받을 필요는 없다. 그저 음식을 먹기에 편안한 음악이면 된다. 한 예로 낭만주의 시대 귀족들이 식사 중 모차르트나 슈베르트 음악을 즐겼다고 해서 굳이 클래식 음악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음악을 선곡하는 데에서 가장 기본적인 몇 가지 사항만 확인하면 된다. 첫째, 식사를 함께하는 이들의 음악적 취향을 모두 만족시키는가? 둘째, 특정인만을 만족시키는 특정 장르의 음악을 고집하는 것은 아닌가? 셋째, 맞은편 또는 옆 좌석에 앉은 사람들이 평상시의 톤과 성량으로 이야기할 때 방해가 될 정도로 소리가 크지는 않은가? 마지막으로 그리스 음식이나 네팔 요리 등 이국적인 음식을 즐기고 있는데 창소리 음반을 틀어놓고 있지는 않은가?(그 나라 음악이 가장 어울리긴 하다) 이 네 가지만 고려하면 실패할 확률은 거의 없다. 하나 더 보태자면 식사 중 나오는 음악을 화두로 대화를 나누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선곡이다.
다섯 가지 기본에 충실하여 식사 음악 리스트를 짜다 보면 옥석이 나누어진다. 헤비메탈이나 랩은 아무래도 '특정 장르에 특정 연령층만 좋아하는 음악'이니 선정하기 조심스러울 테고, 프로그레시브 록은 자칫 즐거워야 할 식사 시간이 심각해지거나 밥 먹는 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안겨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수많은 재즈 가운데 아방가르드는 위경련이나 편두통을 유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제든 예외는 있는 법. 이런 음악을 들으며'아름답다!'를 연발하며 더욱 맛있게 식사를 즐길지도 모르니 그것은 눈치와 감각에 맡기겠다. 나의 경우 프랑스 와인을 곁들이는 저녁 시간에는 가볍고 편안한 샹송 시리즈를 배경 음악으로 삼고, 친구들과 옛 이야기를 나누며 가볍게 술 한잔을 나눌 때는 80년대 팝 음악을 선택한다. 분명 <행복> 독자들 가운데에도 이런 기본에 충실한 '센스 넘치는 멋쟁이'들이 많을 것이다.
주말 저녁 식사, 가족들을 행복하게 하는
하이든 현악 4중주-이재영 씨
중학교 1학년, 영화음악과 클래식의 차이도 몰랐을 때다.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고 음악이 좋아서 레코드 가게로 갔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테이프를 넣고 카세트의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순간, 이건 아무리 들어도 그'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니었다. 알고 봤더니 차이코프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 환상 서곡이었던 것(뒷면에는 모차르트 교향곡 40번도 들어 있었다). 무지로 인한 실수로 클래식 마니아가 된 이재영 씨의 경험담이다. 듣다 보니 마음이 편해졌고 단숨에 클래식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음악이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식사 준비를 하거나 차를 마실 때, 집 안 청소를 할 때 음악이 없으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는 안방에는 서브 오디오를, 부엌과 화장실에는 라디오를, 거실에는 오디오와 스피커를 놓아 언제나 음악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이재영 씨의 클래식 사랑은 현재 열일곱 살 된 딸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딸이 중학생 때였을 거예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 엘가의'사랑의 인사'라더군요. 여섯 살 때 제가 만들어준 딸기무스케이크를 먹던 당시 부엌에서 나오던 음악이 그 곡이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듣고 정말 감동받았죠."만약 당시 '사랑의 인사'가 들리지 않았더라면 딸기무스케이크에 대한 딸의 고백이 이렇게까지 달콤했을까 싶다.
이재영 씨는 3백 장가량 클래식 음반을 소유하고 있다. 평소에 그는 브람스나 베토벤처럼 무겁고 진중한 음악을 좋아한다. 그러나 음식을 먹으면서 듣기에는 자칫 식탁 분위기를 무겁게 할 수 있어 피한다고. 또한 교향곡처럼 휘몰아치거나 템포가 지나치게 빠른 음악은 체할 것 같아서 식사용 배경 음악으로는 자제한다. 대신 형식이 단순하고 선율 위주로 된 음악을 고른다. "음악가 에릭 사티는 음악은 가구처럼 편안하게 배경이 되어야 한다고 했어요. 따뜻한 봄날 저녁,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할 때는 뭐니 뭐니 해도 하이든의 현악 4중주만 한 게 없지요. 특별한 음식을 준비하지 못할 때 음악 덕을 많이 봅니다. 그러고 보면 음악은 정말 최고의 양념이네요."
1 클래식 마니아인 이재영 씨가 봄날 햇살과 음악으로 가득 찬 다이닝룸에서 차를 마시고 있다. 앤티크한 느낌의 오디오는 모티브 제품으로 LP판과 CD,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 하얀 컵은 코발트 제품, 식탁 뒤 갈색 의자는 디테일 제품이다.
2 새콤달콤한 딸기무스케이크. 부드럽고 달콤한 선율의 대표적인 연주곡 엘가의 '사랑의 인사'와 찰떡궁합을 이룬다.
이재영 씨 추천 이 음식엔 이 음악을
1 에릭 사티의 '그노시엔'1번-채소 샐러드 단순하고 간소하면서도 서정적인 '그노시엔'의 멜로디는 듣고 있으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경쾌해진다. 아삭아삭한 아스파라거스나 셀러리 등을 넣은 상큼한 샐러드와 함께하면 좋다.
2 로시니의 '현악 소나타'-푸아그라 음악가 중에는 유난히 식도락가가 많은데 로시니가 대표적이다. 음식에 대한 로시니의 탐욕은 무척 유명했다.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레스토랑에서는 그의 이름을 넣은 메뉴가 소개되고 있으며 그가 작곡한 음악을 배경 음악으로 선택하는 곳도 많다. 이 곡은 화려하고 생기 넘치는 분위기로 맛이 강한 푸아그라와 같은 요리에 어울린다.
3 엘가의'사랑의 인사'-딸기무스케이크 이재영 씨와 딸이 간직하고 있는 예쁜 기억 중 하나가 집 안을 가득 메우던 과자 굽는 냄새였다. 특히 딸이 여섯 살 때 엄마가 만들어준 딸기무스케이크를 잊을 수 없다 고백했는데 그때 흐르던 음악이 바로 엘가의 '사랑의 인사'였다.
음식도 음악도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황장원 씨
고등학교 1학년 때일 것이다. 라디오를 듣고 있는데 마음을 뒤흔드는 악기 소리가 들리더란다. 라디오 프로그램 <김기덕의 2시의 데이트>가 시작할 때 나오는 시그널이었다. 마침 옆에 있던 친구에게 물어보니 팬플루트일 거라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자 피아노로 팬플루트 소리를 낸 것이었지만 어쨌든 그것을 계기로 팬플루트 연주를 배웠고 대학 때는 클래식 동호회까지 가입하여 꾸준히 참여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음악을 듣고 인터넷에 평을 올렸는데 그걸 읽은 몇몇 음악 칼럼니스트들이 함께 활동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왔다. 공대생이었지만 음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차분히 써 내려가는 일을 좋아했기에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직업이 클래식과 관련되어서인지 쉬거나 밥 먹을 때는 오히려 잘 안 듣게 돼요. 예외가 있다면 현악 사중주지요. 클래식 중에서도 깊이가 있으면서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장르입니다. 자극적이진 않지만 오래 끓여 깊은 맛이 배어 나오는 요리를 먹을 때 배경 음악으로 틀면 꽤 잘 어울려요. 오래 끓인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전골 등 한국 요리도 현악 사중주와 의외로 잘 어울립니다." 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작년에 내한공연을 한 하겐 현악 4중주단의 베스트 음반 덕분이다. 우연히 집에서 라면을 먹으면서 들었는데 라면을 먹는 그 상황조차 근사하게 느껴지더란다. 그때부터 음식에 음악을 연관시켜보는 놀이를 가끔 한다. 예를 들어 슈베르트의 "송어'에는 냉면이 잘 어울린다. 이유는 지극히 주관적이다. 송어를 들으면 계곡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가 나오는데 마치 한여름, 산속에 혼자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고. 그때 가장 먹고 싶은 게 시원한 냉면이나 얼음이 동동 떠 있는 김치말이국수라서란다. 돌아오는 여름에는 꼭 한번 '송어'를 틀어놓고 냉면을 먹어볼 생각이라고.
1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황장원 씨. 오디오는 '눈으로 듣는 오디오'로 알려진 뱅앤올룹슨의 베오사운드 9000. 연두색 냄비는 르쿠르제, 의자는 모티브, 갈색 카펫은 한일카페트 제품.
2 20년 전 라디오에서 <김기덕의 2시의 데이트> 시그널을 듣고 산 팬플루트. 그 후에 동호회까지 들었다.
황장원 씨 추천 이 음식엔 이 음악을
1 클로드 볼링의 <재즈 모음집>-라면이나 피자 부담 없이 가볍게 들을 수 있는 곡으로 라면이나 피자 등 간단한 음식이 잘 어울린다. 친구들과 소주나 맥주 등을 함께 마실 때 분위기를 한층 경쾌하게 만들어준다.
2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양주나 와인 언짢은 일이 있거나 한밤중에 술 마시고 싶을 때 우울함을 달래주는 음악이다. 첼로 선율 자체가 무겁고 어두워서 도리어 우울한 기분을 끌어 올려 해소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양주나 와인을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3 게오르게 잠피르의 <팬플루트 연주곡집>-칵테일 한잔과 간단한 안주 팬플루트를 한창 배울 때 들었던 곡으로 편곡한 노래들로 구성되어 있다. 선율이 잔잔하면서도 애잔하다. 귀에 익은 멜로디가 많아 대화를 이끌어내기에도 좋다. 데이트할 때 칵테일 한잔에 센스 있게 차린 과일과 치즈 안주 등을 함께할 때 들으면 딱이라고.
하루의 시작, 나에게 평화를 주는
보사노바-김명희 씨
잔잔한 리듬과 속삭이듯 간질이는 목소리. 햇살이 눈부신 봄날 아침에 보사노바만큼 잘 어울리는 음악이 있을까."지난겨울 남편과 함께 보사노바 가수 리사 오노의 공연을 보러 갔었어요. 공연 중에 리사 오노가 그러더라고요. ' 음악이 좀 졸리죠? 졸리면 주무셔도 돼요'라고요."
김명희 씨가 보사노바를 알게 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 플루트를 배우면서다. 플루트 악보를 넘기다 음표가 복잡한 악보를 발견했는데 알고 보니 보사노바의 대부 격인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연주곡이었다. 막상 연주를 들어보면 단조로울 만큼 리듬이 단순해서 차분해지는 기분이었다. 그 후로 휴식이 필요할 만큼 정신없이 바쁜 날이면 보사노바를 찾게 되었다. 보사노바는 그의 안식처였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가더라도 사람의 심장 소리를 닮은 그 음악만 있으면 든든했다. 소소하게 지나치는 일상의 풍경도 보사노바와 함께라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시간 없어서 아침을 거르고 출근하는 날이면 대충 오전 일을 마치고 브런치를 먹으러 나온다. 혼자 나올 때는 한 손에 영락없이 보사노바를 듣기 위한 MP3를 든 채. 밥 먹는 순간만큼은 완벽한 휴식을 취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때 가장 많이 듣는 것이 리사 오노의 앨범이다. 리사 오노를 알게 된 뒤 처음으로 산 앨범이었다. 그중에서 'My Cherie Amore'는 CF에서도 종종 나오는 귀에 익은 음악으로 통통 튀는 느낌이 발랄하다. 상큼한 레모네이드나 스파게티(날치알이 들어가면 더 좋다), 가벼운 샌드위치 등을 먹을 때 곁들이면 기분마저 상쾌해진다.
1가끔 혼자서 늦은 아침을 먹을 때도 보사노바는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
2 여행 좋아하는 김명희 씨가 낯선 곳으로 떠날 때 보사노바와 함께 가장 먼저 챙기는 물품. 카메라와 여행 일지다.
김명희 씨 추천 이 음식엔 이 음악을
1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오래 끓인 수프
보사노바의 대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그의 노래를 듣다 보면 이미 모든 것을 다 겪은 사람이 편한 마음으로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느낌이다. 베이스로 깔린 삼바 리듬 때문에 정열적으로도 느껴지지만 그 열정이 과격하게 표현된 것이 아니라 잔잔하다. 오래 끓인 수프처럼 정성 들여 만든 음식, 또는 보기에는 간단한 음식이지만 먹어보니 깊은 맛이 나는 음식이 어울린다.
2 리사 오노의-단팥죽 다양한 캐럴을 보사노바식으로 편곡했다. 대부분의 캐럴이 경쾌하고 발랄하다면 보사노바식 캐럴은 부드러우면서도 아기자기한, 그래서 음표들이 자연스럽게 흘러 다니는 느낌이라고. 굳이 크리스마스가 아닌 때 틀더라도 거슬리지 않으며 어떤 음식에도 잘 어울린다. 김명희 씨는 특히 부드러운 새알심이 들어 있는 단팥죽을 추천했다.
3 스탄 게츠와 조앙 질베르토의 앨범-강냉이나 바게트, 곡물빵 스탄 게츠와 조앙 질베르토가 함께 연주한 명반이다. 담백하고 심심한 듯하면서도 강한 중독성이 있다. 마치 바게트나 강냉이, 곡물빵처럼. 그래서 입이 심심해서 군것질을 할 때 잘 어울리는 음악이다.
와인 테이스팅할 때만큼은 그 좋아하는
재즈도 사절-오진배 씨
얼마 전 인터넷을 떠돌던 연예인 김제동 씨의 재미있는 어록 하나.'사랑한다'의 반대말은 '싫어한다'가 아닌 '사랑했었다'라는 말이다. 와인 수입회사에서 일하는 오진배 씨라면 누구보다 그 말의 의미를 잘 알 것이다. 한때 그는 음악가였다. 밥 먹기보다 음악을 더 좋아해서 중학교 때부터 전기기타를 둘러메고 다른 학교로 공연을 하러 다녔다. 학교를 졸업하고서도 음악은 삶의 희망이었고 유일한 밥줄이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1년에 3백만 원밖에 못 벌어 집세를 내지 못해도 그저 행복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더 이상 물러설 자리가 없었고,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음악한다고 허송세월한 시간이 아까워서 참을 수가 없었고 허무했다. 음악을 포기한 순간, 그는 '한때 음악을 사랑했었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지금의 와인 수입회사 전에 레스토랑에 근무하면서 '와인'이라는 새로운 '연인'을 만나게 되었다.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되니 또다시 음악이 그립더란다. 현재 오진배 씨는 취미로 재즈 연주 동호회 프리톤(www.freetone.org.com)에서 보컬을 맡고 있다. 동호회원들과 행사장이나 결혼식장 등에서 연주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도 전한다. 잃었던 음악에 대한 열정이 살아나고 가끔은 와인에 접목시키는 작업도 한다. 재즈 공연 형식으로 하는 와인 시음회를 벌써 세 번이나 열었고, 음악이 녹아든 와인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무작정 음악에만 빠져들지 않았다.
음악을 좋아하는 그이지만 과감하게 꺼버릴 때가 있으니, 바로 와인을 테이스팅할 때다. "와인을 마실 때는 모든 감각이 혀로 가야 해요. 그런데 음악이 들리면 집중력이 분산되죠. 그렇지만 집에서 혼자 편하게 마시거나 친구들과 마실 때는 음악이 필수죠. 특히 우울할 때는 쳇 베이커의 트럼펫이나 보컬을 들으며 와인잔을 기울이다 보면 기분이 조금씩 풀립니다."
1 와인을 시음하는 오진배 씨(사진 오른쪽)와 소믈리에 한상돈 씨.
2 요즘 연습하고 있는 재즈 보컬 곡은 'My Foolish Heart'다.
오진배 씨 추천 이 와인엔 이 음악을
1 조니 하트만의 앨범중 'My Foolish Heart'-풀 보디한 레드 와인 연륜이 묻어나는 늙은 재즈 뮤지션 조니 하트만이 라이브 도중 이 노래를 부르기 전 '어릴 적, 내 노래를 듣기 위해 찾아온 친구에게 늘 들려주던 노래'라고 소개한다. 회상에 젖은 조니 하트만의 목소리는 오랜 시간 숙성시켜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레드 와인과 더없이 잘 어울린다. 오진배 씨는 레오빌 푸아페레Leoville Poyfere를 추천한다.
2 쳇 베이커의 1'Sing'-피노누아 오진배 씨가 가장 좋아하는 트럼펫 연주가이자 보컬리스트인 쳇 베이커의 노래. 슬프면서도 깊이감이 느껴지는 그의 목소리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할 때 위로가 되어준다. 와인 역시 화려하진 않지만 나름의 향기가 있는 샴볼 뮈지니Chambolle Musigny를 마신다.
3 로이 하그로브의 앨범중 'I'll Stay1'-피노누아 트럼펫 연주가의 음악. 전형적인 재즈를 연주하는데 그 속에서 음악가 특유의 리듬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단순한 향기 속에 숨어 있는 개성으로 '변방의 피노'라는 별명이 붙은 바스 필립Bass Phillip을 마신다. 바삭하게 튀긴 커틀릿을 곁들이면 금상첨화.
"저녁이나 같이 할까?"
"점심 먹으려는데 시간 괜찮으세요?"
애인이나 가족, 친구에게는 물론 평소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라도 예의상 한 번쯤 이런 말을 전해본 일이 있을 것이다. 밥 한 끼 나누다 보면 없던 정도 싹트게 마련이고 한참을 싸우고 나서도 술 한잔 나누면 서운한 감정도 눈 녹듯 사라진다. 이처럼 음식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먹는가에만 신경을 쓰지 식사 태도나 환경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식사 중에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라디오나 텔레비전도 끄고 그저 조용히 밥만 먹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에도 다른 나라의 식문화가 들어오면서 식사 환경에 대한 생각이 많이 변했다. 은은한 조명 아래서 적당히 담소를 나누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위하여 '식사용 배경 음악'도 신경 쓰게 되었다.
어떤 음악이 식사용으로 알맞을까? 음악에 문외한이라도 염려하지 말도록. 어디까지나 자신이 듣고 즐기는 음악 중에서 음식과 궁합이 맞는 곡을 찾는 수준이지, 굳이 전문 서적을 구하거나 음반을 사서 또는 MP3 파일을 찾아 다운받을 필요는 없다. 그저 음식을 먹기에 편안한 음악이면 된다. 한 예로 낭만주의 시대 귀족들이 식사 중 모차르트나 슈베르트 음악을 즐겼다고 해서 굳이 클래식 음악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음악을 선곡하는 데에서 가장 기본적인 몇 가지 사항만 확인하면 된다. 첫째, 식사를 함께하는 이들의 음악적 취향을 모두 만족시키는가? 둘째, 특정인만을 만족시키는 특정 장르의 음악을 고집하는 것은 아닌가? 셋째, 맞은편 또는 옆 좌석에 앉은 사람들이 평상시의 톤과 성량으로 이야기할 때 방해가 될 정도로 소리가 크지는 않은가? 마지막으로 그리스 음식이나 네팔 요리 등 이국적인 음식을 즐기고 있는데 창소리 음반을 틀어놓고 있지는 않은가?(그 나라 음악이 가장 어울리긴 하다) 이 네 가지만 고려하면 실패할 확률은 거의 없다. 하나 더 보태자면 식사 중 나오는 음악을 화두로 대화를 나누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선곡이다.
다섯 가지 기본에 충실하여 식사 음악 리스트를 짜다 보면 옥석이 나누어진다. 헤비메탈이나 랩은 아무래도 '특정 장르에 특정 연령층만 좋아하는 음악'이니 선정하기 조심스러울 테고, 프로그레시브 록은 자칫 즐거워야 할 식사 시간이 심각해지거나 밥 먹는 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안겨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수많은 재즈 가운데 아방가르드는 위경련이나 편두통을 유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제든 예외는 있는 법. 이런 음악을 들으며'아름답다!'를 연발하며 더욱 맛있게 식사를 즐길지도 모르니 그것은 눈치와 감각에 맡기겠다. 나의 경우 프랑스 와인을 곁들이는 저녁 시간에는 가볍고 편안한 샹송 시리즈를 배경 음악으로 삼고, 친구들과 옛 이야기를 나누며 가볍게 술 한잔을 나눌 때는 80년대 팝 음악을 선택한다. 분명 <행복> 독자들 가운데에도 이런 기본에 충실한 '센스 넘치는 멋쟁이'들이 많을 것이다.
주말 저녁 식사, 가족들을 행복하게 하는
하이든 현악 4중주-이재영 씨
중학교 1학년, 영화음악과 클래식의 차이도 몰랐을 때다.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고 음악이 좋아서 레코드 가게로 갔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테이프를 넣고 카세트의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순간, 이건 아무리 들어도 그'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니었다. 알고 봤더니 차이코프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 환상 서곡이었던 것(뒷면에는 모차르트 교향곡 40번도 들어 있었다). 무지로 인한 실수로 클래식 마니아가 된 이재영 씨의 경험담이다. 듣다 보니 마음이 편해졌고 단숨에 클래식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음악이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식사 준비를 하거나 차를 마실 때, 집 안 청소를 할 때 음악이 없으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는 안방에는 서브 오디오를, 부엌과 화장실에는 라디오를, 거실에는 오디오와 스피커를 놓아 언제나 음악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이재영 씨의 클래식 사랑은 현재 열일곱 살 된 딸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딸이 중학생 때였을 거예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 엘가의'사랑의 인사'라더군요. 여섯 살 때 제가 만들어준 딸기무스케이크를 먹던 당시 부엌에서 나오던 음악이 그 곡이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듣고 정말 감동받았죠."만약 당시 '사랑의 인사'가 들리지 않았더라면 딸기무스케이크에 대한 딸의 고백이 이렇게까지 달콤했을까 싶다.
이재영 씨는 3백 장가량 클래식 음반을 소유하고 있다. 평소에 그는 브람스나 베토벤처럼 무겁고 진중한 음악을 좋아한다. 그러나 음식을 먹으면서 듣기에는 자칫 식탁 분위기를 무겁게 할 수 있어 피한다고. 또한 교향곡처럼 휘몰아치거나 템포가 지나치게 빠른 음악은 체할 것 같아서 식사용 배경 음악으로는 자제한다. 대신 형식이 단순하고 선율 위주로 된 음악을 고른다. "음악가 에릭 사티는 음악은 가구처럼 편안하게 배경이 되어야 한다고 했어요. 따뜻한 봄날 저녁,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할 때는 뭐니 뭐니 해도 하이든의 현악 4중주만 한 게 없지요. 특별한 음식을 준비하지 못할 때 음악 덕을 많이 봅니다. 그러고 보면 음악은 정말 최고의 양념이네요."
1 클래식 마니아인 이재영 씨가 봄날 햇살과 음악으로 가득 찬 다이닝룸에서 차를 마시고 있다. 앤티크한 느낌의 오디오는 모티브 제품으로 LP판과 CD,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 하얀 컵은 코발트 제품, 식탁 뒤 갈색 의자는 디테일 제품이다.
2 새콤달콤한 딸기무스케이크. 부드럽고 달콤한 선율의 대표적인 연주곡 엘가의 '사랑의 인사'와 찰떡궁합을 이룬다.
이재영 씨 추천 이 음식엔 이 음악을
1 에릭 사티의 '그노시엔'1번-채소 샐러드 단순하고 간소하면서도 서정적인 '그노시엔'의 멜로디는 듣고 있으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경쾌해진다. 아삭아삭한 아스파라거스나 셀러리 등을 넣은 상큼한 샐러드와 함께하면 좋다.
2 로시니의 '현악 소나타'-푸아그라 음악가 중에는 유난히 식도락가가 많은데 로시니가 대표적이다. 음식에 대한 로시니의 탐욕은 무척 유명했다.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레스토랑에서는 그의 이름을 넣은 메뉴가 소개되고 있으며 그가 작곡한 음악을 배경 음악으로 선택하는 곳도 많다. 이 곡은 화려하고 생기 넘치는 분위기로 맛이 강한 푸아그라와 같은 요리에 어울린다.
3 엘가의'사랑의 인사'-딸기무스케이크 이재영 씨와 딸이 간직하고 있는 예쁜 기억 중 하나가 집 안을 가득 메우던 과자 굽는 냄새였다. 특히 딸이 여섯 살 때 엄마가 만들어준 딸기무스케이크를 잊을 수 없다 고백했는데 그때 흐르던 음악이 바로 엘가의 '사랑의 인사'였다.
음식도 음악도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황장원 씨
고등학교 1학년 때일 것이다. 라디오를 듣고 있는데 마음을 뒤흔드는 악기 소리가 들리더란다. 라디오 프로그램 <김기덕의 2시의 데이트>가 시작할 때 나오는 시그널이었다. 마침 옆에 있던 친구에게 물어보니 팬플루트일 거라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자 피아노로 팬플루트 소리를 낸 것이었지만 어쨌든 그것을 계기로 팬플루트 연주를 배웠고 대학 때는 클래식 동호회까지 가입하여 꾸준히 참여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음악을 듣고 인터넷에 평을 올렸는데 그걸 읽은 몇몇 음악 칼럼니스트들이 함께 활동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왔다. 공대생이었지만 음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차분히 써 내려가는 일을 좋아했기에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직업이 클래식과 관련되어서인지 쉬거나 밥 먹을 때는 오히려 잘 안 듣게 돼요. 예외가 있다면 현악 사중주지요. 클래식 중에서도 깊이가 있으면서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장르입니다. 자극적이진 않지만 오래 끓여 깊은 맛이 배어 나오는 요리를 먹을 때 배경 음악으로 틀면 꽤 잘 어울려요. 오래 끓인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전골 등 한국 요리도 현악 사중주와 의외로 잘 어울립니다." 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작년에 내한공연을 한 하겐 현악 4중주단의 베스트 음반 덕분이다. 우연히 집에서 라면을 먹으면서 들었는데 라면을 먹는 그 상황조차 근사하게 느껴지더란다. 그때부터 음식에 음악을 연관시켜보는 놀이를 가끔 한다. 예를 들어 슈베르트의 "송어'에는 냉면이 잘 어울린다. 이유는 지극히 주관적이다. 송어를 들으면 계곡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가 나오는데 마치 한여름, 산속에 혼자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고. 그때 가장 먹고 싶은 게 시원한 냉면이나 얼음이 동동 떠 있는 김치말이국수라서란다. 돌아오는 여름에는 꼭 한번 '송어'를 틀어놓고 냉면을 먹어볼 생각이라고.
1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황장원 씨. 오디오는 '눈으로 듣는 오디오'로 알려진 뱅앤올룹슨의 베오사운드 9000. 연두색 냄비는 르쿠르제, 의자는 모티브, 갈색 카펫은 한일카페트 제품.
2 20년 전 라디오에서 <김기덕의 2시의 데이트> 시그널을 듣고 산 팬플루트. 그 후에 동호회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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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클로드 볼링의 <재즈 모음집>-라면이나 피자 부담 없이 가볍게 들을 수 있는 곡으로 라면이나 피자 등 간단한 음식이 잘 어울린다. 친구들과 소주나 맥주 등을 함께 마실 때 분위기를 한층 경쾌하게 만들어준다.
2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양주나 와인 언짢은 일이 있거나 한밤중에 술 마시고 싶을 때 우울함을 달래주는 음악이다. 첼로 선율 자체가 무겁고 어두워서 도리어 우울한 기분을 끌어 올려 해소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양주나 와인을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3 게오르게 잠피르의 <팬플루트 연주곡집>-칵테일 한잔과 간단한 안주 팬플루트를 한창 배울 때 들었던 곡으로 편곡한 노래들로 구성되어 있다. 선율이 잔잔하면서도 애잔하다. 귀에 익은 멜로디가 많아 대화를 이끌어내기에도 좋다. 데이트할 때 칵테일 한잔에 센스 있게 차린 과일과 치즈 안주 등을 함께할 때 들으면 딱이라고.
하루의 시작, 나에게 평화를 주는
보사노바-김명희 씨
잔잔한 리듬과 속삭이듯 간질이는 목소리. 햇살이 눈부신 봄날 아침에 보사노바만큼 잘 어울리는 음악이 있을까."지난겨울 남편과 함께 보사노바 가수 리사 오노의 공연을 보러 갔었어요. 공연 중에 리사 오노가 그러더라고요. ' 음악이 좀 졸리죠? 졸리면 주무셔도 돼요'라고요."
김명희 씨가 보사노바를 알게 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 플루트를 배우면서다. 플루트 악보를 넘기다 음표가 복잡한 악보를 발견했는데 알고 보니 보사노바의 대부 격인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연주곡이었다. 막상 연주를 들어보면 단조로울 만큼 리듬이 단순해서 차분해지는 기분이었다. 그 후로 휴식이 필요할 만큼 정신없이 바쁜 날이면 보사노바를 찾게 되었다. 보사노바는 그의 안식처였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가더라도 사람의 심장 소리를 닮은 그 음악만 있으면 든든했다. 소소하게 지나치는 일상의 풍경도 보사노바와 함께라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시간 없어서 아침을 거르고 출근하는 날이면 대충 오전 일을 마치고 브런치를 먹으러 나온다. 혼자 나올 때는 한 손에 영락없이 보사노바를 듣기 위한 MP3를 든 채. 밥 먹는 순간만큼은 완벽한 휴식을 취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때 가장 많이 듣는 것이 리사 오노의 앨범
1가끔 혼자서 늦은 아침을 먹을 때도 보사노바는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
2 여행 좋아하는 김명희 씨가 낯선 곳으로 떠날 때 보사노바와 함께 가장 먼저 챙기는 물품. 카메라와 여행 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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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2 리사 오노의
3 스탄 게츠와 조앙 질베르토의 앨범
와인 테이스팅할 때만큼은 그 좋아하는
재즈도 사절-오진배 씨
얼마 전 인터넷을 떠돌던 연예인 김제동 씨의 재미있는 어록 하나.'사랑한다'의 반대말은 '싫어한다'가 아닌 '사랑했었다'라는 말이다. 와인 수입회사에서 일하는 오진배 씨라면 누구보다 그 말의 의미를 잘 알 것이다. 한때 그는 음악가였다. 밥 먹기보다 음악을 더 좋아해서 중학교 때부터 전기기타를 둘러메고 다른 학교로 공연을 하러 다녔다. 학교를 졸업하고서도 음악은 삶의 희망이었고 유일한 밥줄이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1년에 3백만 원밖에 못 벌어 집세를 내지 못해도 그저 행복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더 이상 물러설 자리가 없었고,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음악한다고 허송세월한 시간이 아까워서 참을 수가 없었고 허무했다. 음악을 포기한 순간, 그는 '한때 음악을 사랑했었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지금의 와인 수입회사 전에 레스토랑에 근무하면서 '와인'이라는 새로운 '연인'을 만나게 되었다.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되니 또다시 음악이 그립더란다. 현재 오진배 씨는 취미로 재즈 연주 동호회 프리톤(www.freetone.org.com)에서 보컬을 맡고 있다. 동호회원들과 행사장이나 결혼식장 등에서 연주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도 전한다. 잃었던 음악에 대한 열정이 살아나고 가끔은 와인에 접목시키는 작업도 한다. 재즈 공연 형식으로 하는 와인 시음회를 벌써 세 번이나 열었고, 음악이 녹아든 와인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무작정 음악에만 빠져들지 않았다.
음악을 좋아하는 그이지만 과감하게 꺼버릴 때가 있으니, 바로 와인을 테이스팅할 때다. "와인을 마실 때는 모든 감각이 혀로 가야 해요. 그런데 음악이 들리면 집중력이 분산되죠. 그렇지만 집에서 혼자 편하게 마시거나 친구들과 마실 때는 음악이 필수죠. 특히 우울할 때는 쳇 베이커의 트럼펫이나 보컬을 들으며 와인잔을 기울이다 보면 기분이 조금씩 풀립니다."
1 와인을 시음하는 오진배 씨(사진 오른쪽)와 소믈리에 한상돈 씨.
2 요즘 연습하고 있는 재즈 보컬 곡은 'My Foolish Heart'다.
오진배 씨 추천 이 와인엔 이 음악을
1 조니 하트만의 앨범
2 쳇 베이커의 1'Sing'-피노누아 오진배 씨가 가장 좋아하는 트럼펫 연주가이자 보컬리스트인 쳇 베이커의 노래. 슬프면서도 깊이감이 느껴지는 그의 목소리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할 때 위로가 되어준다. 와인 역시 화려하진 않지만 나름의 향기가 있는 샴볼 뮈지니Chambolle Musigny를 마신다.
3 로이 하그로브의 앨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