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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하는 친환경 쓰레기, 제대로 버리고 있나요?
옳다고 믿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인간의 도리다. 거창한 이념 이야기가 아니다. 휴지는 휴지통에 버리고, 재활용 쓰레기는 다시 쓸 수 있는 상태로 수거함에 넣는다는 기초 중 기초의 도리. 그런데 이를 철저하게 지키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쓰레기를 제대로 버리려면 엄청난 수고로움이 필요하다. 올바른 분리 배출은 까다롭기 때문. 애초에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으려는 의식부터 갖자.

나부터 고백하건대, 도리를 지키지 못하고 살아왔다. 직업상 많은 제품을 경험해봐야 진솔한 기사를 쓸 수 있다는 명분 아래 화장대에는 화장품이 넘쳐나는 편. 하나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사용하는 경우보다 반도 채 다 쓰지 못하고 손이 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버리는 경우가 더 많았다. 용기 내어 하나 더 고백히자면, 남은 화장품을 버릴 때 공병만 버린 적이 거의 없다. 처음에는 내용물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조차 몰랐고, 사실을 알고 난 후에는 귀찮다는 마음이 앞서 실천하지 못했다. 원칙대로 버리는 대신 ‘에라 모르겠다’ 심정으로 내 편이를 택했고, ‘나 하나쯤이야’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죄책감을 덮곤 했다. 이제야 지금까지의 내 행동에 진심으로 수치심을 느낀다. “지적으로 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요. 함부로 버리면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 해양 생명체가 무참히 고통받고, 우리 자녀가 도요새를 모른 채 살아갈 수도 있다는 걸 아는 것. 그걸 아는데, 알면서도 인간으로서 외면할 수 있을까요?” 환경 디자이너 윤호섭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명예교수의 말은 참 따끔했다. 그는 쓰레기로 생활용품을 만들어 다시 쓰는 것은 물론, 물 한 컵을 마실 때도 소중한 마음을 되새기고, 목욕할 때도 물 한 바가지만 사용할 정도로 일상에서 최소한의 것을 배출하는 환경보호 실천가. 개울물에 발을 담그는 것조차 자연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망설인다는 그의 윤리 의식은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높은 경지다. 그 수준까지는 닿지 못하더라도, 내가 만든 쓰레기를 책임지는 건 최소한 지켜야 할 도리가 아닐까?

우선 쓰레기를 되도록이면 만들지 않는 것부터가 시작일 터. 인쇄 버튼을 누르기 전 꼭 필요한 문서인지 한 번 더 생각하고, 휴지를 쓸 땐 한 장으로 해결하도록 노력하며, 무엇보다 일회용품처럼 곧 버릴 게 뻔한 물건은 애초에 구입하지 말아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쓰레기가 발생했다면 꼭 제자리에 버려야 하며, 재활용 가능 표기가 있다면 제대로 분리해서 배출해야 한다. 분리수거는 재활용이 가능한 물품을 다시 사용하는 자원 절약의 의미도 있고, 그대로 매립하거나 소각하면 환경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기에 이를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도 크다. 하지만 분리배출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작업이다. 주로 플라스틱ㆍ종이ㆍ캔 등이 대표적인데, 말 그대로 재활용이 가능한 상태, 즉 깨끗하게 헹구고 내놓아야 가치가 있다. 대충 분류해서 버리는 건 결국 타인에게 수고를 미루는 무책임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각하며 산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규격 봉투를 구입해 쓰레기를 버려야 한다는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를 본격 시행한 것도 1995년, 불과 20여 년 전의 일. 그러니 현재 기성 세대 다수는 교육기관에서 ‘쓰레기 제대로 버리기’에 대해 배운 적이 없다. 때때로 헤어스프레이, 칫솔, 우산 등등을 어떻게 버려야 할지 난감해한 경험이 있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이제부터라도 대충 버리지 말고 확인한 후 제대로 버리려는 마음을 먹는 게 중요하다. 헷갈릴 때는 환경부에서 만든 ‘내 손안에 분리 배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한층 유용하다.


재활용하도록 올바르게 버리는 방법

우유갑
남아 있는 우유는 쉽게 부패해 불쾌한 냄새가 나고 곰팡이가 생긴다. 깨끗이 헹구고 말린 후에 가위로 잘라 한 면으로 펼치는 게 정석이고, 아니면 압착한다.

알루미늄 캔
내용물을 비우고 가능한 한 압착한다. 부탄가스, 살충제 등은 구멍을 뚫어 내용물을 완전히 비운다.

전지
제품에서 분리하고, 수거함 같은 회수 루트를 통해 배출한다.

음식물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는 가축 사료나 퇴비로 사용한다. 그러니 동물이 먹을 수 없는 부분은 일반 쓰레기라고 보면 된다. 양파나 마늘 껍질, 과실류 씨앗, 옥수숫대, 달걀 껍데기, 채소 뿌리와 줄기 등은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버린다.

플라스틱, 병류
내용물을 비운 후 헹구고 말리는 건 기본, 재질이 다른 뚜껑과 분리한다. 상표 스티커도 재질이 다르기에 떼어내야 하는데,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한 번에 잘 떨어지는 특수 종이로 제작하는 기업이 많아지면 좋겠다.

스티로폼
컵라면이나 배달 음식 접시처럼 오염이 심한 건 일반 쓰레기로 버린다. 스티커는 제거하고, 오직 깨끗한 상태로 배출. 가전제품 구입 시 포장재로 쓴 발포 합성수지 완충재의 경우는 제품 구입처로 반납한다.

면섬유류
마을별 부녀회 및 새마을지회에서 수거한다. 단 솜이불, 베개, 쿠션은 제외. 앤아더스토리즈에서는 버리는 면섬유류를 가지고 가면 10% 할인 바우처를 제공한다.

화장품, 샴푸, 세제
내용물을 비우고 스티커를 제거한다. 처음부터 액상보다 고체형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 화장품의 경우 키엘, 프리메라 등 공병을 가지고 올 경우 샘플이나 혜택을 주는 곳이 있으니 이를 적극 활용한다.

의약품
폐의약품은 매립하거나 도시 하수로 배출되면 공기, 토양, 수질 등의 환경오염을 유발할 뿐 아니라 생태계 교란의 원인이 된다. 그러니약국, 보건소 등으로 가져간다. 1차 포장재는 폐의약품 전용 수거함에 배출 가능하다.

라이터
화력 조절 버튼을 + 쪽으로 옮기고, 라이터를 켠다. 입으로 바람을 불어 불을 끄고, 가스를 뺀다. 가스가 완전히 빠졌다면, 재활용 쓰레기로 분류해서 버린다.

그 밖의 일반 쓰레기
칫솔의 경우는 칫솔모와 플라스틱 손잡이의 분리가 원칙인데 실현하기 어려우니 일반 쓰레기로 버린다. 그 밖에 코팅된 종이, 아이스팩, 컵라면 용기, 배달 음식 용기, 오염이 심한 비닐, 고무 슬리퍼, 고무장갑 등도 일반 쓰레기다.

글 강옥진 기자 | 도움말 윤호섭(환경 디자이너) | 참고 자료 환경부 홈페이지(www.me.go.kr)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