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이 체중을 줄이기 위한 다이어트를 시도하지만 그중 99%가 실패하고, 성공하는 1%의 사람도 몇 년 이내에 다시 체중이 늘어난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은 엄청난 돈과 시간, 노력을 들이면서 매년 몇 번씩이나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다. 미국 로체스터 대학에서 뇌와 인지과학을 연구하는 수전 퍼스 톰슨Susan Pierce Thompson 교수 역시 체중을 줄이기 위한 수많은 방법을 시도하고, 실패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해 성공한 경험도 있지만 고작 4~5kg을 감량했을 뿐. 당시 적정 체중에 도달하기 위해 그가 줄여야 할 몸무게는 27kg이었다. 거듭된 실패를 통해 톰슨 교수는 비만 자체보다는 우리의 두뇌가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뇌 과학자라는 전공을 살려 뇌의 작동 방식에 맞춘 ‘절대원칙 식사법(The Bright Line Eating)’을 창안했다. 1 설탕을 먹지 말 것. 2 밀가루를 먹지 말 것. 3 정해진 시간에 식사할 것. 4 정해진 양만 먹을 것.
생존을 위해 진화해온 뇌는 체중 감량을 방해한다. 의지력이 부족해서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식욕을 통제하고 식단을 고민하느라 의지력을 낭비하면 지친 두뇌가 어쩔 수 없이 단것과 밀가루 등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다. 설탕과 밀가루를 먹지 말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만 먹는 것을 계속 반복해 습관처럼 뇌를 적응시키는 다이어트 방법이 절대원칙 식사법이다. 수전 퍼스 톰슨 교수는 자신의 다이어트 실패담과 체중 문제를 극복한 절대원칙 식사법을 담은 <완벽한 식사법>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8주 과정의 ‘부트 캠프boot camp’ 프로그램을 통해 참가자들이 평균 8.5kg, 총 13만 6000kg을 감량했다. 무엇보다 이 방법을 통해 저자 자신이 10년 이상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완벽한 식사법> 저자 수전 퍼스 톰슨 교수와 이메일로 이야기를 나눴다.
뇌 과학자로서 바라본 기존 다이어트의 문제는 무엇이었습니까?
기존 다이어트는 개인의 의지에 너무 중점을 둡니다. 특정 음식에 중독된 후 억지로 그것을 먹지 않을 때, 그 갈망은 시간이 흐를수록 쌓여 결국 감당할 수 없게 되지요.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자신의 의지력을 과신하기 때문입니다.
정제한 설탕과 밀가루가 코카인, 헤로인 등 마약과 같은 중독 물질이라는 주장은 가히 충격적입니다.
코카인을 만드는 코카나무잎과 헤로인을 추출하는 양귀비꽃에는 중독성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걸 정제하면 마약이 되지요. 설탕과 밀가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설탕을 만드는 사탕수수·사탕무·옥수수와 밀가루의 주성분인 곡물 등은 맛있고 건강한 식품이지만, 그 진액을 정제해 분말로 만들면 강한 중독성이 생기지요.
설탕과 밀가루에 중독된 뇌는 어떻게 변화하나요?
섹스와 운동, 음식 섭취 등의 활동이 뇌를 자극하면 만족감을 주는 호르몬인 도파민이 분비됩니다. 특히 설탕과 밀가루는 도파민 분비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지요. 하지만 뇌에서 분비하는 도파민의 양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자극이 지나치면 두뇌는 도파민 분비를 하향 조절하지요. 따라서 전과 같은 즐거움을 느끼려면 설탕과 밀가루 섭취량을 계속 늘려야 합니다. 마약중독과 다를 바 없지요. 저는 설탕과 밀가루가 ‘음식’이 아니라 ‘약물’이라고 믿습니다.
설탕과 밀가루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어떤 걸 먹고, 어떤 걸 먹지 않아야 하나요?
절대원칙 식사법에서 말하는 설탕은 백설탕은 물론 황설탕, 꿀, 아가베 시럽, 메이플 시럽, 당밀, 사탕수수 설탕, 대추야자당 등 모든 첨가당을 의미합니다. 인공감미료는 설탕보다 더욱 치명적입니다. 당분은 생과일을 통해 섭취하면 됩니다. 밀가루는 정제하지 않은 곡물을 포함한 모든 곡물 가루를 말합니다. 곡물을 가루로 빻으면 표면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소화효소가 포도당에 그대로 노출되어 설탕과 마찬가지로 우리 몸의 인슐린 체계를 교란합니다. 즉, 가루로 빻지 않은 통곡물을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지요.
한식엔 맵고 짠 음식이 많습니다. 설탕보다 소금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여기지요.
절대원칙 식사법에선 소금을 충분히 섭취하기를 강조합니다. 전보다 음식 섭취량을 줄이면서 어지럼증을 느끼지 않으려면 소금 섭취가 중요하거든요. 짠 음식에 대한 두려움에는 과장이 섞여 있습니다. 어쩌면 설탕을 과도하게 섭취해서 발생하는 심혈관 질환에 대한 우려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만들어낸 이야기일 수도 있지요.
절대원칙 식사법을 통해 체중 감량에 성공한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나요?
목표 체중에 도달하고, 오랜 기간 유지하는 사람들은 절대원칙 식사법이 평생 자신에게 일어난 가장 멋진 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목표를 성취한 후 자신감을 갖게 된 사람들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도전하고, 위험을 회피하지 않습니다.
뇌 과학자이자 다이어트 전도사로서,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책과 부트 캠프 프로그램을 통해 2030년까지 전 세계의 1백만명을 목표 체중에 도달하도록 도우려 합니다. 저의 경험과 지식이 체중을 줄이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에게 유용한 도구가 되도록 하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수전 퍼스 톰슨은 로체스터 대학교에서 뇌 및 인지과학을 가르치는 겸임 부교수이자 식이심리학 분야 박사다. 살을 빼기 위해 약물까지 복용하는 등 지난 20년간 체중 감량과 씨름하며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개인적 경험과 뇌 과학자로서 축적한 지식을 토대로 개발한 절대원칙 식사법을 통해 다이어트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고 있다.
- <완벽한 식사법> 저자 수전 퍼스 톰슨 교수 뇌 과학자의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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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한 해에 몇 번씩 다이어트를 시도하고 실패하기를 반복하며 자신의 나약한 의지력을 탓한다. 드물게 성공한 후에도 빠진 체중을 유지하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 <완벽한 식사법>을 쓴 뇌 과학자 수전 퍼스 톰슨 교수는 생존을 위해 진화해온 우리의 두뇌가 체중 감량을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